이번 판결로 일명 '핵(해킹)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범죄 행위가 조금은 줄어들 수 있을까. '온라인 게임 조작 프로그램을 판매해 번 돈을, 게임 회사의 업무를 방해한 범죄 수익으로 보고 추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업무 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34세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며, 추징금을 명하지 않았던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추징을 명령해야 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2019년 3월 28일부터 2020년 8월 6일까지 '핵 프로그램'을 유료로 판매해 1억 4,441만 원의 수익을 얻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직접 조작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적을 조준하고, 타깃 주변에 총을 쏴도 타격이 되는 형태의 슈팅 게임 보조 '핵'이었다. 검찰은, 게임사가 다른 이용자들의 민원을 받았으며, 패치 및 보안 프로그램 비용을 지출하게 됐다 설명하며 A씨가 게임 회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에 대해 재판에 넘겼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2년 집행 유예 3년을 선고하고, '핵 프로그램' 판매대금 1억 4,441만 원을 추징하게 했다. 당시 재판부는 "핵 프로그램은 게임의 공정성을 심대하게 저해해 게임사와 다른 이용자 모두에게 큰 피해를 준다. 피고인이 1년 넘게 판매를 지속하며 상당한 수익을 올린 점에 비추어 엄청한 처벌이 불가피하다" 밝혔다.
그러나 2심의 판결은 조금 달랐다. 유죄 판단은 유지했으나 추징 명령은 취소한 것이다. 2심 재판부는 "형법 제48조에서 물수·추징 대상으로 삼는 것은 '유체물 또는 이에 준하는 자연력'이지만, 통장에 입금된 예금채권은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형법에 근거해 바로 추징할 수 없고, '게임에 접속해 핵 프로그램을 실행'한 행위로 직접 얻은 재산이 아닌 이상, 범죄수익은닉규제법상 범죄수익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여기서 언급된 형법 제48조는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건 같은 것에 대해서만 추징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통장 속 예금채권은 물건이 아니기에 추징 대상이 아니라 설명한 것이다. 또한 핵 프로그램을 구매하고 실행해 게임사에 피해를 준 것은 '핵' 이용자이기도 해서, '핵' 사용으로 발생하는 이익과 판매대금 사이의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약하거나 없다고 판단해, 범죄수익은닉규제법 대상이 아니라 봤다.
대법원은 이러한 2심 판결을 뒤집고, "추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옛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2조 제1호에 따르면, 업무방해죄는 '중대범죄'에 포함된다. 범죄행위로 새로 만들어진 재산뿐 아니라 그 범행으로 취득한 재산도 범죄수익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핵 프로그램을 판매한 A씨와 구매하고 사용한 게임 이용자들이 함께 업무방해죄의 공동정범이 된다면, A씨가 받은 판매대금도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른 추징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하며 "원심(2심)이 이를 배제한 것은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