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라레 마법도서관>, <포커스 온 유>, 그리고 <블루 아카이브>의 핵심 개발자이자 PD로 세상에 알려져 있는 김용하 PD가 9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NDC 2021에서 “게임 PD가 되어보니” 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1999년, 판타그램의 ‘프로그래머’로 게임업을 시작한 김용하 PD는, 지난 2011년 경부터 다양한 프로젝트의 ‘PD’로서 활동을 진행했다. 그 결과 여러 게임들의 출시를 이루어 냈지만, 동시에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여러 게임들의 ‘프로젝트 드랍’(개발 취소) 이라는 아픔도 함께 겪었다.
그는 이번 강연에서 자신이 이러한 ‘PD’로서 겪은 경험을 공유하고, 동시에 ‘게임 PD’라는 역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김용하 PD가 말하는 ‘게임 PD’란 ‘게임 개발에 대한 최종 의사 결정권을 가지고, 최종적으로 게임의 완성과 서비스를 책임지는’ 사람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간혹 ‘PD’ 외에 ‘디렉터’라는 명칭도 종종 사용하지만 큰 틀에서 “프로젝트를 책임지는” 역할이라는 데서는 큰 차이가 없다.
게임 PD는 게임의 첫 시작. 그러니까 컨셉을 구상하고 제안하는 단계에서부터 그 역할을 시작한다. 게임의 컨셉을 구체화하고, 개발비용을 추산하고, 어떻게 개발을 달성할 것인지 ‘큰 그림’을 그려서 경영진에 제안하고 설득해야 한다.
이것이 성공해서 실제로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프로젝트의 마일스톤(단계 별로 달성해야 하는 목표) 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게임의 여러 요소들을 감독하고, 개발자를 충원하면서 프로젝트를 감독해야 한다. 특히 PD에게 중요한 역할 중에 하나가 바로 ‘경영진과의 소통’ 이다.
경영진은 결국 게임을 하나의 ‘사업 아이템’, ‘투자대상’으로 보기 때문에 경영진과의 교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만약 이것을 소홀히 한다면 설사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후에 아무리 마일스톤을 수월하게 달성한다고 해도, 얼마든지 프로젝트가 드랍될 수 있다.
[프로젝트 B6]
아이덴티티 게임즈에서 지난 2011년부터 개발을 진행한 프로젝트. 세상에는 알려지지 않은 게임으로, <마비노기 영웅전>의 이상균 디렉터, 지금은 넷이즈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덕영 디렉터 등이 참여했었다.
김용하 PD의 표현을 빌리자면 거의 ‘올스타급’ 개발진들이 참여했던 PC용 액션 MMORPG 프로젝트였다. 실제로 프로토 타입도 2개나 만들었고, 지금 봐도 높은 퀄리티를 가진 프로젝트였지만, 회사의 상황, 변하는 게임 시장 환경에 대한 회사의 방향성과 맞지 않아 결국 개발은 취소되었다.
김용하 PD는 “당시에는 개발만 잘되면 (프로젝트 진행이)잘 된다고 믿었는데, 사전에 경영진과 긴밀하게 교감했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면에서 굉장히 아쉬운 프로젝트였다고 회고했다.
[큐라레: 마법도서관]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에서 2014년 서비스를 시작해, 약 4년간 서비스를 진행했던 모바일 카드 배틀 게임. 김용하 PD 입장에서는 여로모로 많은 의미가 있는 작품으로, 그는 이 게임에 대해 “실시간 레이드 같은 여러 ‘엣지’를 담아서 개발한 작품이다” 라고 회고했다.
하지만 ‘엣지’ 외에 게임의 전반적인 기능, 요소들을 균형 있게 개발하지 못해서 아쉬움도 많았던 작품이라며, 그는 “게임을 장기간 서비스할 것이라면, 장기 서비스 플랜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더 큰 시야에서 게임의 서비스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포커스 온 유]
‘코스프레 사진 촬영사’ 라는 김용하 PD 개인의 경험을 살려서 기획한 VR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VR 게임이기 때문에 선행 R&D 기간을 거쳤으며, 김용하 PD가 주도적으로 참여한 ‘스테이지 1’까지 좋은 평가를 받으며 결국 정식으로 개발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에서 김용하 PD는 개인 사정으로 인해 ‘스테이지 1’ 까지만 제작하고, 이후 퇴직을 해서 실제 게임 자체의 완성은 이후 남은 동료들이 완성했다고 한다. 그는 이 사례에서도 알 수 있지만 “좋은 동료는 무엇보다 중요하며, 실제로 <포커스 온 유>는 좋은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없어도 좋은 게임으로 완성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블루 아카이브]
현재 일본에서 서비스를 한창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연내 서비스를 목표로 하는 모바일 미소녀 캐릭터 수집형 게임. 이 게임은 ‘모에(萌え) 엑스컴’(Moe+ X-COM) 이라는 콘셉트로 시작한 작품으로, 실제로 이를 줄인 ‘MX’는 프로젝트명 및, 개발 스튜디오의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다.
김용하 PD는 이번 강연에서 ‘PD가 해야 할 것’ 그리고 ‘PD가 해서는 안 될 것’을 각각 3개씩 꼽아서 설명했다.
먼저 PD가 해야 하는 것 그 첫 번째는 바로 ‘경영진의 신뢰 획득’ 이다. 경영진의 신뢰를 획득하는 것은 단순하게 ‘계획대로’ 게임을 순조롭게 개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프로젝트를 바라보는 경영진의 비전은 처음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을 때하고, 개발이 시작된 후 1~2년 하고는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프로젝트의 평가 기준도 달라진다는 것이기 때문에 마일스톤 달성은 오히려 의미가 없을 수 있다. 그래서 PD는 경영진의 관점을 항상 민감하게 보고 소통해야 할 필요가 있다.
PD가 해야 하는 것 두 번째는 바로 ‘좋은 동료 구하기’다.
경영진과의 신뢰 관계 구축이 ‘기본’ 이라고 하면, 게임이 어느 정도 품질로 만들어질 수 있는지는 결국 ‘맨파워’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런 좋은 동료를 구하는 것은 형편 좋게 회사로 보내지는 이력서만으로는 이룰 수 없기 때문에, PD는 항상 발로 뛰어다니며 좋은 동료를 구하는 데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만 한다.
PD가 해야 하는 것 그 마지막은 바로 ‘선택과 집중’이다. 결국 프로젝트의 진행은 ‘선택과 집중’의 연속이고, 정답은 없지만 그 책임은 고스란히 PD가 져야 한다. <블루 아카이브> 또한 초기 컨셉의 설정부터 실제 개발에 이르기까지 정말 수많은 ‘선택과 집중’을 겪어야만 했다.
김용하 PD가 설명한 ‘PD가 해서는 안 될 것’. 그 첫 번째는 바로 일정을 낙관하는 것이다. 아무리 일정을 보수적으로 잡아도, 일정은 언제나 부족하고 최초 계획대로 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PD는 ‘일정을 달성하는 과정’을 항상 디테일하게 보고 챙겨야만 한다.
‘PD가 해서는 안 될 것’ 그 두 번째는 바로 ‘마이크로 콘트롤’ 이다. 조직이 커지고 챙겨야할 것이 많아지면, 게임의 모든 것을 PD가 챙기려고 하면 안 되고 일정 부분은 동료들에게 위임해야 한다. 욕심에 의해 ‘자신이 모두 챙기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믿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PD가 해서는 안 될 것’ 그 세 번째는 바로 ‘깨진 유리창 방지’다. 팀 내에서 아주 사소한 무질서, 갈등이라고 해도 방치하면 이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겉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특히 프로젝트가 오래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이런 문제가 반드시 생기기 때문에 PD는 이에 대해 관망보다는 빠른 대응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요한 경우에는 회사 인사팀을 통하거나 ‘공론화’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김용하 PD는 자신이 PD로 활동하면서 가장 좋았던 순간, 보람된 순간으로 ‘스테이지 1’을 제작했던 순간을 꼽았다. 실제 <블루 아카이브>의 경우에도 스테이지 1에 “게임의 콘셉트. 핵심 요소”들을 플레이할 수 있는 형태로 처음 구현했으며, 이를 통해 ‘게임이 만들어질 수 있겠다’ 같은 긍정적인 경험을 모든 팀원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밖에도 김용하 PD는 “게임을 개발하면서 PD는 정말 종합적인 면에서 프로젝트를 살펴야 하고, 동료들에게 ‘이 프로젝트는 왜 시작했고’,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조직내에 꾸준하게 전달하면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 경우에는 사내에서 주간 브리핑 같은 것도 진행했으며, 개발 회의 때 마다 회의록을 작성해 전체 공개하기도 하는 등. 이 노력을 꾸준하게 진행했다”고 말했다.
김용하 PD는 “게임 PD는 분명 많은 어려움을 겪는 역할이지만, 그래도 게임을 최종적으로 내면 그만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역할이기도 하다”고 이번 강연을 마무리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