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트로폴리스>, <스컬>, <산나비>, <우산금지>, <용사식당>, <리플이펙트>, <숲속의 작은 마녀>... 이 게임들의 공통점을 아시나요? 그렇습니다. 바로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개발 자금을 마련한 프로젝트입니다.
특정 프로젝트를 진행할 아이디어와 계획, 능력을 보유한 개인이나 팀이 자본 시장의 투자를 받지 않고, 여러 사람(Crowd)의 후원을 받아 자금을 모은다는 크라우드 펀딩은 이제 굉장히 널리 퍼진 개념입니다.
기왕 크라우드 펀딩을 받는다면, 최대한 많은 사람과 금액을 모으는 게 좋겠죠? 왕도란 없겠습니다만, 펀딩 플랫폼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는 것도 꽤 도움이 될 듯합니다. NDC 강연에 나선 텀블벅 이라 매니저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시죠.
강연자: 이라
소속: 텀블벅
이력: 넥슨코리아와 EA KOREA 스피어헤드에서 게임 기획자로 근무했다가 텀블벅에서 게임 카테고리를 담당하고 있다. 주로 창작자 펀딩 프로젝트 컨설팅 및 크라우드 펀딩 관련 강의 등을 진행 중이다.
# 당신의 프로젝트, 언제 밀릴지 모른다... "여유를 권장"
제일 먼저 이라 매니저는 크라우드 펀딩을 올릴 때, 여유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가장 먼저 이야기가 나오는 데엔 이유가 있겠죠?
게임을 개발할 때 '언제까지 완료하겠다' 다짐을 해도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스토어 승인이 떨어지지 않을 수도 있고, 개발 일정에 난항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하릴없이 론칭일이 미뤄지는 거죠. 생각보다 많은 프로젝트가 크라우드 펀딩 성공 이후, 제시한 일정을 맞추지 못해서 원성을 사죠. 그러니 여유로운 일정 설정은 펀딩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뿐만 아니라 후원 당시와 선물 전달일 사이에 시차가 있으면, 굿즈를 비롯한 각종 현물은 프로젝트 마감 후 전달하고 게임키는 론칭 이후 온라인으로 전달하는 것을 추천했습니다. 넉넉한 전달 일정을 잡아야 게임 개발도, 리워드 발송도 문제 없이 할 수 있겠죠?
# 잠깐, 근데 게임 크라우드 펀딩... 어떤 사람이 하는 걸까?
그러면 어떤 사람들이 게임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하는 걸까요?
텀블벅 기준, 회원 가입 시 성별과 연령 정보를 받지 않아 완벽한 집계는 어렵습니다. 구글 애널리틱스를 통해 본 결과, 25세에서 34세가 44%, 18세에서 24세가 37%로 텀블벅 평균보다 젊은 층에 속합니다. 성별로는 여성이 54%, 남성이 46%로 비슷하게 나타났습니다. 선호하는 게임은 PC게임(58%), 성사액이 가장 많은 게임도 PC게임(54%)이었습니다.
텀블벅에서 게임은 다른 분야에 비해 목표 달성률과 후원금 액수가 높은 편입니다.
현재 텀블벅에서는 테이블탑게임, TRPG 등 카드게임이나 보드게임이 비중이 높은 편이지만 비디오게임, 모바일게임 분야 펀딩도 점차 성장 중입니다. 특히 2018년~2019년 무렵 인디게임이 부흥하던 무렵 굉장히 많은 펀딩이 성사되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기자가 서두에 언급했던 대다수의 게임들이 대체로 2018년부터 크라우드 펀딩을 받은 작품들입니다.
그 결과 2021년 1분기 텀블벅은 작년 동분기 성과를 훌쩍 뛰어넘었다고 하네요. 크라우드 펀딩의 유형 역시 다양해져 '아웃 오브 인덱스' 같은 게임 페스티벌 모금이나, 넥슨 네코장 <마비노기> 오케스트라 굿즈 제작 등 게임 IP를 활용한 굿즈 펀딩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 프로젝트의 후원 가치를 높여라: 크라우드 펀딩의 기본
후원자 입장에서 크라우드 펀딩 참여는 위험요소가 많은 선택입니다. 당연히 이미 완성된, 그리고 검증된 게임의 후기나 영상을 차근차근 살펴보고 참가하는 게 더 안전한 선택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펀딩을 하는 이유는 후원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가격이 더 저렴하거나, 다른 사람보다 먼저 플레이할 수 있거나 하는 요소들 말입니다. 후원자들은 후원 가치와 위험 요소 사이의 저울질을 통해 이 프로젝트를 '밀어줄지' 결정하는 것입니다. 몇몇 프로젝트들은 무료 데모를 배포해 게임의 룩앤필을 몸소 체험하게 하고, 후원을 받기도 합니다.
포스트 안에 논리적인 스토리텔링을 집어넣어 창작자의 정체를 정직하게 밝히고, 창작물을 돋보이는 이미지와 '움짤'(gif)을 뽑아서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매력적인 리워드와 합리적인 목표 금액을 책정하는 것은 크라우드 펀딩의 기본입니다. 이 기본이 갖춰져야 후원자들은 프로젝트의 후원 가치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 프로젝트와 후원자 사이의 애착 관계를 만드는 4가지 방법
이라 매니저는 "내 게임을 응원하는 가장 첫번째 팬 찾기"가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거기엔 일반적으로 4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씩 짧게 알아봅시다.
먼저 개인화 선물을 통해 후원자와 함께 게임을 만들어나가는 기획을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텀블벅에서 무려 1억 넘는 펀딩을 달성한 써니사이드업의 <숲속의 작은 마녀>는 고액 후원자에게 NPC를 직접 디자인할 권리를 주고, 이에 대해 개발팀과 논의할 수 있는 가이드를 마련했죠.
이뿐 아니라 게임 속 도서관에 초상화로 등장한다던지, 필드 내 고양이를 디자인할 수 있는 옵션 등을 만들어 자기 존재감을 게임 내 영원히 남기게 되는 경험을 펀딩했습니다. 개인화 선물에 후원한 사람은 4652명 중 9명이지만, 전체 성사액에 5%를 차지했습니다.
한정판 인게임 아이템을 선물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게임이 나오기 전 후원자들의 참여에 감사를 표하는 타이틀이나 꾸미기 아이템을 부여해 이 게임에 '특별한 존재'라는 느낌을 주는 것이죠. 후원자 입장에서는 게임이 론칭되면 다른 유저들과 차별되는 아이템을 누릴 수 있는데, 개발자 입장에서는 실물 제작의 리스크도 덜고, 또 한 번 작업으로 여러 유저들에게 선물할 수 있으니 품이 덜 듭니다.
스트레치골은 후원자를 마케터로 만드는 것입니다. 후원자들에게 더 많은 후원을 받았을 때 프로젝트에 특정 요소를 추가할 것을 약속하면서, 다른 후원자들을 조직할 수 있게 돕는 것이죠. 펀딩 전부터 게이머들의 입소문을 모았던 <산나비>는 달성률 500%를 기록하면 멀티엔딩, 800%를 달성하면 외전 챕터가 추가되는 식으로 홍보했고 후원자들에게 '레벨업'의 느낌을 줬습니다. 프로젝트의 대세감을 확보하는 효과도 있죠.
기념품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노하우입니다. 플레인베이글에서 만든 <바른연애 길잡이> 연애 시뮬레이션은 인게임 쿠폰을 실물 형태로 제공했습니다. 게임 내 서사와 관련있는 굿즈를 실물로 만들어서 게임프레이의 추억을 실제로 소장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죠. 후원자들의 후기에도 실물 카드나 코스터가 제공되어 게임에 더 몰입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 역시 설명서를 잘 읽으시면 좋습니다
이라 매니저는 텀블벅 홈페이지의 가이드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꽤 들어있기 때문에, 처음 크라우드 펀딩을 하는 분이라면 일독을 권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역시 이미 설명서가 홈페이지에 있었군요.
지금부터 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영상으로 만나보겠습니다. "펀딩이 무산되면 어떻게 되나요?", "목표 금액은 얼마로 할까요?", "언제 프로젝트를 공개하는 게 유리할까요?" 등에 대한 답변이 준비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