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시아 전기>는 기존에 <프로젝트 ER>로 알려져 있던 넥슨의 차기 MMORPG다. 이번 6월 8일부터 시작된 NDC 22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 행사에서는 <프라시아 전기>의 면면을 알아볼 수 있는 강연이 다수 진행되고 있다.
넥슨 ER 캐릭터 유닛의 강민구 아티스트는 ‘MMORPG에서 캐릭터 만들기’라는 주제로, <프라시아 전기> 사례를 들어 게임 개발에 있어 ‘캐릭터 팀’이 진행하는 업무에 대한 개괄적 소개에 나섰다. 많은 캐릭터, 몬스터, 탈것이 등장하는 MMORPG 프로젝트에서 캐릭터 디자인은 어떤 과정을 거쳐 이뤄지는지 엿볼 기회를 제공한다.
강연자: 강민구
소속: 넥슨코리아 <프라시아 전기> 캐릭터 유닛
발표자 소개
현재 프라시아 전기 캐릭터 유닛에서 컨셉과 모델링, 리깅 파트를 맡고 있다. 이전엔 <블레이드 앤 소울>의 캐릭터 모델링팀에서 복식과 크리쳐 제작을 맡았다.
2018년부터 2022년 현재까지 <프라시아 전기>는 몇 차례 개발 스펙을 바꿔왔고, 이에 따라 캐릭터 디자인에도 변화가 있었다. 2018년 모바일 쿼터뷰 MMORPG로 개발이 시작됐을 당시엔 깔끔한 반 실사풍 캐릭터를 만들었고, 당시의 모바일 게임 스펙에 맞춰 폴리곤 수와 디테일을 조금 낮춰 NPC를 제작했다.
2019~2020년에는 PC 플랫폼 지원이 결정되면서 그래픽 퀄리티 향상 작업이 시작됐다. 동시에 모바일에서도 구동할 수 있게 그래픽을 최적화했다. 2021년 유튜브에 공개된 시네마용 모델링의 복식/헤어는 인게임 소스에 약간의 가공을 더하고, 얼굴에만 스캔 소스를 활용해 새로 제작한 결과물이다.
이처럼 그래픽의 퀄리티를 향상하는 데에는 발전된 그래픽 툴과 소스가 가장 도움이 된다. <프라시아 전기>의 경우 개발 초기에는 포토샵, 퀵셀, 서브스턴스 페인터를 비슷하게 사용했다.
그러나 강민구 아티스트는 “이후 점점 서브스턴스 페인터가 발전하면서 현재는 게임 텍스쳐링 소프트웨어 중 대체 불가능한 툴이 됐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대부분 포토샵에서 서브스턴스 페인터로 자연스럽게 넘어온 것 같다”고 전했다.
이처럼 퀄리티 향상이 있었다면, 동시에 양적인 확장도 있었다. <프라시아 전기>는 캐릭터 커스터마이징과 내러티브 전달의 두 가지 측면에서 콘텐츠 분량을 키워 왔다. 직업별 하나씩 고정되어있던 성별을 선택할 수 있게 바꿨고, 내러티브 전달에 필요한 각종 NPC, 몬스터, 탈것, 무기 제작에도 힘써왔다.
그렇다면 <프라시아 전기> 팀의 캐릭터 제작 워크플로는 어떻게 흘러갈까?
우선 <프라시아 전기>의 캐릭터 유닛 구성은 ‘콘셉트’, ‘모델링’, ‘리깅’ 팀으로 나뉘어있다. 다만 이러한 구분은 개발팀마다 다르다고 강민구 아티스트는 설명했다.
캐릭터 개발은 기획팀의 ‘기획 문서’로 시작된다. 기획 문서에는 캐릭터의 ▲네이밍, 종족, 키, 연령 ▲캐릭터 설명, 등장지역 ▲외형 디자인 ▲공격 스킬 ▲사운드 등 정보와 함께, 레퍼런스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다.
아티스트는 이를 보면서 콘셉트 원화를 제작하는데, 이때 문서의 내용을 전부 아트에 고스란히 옮길 필요는 없다. <프라시아 전기> 팀은 필수적인 요소만 빨간색으로 기재하는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효율화했다. 나머지는 원화가 상상력에 맡긴다. 기획자의 의도와 원화가의 창의력이 서로 더해지는 과정이다.
이후 아트 팀은 기획서에서 받은 영감을 기초로 콘셉트 코드를 정해 원화를 제작한다. 러프 실루엣 시안을 짜서 제시하고 하나의 시안이 선정되면 대표 이미지 컬러링, 시트 제작 순으로 진행한다.
이때 캐릭터의 재미 요소가 될 코드를 생각해내는 과정에는 창의력 요구된다. 인게임 실루엣에서 오는 부피감, 반사되는 질감 등도 고려 대상이다.
이제 2D 원화를 3D 모델로 만드는 일이 남았다. 2D 원화 느낌을 살리면서도 한 단계 더 나아가 사실적이고 존재감 있는 캐릭터로 창조하는 데 목적이 있다. 모델링은 실질적으로 유저와 만나는 인게임 룩을 담당하는 중요 요소다. 그 때문에 퀄리티와 최적화를 둘 다 신경 쓰고 있다.
마지막은 리깅이다. 리깅은 모바일 스펙의 한계에 맞춰 진행된다. 몬스터는 커스텀 리깅이 요구되기도 한다. 그래서 스크립팅을 이용한 작업시간 단축 등 다양한 직무 스킬이 요구된다. <프라시아 전기>의 리거들은 모두 스크립트 및 툴 제작이 가능한 인력으로 구성되어 있다.
<프라시아 전기>의 스토리는 엘프 대 인간, 인간 대 인간의 갈등 구조로 되어 있다. 엘프가 인간 세계에 침투해 들어와 오랜 시간 인간을 지배했다는 설정의 세계다. 인간 중에는 엘프에 맞서는 새로운 힘을 가지고 태어난 ‘스탠더’가 있는데, 주인공 캐릭터가 여기 속한다.
<프라시아 전기> 아트 팀은 두 종족의 콘셉트를 각기 다른콘셉트로 정리해 서로 다른 미적취향, 예술양식을 지닌 것으로 그려냈다. 인간의 의상 디자인은 복식으로서의 개연성과 세계관과의 조화를 신경 썼고. 중/근세 중심으로 하되 그 밖의 시대적 코드도 허용하고 있다.
그 외에 강민구 아티스트는 다양한 파벌로 구분되는 NPC들, 인간의 수호자이자 인게임 소환수인 산토템, 각종 보스 몬스터, 탈것, 무기 등의 모습을 소개했다.
유저들의 콘텐츠 소모 속도는 언제나 제작진 예상을 뛰어넘는다. 이렇게 끊임없이 만들어야 하는 콘텐츠 양을 생각하면, MMORPG 개발팀에서 외주는 꼭 필요한 요소다.
<프라시아 전기> 팀에서는 외주 및 일정 관리에 있어서 PM 팀과 아웃소싱 팀이 협업하고 있어. PM 부서는 일정관리 서포트 및 외주를 진행한다. 아웃소싱팀은 외부 피드백을 먼저 진행한 뒤 결과를 개발팀에 전달하면서 개발팀의 업무 부하를 줄여주는 역할이다. 그 외 외주사 아티스트 코드네임 관리, 제작가이드 전달, 각종 계약 등 외주사와의 중간다리 업무를 도맡는다.
강민구 아티스트는 외주를 진행하면서 얻은 몇 가지 깨달음도 함께 전했다. 먼저, 사소한 것도 서로 다르게 생각할 수 있으니 최대한 상세하게 피드백 및 가이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추상적 말 보다는 구체적인 의미 전달이 필요하다.
또한, NPC의 경우 캐릭터 중요도에 따라서 개발 코스트를 배분해야 한다. ‘메인급’은 플레이어블 캐릭터와 같은 수준의 스펙으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게 만든다. 반면 일반 NPC는 폴리곤 수를 줄이는 한편, 스캔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일정 퀄리티를 유지한다. 환경 NPC나 낮은 등급의 추종자는 폴리곤 및 텍스처 크기에 있어 최적화를 위해 디테일한 묘사보다 큰 실루엣, 덩어리 묘사에 집중한다.
마지막으로 강민구 아티스트는 실질적인 캐릭터 제작 팁을 몇 가지 공유했다. 게임 기본 커스터마이징 범주 바깥에 있는 NPC 등 단독 사용되는 캐릭터에는 스캔 베이스 매쉬를 기본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다양한 체형의 베리에이션으로 활용했고, Zwrap 및 Wrap 3D 같은 툴로 효과적으로 로우 폴리곤 메쉬에 베이킹 작업을 했다.
헤어 리소스의 경우 오나트릭스로 하이 폴리곤 메쉬를 제작했으며 층별로 구분을 주어 만들었다. 일반적인 깔끔한 헤어보다는 잔머리나 굴곡이 다른 가닥들을 특별히 더 신경 써서 만들어왔는데 이때 베이킹 작업은 Xnormal을 사용했다. 피버샵 같은 툴 역시 헤어 소스 제작을 쉽고 빠르게 해주는 툴이라고 강민구 아티스트는 귀띔했다.
Xnormal로 얻은 ID맵, 하이트맵, 알파맵은 각각 채널에 넣어 한 장으로 사용해왔다. 이후 섀도우맵을 사용해 그림자 처리를 추가했다. 메테리얼은 일반적 애니스토로픽 공식에서 스페큘러를 두 개 사용, 좀 더 자연스러운 느낌 연출에 노력했다.
내부 TA 인력이 만든 RBF 함수 구현을 통한 메쉬 컨버팅 툴도 활용됐다. 임의의 점들을 입력, 기존 입력했던 점들과의 거리와 가중치 행렬을 통해 최종 결과를 구하는 방식의 툴이다. 남녀 복식을 컨버팅할 때 유용하게 활용된다. 가슴 등 부위는 디자인이 다른 부분엔 활용이 어렵지만 손가락이나 갑주 등에서는 빠르게 전환시켜주면서 작업 효율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