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험의 불편함만 없었다면 거의 완벽했을 RPG.
빛이 내려앉은 순간을 고운 빛깔로 그려냈던 르누아르의 그림처럼 눈부시게 아름다운 세계의 표현으로 기대를 모아 온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는 아니나 다를까, 화가 르누아르가 살았던 벨 에포크 시대를 배경으로 합니다.
장식적이고 고풍스러운 시대상에 마법이 가미된 이 게임의 판타지 표현은 트레일러부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소위 '서양판 페르소나', '프랑소나'라고도 불리게 하는 서구적인 실사 그래픽에 JRPG식 턴제 전투를 조합한 게임성은 궁금증을 자아냈고요. 3시간가량의 비공개 데모를 해 보며 느낀 첫인상이 꽤 좋았지만, 턴제 RPG는 지나친 반복으로 후반부가 지루해지는 경우가 많다 보니 본편의 플레이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60시간을 플레이한 지금까지 엔딩은 물론 숨겨진 보스들을 전부 만나며 거의 최대 레벨에 가깝게 성장했지만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턴제 RPG에서 피하기 어려운 의도적인 반복 플레이는 전혀 없었고, 구석구석의 새로운 콘텐츠를 하나씩 즐기다 보니 어느덧 세계를 섭렵하고 성장해 있었거든요.
사실 리뷰 공개일까지 시간이 많아 다른 게임을 먼저 플레이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지만 이 게임이 아른거려 우선 순위를 바꾸기도 했습니다. 어떤 점들이 그렇게도 저를 중독적으로 빠져들게 했을까요?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 리뷰입니다. /작성=깐(게임 리뷰어) 편집=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
출시일: 2025-04-24
개발사: 샌드폴 인터랙티브
유통사: 반다이 남코, 스마일게이트 스토브
플랫폼: PC, Xbox Series X|S, PS5
장르명: 턴제 RPG
리뷰 버전: PC
리뷰 빌드: 사전 리뷰 버전
주의: 리뷰 가이드를 준수했으나, 게임 진행에 대한 일부 스포일러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턴제 전투에서 타이밍에 맞춰 버튼을 누르는 실시간 액션을 더한 게임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33 원정대의 전투도 큰 틀에서는 비슷합니다. 스킬을 사용할 때 QTE에 성공해야 제대로 된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적의 공격 타이밍에 정확히 반응해야 회피나 반격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턴제 전투의 결에서 다소 벗어난 추가적인 요소들로 인해 실시간형 턴제가 아닌, 턴제형 실시간 전투처럼 느끼게 합니다.
하나는 슈팅 액션의 향을 풍기는 조준 사격입니다. 기술들은 보통 2개에서 9개의 액션 포인트(AP)를 사용하는데 1포인트 당 한 발씩 자유롭게 사격을 할 수 있습니다. 턴을 소모하지 않기 때문에 약점을 정밀하게 노리거나 턴을 시작하기 전에 공격을 전략적으로 보완할 수도 있죠.
더 본격적인 것은 소울라이크의 액션을 방불케 하는 세분화된 카운터 공격입니다. 단순히 쳐내는 것부터 점프해서 피한 후 반격하거나 강력한 공격에는 별도의 쳐내기를 해야 하는 등 순발력 있는 판단이 필요합니다.
손맛도 뛰어납니다. 컨트롤러로 느껴지는 진동은 말할 것도 없고 텐션이 있는 카메라 애니메이션에 경쾌한 사운드로 피드백이 확실하거든요. 강력한 공격일수록 무게감 있고 화려한 타격감을 보여주고, 시원한 반격의 쾌감만큼 치명적인 피격의 위험은 짜릿함을 더합니다.

턴을 소모하지 않고 사격으로 약점을 공격하거나 추가 대미지를 노릴 수 있다.

피격 순간에 쳐내기에 성공하면 카운터 공격을 할 수 있다.
전체 공격을 쳐내면 파티원 전원이 반격을 한다.

회피는 타이밍이 더 여유로워서 처음 보는 패턴의 학습용으로 쓰면 좋다.
완벽한 회피의 타이밍이 쳐내기의 타이밍과 같다.
이런 반응형 턴제 게임을 해 본 분들이라면 반복 플레이에 대한 우려를 하실 수 있습니다.
제 경우에도 늘 지루해지는 시점이 있었거든요.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비슷한 패턴의 공격에 제한된 스킬만 사용하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 계속해서 실시간으로 반응을 해야 하는 턴제 전투가 지루하지 않기 위해서는 대응해야 하는 적들의 패턴과 내 스킬이 다양하면 되겠죠. 그래서인지 <33 원정대>는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플레이어의 스킬은 뒤에서 따로 설명하기로 하고 적 패턴만 이야기하자면, 새로운 지역에서 만나는 새로운 적들은 이전의 적들과는 다른 새로운 패턴을 사용합니다. 대신 학습하기에는 쉽게, 반응해야 하는 타이밍은 움직이기 전에 살짝 멈춘다거나 소리로 알림을 주기도 하고요.

새로운 패턴과 기상천외한 공격들이 꾸준히 등장해 지루할 새가 없다.

속성이 다르거나 강화형 적들은 패턴이 추가되거나 속도가 다르기도
같은 적이 등장하기도 하고 속성만 다른 케이스도 만나 한결 쉽게 상대할 수 있지만, 더 까다로운 조합으로 나타나거나 변형 혹은 강화된 패턴으로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합니다. 시스템에는 익숙해지지만 학습하는 재미는 끊이지 않으니 지루해질 새가 없죠.
한편 어렵고 피곤해질 수 있다는 함정도 영리하게 덮어뒀습니다. 내 공격은 옵션에서 자동으로 입력할 수도 있어 반응의 부담을 반으로 줄일 수 있거든요. 또 난이도를 낮추면 피격 대미지가 대폭 줄고 회피와 쳐내기의 타이밍도 훨씬 여유로워집니다. 파티원 전원이 사망했을 경우 파티에 속하지 않은 인원을 예비 팀으로 이어서 플레이할 수도 있어 실패의 부담도 적고요.
이 게임을 하면서 생각보다 자주 느낀 건 '아, 저게 공격이었어?' 하는 당혹감이었습니다. 너무 멋져서 공격 패턴인 줄도 모르고 넋 놓고 구경하고 있게 될 때가 많았거든요. 강한 공격일수록 화려하고 무시무시한 적일수록 연출의 스케일이 커지는 턴제 RPG의 연출 방식은 확실하게 고수한 듯했습니다.
턴제 게임들은 스킬을 입력해두고 연출을 보는 시간이 긴 만큼 대부분 연출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내가 얼마나 대단한 스킬을 쓰고 적이 얼마나 끔찍한 공격을 하는지 쉽게 체감하게 해 주니까요. 저는 이런 연출을 보며 느껴지는 고양감이야말로 턴제 전투의 매력이라고 보는데, <33 원정대>의 개발진들도 같은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초반에 등장하는 보스들도 크고 위압적인 편이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초반은 비교도 되지 않는 압도적인 규모와 연출을 선보입니다.
특히 선행 조건을 완료하면 만날 수 있는 숨겨진 보스가 셋이 있는데, 손에 꼽히게 멋진 데다 세계관의 의문점들을 해소해 줍니다. 그러니, 이 게임을 즐기기로 했다면 꼭 만나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적에게 카운터 공격을 가하면서 기절까지 시킨 상태.
경쾌한 효과음에 역동적인 카메라 액션과 화려한 이펙트로 상당한 쾌감을 준다.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적도 등장한다.
파티원들은 빨간 동그라미를 그려 놓은 곳에 점처럼 서 있다. (오들오들 떨면서)
전투의 최애 포인트는 아직 소개하지 않았습니다. <33 원정대>의 핵심 재미는 턴제의 묘미인 '전략'에 있습니다.
전략은 독특한 캐릭터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세워집니다. 총 여섯 명의 플레이어블 캐릭터들은 자원 관리 방식과 스킬 트리의 구조가 아예 다릅니다. 예를 들어 '구스타브'는 의수를 과부하시켜 강한 일격을 날리고, '루네'는 원소 조합으로 자원을 생성해 스킬을 강화합니다.
펜싱을 모티브로 하는 '마엘'은 태세 전환으로 효율을 높이고, '시엘'은 적에게 쌓은 중첩을 활용하고요.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추가되는 두 명의 캐릭터들도 완전히 다른 체계를 지닙니다.

의수를 충정한 에너지로 강력한 일격을 날리는 '구스타브'

원소 공격으로 색깔이 있는 얼룩을 남겨 다음 공격을 강화하는 '루네'.
캐릭터들의 운용 방식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은 전략의 층위를 다채롭게 만듭니다. 캐릭터 간의 시너지를 고려하고 대처해야 하는 각 상황에 맞게 스킬을 준비해 둬야 하니까요. 전략 구성도 매우 자유롭습니다. 예를 들어 적의 보호막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으로, 누구든 다단히트나 조준 사격으로 빠르게 없앨 수도 있지만 보호막을 관통해서 공격하는 캐릭터가 맡을 수도 있고, 보호막을 한 번에 없애는 캐릭터가 나설 수도 있습니다. 적의 보호막을 빼앗는 스킬이 있는 캐릭터가 담당해도 되고요.

앙 가르드! 펜싱 선수처럼 여러 태세로 공격과 방어를 구사하는 '마엘'.

농사를 짓던 '시엘'은 대낫으로 예언을 충전하고 적을 수확해 공격한다.

처치한 적의 스킬을 직접 사용할 수 있는 '모노코'는 중반 이후 해금되는 캐릭터

모노코를 제외한 캐릭터들은 일반적인 스킬 트리지만, 스킬들은 특색 있고 다양하다.
가장 우측에 떨어져 있는 3개의 스킬은 일종의 궁극 스킬인 '그래디언트 스킬'로 역시 캐릭터마다 다른 구성.
캐릭터들의 액티브 스킬 외에도 빌드의 다양성을 높이는 두 가지 요소가 더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무기의 옵션입니다. 무기에는 공격 타입의 속성과 레벨에 따른 세 가지 효과가 있습니다. 이 효과들이 무기마다 빌드를 바꿔야 할 정도로 특징적이더라고요. 결국 무기는 후반으로 갈수록 빌드를 좌우하는 중심이 되고, 무기에 따라 캐릭터의 운용 흐름이 완전히 달라지기도 합니다.

무기는 한 가지 타입을 쓰지만 무기에 따라 빌드를 변경할 정도로 속성과 특성이 개성있다.
다른 하나는 '루미나'라는 이름의 패시브 스킬입니다. <33 원정대>에서는 전직이나 클래스 체계 없이 습득한 스킬은 모두가 동시에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활성 가능한 슬롯의 한도가 있고 좋은 스킬은 더 많은 비용이 들지만, 한도는 제한 없이 계속 높여나갈 수 있습니다. 패시브 스킬들은 굉장히 다양하고 유용하며 연계할 수 있는 스킬도 많습니다. 덕분에 초반부터 엔딩 이후까지 계속해서 최적화를 해 나가게 되고, 어렵게 느껴지는 보스를 만나면 다른 빌드를 구상해 보곤 했습니다.
이 성장 체계의 결정적인 장점은 고점이 매우 높다는 겁니다. 위험을 감수하고 써야 하는 스킬들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한계 돌파 수준으로 강력해지는 것들입니다. 패시브 스킬 뿐 아니라 액티브 스킬들의 해금이든 무기든, 전체적인 성장 흐름이 마치 <드래곤볼>의 사이어인들이 성장하는 것처럼 비약적으로 강해지더라고요.
예를 들어 9999까지만 가할 수 있던 대미지가 나중에는 특정 패시브를 장착한 후 그 이상의 대미지, 심지어 수백만까지 치솟았습니다. 당연히 엄청나게 신이 나고요. 그만큼 적들도 강한 녀석들이 등장하니, 시시해지는 느낌 없이 강해졌다는 체감이 분명하게 들었습니다.

'픽토스'를 장착해 학습하는 패시브 스킬인 '루미나'는 모든 캐릭터가 공유한다.
루미나를 장착하는 포인트의 한도 끝없이 올릴 수 있어, 계속해서 강해질 수 있다.

'루미나'를 조합해 카운터 공격 한 번으로도 여러 패시브 효과를 발동시킬 수 있다.
노란 숫자는 치명타(1.5배 대미지), 녹색 숫자는 치유 수치를 뜻한다.
앞서 턴제 게임들의 매력은 멋진 스킬 연출을 보는 데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생략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 스킬을 쓰는 캐릭터들의 매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거죠. 화려한 연출의 옷과, 전투의 쾌감이라는 사지와, 성장의 만족감이라는 뼈대도 전부 심장과도 같은 캐릭터가 매력적이어야 온전히 느껴진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33 원정대>의 심장은 힘차게 뜁니다. 이 게임의 캐릭터들은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면서 그 성격이 형성된 배경까지 섬세하게 그려져, 매 순간의 상황과 사건들에 입체적으로 반응합니다. 감정적으로 진지하고 성숙한 반응을 보여 서사의 무게를 더하고요. 캐릭터들의 관계는 여러 깊이로 다뤄지고 경계를 허무는 과정도 자연스러워, 짧은 대화를 지켜보는 것도 큰 공감을 부릅니다. 호화로운 성우진의 열연과 더불어, 섬세한 표정과 온 마음이 담긴 눈빛들로 캐릭터들의 감정도 고스란히 전해지고요.
개인적으로는 호감도 시스템이 있는 게임에서 캐릭터들이 친밀해지는 과정을 이렇게 공감하며 본 건 처음이었습니다. 컷씬의 눈빛과 대사 하나하나를 게임이라는 이질감 없이 몰입해서 감상했고요.

'쳇, 뭐라는 거야'를 눈빛으로 말하는 마엘.
캐릭터들의 섬세한 표정 연기와 훌륭한 더빙은 컷씬을 영화 보는 기분으로 감상하게 한다.
영어 음성의 '구스타브'는 <데어데블>로 유명한 배우 '찰리 콕스'
영어 음성의 '구스타브'는 <데어데블>로 유명한 배우 '찰리 콕스'

우정과 사랑에 대한 캐릭터들의 여러 감정은 자연스러운 대화로 공감을 일으킨다.
캐릭터들의 감정이 펼쳐지는 세계관과 서사도 흥미진진합니다. 이야기는 매년 거석에 그려진 숫자가 줄어들고 그 숫자의 나이가 된 사람들은 전부 죽는다는 독창적인 설정을 바탕으로 합니다. 다른 원정대는 실패해 왔던 일을 33 원정대가 해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은 원정대의 핵심 인물인 구스타브가 개발한 도구에서 기인합니다. 적의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변환기 덕분에 33 원정대는 적을 처치하고 성장할 수 있죠. 이렇게 게임성과도 직결되는 합리적인 설정에서 보여주듯 세계관은 견고하게 짜여 있습니다.
스토리텔링의 측면에서는, 사건은 명확하지만 미스터리의 해답은 서서히 풀려 진실에 대한 궁금증이 꾸준한 동력이 되어 줍니다. 내막이 드러나고 이야기의 흐름이 전환되는 부분에서는 쏟아지는 정보의 양이 많고 직관성이 덜해 혼란스러운 면은 있지만, 조바심 내지 않고 따라가다 보면 결말에 이르기까지 차근차근 설명이 됩니다.
일부는 세계의 외곽에서 조금씩 알아낼 수 있기도 하고요. 여기까지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진실을 마주했을 때의 어리둥절함이 캐릭터들이 느끼는 감정과 같다는 생각에 저는 오히려 공감이 더 되기도 했습니다.

거석에 적힌 숫자보다 나이가 많으면 꽃잎으로 스러지고, 그 숫자는 매년 줄어든다는 잔혹한 설정은 흥미를 자극한다.
대체로 모든 컷씬들이 진지한 대화와 감정의 교류로 이어지기 때문에, 추상적인 표현 방식에 호불호는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 장면은 몹시 서정적이며 아름답고, 보스전의 연출까지도 전부 감정선이 세심하게 그려집니다. 상실의 슬픔을 심도 있게 다룬다는 점에서도, 정서에 맞다면 마음이 동요하는 순간이 몇 차례 있을 법하고요.
이야기에 있어 많은 말을 할 순 없지만, 한 마디만 고르자면 커다란 반전이 있는 만큼 더 재미있게 즐기려면 스포일러를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는 겁니다.

치솟는 궁금증은 스포일러 없이 플레이를 하며 알아보자.
33 원정대는 출발 도시인 뤼미에르에서 목적지인 거석에 이르기까지 몇 개의 섬들을 방문하게 됩니다. 각양각색의 빛깔로 그려진 지역들은 수중 도시부터 하늘섬까지 신비롭고 환상적인 분위기로 가득합니다. 새로운 지역에 들어갈 때마다 설렘을 주죠.
하지만 홀린 듯 걷다 보면 길을 잃기 십상입니다. 이전에 쓰러진 원정대들의 깃발을 따라가며 조금씩 탐색해 나가는 길이어서 그런지, 지도나 나침반이 없거든요. 그래도 지역이 크지 않고 곳곳의 유용한 아이템을 수집하면서 나아가다 보면 자연스레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갈고리로 잡을 수 있는 곳이 근처에 있을 땐 진동이 울리는 소소한 편의 기능도 도움이 되고요.

섬 곳곳에는 예쁜 곳들이 즐비해 눈이 즐겁다.
정작 길보다도 불편한 것은 애매하게 점프하다 끼이곤 하는 캐릭터 모션이었습니다. 평소에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지만 미니 게임을 비롯해 가끔씩 파쿠르가 강제될 때가 있는데, 그때만큼은 게임에 대한 호감이 빠르게 식어버리곤 하더라고요.
지역들은 고전 JRPG처럼 디오라마 스타일의 월드를 직접 이동하는 방식으로 연결됩니다. 제 생각에 이 게임의 최대 단점은 여기에 몰려 있습니다. 일단 이동이 너무 느리고 답답합니다. 진행을 하다 보면 비행해서 이동할 수도 있지만 그마저도 쾌적한 속도를 내지는 못하더라고요. 빠른 이동도 할 수 없고요.
더 불편한 건 하나씩 방문해서 채운 지도를 살피는 것 외에는 지역 목록이나 진행 내역을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겁니다. 어딜 방문했었고, 어디서 성장이 부족해 돌아 나왔는지 기억에 의존해야만 합니다. 보조 퀘스트와 숨겨진 보스전은 기억하기 쉬우니 그래도 몇 차례 시행 착오를 거쳐 해결할 수 있지만, 곳곳에 흩뿌려진 수집품들은 답이 없더라고요. 나름대로 꼼꼼히 봤는데 도대체 어디에서 뭘 놓친 건지 알 수가 있어야지요.

투박한 점프 애니메이션에 비해 은근히 자주 등장하는 플랫폼 구간

각 지역은 월드(대륙)를 직접 이동해 포털로 들어가는 방식.
더 빠르게 이동해 비행까지도 할 수 있지만 빠른 이동이 없어 불편하다.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는 전략적인 깊이, 성장의 즐거움, 감정의 밀도, 시청각적 예술성까지 각각의 요소가 단단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된 작품입니다. 턴제 전투의 본질과 장르의 고전적인 특징은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조작과 액션의 감각을 적극적으로 더해 장르의 경계를 확장했고요. 게임의 발매 전부터 영화로 제작된다는 소식이 들려왔지만, 게임의 여러 장면들은 영화적 완성도를 이미 갖추고 있습니다.
완벽한 게임은 아니지만 이 정도로 전투와 서사와 아트가 모두 출중한 게임은 흔치 않습니다. 보통은 한 가지만 평균을 상회해도 나머지는 조금 부실하더라도 감안하고 즐기곤 하죠. 데모에는 없었던 업스케일링 옵션까지 추가되면서 최적화도 특별한 문제가 없어, 탐험에서 느껴지는 몇 가지 아쉬운 점들이 그나마 이 게임의 인간미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하물며 정가도 저렴한 편이고 게임패스 데이 원이라니, 이래도 되나요?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
8.8 / 10
한줄평
탐험의 불편함만 없었다면 '거의 완벽'했을 RPG
장점
- 카운터 공격의 손맛을 살린 반응형 턴제 전투
- 학습의 재미가 있는 적들의 다채로운 패턴
- 개성 있는 캐릭터별 전투 메커니즘
- 무기와 스킬 조합으로 높인 빌드 다양성
- 압도적으로 화려하고 연출
- 독창적인 세계관과 호기심을 부르는 서사
- 감정 표현이 섬세하고 성숙한 캐릭터들
- 빛이 아름다운 그래픽과 우아한 음악
단점
- 월드(대륙)에서의 느린 이동 속도와 빠른 이동의 부재
- 추적 기능이 없어 스트레스가 높은 수집품과 보조 퀘스트
- 맵 끼임을 일으키는 어색한 점프 애니메이션
- 조작감이 투박하고 평이한 미니게임
- 다소 혼란스럽게 전달되는 세계의 진실
김가은(깐) - 게임 리뷰어
폭 넓은 장르의 게임에서 다양한 경험을 찾고자 합니다. 새로운 게임을 찾는 분들에게 제 경험담이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과 영상을 남겨 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