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르코프>가 업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혔다."
지난 16일, 인디게임 퍼블리셔 '뉴 블러드 인터랙티브'의 대표 '데이브 오쉬리'는 게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팟캐스트 '쿼드 대미지'에서 이와 같은 발언을 남겼다. 데이브 오쉬리는 프롬 소프트웨어가 지난 닌텐도 다이렉트에서 공개한 <더스크블러드>가 <블러드본 2>가 아닌 PvPvE 게임임을 알게 되었을 때 실망했다고 밝히며 이렇게 덧붙였다.
이어 대부분이 게임의 최근 '익스트랙션' 장르를 표방한 것 같다며 "모든 것이, 뭐라고 부르던 간에, 익스트랙션 게임으로 바뀌고 있다"고 했다. 데이브 오쉬리의 발언을 빌어 익스트랙션 장르에 대한 트렌드의 흐름과 기자의 생각을 정리해 봤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DMZ 모드', 크라이텍의 <헌트: 쇼다운>, 텐센트의 <아레나 브레이크아웃>이 대표적이다. <배틀그라운드>에서도 콜라보를 통해 2020년, 익스트랙션 장르가 떠오르는 구조의 '메트로 로얄' 모드를 선보였던 바 있다. 향후 출시 예정작에는 엠바크 스튜디오에서 개발 중인 <아크 레이더스>와 번지에서 개발 중인 <마라톤>, 샤크몹에서 개발 중인 <엑소본> 등이 있다.

익스트랙션 장르로 개발 중인 신작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많다. 사진은 <마라톤>
익스트랙션 장르의 열풍은 국내에도 영향을 미쳤다. 숱한 논란을 낳긴 했지만 아이언메이스의 <다크 앤 다커>가 익스트랙션 장르에 중세 근접 전투와 던전 탐험 요소를 결합해 한때 스팀 동시 접속자 6만을 달성할 정도로 흥행했다.
액션스퀘어(현 넥써쓰)는 <던전 스토커즈>를 개발 중이다. 넥슨은 민트로켓에서 개발하던 <낙원>을 빅게임본부로 이관해 본격적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크래프톤에서는 <프로젝트 블랙버짓>, 매드엔진 산하 '원웨이티켓스튜디오'에서는 <미드나잇 워커스>가 개발 중이다. 심지어 일본에서도 반다이 남코가 익스트랙션 장르와 메카물을 섞은 <신듀얼리티: 에코 오브 에이다>를 개발해 선보였다.

크래프톤의 차기작 중 하나인 <프로젝트 블랙버짓> 또한 익스트랙션이다. (출처: 크래프톤)
이는 한때 게임 업계를 휩쓸었던 '배틀로얄 광풍'을 떠오르게 한다. <DayZ>와 <H1Z1> 그리고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여러 개발사가 배틀로얄 장르 게임에 몰입했던 시기가 있었다. 단순히 대형 개발사 뿐만이 아니라 중소 규모의 개발사도 배틀로얄 장르 개발 열풍에 뛰어들었었다.
하지만 이 배틀로얄 열풍은 현재는 사그라들었다. 유행을 이끌며 끝임없는 업데이트를 선보이며 모바일 시장 공략까지 성공한 <배틀그라운드>, 꾸미기와 유저 창작 요소로 차별화에 성공한 <포트나이트>, 빠른 템포의 전투와 높은 완성도를 내세운 <에이펙스 레전드>와 <콜 오브 듀티: 워존> 말고는 현재 시장에 남아있는 게임이 많지 않다.
즉, 위 개발자의 발언은 현재의 익스트랙션 장르의 유행을 바라보며, 이전의 배틀로얄 장르 유행처럼 느껴져 보인 불만으로 볼 수도 있다. 실제로도 최근 게임 유저 커뮤니티에서도 많은 게임이 '익스트랙션' 장르로 개발되고 있다며, <타르코프>의 성공을 뒤쫓으며 개발사들이 너무나 유행에 매몰된 것 같다는 의견을 자주 접할 수 있다.
배틀로얄의 유행이 그러했던 것처럼 실제 결과도 비슷하다. <타르코프> 외에 시장에서 '확실히 안착했다'고 평가할 만한 익스트랙션 슈터 게임은 <헌트: 쇼다운>이 거의 유일하다. 그 외의 게임은 대부분 시장에서 실패했고,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게임까지 있다.

한 때 유망주로 인식됐으나 결국 흥행 실패로 서비스를 종료한 <더 사이클 프론티어>
이런 유행에 대해서는 찬반이 나뉘고 있다. 먼저 부정적인 여론을 살펴보고자 한다.
익스트랙션 장르는 특성상 '불쾌감'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사망하면 해당 게임에서 얻었던 모든 것과 착용한 장비를 잃기 때문이다. 다른 플레이어를 처치하고 장비와 그 사람이 수십 분 동안 그 게임에서 모았던 아이템을 빼앗을 때는 그것보다 즐거울 때가 없지만, 반대로 내가 당하면 정말로 화가 난다. 죽으면 모든 것을 잃기에 게임이 진행되는 내내 긴장감이 높지만, 그만큼 피로감도 높다.
특히, 총기를 사용하는 현대전 위주의 익스트랙션 장르라면 지나가다가 눈 먼 총알 한 발 맞고 사망하거나, 탈출구 지점에서 불쌍한 희생자를 기다리는 '버티기' 위주의 플레이어에게 수십분 동안 모아 온 모든 아이템을 잃었을 때의 불쾌감이 크다. 이는 FPS 장르에 항상 따라오는 핵 문제와도 귀결된다. 30분 동안 열심히 아이템을 모았는데, 갑자기 핵 사용자가 나타나 한 발에 사망한다면 기분이 어떻겠는가?

FPS에는 항상 핵 문제가 있지만, 익스트랙션 장르일 수록 불쾌감은 배가 된다.
사진은 <타르코프>에 핵 문제가 끊이지 않자 유튜버가 실제로 핵을 사용하고 결과를 폭로한 동영상의 썸네일
좋건 나쁘건, 당시 커뮤니티에서 엄청난 화제를 낳았다. (출처: g0at)
이러한 점은 익스트랙션 장르가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이유가 된다. 적과 마주했을 때 이기지 못하면 모든 것을 빼앗기기에 PvP에 능숙하지 않다면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다. PvP 요소를 선호하지 않는 게이머가 익스트랙션 장르의 열풍에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가장 큰 이유다. 능숙하더라도 버티기 위주의 플레이어나 눈 먼 총알 한 방에 사망했을 때는 불쾌하다.
진입 장벽이 높다는 점도 하나의 문제가 된다. 장르의 효시인 <타르코프>부터 인 게임 HUD가 거의 없고 미니맵을 지원하지 않는다. 플레이어는 자신이 외운 맵을 바탕으로 위치를 파악해야 한다. 지도 아이템이 있긴 하지만, 현재 위치를 표시해주지 않아 사실상 대부분 사용하지 않는다. 현실적인 전투 시스템과 회복 메커니즘을 강조하기 위해 부위별 체력 시스템, 출혈 및 과출혈, 골절 같은 복잡한 시스템도 마련돼 있다.

<타르코프>의 체력 시스템
맵을 열심히 외우더라도 문제다. 게임을 잘 하기 위해 경험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익스트랙션 장르는 유독 높다. 공략을 참고해 "돈을 쉽게 벌 수 있는 루트"를 공부하더라도 이걸 실제 게임에서 숙달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다른 플레이어를 만나 공격당해 쫓겨나거나 하면 초심자 입장에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할 수밖에 없다. 근래 출시된 익스트랙션 게임들은 대부분 이 점을 완화하긴 했지만, 장르의 모태가 이런 만큼 진입 장벽을 확실히 줄이기는 어려웠다.
그 <타르코프>마저도 타인과 경쟁하지 않고 혼자 즐길 수 있는 PvE 모드가 출시되자 많은 이들이 환호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아류작이 이런 불쾌감 요소를 잘 다루지 못하고 그냥 '죽으면 모든 것을 잃는' 익스트랙션 장르의 시스템이 재미있는 줄 알고 단순히 구현만 해 놓는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익스트랙션 게임은 대중적이지 않다. 그런데 어느 순간 장르가 '대중적'이라고 인식된 느낌이다.
단순한 아류작에는 보통 차별화 포인트가 부족하다는 점도 한몫한다. <타르코프>를 아직도 오랜 시간 플레이하는 한 게이머는 "<타르코프>를 아직도 하고 있긴 하지만, 왜 다른 게임사들이 익스트랙션 게임을 만드는 지 도통 모르겠다"라며 "다른 개발사의 게임을 플레이해 봤지만 장르에 대한 이해나 특유의 재미가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결국 돌고 돌아 <타르코프> 혹은 <헌트: 쇼다운>을 플레이하게 된다"고 했다.
가령 <타르코프>는 익스트랙션 장르라는 점 외에도 밀리터리 마니아를 위한 요소를 다수 구비해 놓았다. 대표적으로 '부착물 시스템'이 있다. 보통 FPS는 라이센스비를 피하기 위해 총기 이름을 실제와 다르게 해 놓는 경우가 많지만, <타르코프>는 다르다. 총기 이름은 모두 실제 이름이며, 심지어 부착물까지 모두 실존하는 이름으로 구성해 놓았고, 계속해서 업데이트해 그 종류가 엄청나게 많다.
또한, 업데이트를 통해 '방탄복'과 '방탄판'을 구분하는 시스템도 도입했다. 게임에서는 방탄복만 덜렁 입는다고 해서 총알에 대한 방호 능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방탄복에 무거운 '방탄판'을 넣어야 방탄 능력이 생긴다. 이 방탄판에도 개별적인 내구도가 있으며, 상대와의 교전에서 승리하고 방탄판의 내구도가 시체에 있는 것이 더 좋다면 교체할 수도 있다.

<타르코프>가 밀리터리 요소에 진심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출처: 레딧)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타르코프>와 비슷한 게임을 내놓는다면, 이미 9년 간 서비스되며 업데이트되어 있는 <타르코프>의 이런 시스템을 따라가기는 힘들 것이다. 게임의 성공 여부를 모르는 상황에서 라이센스비를 모두 지불하며 똑같이 총기 이름을 실제와 맞춘다는 것도 넌센스다. 결국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이기기 어렵기에 모두가 개발을 꺼리는 PC MMORPG 장르처럼, 익스트랙션 장르에도 비슷한 '개발 장벽'이 형성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다크 앤 다커>도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다크 앤 다커>는 한때 스팀에서 잘 나갔다. 마케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게임이 스팀에서 최대 6만 9천여 명의 동시 접속자를 끌어모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개발진과 넥슨 간의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스팀에서 임시 퇴출되자 <다크 앤 다커>의 자리를 노린 아류작들이 갑작스레 쏟아져 나왔다.
이 중 대부분이 실패했다. 대표적인 게임이 <던전본>이다. 공식적으로 인정된 사실은 아니나 텐센트 산하에서 개발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게임은 아류작 중 가장 좋은 퀄리티를 선보였다. 테스트를 진행할 당시에는 "상당히 괜찮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정식 출시 후 평가와 동시 접속자가 수직 하락하며 2025년 5월 28일 서비스가 종료하는 것이 확정됐다. 단순히 유행만을 쫓으며 선도 게임을 흉내낸 게임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다크 앤 다커>의 유력 대항마로 떠올랐으나, 결국 서비스 종료한 <던전본>
마니아들은 다시 스팀에 돌아온 <다크 앤 다커>로 떠났다.
게임 역사를 살피면, 한 게임사가 '신선한 충격'을 일으키면, 이에 영향을 받은 다른 게임사가 그 토대 위에 여러 시스템과 해석을 선보이며 장르를 발전시키거나 다른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 경우가 많다. 이미 유행이 끝난 배틀로얄 장르가 그랬다. 유행을 쫓다가 실패한 게임이 많긴 하지만, 그 덕분에 서로가 경쟁하며 장르의 재미가 더욱 고도화되고 새로운 모습이 나왔다.
익스트랙션 게임 중 시장에서 확실하게 살아남은 <헌트: 쇼다운>이 좋은 예시다. 남북 전쟁 이후를 다룬 이 게임은 시대상에 맞는 여러 단발식 총기와 오컬트 요소를 통해 다른 익스트랙션 게임에서 느낄 수 없는 신선한 재미를 선보였다. 플레이어가 타인과 경쟁하기는 하지만 핵심은 맵에 스폰된 '괴물'을 처치하고 정화하는 것이 핵심 목표라는 점이나, 플레이어가 사망하면 '플레이하는 캐릭터'까지 사망해 새로 육성해야 한다는 점이 있다.

<헌트: 쇼다운>
특히, <헌트: 쇼다운>은 시대상을 고증하는 단발식 총기를 사용해 타 FPS에서는 잘 볼 수 없는 독특한 전투 양상을 가지고 있다. <헌트: 쇼다운>에는 자동화기가 없다(있긴 한데 엄청나게 비싸고, 반동이 크다). 대부분의 무기는 볼트액션이다. 그만큼 한 발 한 발의 대미지가 강하며, 산탄총 같은 경우는 매복한 적에게 잘못 맞을 경우 한 방에 사망할 수 있다.
때문에 서로가 무작정 돌격하며 싸우는 것이 아닌 여러 소비 아이템으로 상대를 견제하며, 어떻게든 빈틈을 찾아 치명적인 한 발을 노리는 방식으로 전투가 이루어진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콘크리트 빌딩 같은 것은 없으며, 대부분이 집이 나무 판자로 만들어져 있는데 이 틈새를 노려 적을 사격할 수 있기도 하다.
글로 이해하는 것보다 고수의 하이라이트를 보는 것이 빠르다.
그 외에도 목표로 하는 강력한 적은 처치하더라도 '정화'하는데 시간이 걸려, 두 명이 플레이할 경우에는 한 명이 괴물을 처치하고 다른 한 명은 주위를 경계하는 것이 일반적인 행동이라거나, 괴물 정화에 성공하면 지정된 횟수만큼 '주위 적 위치를 곧바로 알 수 있는' 능력과 같은 시스템을 구비해 메리트를 더했다. 게임을 잘 모른다면 유튜브 등지에서 <헌트: 쇼다운>의 전투 하이라이트 동영상을 보길 권한다. 타 FPS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 있다.
아직 출시되진 않았지만 프롬 소프트웨어의 <더스크블러드> 역시 좋은 예시라 할 수 있다. 닌텐도에서 공식적으로 진행한 미야자키 히데타카 디렉터의 인터뷰를 살피면 이 게임에는 다양한 플레이 양상이 나올 수 있다. 플레이어 캐릭터의 목표는 '시작의 피'를 획득하는 것이지만, 이를 쟁취하는 것이 유일한 승리 조건은 아니다. 때로는 강력한 보스를 처치하기 위해 팀을 구성해야 할 필요가 있고,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반려자'를 찾는 것이 한 게임의 목적이 될 수 있다.
미야자키 디렉터는 <더스크블러드>와 관련해 닌텐도와 공식 인터뷰를 진행하며 "저는 PvP를 잘 하지 못한다. 이런 사람이라도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들고 싶었다. 승리 외에도 설정할 수 있는 개인적인 목표가 있어 이를 완수해 보상을 얻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여러모로 미야자키 히데타카는 '익스트랙션'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탄생에서 여러 가능성을 보고 <더스크블러드>를 개발했다는 느낌이다.

여러모로 개발자들은 익스트랙션 장르에서 여러 새로운 가능성을 느낀 것 같다.
그렇기에 열중하는 것이 아닐까? 사진은 <더스크블러드>
익스트랙션 장르에서는 '승리'라는 개념이 모호한데 이를 잘 캐치해낸 것이다. 배틀로얄 장르는 반드시 최후의 1인이 되어야 생존하지만, 익스트랙션 장르는 플레이어의 판단에 따라 파밍 및 교전이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게임에서 일단 철수해 아이템을 보존하는 행위가 가능하다.
<타르코프> 또한 교전을 잘 하지 못하더라도 (취향에 맞으면) 적당히 즐길 수 있는 게임이었다. 플레이어가 모이는 주요 파밍 위치가 아닌, 사람이 잘 모이지 않는 외각 지역을 주로 파밍하는 '외각런'이라는 플레이 방식이 존재한다. 결국 개발사의 패치로 막혔지만 맨몸으로 들어가 죽어도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보안 컨테이너'에 아이템을 넣고 사망하거나 운이 좋다면 탈출하는 '도끼런'도 있었다. 나아가 AI가 플레이어를 대신하는 공식 PvE 전용 게임 및 모드가 공개되자 많은 호응을 얻기도 했다.
더불어 한 게임에 진입한 플레이어라도 각자의 목적은 다르다. 게임에서 명확한 목표를 부여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외각런'을 하는 플레이어가 있을 수 있고, 파밍보다는 퀘스트 클리어가 목적인 사람이 있다. 파밍은 상관 없고 일단 이상한 무기를 들고 와 남을 웃기게 처치하는 것이 목적인 사람도 있다. 이 점을 발전시켜 한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자신만의 목적에 따라 행동해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게임플레이 양상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한 것이 <더스크블러드>의 목표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번지의 <마라톤> 역시 익스트랙션 장르의 틀을 따르지만 나름의 차별화를 시도한 게임이다. <에이펙스 레전드>에서 등장한 빠른 템포의 전투, 번지 게임 특유의 슈팅 감각을 익스트랙션 장르와 합친 느낌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추후 기회가 있다면 칼럼을 작성해 보고자 한다.

<마라톤>은 나름 노린 부분이 있는 게임이다. 테스터의 이야기에 따르면 엄청나게 다듬어졌다고 한다.
그게 될 지는 미지수지만 말이다. 체험을 해 볼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확실한 점이라면, 익스트랙션 장르 게임을 선보일 때는 그 게임을 해야 할 이유와 다른 게임과 같은 차별점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타르코프>와 똑같거나 비슷할 뿐인 게임을 만든다면 사람들은 그 게임을 하지 않고 결국 <타르코프>로 되돌아간다.
게임의 콘셉트가 같다면, 이미 9년 간의 서비스로 콘텐츠를 확실하게 쌓으며 밀리터리 마니아에게 어필할 요소를 두루 갖출 <타르코프>가 최고의 게임이기 때문이다. <타르코프> 특유의 긴장감 있는 대인전 중심의 전투 양상을 제대로 구현한 게임이 없다는 점도 있다.
앞으로 나올 익스트랙션 장르 신작의 흥망성쇠는 예정된 출시작이 이런 '차별화 포인트'를 얼마나 잘 만들었고, 그 포인트가 '그 게임을 오래 즐길 만큼 얼마나 재미있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배틀로얄 광풍이 끝났을 때 시장에서 살아남은 네 게임 <배틀그라운드>, <워존>, <포트나이트>, <에이펙스 레전드>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앞선 개발자의 이야기처럼 '익스트랙션' 장르에 이골이 난 게이머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과연 누가 살아남을까? 일단 2025년까지는 열풍이 계속될 전망이다.
사진은 2차 테스트를 예고한 넥슨의 <아크 레이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