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게임쇼를 올 때마다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취재를 하게 된다. 올해는 어떤 인디게임들이 또 우릴 설레게 해줄까. 시간이 더 필요해보이는 게임도 있는가 하면, 하루라도 빨리 정식 출시되어 풀 버전을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게임도 있다. 인디 추리게임 <그릴드: 포터 저택 실종 사건>은 후자에 속했다.
사실 추리게임은 이런 시연 현장에선 큰 힘을 발휘하기 여러운 장르 중 하나다. 단서와 서사가 쌓여 결론에 도달했을 때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짧은 시연엔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더 옐로우 룸 부스에서 <그릴드: 포터 저택 실종 사건>을 플레이한 유저들은 게임을 플레이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매우 깊게 집중해, 짧지 않은 분량의 데모를 끝까지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흡인력이 있었다는 의미다.
이 추리게임은 3D 그래픽의 1인칭 시점에서 진행되는데, 비주얼부터 합격점이다. 리베라, 메이블 등 저택에서 만나는 인물들의 캐릭터 디자인도 예쁘고 귀엽고, 이런 인물들의 성격도 명확하게 드러나서 좋았다.
주인공은 수사관이다. 사고로 인해 저택에 들어오게 됐는데, 저택에서 밖으로 드나드는 다리가 무너져 일종의 밀실 상태가 됐다. 앞으로 일주일 동안 저택 안에 있는 인물들은 다리 건너편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사실에 상심하기도 전에, 물건이 하나씩 사라지는 등 수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게임플레이 방식이 꽤 재밌다. 단서와 단서를 로프 같은 붉은 줄로 이어가며 숨겨진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을 적극 활용한다. 추리게임에서 흔히 있는 조작 아니냐 싶을 수 있는데, 진짜 추리게임을 많이 해본 사람들은 <그릴드: 포터 저택 실종 사건>이 매우 특별하다는 사실을 이내 눈치 챈다.
다른 추리게임들은 보통 2D 벽면 또는 수첩 등의 화면에서 사진이나 메모를 붙여가며 단서를 연결하는 메카닉을 많이 선보이고, 심지어 이런 연결 과정은 플레이어의 이해를 돕는 메모지 이상의 역할을 안 하는 게임도 매우 많다. 게임플레이에 영향을 준다 해도 매우 단순한 연결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릴드: 포터 저택 실종 사건>은 3D 공간에서 단서와 단서를 연결한다. 직관적인 연결도 있는가 하면, 머리를 조금 써야 하거나 증거를 유심히 들여다보며 상호작용을 충분히 마친 후에야 연결할 수 있는 단서들도 있다. 그리고 다른 방에서 마주친 단서를 공중에 소환해 필요한 때에 연결하는 포탈 같은 기믹도 있다.







'로스트'라는 요정 같은 캐릭터는, '유스티시아'라는 기물(주인공의 경우엔 저 포카락)에 깃든 일종의 심판자다. 불꽃이 이는 공간을 만들어 그 안에선 거짓을 말하거나, 잘못된 추리를 할 때 벌을 내리는 형벌을 내리는 캐릭터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 추리게임의 백미인 범인을 추궁하는 장면에서 '로스트'가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푸른 불꽃과 붉은 불꽃 사이를 오가며 진술의 이면에 있는 진실을 찾고 용의자가 하는 거짓말을 가려내야 한다.
사운드, 캐릭터 디자인, 핵심 메카닉인 단서 연결까지 전반적으로 수준이 높고 깔끔했던 게임이다. 물론 단점이 없었던 건 아니다. 몇몇 추리나 상호작용 방식은 조금 더 친절하게 소개될 필요가 있어 보였고, 3D 공간 안에서의 이동과 조작도 많도 대사량도 꽤 있는 만큼, 조작감이나 플레이 템포에 대한 고민도 더 병행되면 좋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기본적인 골조와 게임의 매력 자체가 좋아서, 지금의 매력을 유지하면서 풀 버전 제작까지 잘 나아갔으면 하고 응원하게 되는 게임이었다. 만약 여러분도 기자처럼 추리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그릴드: 포터 저택 살인 사건>의 데모를 스팀 페이지에서도 플레이해보실 수 있으니 즐겨보시길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