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같은 경우는 사실 유럽 게임시장에 대해 어떤 선입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대부분 콘솔이나 PC게임을 주로 플레이하고, 그것도 한정된 몇몇 장르(스포츠, 시뮬레이션, RPG)에 몰려있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이미 유럽에 진출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온라인게임 업체들이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업체가 바로 엔씨소프트 유럽지사죠.
유럽에는 온라인게임 유저가 얼마나 있을까요? 또 유럽 온라인게임 유저들은 어떤 게임을 즐길까요? 엔씨소프트는 유럽에서 어떤 전략을 펴고 있을까요? 엔씨소프트 유럽 지사장 제프 히스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엔씨소프트 유럽 지사장 제프 히스
TIG> 엔씨 유럽지사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달라.
엔씨 유럽지사는 2004년 영국 브라이튼에 설립되었다. 주로 엔씨소프트의 온라인게임들을 현지화해 패키지게임의 형태로 판매하고 있으며, 올해까지 총 74개의 게임을 선보였다(각종 확장팩 및 나라별 패키지의 수를 합친 숫자). 현재 94명의 직원이 상주하고 있으며, 주요 게임으로는 <시티오브히어로> <길드워>등을 꼽을 수 있다. 2005년 179억원, 2006년에는 상반기에만 131억원이 매출을 기록하는 등 한참 성장세를 만들어가고 있다.
TIG> 사실 한국에서는 유럽 온라인게임시장에 대해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유럽의 온라인게임 유저는 얼마나 되며, 전망은 어떤가?
TIG> 한국에서는 유럽 게이머들은 콘솔게임이나 PC게임을 주로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온라인게임에 대한 유럽인들의 시각은 어떠한가?
물론 유럽인들은 콘솔게임에 익숙하다. 닌텐도가 유럽시장을 강타한 것이 벌써 15년 전의 일이다. 유럽 게임시장은 10여년간 콘솔게임의 영향을 받아왔다.
하지만 굳이 PC게이머, 콘솔게이머, 온라인게이머로 구분 짓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그냥 게이머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지 않는가? 콘솔게임을 즐기는 사람은 자연스레 PC게임이나 온라인게임에도 관심을 갖는다.
아무래도 유럽에서는 콘솔, PC게임의 입김이 셀 수밖에 없다. (사진은 GC 2006 닌텐도 부스)
사실 엔씨 유럽이 출범하기 전까지, 유럽에서 온라인게임을 즐기고 싶은 유저는 굉장히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했다. 온라인게임을 좀처럼 찾을 수도 없었으며, 현지화 작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어쩌다 영어로 된 게임을 찾아야만 플레이할 수 있었다.
엔씨 유럽의 최우선 전략은 현지화였다. 기본적으로 3~5개 이상의 언어로 현지화 작업을 해서 게임을 출시하고, 비단 게임뿐만 아니라 관련 웹사이트나 커뮤니티까지 함께 현지화한다. 물론 고객 서비스나 빌링서비스도 마찬가지다. 덕분에 지금은 각 나라의 수많은 유저들이 온라인게임에 매우 친근하게 다가서고 있다.
접할 기회가 없었을 뿐, 유럽인들이 특별히 온라인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TIG> 몇일 전 독일에 도착해 인터넷을 사용해보고 깜짝 놀랐다. 최대 전송속도가 12kb밖에 되지 않더라. 인터넷 라인이나 속도 때문에 어려운 점이 많을 것 같은데?
글쎄, 유럽인들은 지금도 만족하고 있다(인터넷이 엄청 빠른 한국에 익숙해있다가 갑자기 느린 곳에 오니까 그렇지, 유럽인들은 만족하고 쓰고 있다는 뜻). 현재 비교적 가난한 동유럽 국가들에도 점점 브로드밴드가 보급되고 있다. 특히 지금 보급되고 있는 브로드밴드는 모두 신형으로 성능면에서 매우 뛰어나다(그래도 한국에 비교할 것은 아니지만). 빠른 시간 안에 많은 성능향상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TIG> 디지털 레전드 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하고 있는 <사커퓨리>의 진행상황은 어떤가?
아직 게임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기에는 너무 이른 것 같다. 현재 플레이 가능한 버전까지 개발이 되어 사내에서 검토중이다. 매우 흥미로운 게임이며, 개발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내년 1분기부터 엔씨 유럽지사, 특히 플레이엔씨의 한 축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TIG> <사커퓨리>처럼 유럽 현지에서 게임을 개발하거나 자체 퍼블리싱할 계획도 가지고 있는가?
물론이다. 플레이엔씨에는 되도록 많은 게임이 필요하다고 본다. 많은 게임업체와 접촉하고 있으며, 유럽지사 자체 개발계획도 가지고 있다.
TIG> 현재 유럽지사에는 <길드워> 외의 뚜렷한 타이틀이 보이지 않는다. <길드워> 이후에는 어떤 게임을 서비스할 계획인가?
더 많은 <길드워>? (웃음) <길드워>는 아직도 추가 챕터가 계속 출시되고 있고, 그에 대한 시장의 반응도 매우 뜨겁다. 당분간은 <길드워>에 주력할 예정이다. 물론 <타뷸라라사>나 <아이온>에 대한 기대감도 매우 높으며, 플레이엔씨도 사업적으로 주목할 만하다.
TIG> 한국에서는 플레이엔씨가 그다지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유럽에서는 다를 것이라고 보는가?
한국의 플레이엔씨와 우리가 생각하는 플레이엔씨는 전략적인 면에서 차이가 있다. 유럽에서 서비스될 플레이엔씨는 우리가 가진 어떤 게임이라도 쉽게 접속해서 즐길 수 있는 것이 목표다. 기존 정액제 게임부터 캐주얼게임, 무료게임까지 될 수 있는 한 다양한 게임을 플레이엔씨에 포함시킬 생각이다. 물론 <리니지>나 <길드워> 같은 기존 게임들도 포함된다.
TIG> 현재 한국에는 유럽시장에 진출하려는 업체들이 굉장히 많다. 하지만 그 중 대부분이 이미 실패했거나,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럽에서 사업을 오랫동안 해온 지사장의 입장에서 이들 한국업체에 충고해줄 말이 있다면?
우선 훌륭한 모기업이 필요하다(엔씨소프트를 빗댄 농담 ^^). 가장 중요한 것은 인재다. 아직 유럽에는 온라인게임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 매우 적다. 사실 엔씨 유럽지사가 2년 전에 설립되었을 때, 우리는 굉장히 운이 좋았다. 당시의 훌륭한 인재들은 모두 우리가 데려왔다(역시 농담).
유럽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유럽 게임시장과 온라인게임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훌륭한 인재를 찾는 것이 최우선 과제일 것이다.
TIG> 앞으로 유럽지사의 목표는?
내년의 목표는 2배로 성장, 그 다음해에도 2배로 성장. 매년 2배로 성장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이 성장이란 것은 사업적인 이윤만이 아니라 온라인게임 유저층을 2배로 늘려나가는 작업을 말한다.
현재 계획하고 있는 핵심사업은 플레이엔씨다. 통합적인 계정으로, 여러 플랫폼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전략을 짜고 있다. 엔씨 유럽지사는 물론 본사에서도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라이프치히(독일)=GC 2006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