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게임스의 레인보우 스튜디오를 총괄하는 김대일PD. 이미 그는 <릴 온라인>을 통해 잘 알려져 있는 개발자입니다. 그 이후에는 26일부터 상용화 서비스에 돌입한<R2>를 개발하면서, 게임의 정체성을 두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진 화제의 중심에 선 인물이 되었습니다.
상용화를 단행한 <R2>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개발될 것인지, 그리고 <R2>에 대한 김대일 PD의 솔직한 '속이야기'를 들어 보기 위해 직접 만나 보았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신서버 오픈 계획은 없습니다.”
TIG> <R2>의 상용화 서비스가 26일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결제율이 어떤가요.
보도자료에서도 밝혔듯이, 10일 동안 예약 결제액 19억 원 정도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MMORPG의 특성상 상용화하고 한 달이 지나봐야 정확한 상황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MMORPG의 경우 상용화 후 상황을 잠시 지켜보고 결제를 하는 유저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말씀 드릴 수 있는 부분은 성인 유저층과 PC방 업주들의 지지도가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TIG> 중국으로부터의 접속 차단이나, 자동 사냥 근절 등으로 유저들이 많이 줄었다고 들었습니다.
자동 사냥과 중국 유저를 단속해서 전체 유저가 많이 줄었다고 말하시는 분들이 게시는데,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일단 해당 이용자들을 열심히 단속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유저들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진 않습니다.
달리 보면 자동 사냥과 중국 유저들의 계정이나 IP를 차단해 사냥터가 쾌적해 진 것을 보고 유저들이 줄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만, 전체 유저와 비교해 적은 수였기에 동시접속자수가 줄거나 유저의 과반수가 없어진다는 식의 극단적인 상황은 아닙니다.
TIG> 많은 유저들이 신서버 오픈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신서버 오픈은 예정에 없습니다. <R2> 신서버는 지금 제공되고 있는 서버가 포화상태가 되었을 때 추가될 예정입니다. 저 역시 그런 소문을 들었습니다만, 아직까지 기존 서버가 유저들의 플레이에 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추가할 계획이 없습니다. 대신 테스트 서버를 11월 초에 오픈할 예정입니다.
“현재 신규 캐릭터 어쌔신 개발중.”
TIG> 상용화에 앞서, ‘바이런 영지’가 업데이트되었는데요, 벌써부터 유저들은 다음 업데이트를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바이런 영지’ 다음 업데이트는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은 신규 영지가 될 예정입니다. 해당 신규 영지의 업데이트가 끝난 이후, 새로운 에피소드(시나리오)를 갖고 또 다른 업데이트를 실시할 생각입니다. 하나 남은 영지 업데이트와 더불어 ‘길드전’, ‘길드 아지트’의 시스템이 등장할 예정입니다.
TIG> 이미 게임 자체적으로 길드전이 진행되고 있지 않나요. ‘길드전’이 정확히 무엇인가요.
맞습니다. <R2>는 공성전과 스팟전을 중심으로 길드간의 국지전이 24시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음에 업데이트 할 ‘길드전’의 경우 강함과 약함을 겨루거나 큰 희생이 따르는 감정적이 전투가 아닌, 공식적인 자리에서 규칙 아래 싸움을 진행한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즉, 명예의 전당과 같은 형식으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TIG> 그럼 ‘길드전’의 보상은 명예에만 국한되는 것인가요.
아직 구체적으로는 확정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전투에 대한 보상으로는 명예적인 부분과 아이템적인 부분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길드전’을 기획하면서 유저 커뮤니티가 중요한 게임인 만큼 감정적인 전투를 뛰어넘는 명예감을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TIG> 이외의 업데이트될 시스템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구상 중에 있는 것으로는 ‘몬스터 달리기’ ‘드라코 레이싱’ 등이 있습니다. ‘드라코 레이싱’은 유저들이 직접 드라코에 탑승해 컨트롤하면서 달리는 미니 게임입니다. 어디까지나 구상중인 것이지만, 유저들이 컨트롤하면서 경쟁자들과 치고 받으면서 달리는 것을 컨셉으로 하고 있습니다.
TIG> 신규 캐릭터가 등장한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현재 개발팀은 신규 캐릭터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등장하게 될 캐릭터는 ‘어쌔신’입니다. ‘어쌔신’은 1 대 1 대결을 전문으로 하는 캐릭터입니다. 어쌔신과 관련해 신규 아이템과 신규 스킬들이 등장할 텐데 자세한 정보 공개는 조금 더 기다려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의 <R2>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김대일PD.
“게임환경 최적화가 최우선 개발과제.”
TIG> ‘엘프’ 유저들이 캐릭터의 성격이 애매모호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현재 저의 <R2> 캐릭터가 ‘엘프’입니다. 그래서 그런 의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개인적으로는 아이템에 따른 캐릭터 특화를 시켜 나갈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템 착용에 따라 마법형 엘프냐, 전사형 엘프냐로 나눠지는 식이죠. 저 역시 지금의 ‘엘프’는 조금 어중간하다는 느낌을 받고 있는만큼 조만간 새롭게 태어날 ‘엘프’를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TIG> 일부 유저들이 너무 아이템 위주인 것 같다며, 캐릭터에도 비중을 두면 어떻겠냐라는 건의를 합니다.
클로즈 베타테스트 인터뷰 때에도 말씀 드렸듯이, <R2>는 장비에 따른 캐릭터의 능력차이가 월등히 나도록 처음부터 기획되었습니다. 레벨에 따르는 캐릭터 능력은 앞으로도 큰 차이가 없을 예정입니다.
현재 <R2> 클래스 중 엘프의 성격이 가장 애매모호하다.
TIG> 고레벨 유저들의 경우 장점이 존재했으면 좋겠다라는 이야기들을 많이 합니다.
현재 캐릭터에 애착을 가질 수 있는 컨텐츠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50레벨 이상 유저에게는 특정 아이템이 지원될 예정입니다. 또한 길드에 가입하지 않아도 호칭을 달 수 있는 기능도 지원할 생각입니다.
대신 향후 업데이트를 진행해 나가면서 스텟과 관련된 추가 시스템을 지원할까 고려중에 있습니다. 새로운 파라미터를 제공하는 것으로, 예를 들어 테이밍과 같은 형태로 고레벨 캐릭터가 아니더라도 자신만의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 요소들 말이죠.
TIG> 최근에 다양한 캐릭터 얼굴이 추가됐지만, 아직도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은데요.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은 현 단계에서 일단 멈출 생각입니다. 그것보다 더 급선무가 시스템 최적화라고 판단되고 있습니다.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유저들이 게임을 즐기다 보니, 일단 기존 유저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TIG> 보스급 몬스터나 레벨 대가 높은 사냥터에서의 안전한 사냥을 위해 파티 시스템을 도입했으면 좋겠다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이 역시 기획 초기와 마찬가지로 도입할 생각이 없습니다. 파티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문제는 파티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해서 앞서 언급한 부분이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시도하지 않는 것입니다.
새롭게 추가된 레인저 여성 캐릭터. 유저들은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고 싶어 하는데.
“해킹 관련해선 무조건 복구해 드립니다.”
TIG> 요즘 해킹으로 유저들이 몸살을 앓고 있죠?
네. 현재 사내 최대 이슈입니다. 사업팀과 운영팀 모두 해킹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담당자들이 PC방을 방문해 여러 사항들을 분석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파악된 바로는 중국쪽에서 해킹을 많이 시도하고 있습니다. 일단 내부적으로는 해킹에 관해선 상용화 결제를 하지 않은 유저라고 해도 복구 처리해 드릴 방침입니다.
TIG> 해킹을 당한 유저가 또 해킹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그런가요.
일단 저희가 제공하는 해킹 대처 프로그램을 많이들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확인한 바로는 해킹을 지속적으로 당하는 유저들의 경우 키 로그가 남아서 계속해서 해킹을 당하는 것입니다. 저희가 제공해드리는 프로그램을 꼭 사용해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해킹과 관련해 안철수연구소와도 많은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지만, 사용자 PC에서 발생하는 상황인만큼 개인적인 예방과 관리가 최우선입니다.
TIG> 해킹을 당할 수도 있는데, 유저들은 대처 프로그램을 왜 사용하지 않는 걸까요.
제가 직접 사용해 보았습니다만, 아마도 귀찮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저들 역시 귀찮아 사용 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유저들이 해킹을 당해서 복구 신청을 할 경우 최대한 복구를 해드립니다만 자신의 캐릭터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만큼 스스로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윈도 보안패치가 나왔는데도 업데이트를 하지 않는다면, 개발사 입장에서는 조금 난감하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클린&클린 캠페인’을 통해 이러한 보안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려고 하고 있습니다.
<R2>는 현재 '클랜&클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그 첫 번째가 해킹 차단이다.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가 몇이나 될까요.”
TIG> <R2>가 <리니지>를 베꼈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서비스 초기 <리니지>의 장점을 참고하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국내 시장에 <R2>같은 게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지금의 <리니지>는 전체이용가로 서비스하기를 원한 탓인지는 몰라도 일단 PK시스템이 많이 완화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이외에도 유저 커뮤니티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요소들이 많이 사라진 상태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그 긴장감 넘치던 가상세계를 다시 시장에 내보내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R2>를 개발하게 된 것입니다.
TIG> 그 말은 <R2>는 지금의 <리니지>와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라는 의미군요.
예전에는 저 역시 게임을 개발할 때 ‘표절이다. 아니다’의 문제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릴 온라인>을 개발하면서 그런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릴 온라인> 역시 개발 당시에 <DAOC>를 많이 참고해 만든 게임이었습니다.
게임을 ‘베꼈다. 아니다’라는 극단적인 논리로 접근하게 된다면, 사실 최근에 선보였던 대다수의 게임들이 베낀 게임일 수 밖에 없습니다. <R2>는 수많은 게임들 중에서 한국에서 성공한 게임들의 장점을 참고해 개발한 결과물로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TIG> 그렇다면, 왜 수많은 게임들 중에서 <리니지>에 초점을 맞췄나요.
다들 아시겠지만, 시스템 중심적인 게임을 만들게 될 경우 <WOW>와 같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개발비 100억으로도 감당이 되질 않습니다.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설령 그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 게임을 만들었다고 했을 때, 과연 “그 게임이 수익을 낼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어떤 예상이나 보장도 받을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100억대에 육박하는 개발비를 들여 만든 게임들의 성적들이 그렇습니다.
<릴 온라인>을 만들 때도 느꼈던 점인데 클래스가 복잡하고 아이템 옵션이 많이 붙고, 시스템이 복잡해 질수록 게임에 투자되는 비용과 시간은 많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NHN게임스 입장에서는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게임을 준비해야만 했습니다.
TIG> 그렇다면, 한국에서 성공했고 개발에 따른 리스크가 적기 때문에 <R2>를 개발했다고 보면 되나요?
맞는 말이긴 합니다만, 대다수 사람들이 <리니지>의 성공 요인을 이야기할 때 시장 선점 효과 내지는 PK시스템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가 분석한 결과 <리니지>가 성공한 이유는 밸런스에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저희는 <릴 온라인> 때에 밸런스 문제로 머리가 아팠던만큼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 밸런스가 가장 좋은 게임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획팀과의 회의에서 "<리니지>가 가장 밸런스가 좋은 게임이다"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습니다. 이후 저희들은 <리니지> 역시 <로그라이크>나 <디아블로>같은 게임들을 참고했다는 점을 파악했고, 그 장점들을 모아 지금의 <R2>를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이외에도 저희는 현재 <리니지>가 국내에서 장수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고찰했으며 해답은 서비스라고 판단 내렸습니다. 그래서 앞서도 말씀 드렸듯이 저희는 서비스에 큰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R2>를 개발하게 된 이유를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김대일PD.
TIG> 인터뷰를 하다보니 느낀 점이지만, <R2>는 성공하기 위해 만들기 시작한 게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냉정한 이야기지만 한국에서는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이 정말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면서 먹고 살기 매우 힘듭니다. 탄탄하게 운영되는 게임 업체들은 많지 않습니다. 대다수의 개발자들이 힘들어 하고 있고, 월급이 제 때 나오지 않는 회사들도 허다합니다.
NHN게임스 역시 현실적인 판단을 해야 했습니다. 오죽하면, “<R2>가 성공하지 못하면, NHN게임스는 두 번 다시 MMORPG를 만들지 않을 것이다”라는 소문이 나돌았을까요. 저는 <라그나로크>를 성공시킨 다음 <그라나도 에스파다>를 개발한 김학규씨처럼 게임 개발에 임하고 싶습니다.
TIG> <R2> 이후에 개인적으로 만들어 보고 싶은 게임이 있나요?
당연히 있습니다. 최근에는 <스타워즈 엠파이어 엣 워>를 즐기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형태의 ‘땅따먹기’ 식 패키지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팀원들에게 농담 삼아 이야기 했더니 말리더군요. 설령 팀원들이 찬성해 준다고 해도 회사에서 만들라고 할지도 의문이지만요.(웃음)
기사를 보니, 한국에서 플레이스테이션2가 100만대 정도 팔렸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타이틀 하나가 10만장 팔리면 많이 팔리는 시장입니다. 그렇게 팔아서 개발비와 광고비 등을 빼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가 않습니다. 결국 악순환만 되풀이 되고 있는 거죠.
복사와 해적판이 넘치는 시장 속에서 한국 개발자들은 결국 살아 남기 위한 게임을 개발할 수 밖에 없습니다. 참고로 저는 해외 게임을 좋아하는데, 수입 대행 업체 사이트에 들어가 주문을 하는데 어떤 건 10만원 정도까지 하더군요.
우리나라 게임시장이 컸더라면 아마도 저는 앞서 말한 게임을 개발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TIG> 끝으로 인사말 부탁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우리 나라 개발자들이 MMORPG를 많이 만들고 계시지만, 원해서 만드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즐겁게 만들면서 살아 갈 수 있는 그런 시기가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날이 빨리 오기를 기다릴 뿐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