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콘솔 (게임기) 시대를 이끌었던 일본의 코어 유저들이 점점 PC 온라인게임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일본도 곧 PC 온라인의 황금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지난 16일 대구에서 개최된 제7회 KOG 게임세미나에 강연자로 참석한 일본 유명 개발자 히로시 하마가키 씨(오른쪽 사진)는 아케이드 → 콘솔 → 온라인으로 이어지는 흥미로운 이력을 갖고 있다.
하마가키 씨는 게임계에 입문한 뒤 세가에서 <행온> <애프터버너> <아웃런> 등 아케이드 게임 개발에 참여하면서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이후 1990년에는 뜻이 맞는 동료들과 함께 개발사 겐키를 설립하고 CEO로 취임해 <검호> <풍운막말전> <풍운신선조> 등의 콘솔게임을 개발해왔다.
그는 현재 겅호 온라인 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로 온라인게임 개발 및 퍼블리싱을 주력사업으로 하는 ‘겅호 모드’의 COO(Chief Operating Officer)로 활동하고 있다.
“Xbox 360은 모두가 예상했던 것처럼 거의 팔리지 않았고(37만대), PS3 역시 보급률이 너무 낮습니다(77만대). NDS의 경이적인 흥행과 Wii의 선전으로 겨우 버텨내고 있지만 결코 미래가 밝다고는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하마가키 씨의 설명에 따르면 콘솔게임이 몰락하면서 갈 곳을 잃은 기존 게이머들은 PC 온라인게임과 휴대용게임, 모바일게임으로 눈을 돌리고 있으며, 이중 하드코어 유저들은 대부분 PC온라인게임으로 흡수되고 있다.
“2005년에는 PS2와 Xbox가 전체 게임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PC 온라인게임, 모바일게임, 휴대용게임, 콘솔게임의 점유율이 비슷하게 나옵니다. 그런데 모바일게임과 휴대용게임은 주로 라이트 유저(여성, 고연령층)를 타깃으로 삼고 있죠. 그 많던 일본의 하드코어 유저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PC 온라인게임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요. 특히 패키지 게임만 즐겨온 사람들은 아이디 입력이나 클라이언트 다운로드, 인스톨 같은 기본적인 과정도 부담스러워 합니다. 브로드밴드나 PC방 보급률도 낮기 때문에 온라인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 자체가 정비되어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또, 라이트 유저가 많아지면서, 하드코어 유저와 라이트 유저가 모두 만족하는 게임을 제공해야 한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사실 ‘패키지 게임의 몰락 → 온라인 게임의 부흥’, ‘라이트 유저와 하드코어 유저 문제’ 등은 사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일본보다 한국이 먼저 겪었던 일이다. 그래서일까? 하마가키 씨는 일본의 PC 온라인게임 업계는 점점 한국을 닮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점점 닮아가요. MMORPG에서 캐주얼 게임으로, 정액제에서 부분유료화 방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복잡하고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게임보다는 간단하면서도 쉽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들이 인기를 얻고 있죠. 이런 추세는 세계적인 것 같네요.”
이어서 하마가키 씨는 PC 온라인게임의 미래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피력했다.
“일본에서는 온라인게임 속 PPL(제품 홍보)이 주목 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키 장비를 판매하는 회사라면, 온라인게임 포털의 사용자 DB를 이용해 스키에 관심 있는 유저를 추려낸 후 게임 중 스키에 관련된 광고를 제시하는 형태죠. 많은 대기업들이 온라인게임의 PPL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유저들은 점점 더 편리하면서도 사실적인 것을 추구하고 있다”고 전망한 하마가키 씨는 향후 웹 2.0을 이용해 다운로드 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 하나의 아바타로 여러 가지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게임, <세컨드 라이프>처럼 현실과 가상현실을 이어주는 게임이 많이 선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