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업계 8년차다.
그러게. 2000년 3월 4일에 설립했으니까 8년째다. 만으로 7년이 넘었다. 오래됐다.
그런데 8년이란 시간에 비해 게임이 별로 안 나왔다.
2년에 하나씩 나왔다. 2002년 <A3>, 2004년 <호버보드 ASDF>, 2006년 <마구마구>. 사실 독립 개발사 입장에서 전작이 ‘중박’이면 참 애매해진다. 왜냐고? 차기작 진행이 어려우니까.
<A3>는 오래된 게임이고, <호버보드>는 실패했는데 어떻게 지내왔나?
투자도 받고 이리저리 노력도 많이 했다. 지난 8년이 결코 쉽지 않았는데, 그러다 보니 열악한 환경이 답답했다. 마침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나 투자를 받게된 거다.
마음 맞는 사람이라면 전 CJ인터넷 방준혁 대표?
그렇다.
개발사로서 독립성 포기한 거 후회 안 하나?
안 한다. 직원들에게 많은 것, 좋은 환경을 주고 싶었다. 차기작 라인업도 계획적으로 꾸리고 싶었고. 덕분에 이젠 1년마다 신작이 나온다. 아싸~
좋겠군. 직원도 꽤 늘었겠다.
2005년 여름 인수 전에는 60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110명이다.
허걱, 2배 가까이 늘었네.
뭐 이거 갖고 놀라나. 앞으로 더 늘어날 텐데… 일단 약 120명 선에서 인원수를 조절해보려고 노력중이다.
그 많은 인원이 뭐하고 있을지 무척 궁금하다.
액션 MMORPG <오즈 크로니클>하고 <마구마구> 후속작 <차구차구>, <A3> 후속작 <A4>가 있다. 그리고… 또 FPS도 하나 하고 있다.
(번뜩!) 좀 자세히 말해달라.
성급하긴. 차기작은 뒤에서 나중에 얘기하자.
알았다. 그런데 아무리 모회사가 있어도 밥벌이는 해야 되지않나?
물론이다. 작년은 기대보다 어정쩡했고, 올해가 중요하다. 매달 손익 분기점을 넘겨야 안정되는데.
올해도 벌써 5월인데, 성적이?
아주 좋다. <마구마구> 4월 매출이 처음으로 10억은 넘길 것 같다. 4월 프로야구 개막에 맞춰 업데이트한 게 주효했다.
축하한다. 솔직히 작년엔 거니 작업장이 너무 성행하지 않았나.
이번 업데이트가 거니 가격 맞추고 재계약비 인하였는데 덕분에 게임 외부 거래가 많이 줄었다. 솔직히 업데이트는 신규 유저보다 현재 유저용이었고, 거니 증감량을 매일 체크하는데 매우 안정화됐다.
수치로 설명하자면?
<마구마구> 누적 회원수가 220만명인데 지금까지 작업장으로 간주해 막은 계정만 20만개다. 내부적으로 작업장을 걸러내는 로직을 만들어 잡아들이는데, 옛날엔 하루에 10억 거니씩 회수했던 게 요즘은 백만 단위로 줄어들었다.
오호… 진작 작년에 그렇게 잡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러게.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애니파크가 캐주얼게임을 제대로 서비스한 것이 <마구마구>가 처음이지 않았나. 차기작부터는 더 좋아질 거다.
매출은 좋고, 동시접속자는 어떤가?
뻥 안치고 요즘 주말마다 동접이 1,000명씩 늘어난다.
음… 믿겠다. 프로야구 개막의 영향인가.
프로야구 시즌 개막의 영향도 무시 못한다. 그리고 4월 업데이트도 좋았다. 업데이트는 3월에도 가능했는데 야구 개막에 맞추려고 일부러 참았다.
이제 슬슬 해외수출 타이밍인데.
<마구마구>가 7월에 대만에서 클베 들어간다. 야구가 국민 스포츠인 나라여서 많이 기대하고 있다. 대만야구위원회와 라이선스 계약도 맺어서 현지팀과 구장이 그대로 들어간다. 현지 퍼블리셔 대표의 친동생이 실제 야구중계 캐스터여서 직접 더빙도 할 것 같다. 재미있는 우연 아닌가? 현지 파트너가 열정적이라서 좋다.
야구 인기 국가 중심으로 나가는 건가?
일단 대만, 일본, 미국을 보고 있다. 미국은 도저히 메이저리그 라이선스를 따낼 수 없을 것 같고, 일본은 하늘이 두 쪽 나도 라이선스로 가고 싶다. 그런데 일본야구위원회 사람을 만났더니 초면에 “외국 게임엔 절대 라이선스를 주지 않는다”고 못을 박더라.
이런! 그래도 방법이 있지 않겠나.
현지 퍼블리셔와 잘 조율해서 풀어나가야 할 것 같다. 어쨌든 일본은 꼭 라이선스를 따내서 현지화를 멋지게 한 뒤에 진출할 거다. 거기 본토 야구게임들과 한 판 제대로 붙고 싶다.
좋은 결과 기대하겠다. 참, <마구마구> 콘솔로 안 만드나?
헉. 눈치챘나. 이건 좀 큰 얘긴데………
괜찮다. 시간 많다.
시간… 알았다. 장기적으로 애니파크도 콘솔을 해보려고 한다. 그런데 급하게 갈 생각은 없고, 마침 <마구마구>도 싱글플레이 모드가 다 붙었으니 휴대용 게임기로 이식해 보고 싶다.
닌텐도DS나 PSP로?
일단 둘 중 하나로 고민하고 있는데 아직 뭔가를 실제로 시작한 건 아니고, 차근차근 준비해서 꼭 하고 싶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단계다. 하긴 할거다.
그럼 나중에 PS3나 Xbox360도 한다는 얘기인가?
일단 목표는 그거다. 그런데 우리가 그쪽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게 아니라서 준비를 철저하게 해서 도전할 거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어쩌면 PS4 때 진출할지도 모른다.
건투를 빈다. 이제 미뤄둔 차기작 얘기를 할 때다.
기억력 좋네. 일단 <오즈 크로니클>이 차기작으로 가장 먼저 나올텐데 콤보나 전투액션에 초점을 맞춘 횡스크롤 MMORPG다. 서비스를 접었던 <호버보드 ASDF>를 만들었던 멤버들이 핵심이다.
일종의 재도전작인 셈인가?
그렇다. 게임 하나 망가졌다고 바로 나가야 되고 그런 거 싫다. 어차피 윗사람들도 같이 게임보고 서비스하자고 결정하지 않았나. 항상 새로 들어온 개발자들에게도 그저 포트폴리오 쌓고 거쳐가는 곳으로 애니파크를 생각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우와~ 직원들에 대한 신임이 두터워 보인다.
“책임지고 물러나겠다”는 말이 세상에서 제일 무책임한 말이다. 그렇게 말하면 나는 “더 잘해서 갚으면 된다”고 받아 친다.
일종의 ‘믿음의 야구’인가.
최소한 애니파크에서는 프로젝트가 엎어지는 일을 걱정하지 않고 일하게 하고 싶다.
그만큼 프로젝트 선정이 중요하지 않을까?
물론이다. 차기작 모두 2~3개월에 한 번씩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같이 고민한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GO? STOP?’을 진지하게 고민한다. 그걸 해당 개발팀과 같이 해나가는 거지.
<오즈> 보니까 전투 동작이나 소셜액션이 눈에 띈다.
<A3>를 만들 때는 환경이 열악해서 그래픽 쪽으로 아쉬운 게 많았다. 그래서 <오즈>에서는 액션과 연출, 두 가지를 강조했다. 애니파크도 <마구마구>를 기점으로 비주얼 면에서도 그렇게 빠지지 않는 개발사가 된 것 같다.
그런데 <오즈> 타깃층이 어떻게 되나?
일단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생이 메인 타깃이고 고등학생, 대학생도 충분히 할만할 게임이다. 서로 업어주거나, 쌍방향 소셜액션을 하고 걸터 앉아 이야기도 하는 등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을 많이 썼다.
<오즈>의 흥행전망을 소심하게 예상한다면.
약간 소심하게 이야기하자면, 중간은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게… 요즘 어디를 가나 “저희는 ‘중간’, ‘중박’ 정도면 됩니다”라고 하더라. 도무지 대박을 치겠다는 곳이 없다. 시장이 그렇게 만든 건가, 업계가 겸손해 진건가?
아무래도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시장이고, 호언장담하기 힘든, 그런 시대이지 않나.
그래서 <오즈>는 정말 욕심이 없다?
못해도 중간 이상은 갈 거 같다는 거고, 일단 경쟁력 인정받고 돈 잘 벌었으면 좋겠다. <마구마구>보다 더 잘 벌어야 되지 않을까? 어떻게 생각하나.
RPG니까 돈 잘 벌어야 한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편견일 수 있다.
흐음…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런데 <오즈>는 진짜 준비 많이 했다.
서비스 일정은 좀 잡혔나?
일단 애니파크 내부 목표는 6~7월 클베, 8월 오픈베타, 9월 상용화다.
가능하겠나. <마구마구>도 오픈베타를 6개월 이상 미룬 전력이 있는데.
헉, 아픈 곳을. 그래도 잘 되고 있는데… 아무튼 그래서 아예 공개 시점이나 일정도 준비해 놓고 잡은 거다. 이런 일정으로 준비해야 힘 있게 달릴 수 있다.
<차구차구> 얘기 좀 해보자. 궁금하다.
지금 한 50% 구현됐고 8월에 내부 테스트, 11월에 외부 (게임정보) 공개가 목표다.
<마구마구> 캐릭터가 그대로 넘어갔나?
배만 좀 집어넣고 축구에 맞게 바뀌긴 했지만 근본은 같다. 형제 게임이라는 느낌은 확실히 받을 수 있을 거다. 그림은 참 예쁘게 나오고 있는데, 요즘 축구게임 자체에 대한 고민이 많다.
고민은 같이 하면 좀 낫다던데…
일단 이거다. 국내에서 온라인 축구게임이 잘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피파 온라인>처럼 1대 1 중심이어야 하나? 그래서 인공지능을 넣어야 할까? 어려운 문제다.
흐음… 그건 풋살을 선택한 이유가 달라서이지 않을까? 인터뷰해보면 대부분이 <프리스타일>처럼 캐릭터도 살리고 상용화 모델도 쉽고, 무엇보다 11 대 11 구현이 어려우니까, 풋살을 선택한다던데. 그래서 정말 재미있는 축구가 나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금까지 나온 풋살게임은 틀과 규칙을 만들어 놓고 게임 플레이와 내용 채우기는 전적으로 유저에게 맡기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과연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그래서 애니파크 내부적으로 요즘 가장 많이 고민하고 있는 게임이 <차구차구>다.
혹시 흥행 가능성이 낮다고 해도 만들건가?
그렇다. 웰메이드 축구 게임을 반드시 만들어내고 싶다. 포기하고, 건너뛰고 가고 싶지 않다. 전세계 축구게임 시장이 기다리고 있지 않나. 완성도 있는 축구게임으로 인정받는 게 최우선 목표다. 제대로 안 나오면 절대 안 낼 거다.
제대로 나오길 기대하겠다. 그리고 FPS게임, 올해 거의 쓰나미급으로 몰아치는데 애니파크도 만든다니 솔직히 의외다.
작년 말부터 개발을 시작했고 프로젝트명은 <그라운드 제로>다. 주피터 EX 엔진을 썼고 지금 프로그래밍이 먼저 치고 나가면서 기획, 그래픽이 열심히 쫓아가고 있다.
뭔가 승산이 있으니까 시작한 거라고 믿고 싶다.
솔직히 FPS게임은 뭔가 특별한 것을 추구하기 보다 속을 잘 채우고 어떻게 포인트를 잡아서 선보이는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라운드 제로>는 바이오닉 종족 대 메카닉 종족의 대결을 그릴 예정이다. 내년 여름쯤 나올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자~ 이제 <A4>로 넘어왔다.
지금 메인 기획은 다 나왔고, 종족 컨셉 원화, 초기 모델링 등등 하고 있다. 언리얼 엔진 3로 개발하고 있다.
언리얼 엔진 3! 그렇다면 ‘대작’ 사이즈의 투자와 개발기간이 필요하지 않나?
맞다. 게임 규모가 크다. 게임 월드는 존 방식이 아닌 ‘심리스’(Seamless)고 26km X 26km로 굉장히 넓다.
<A4> 시스템의 디자인 방향은 ‘익숙함’인가, ‘새로움’인가?
<A3> <마구마구>를 만들었던 권민관 이사가 <A4>로 자리를 옮겼는데, 피해가서는 답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무조건 정면 돌파할 생각이다. 그래서 ‘RPG 기본재미의 집대성’과 ‘새로운 시도’ 두 가지를 모두 병행한다.
시간이 꽤 걸리겠다. 언제 나오나?
이르면 2008년 말, 넉넉하게 안정적으로 말하자면 2009년에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A3>처럼 성인용 컨셉인가?
아니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MMORPG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애니파크의 시작은 <A3>, 정통 MMORPG였다. <A4>를 통해 정통 RPG를 잊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그러고 보니 창립 10주년에 맞춰서 <A4>가 나오게 된다.
어? 그러고 보니까 그렇다.
잘 됐다. 10주년을 2년 앞둔 이 시점에서 포부를 밝히자면.
앞으로 노력해서 게임 개발부터 서비스, 운영, 수출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질 수 있는 완전한 게임회사로 애니파크를 키워나가겠다. 즐겁고 치열하게 게임 만들겠다.
기대하겠다. 시간 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