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관련 연구 활동으로 유명한 중앙대학교 위정현 교수. 그가 이번엔 ‘디지털 콘텐츠 패러다임의 혁명적 변화를 상징하는 가상현실 비즈니스에 대한 전략적 접근과 심층적 이해를 통해 한국 온라인 게임 산업의 혁신적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포럼’(헉헉...힘들다)을 개최한다고 합니다. 이에 대한 내용이 궁금해진 이터비아, 직접 위정현 교수를 찾아가 봤습니다. / 여태까지 DMC가 건물 하나인 줄 알고 있었던 이터비아
오는 31일 열릴 예정인 ‘가상현실 비즈니스와 차세대 UCC 전략’ 포럼은 사단법인 콘텐츠경영연구소가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포럼의 핵심에는 중앙대학교 위정현 교수가 있는데요. 어떤 내용으로 이번 포럼을 진행할 예정인지 물어봤습니다.
"먼저 가상현실 비즈니스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고 어떤 문제가 있고 이런 콘텐츠 개발이 과연 가능한가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합니다."
"그리고 문화관광부 이영렬 게임산업팀장이 정부 측에서 <세컨드 라이프>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지 들어보려고 합니다. <세컨드 라이프>의 개발사인 린든랩의 윤진수 부사장도 이번 포럼에 참가해 <세컨드 라이프> 경험과 향후 전략에 대해 설명합니다."
"XL게임즈 송재경 대표는 개발자의 입장에서 가상현실 비즈니스를 어떻게 게임 요소에 반영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얘기와 각각의 게임 요소에 대해 설명하고 이것을 어떻게 게임에 반영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발표할 계획입니다. KT 콘텐츠사업담당 이치형 상무는 통신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 <세컨드 라이프> 모델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대해 설명할 예정입니다."
이번 포럼은 가상현실 비즈니스에 대한 첫 토론입니다. 게다가 각 분야에서 일가견이 있는 분들이 패널로 등장하기 때문에 흥미로울 듯한데요.
이번 포럼에서 전면으로 내세운 게임이 바로 린든랩의 <세컨드 라이프>입니다. 3D 온라인 가상 세계인 <세컨드 라이프>를 가상현실 비즈니스의 성공 사례로 꼽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번 포럼의 핵심 소재가 되는 <세컨드 라이프>의 스크린샷.
"상업적으로도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미 많은 유저들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죠. 온라인 게임은 다양한 형태의 비즈니스 플랫폼입니다. 2003년 제 논문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온라인 게임은 게임이 아니라 서비스 플랫폼이에요. 게임이라고 말하는 순간 엄청난 잠재성을 없애버리는 것입니다."
"<세컨드 라이프>의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예를 들어 부동산 판매 모델)도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이미 기존 다른 게임에서도 시도했던 것이죠. 하지만 국내 게임 업체는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시도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세컨드 라이프>는 개방성 서비스로 유저에게 모든 권한을 줍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온라인 게임은 유저에게 권한을 주지 않죠. 천양지차라고 해야 할까요?"
그리고 위 교수는 온라인 게임에서의 마지막 승부는 기획과 철학의 차이에서 온다고 말합니다. 그 승부에서 승리해 한국에 정착한 것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라고 하는데요. 이에 대한 예를 위 교수는 애니메이션에서 들었습니다.
"‘원더풀 데이즈’의 예를 들어보죠. 이 만화를 보고 관객의 대부분이 마지막에 좌절하는 것은 ‘그래서 저게 무슨 얘기야?’라는 것입니다. 기획력 부족이라는 거죠. 애니메이션 만드는데 150억원을 투자해서 만들어놨더니 ‘마지막에 결론이 뭐지?’라는 말을 듣다니요."
"그 반대의 예로 ‘짱구는 못말려’와 ‘아따맘마’를 들 수 있습니다. 이 애니메이션은 일본에 있던 시절 4살배기 딸과 아주 즐겨본 애니메이션인데요. 어린 딸과 대학 교수가 함께 볼 수 있는 콘텐츠의 위력은 아주 어마어마한 겁니다. 당시 집사람이 말하길, 밥 먹으러 오지도 않고 열중해서 보는데 서로 웃는 포인트가 달랐다라는 거에요."
"일본에서는 그 하나하나의 장면을 만들기 위해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래픽은 아무것도 아니죠. 두 만화를 보세요. 얼마나 그림을 단순하게 그리는데요. 그런 걸 생각하면 정말 뜨끔합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을 보면 미야자키 하야오가 제작하는 화려한 그래픽과 스토리 전개, 철학이 있는 대작도 있는 반면 그래픽과 음악에는 돈 별로 안들이고도 스토리 전개로 성공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이것도 저것도 아니에요. 한국에는 <WOW>같은 게임도 안보이고 <세컨드 라이프>같은 게임도 안 보입니다. 상당수의 RPG가 <리니지>형 게임입니다. 개발의 영역에서 <WOW>의 펀치를 맞았다면 기획과 비즈니스 영역에서 <세컨드 라이프>의 펀치를 맞는 것입니다."
"이제는 우리의 게임 영역에 기획과 비즈니스를 어떻게 반영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문제는 단기간에 컨트롤하기가 쉽지 않아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죠. 한국은 그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합니다. 그것이 이번 포럼을 기획한 의도라고 할 수 있죠."
자, 여기까지 위 교수가 말하는 가상현실 비즈니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그렇다면 다음 주제인 차세대 UCC 전략은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온라인 게임이 개방형으로 가야한다는 메시지입니다. 한국의 온라인 게임에서 유저들을 끌어들인다는 것은 유저들의 아이디어나 디자인을 반영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데 그것을 넘어 과감하게 유저들에게 개방해야 한다는 겁니다. 물론 이 부분은 저작권 문제와 맞물립니다. 또한 이것은 아이템 문제와도 맞물리죠. 게임 아이템과 저작권, <세컨드 라이프>가 모두 별개의 문제 같지만 동일한 문제에요."
"우리나라 유저들은 게임 내 내용물의 저작권을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게임 내 저작권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고 여러 가지 많은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죠. 그래서 타협하는 게 필요한 겁니다. 좀 더 많은 권한을 주는 모델이 필요한 거죠. 예를 들면 <리니지>에서의 군주는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 성 안의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는 권한도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개발자들이 힘들어하는데다가 좋아하지 않아요. 자신들의 개발영역을 고수하려고 들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의 비즈니스 다양성은 약화됩니다."
"제품들이 시장에서 경쟁을 하다 보면 서로 닮아 가는데 이는 온라인 게임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상대방의 좋은 점들을 도입하다 보면 서로 비슷해지죠. 그게 캐주얼 게임에서는 그 부분을 어느 정도 돌파했다고 봅니다. 이는 높은 성과이고 자부심을 가져야 하죠. 글로벌로 나가기 위한 게임을 만드는데 흉내를 내서는 안 되며 철학이 담겨져 있어야 합니다. 왜 일본 애니메이션이 ‘저패니메이션’이라고 일컬어지며 뻗어나가는지 알아야 해요."
위 교수는 대화 내내 기획에 대한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최근 붐(?)이 일고 있는 한국의 개발력과 일본의 기획력이 만나 만들어지는 게임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그것은 현실적으로 양자가 가지고 있는 역량이 그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서로가 만나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죠. 반대로 한국의 기획력과 일본의 개발력이 만나면 어떻게 될까요? 최악이겠죠. 하지만 이렇게 서로의 장점이 합쳐지는 상황이 계속되면 장기적으로 일본이 유리합니다. 왜냐면 게임의 승부는 결국 기획에서 나오거든요. 개발은 중국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중국 업체 중에서도 아웃소싱 전문 업체가 등장하고 있어요. 중국에서 치고 올라오면 일본은 자연스럽게 중국으로 넘어가버릴 겁니다."
"이런 현상은 이미 애니메이션에서도 똑같이 나타났어요. 한국이 OEM시장에서 안주하다가 독자 역량을 갖출 정도가 되니까 비용이 올라가고 그에 따라 OEM을 중국으로 넘겨버렸죠. 그 때가 되더라도 우리가 독자적인 기획력을 가지고 있을까요? 온라인 게임 업체들은 애니메이션 산업의 교훈을 배워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게임 업체나 개발자분들 공부를 너무 안하는 것 같아요. 위의 얘기는 불과 10~15년 전 얘깁니다."
'그리고 온라인게임 산업이 한국인의 정서에 맞다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온라인게임 산업이 성장했던 과거를 보면 다양한 변수가 우연히 조합돼 만들어진 산업이에요. 정부는 온라인 게임을 모르고 초고속 통신망 사업을 시작했어요. 정부의 ADSL 정책과 온라인 게임 산업이 결합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미래를 진지하고 조심스럽게 봐야 하는데 많은 온라인게임 업체들이 방심하고 있는 듯합니다."
"최근 들어 미국산 콘텐츠의 압박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여태까지 이런 적은 없었어요"라고 말하는 위 교수. 저도 2004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컨텐츠가 압도적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양상이 달라지고 있죠. 위 교수는 ‘역사는 준비되지 않는 자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말로 대화를 마쳤습니다.
[안내] ‘가상현실 비즈니스와 차세대 UCC 전략 포럼’ 개최
콘텐츠경영연구소는 새로운 온라인게임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토론하는 포럼을 개최합니다.
- 일시 : 2007년 5월 31일 목요일 오후 3시~오후 6시
- 장소 : 건설공제회관 2층 중회의실
- 포럼 구성(아래 명단 참고)
순번 |
발표 및 토론자 |
내용 |
1 |
위정현 (콘텐츠경영연구소 소장) |
<세컨드 라이프>를 통해 본 향후 UCC 전략 |
2 |
이영렬 (문화관광부 게임산업팀장) |
정부측의 가상현실 비즈니스 전략 |
3 |
윤진수 (린든랩 부사장) |
<세컨드 라이프> 개발 및 서비스 경험과 향후 전략 |
4 |
송재경 (XL게임즈 대표) |
개발자 시선의 가상현실 모델의 탐색 |
5 |
이치형 (KT 콘텐츠사업담당 상무) |
ISP의 입장에서 본 가상현실 접근 전략 |
6 |
질의 응답 |
질의 응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