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의 국내 게임 개발 업체가 가까우면서도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나라가 한 곳 있습니다. 바로 중국인데요. 사실 중국은 2000년 대에 들어서며 한국 온라인 게임 개발 업체에게는 기회의 땅처럼 여겨진 곳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본과 미국 등 해외 온라인게임들의 시장 진입으로 경쟁이 심해진 곳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신생 개발업체들의 경우 기회만 된다면 어떻게 해서든 중국 진출을 꿈꾸는데요. 디스이즈게임은 <헬게이트: 런던> 아시아 런칭 파티에서 한 인물을 만나 중국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바로 중국 최대 퍼블리셔 더나인의 자회사인 나인시티아시아 CEO로 일하고 있는 박순우 씨였습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가 말하는 성공적인 중국진출을 위한 몇 가지 팁을 들어 보시죠. /디스이즈게임
TIG> 한빛소프트에서 더나인으로 직장을 옮긴 후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
보시다시피 잘 지내고 있다. 지금은 더나인에서 <헬게이트: 런던>의 총책임을 맡고 있으며, 주로 회사 전략에 대한 업무를 보고 있다.
TIG>최근 T3엔터테인먼트의 캐주얼게임인 <오디션2> 중국 판권을 확보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더나인의 전략은 해외의 좋은 게임을 사가지고 와서 중국에서 잘 서비스하는 것이다. 어떤 게임을 가지고 와야 되는지에 대해선 항상 경영진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T3엔터테인먼트를 찾아 가게 된 그날도 더나인 대표와 회사 식당에서 점심을 먹다가 우연찮게 중국에서 잘 되고 있는 <카트라이더>, <오디션>급 게임을 서비스해야 되지 않을까라는 이야기에서 일이 급진전된 케이스다.
식사가 끝난 후 <오디션2>가 개발중인 사실도 모른 채 T3엔터테인먼트에 전화를 걸어 비행기를 타고 날라갔다. 그저 좋은 게임이 없나 싶어서 찾아간 것이었다. 처음에는 T3엔터테인먼트에서 <오디션2>가 있음에도 관련된 이야기를 전혀 하지를 않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 “사실은 <오디션 2>가 있어요”라고 해서 바로 계약을 진행하게 됐다.(웃음)
TIG> <오디션2> 판권을 가져오기 위해 협상하는 과정에서 경쟁이 심했다고 들었다.
<오디션2> 협상을 시작했는데, 이를 알아 챈 중국 업체들이 여럿 끼어 들었다. 보안을 유지하면서 진행하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다행이 T3엔터테인먼트 측에서 우리가 제안했던 조건을 흔쾌히 받아들여서 계약을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더 좋은 조건을 제시했던 업체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서로 합리적인 선에서 조건을 제시했고 신뢰가 바탕이 되었기에 결실을 맺었다고 생각한다.
TIG> 계약을 진행하며 해프닝은 없었나?
한창 계약서를 마무리하는 도중에 중국의 킹소프트가 <오디션2>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중국의 한 매체를 통해 나간 적이 있다. 알고 보니 오보였다.(웃음) 물론 그 기사를 접하자마자 바로 T3엔터테인먼트에 전화를 걸어 확인을 했던 기억이 난다.
TIG> 이번 질문은 아마도 이 기사를 보는 독자들중 신생 개발사 관계자들이 가장 궁금해 할 내용인 것 같다. 더나인이 게임을 보는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가까운 예로 <오디션2>의 경우 게임을 보지도 않고 계약을 했다. 이에 대해 경솔하다거나 무식하다고 표현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해당 개발사를 보면 다음 게임에 대한 믿음이라는 것이 생기기 마련이다.
중국에서 분명 <오디션>은 엄청난 히트를 쳤다. 그리고 개발사의 상황을 들여다 보니 그에 걸맞게 개발진이 꾸려져 있었다. 더나인 입장에서는 당장 서비스할 수 있는 게임을 찾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그들이 만들었던 전작과 그들의 회사 사정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다.
TIG> 그렇다면 해당 게임이 한국에 나오기도 전에 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온라인게임이란 것은 분명 상용화 단계와 개발 단계의 버전이 확연이 다르다. 더나인은 관심있는 한국 게임의 테스트가 진행될 때에 최대한 관심을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게임을 테스트하는 와중에 크고 작은 일들이 벌어지기 마련인데 그런 소식을 접하게 되면 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웃음)
TIG> 최근 들어 중국도 온라인게임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었다고 들었다.
현재 중국은 미국과 비슷한 상황이다. 준비되지 않은 게임은 첫 날에 망가진다. 해커들도 많고 새롭게 런칭되는 게임들도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 게임이 많다 보니 당연히 유저들의 눈높이도 높다. 한국 같은 경우 클로즈베타테스트 때의 버그나 렉은 유저들이 어느 정도 감안해주지만 중국의 경우는 용서 받지 못한다.
TIG> 중국 진출을 검토중인 신생 업체에게 조언을 부탁한다.
첫째, 게임이 완성도에 자신이 있을 때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로열티 높은 유저를 제외하고는 일일이 버그 리포트 해주는 착한 유저들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세계 어느 시장이나 마찬가지지만 어떻게 해서든 치명적인 버그와 해킹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한 후 수출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
둘째, 중국 사정을 정확히 파악하고 파트너를 선정해야 한다. 중국의 경우 지리적 특성상 1급지, 2급지, 3급지로 인터넷 인프라에 따른 구역이 나뉘어져 있다. 이에 대한 정보가 확보된 곳이 좋다. 또한 상해의 경우 도시가 발전한 만큼 회선 속도가 빠른 편이다. 하지만 중국 전체를 보았을 때에는 PC 몇 대 나두고 빨래줄이 걸려 있으면서 PC방이라고 하는 곳이 훨씬 많다. 즉, PC사양이나 네트웍 사양 등이 천차만별인데 이러한 부분을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특히 남쪽과 북쪽으로 나뉜 통신사에 대한 기술적인 부분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TIG> 신생 업체가 쉽게 중국 진출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혹시라도 ‘사기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하는 우려 때문이다.
신생 업체의 경우 중국 진출 시 최대한 안전하게 진행하는 방법이 있다면?
중국이기 때문에 사기나 해킹이 많다는 생각은 고정관념인 것 같다. 조언을 하자면, 파트너사가 될 가능성이 있는 그 회사와 사람을 파악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리고 중국의 여러 업체들 중에서도 이미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 업체랑 하면 상대적으로 위험은 줄어든다.
최근 한국에서도 자본금 또는 기존 인지도를 활용해 퍼블리셔 사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 중국에도 이런 회사가 꽤 있다.
문제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일단 게임을 하나 잡아 놓고 투자를 받아서 사업을 전개한다는 점이다. 이런 중국 업체는 조심해야 한다
TIG> 한국 게임의 판권을 확보한 후 그 것을 포트폴리오 삼아 투자를 받는 중국회사가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 분명 겉으로 보기에는 괜찮았고 제대로 된 신생 회사였다. 막상 계약을 맺고 초기 금액까지 지급 받아 중국 서비스를 준비했는데, 이후 그 회사가 투자를 받지 못해 본인들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서비스를 중지해야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TIG>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그와 같은 업체를 구별해야 하나?
앞서 이야기했듯이 중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다. 최대한 중국에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있는 회사인지, 회사 경영진은 어떤 사람들인지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즉 해당 회사가 재정적으로 튼튼한지, 신생 회사일 경우 그 경영진과 실무진이 관련 사업에 어느 정도 정통한 지를 파악하고 중국 진출을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