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이즈게임은 블리자드의 해외마케팅 및 내부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폴 샘즈 부사장 그리고 마이크모하임 대표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WOW>의 성공적인 런칭 후 힘들었던 오랜 개발기간을 회고한 두 대표는 개발기간 있었던 해프닝과 게임업계에 돌고 있는 수많은 루머에 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TIG> <WOW> 런칭 이후 1년여의 시간이 지났다. <WOW>의 개발 역시 5년 이상의 매우 오랜 기간이 걸렸는데, 적지 않은 개발기간동안 많은 위기가 있었을 듯한데?
폴 샘즈> 정말 오랜 개발기간이었다(웃음). 왜 위기가 없었겠는가? 비용충당문제 등 여러가지 문제가 많았지만 가장 두려웠던 것은 이러한 거대한 규모의 스케일을 우리가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었다. <WOW> 자체가 지금껏 만들어온 게임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규모이거니와 인원문제에서부터 비용까지 수많은 문제들이 우릴 두렵게 했다. ‘우리가 과연 옳은 길을 가고 있는 것일까?’ 수 차례 의문을 던졌다. 되돌아보면 이러한 질문이 지금의 우릴 있게 했던 것 같다.
TIG> 실질적으로 <WOW> 개발에 참여한 인원은 몇 명 정도였는가? 비용이 어느 정도 들었는지도 궁금하다.
폴 샘즈> 실질적으로 직접 개발에 참여한 인원은 약 60명에서 65명 정도였다. 하지만 <WOW> 개발의 마무리는 핵심개발진 외에도 수많은 인원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음향이라든가 시청각효과를 담당한 인원만 20여명이 넘었고 이 외에도 비즈니스업무와 서버, 네트웍 등 여러 인원을 포함하면 수백명에 가까운 인원이 개발에 참여했다. 개발비용에 대해서는 모회사인 비벤디유니버셜의 계약관계 때문에 밝힐 순 없지만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게임 역사상 최고의 비용이 들었다는 사실이다.
TIG> <WOW>로 벌어들인 수익이 만만치 않을 듯 한데, 향후에도 MMORPG 개발에 초점을 맞춰나갈 것인지 묻고 싶다.
폴 샘즈> 물론 <WOW> 매출은 블리자드 설립 사상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껏 블리자드가 벌이들인 매출보다 <WOW> 수익이 상회하는 수준일 정도니 말이다. 발매 1년이 안된 시기에 이 정도의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었던 건 역시 상당한 행운이 따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MMORPG가 많은 수익을 벌어들였다고 해서 향후 개발방향에도 MMORPG에 초점을 맞춰나간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블리자드의 중심축을 마련해온 것은 워크래프트를 필두로 한 실시간전략시뮬레이션 장르였으며 이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TIG> <WOW> 발매 이후 북미에서도 <WOW> 컨텐츠의 현거래 문제에 대한 수많은 문제들이 떠오르고 있다.
폴 샘즈> 정말 골치 아픈 일이다. 이전에도 그랬고 향후에도 그럴 일이지만 블리자드는 현금거래에 완전히 반대입장을 취하고 있다. 게임 내에서 유저들끼리 경제활동을 벌이는 일 자체는 MMORPG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만 현금거래라는 암적인 부작용을 초래하는 것에 대해서는 블리자드 내부에서도 모두 상당한 반감을 갖고 있다.
귀속시스템을 게임 내에 삽입한 1차적인 이유도 현금거래를 막기 위했던 것이고 조만간 현금거래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방침을 내놓을 계획이기도 하다. 대응방식 또한 지금껏 취해온 것과 비교도 안되는 강경한 수준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지금 단계에서 밝히긴 어렵다.
TIG> 최근 북미로 진출하는 한국게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폴 샘즈> 언제나처럼 주시하고 있다. 특히 눈여겨볼만한 기업은 엔씨소프트로 <리니지 2>와 <리니지> 모두 북미에서도 적잖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TIG> 한국에서의 <WOW>는 어느정도 위치라고 판단하는가?
마이크 모하임> 만족스럽긴 하지만 우리의 최종적인 목표는 모든 나라에서 우리의 게임이 No.1을 차지하는 것이다.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한 온라인게임(리니지)에 이어 두 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언젠간 No.1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최종적인 목표는 한국에서도 No.1 차지해야 달성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TIG> <WOW>가 Xbox360으로 발매될 것이라는 소문이 이곳 저곳에서 나오고 있다. Xbox360용 <WOW> 발매에 대해 계속 부인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계획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겠는가? 차세대게임기용 온라인게임 개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폴 샘즈> 이 자리를 빌어 말씀 드리지만 Xbox360용 <WOW> 개발이나 발매에 관련된 사실은 완전히 루머다. 물론 차세대게임기가 매력적이긴 하나 현재 시점에서 블리자드가 차세대게임기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것은 시기상조가 아닐까 생각한다.
마이크 모하임> 하지만 이것이 블리자드가 차세대게임기시장을 무시한다는 뜻은 아니다. 때문에 콘솔게임전문개발사인 스윙에이프스튜디오를 블리자드 내부로 영입해 ‘블리자드 콘솔’팀을 운영하고 있으며 향후 차세대게임기용 타이틀을 선보일 계획도 있다. 하지만 이것인 MMORPG가 될지, 단독 타이틀이 될지는 말씀드리기 어렵다. 물론 블리자드는 PC용 게임개발이 중추다.
TIG> 최근 1년여간 많은 핵심인력들이 블리자드를 떠났다.
마이크 모하임> 그 점은 우리도 정말 슬프고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회사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겪을 수 밖에 없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높은 역량을 가진 개발자들이 빠지긴 했지만 또 다른 개발자들을 끊임없이 영입하고 있기 때문에 블리자드의 시스템이 유지되는 한 지금껏 선보여온 타이틀과 마찬가지로 최고의 게임을 선보이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
TIG> 소니온라인엔터테인먼트의 에버퀘스트 팀 등 다른 온라인게임개발사들의 개발인력이 블리자드로 계속 영입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이 블리자드에서 맡게 된 분야는 어떤 것인가?
폴 샘즈> 최근 많은 개발인력을 흡수한 것은 맞다. 대부분의 인력은 <WOW> 개발팀 내부로 배치됐다.
TIG> 현재 블리자드 내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의 개수는 총 몇 개인지, 또 언제쯤 이 타이틀들을 보게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폴 샘즈&마이크 모하임> 네 개의 타이틀을 개발 중이다. 2006년경 한 개 이상의 타이틀을 대중들에게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TIG> 블리자드의 일하는 분위기와 방식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폴 샘즈> 우린 팀을 총괄하는 매니저가 개발자들에게 절대 ‘일’을 종용하지 않는다. 본인들이 스스로 창조력을 발휘해 자신이 맡은 바 책임지고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에 가장 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정도 중요하지만 본인이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니라면 언제든 일정을 뒤집어 다시 개발할 수 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는 수준을 위해 본인이 노력하는 환경이 마련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때문에 블리자드는 여가활동지원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철저히 팀단위로 분리된 블리자드는 각 팀 별로 주어지는 여가활동지원이 모두 성격을 달리 한다. 가령 시네마틱 영상을 만드는 팀에겐 영화나 미술전시회를 관람하는 것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식이다.
TIG> 최근 많은 개발사들이 ECTS나 E3, TGS 등 이른바 3대 게임쇼로 알려진 발표회보다는 자체적인 행사를 개최해 자신들의 신작을 발표하는 추세로 변해가는 모습이다. 블리자드 역시 2001년 이후부터 대형게임쇼의 신작 발표가 없었다고 볼 수 있는데 블리즈컨과 같은 자체행사를 빌어 신작 발표가 이뤄지는 것인지 궁금하다.
마이크 모하임> 꼭 그렇지만은 않다. 블리즈컨은 지금껏 블리자드의 자체행사가 없었던 것에 대한 일종의 보상이자 게이머들을 위한 축제라고 할 수 있다. 2001년 이후 게임쇼에서 블리자드의 신작발표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만드는 게임이 공개할 시기가 됐냐는 것이다. 물론 개발 중인 게임을 단순히 시연하는 정도라면 충분히 참여가 가능하겠지만 우리가 만족할만한 수준이 안됐는데, 게임을 내놓는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것 아니겠는가. 블리자드의 방침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