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디스이즈게임은 특별한 게임 회사를 취재했습니다. 창의적 플레이로 유명했던, <길드워> 세계 챔피언 '더라스트프라이드' 멤버들이 주축인 게임개발사 엔젤게임즈였죠.
[길드워&엔젤게임즈] ① 길드워 챔피언은 어떻게 모바일게임 개발 스타트업이 됐을까?
[길드워&엔젤게임즈] ② 길드워 챔피언이 뭉친 게임회사 '엔젤게임즈' 이야기[길드워&엔젤게임즈] ③ 엔젤게임즈가 꿈꾸는 보드 위 익사이팅한 배틀 '모두의 탑'
당시 그들은 '보드 기반의 배틀 RPG' <모두의 탑> 개발 막바지였습니다. 기사가 나온 뒤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길드워> 세계 챔피언으로 구성된 개발팀과 그들의 비전, 게임의 콘셉트과 그래픽 등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죠. 그해 4분기 출시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그후 <모두의 탑>에 대한 소식은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모바일게임 생태계의 급격한 변화와 함께 험난한 여정에 들어갔기 때문이죠.
2년 6개월이 지났습니다. <모두의 탑>은 2017년 1월 23일 <로드오브다이스>로 이름을 바꿔 국내 론칭 예정입니다. CBT 반응은 이례적으로 뜨겁습니다. 모바일게임 생태계의 거친 풍랑을 헤치며, <로드오브다이스> 국내 론칭을 앞둔 엔젤게임즈의 파란만장한 사연을 소개합니다. /디스이즈게임 시몬
# 일본 인기게임 순위 6위에 오르다
주간 구글 인기순위 6위. 하루 매출 500만 엔(약 6,000만원), 재접속률 60%.
2016년 6월 다섯째 주 성과였다. 6월 16일 일본에서 소프트론칭한, 엔젤게임즈의 <에라키스>는 가파르게 도약했다. 20명도 안 되는 지방 개발사에게는 엄청난 성과였다.
유저의 반응도 좋았다. 게임성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한국에 비해 다양성이 유지되는 일본 시장이었지만, 대형 IP에 의존해 기존 성공 패턴을 반복하는 경향이 심해지던 시기였다. 처음 접하는 플레이 방식, 새로운 장르가 어필할 수 있었다.
TCG(트레이딩카드게임)가 성행하는 일본이었지만, 캐릭터의 매력이 잘 살려진 <에라키스>의 아트워크도 경쟁력이 있었다. 특히 몬스터에서 인간으로 진화하는 시스템에 많은 콜렉터들이 놀라워했다.
회사 창립 3년 만의 값진 성과였다. 론칭 전 개발팀은 걱정이 많았다. RPG에 주로 관심을 보였던 한국 퍼블리셔는 엔젤게임즈를 외면했다. 장르적 한계를 걱정했고, 성공에 물음표를 던졌다. 한국 서비스는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개발팀은 게임성에 자신있었다. 하지만, 이런 반복된 피드백은 불안감을 주기 충분했다. 3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런 까닭에 일본의 성과는 숫자, 그 이상을 의미했다. 그들의 도전이, 게임의 방향이 틀리지 않았음이 확인됐다. 개발팀 모두 다시 용기를 얻었다.
# <에라키스> 갑작스럽게 추락하다
기쁨의 유효기간은 짧았다. 7월 둘째 주부터 4점이 넘던 평점은 급격히 떨어졌다. 높은 인기순위에 오른 뒤, 수많은 유저들이 달려들었다. 그중에는 플레이가 원활하지 않은 사양 낮은 휴대폰 사용자도 꽤 있었다. 1점짜리 별점과 악평이 줄줄이 매달렸다. 예정됐던 '피처드'도 무산됐다.
첫 게임 출시였다. 그것도 해외였다. 경험 부족이었다. 기기 테스트 때 발견할 수 없었던 문제가 실제 유저들에게서 발생했다. 엔젤게임즈는 양자택일의 상황에 놓였다. 업데이트냐 문제 수정이냐. 초반 성과에 고무된 개발사는 욕심을 부렸다. <세븐나이츠>와 <서머너즈 워>와 함께 '일본 시장 한국 게임 삼총사' 반열에 오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모든 문제를 클리어해야 했다. 악수였다.
낮아진 평점 탓에 신규 유저 유입이 멈췄다. 업데이트가 늦어지자 기존 유저도 빠져나갔다. 그 사이 문제들은 모두 해결됐다. 다시 도약할 것으로 기대했다.
아니었다. 이번엔 퍼블리셔에게 문제가 생겼다. 8월 초 W사 본사에서 일본 모바일 사업 종료를 결정했다. 개발사가 해결 불가능한 문제였다. 마케팅이 중단됐다. 9월 말 게임 서비스도 멈췄다.
디스이즈게임의 한 유저(Dieu)는 <에라키스>를 이렇게 표현했다. "일본에서 반짝 잘 나가다가 퍼블리셔의 운영미숙으로 사양길에 접어들었다는 비운의 게임이네요."
# 험난한 길을 걸어온 엔젤게임즈
<에라키스>의 불운은 가혹했다. 성공에 이르는 먼 길에 비해, 거기 머문 시간은 너무 짧았다. 엔젤게임즈가 거쳐온 굴곡을 보면 더욱 그렇다. 3년 7개월 전, 많은 모바일게임 스타트업이 그랬듯, 엔젤게임즈도 부푼 희망을 품고 출발했다. 하지만, 이후 닥쳐온 모바일게임 생태계의 변화는 너무 거칠었다. 작은 지방 개발사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고비는 거듭됐다.
시작은 2013년 말이었다. 서울의 메이저 N사와 투자와 퍼블리싱 계약이 거의 성사됐다. 계약조건을 합의한 텀시트(term sheet) 서명까지 마쳤다. 하지만, N사는 대표가 교체됐고, 게임 사업방향을 완전히 바꿨다. N사와 논의를 진행하던 다른 개발사처럼 엔젤게임즈의 텀시트도 하루아침에 휴지 조각이 됐다.
N사의 행보는 당시 모바일게임 생태계 변화의 한 단면이었다. 카카오 게임센터의 붐업 동력이 떨어지며, 성공확률이 떨어지던 시기였다. 많은 게임사들이 새로운 시도를 줄이고 성공 패턴에 가까운 개발과 계약으로 선택지를 좁혔다. N사와 계약해지 이후, 작은 지방 스타트업의 새로운 게임에 적극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퍼블리셔를 만나기 힘들어졌다.
엔젤게임즈는 해외로 눈을 돌렸다. <길드워> 세계 챔피언과 <그랜드체이스> 글로벌서비스팀의 경험이 그런 행보를 가능케 했다. 성과가 나왔다. 2014년 말 대만의 한 퍼블리셔와 계약을 맺었다. 대만 빌드를 만드는 중, 다시 문제가 터졌다. 이 퍼블리셔 또한 모회사에 의해 해체가 결정됐다.
대미지가 컸다. 거듭된 불운에 개발팀 모두 힘이 빠질 법도 했다. 엔젤게임즈는 포기하지 않았다. 2015년 말까지 20여 개의 B2B(비즈니스) 게임행사에 다녔다. 200여 개가 넘는 해외 퍼블리셔와 미팅했다. 일본 퍼블리셔 위메이드 온라인도 그런 과정을 통해 만났다. 약 7개월 간의 협의 끝에, 2015년 11월 일본 서비스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행복한 마무리는 아니었다. 2016년 6월, 짧은 성공 이후 불운이 겹쳤다.
# <로드오브다이스>, 산전수전을 겪은 보람
2016년 하반기 시장은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역풍이 순풍이 됐다. 다른 길을 갔던 엔젤게임즈에게 유리한 방향이었다.
모바일게임 시장은 RPG 중심으로 고착화됐다. 같은 장르의 비슷비슷한 게임이 서로 경쟁했다. 대작 중에도 실패한 게임이 늘어났다. 혁신과 일탈이 나올 법했지만, 시장은 가속도를 제어하지 못했다. 안전을 추구하는 대작 중심의 제작 관행은 더욱 강화됐다. 개발기간이 길어졌고, 새 장르는 나오기 힘들어졌다. IP(지적재산)에 의존하는 경향이 더욱 심해졌다.
<로드오브다이스>는 이런 상황에 '반전'을 꾀하기 좋은 게임이었다. 일단 장르가 새로웠다. 3년 이상 만들어 콘텐츠 양도 충분했다. 일본에서 흥행 가능성을 증명했고, 서비스 문제점까지 해결했다.
2016년 9월 도쿄게임쇼에 선보인 <로드오브다이스>에 많은 퍼블리셔들이 몰릴 수밖에 없었다. 엔젤게임즈는 계약을 원하던 중국과 태국 퍼블리셔에게 양해를 구했다. 대만과 한국에 주력하기로 했다.
2016년 10월 대만 퍼블리셔 마모게임즈와 약 100만 달러(약 12억 원, 사진)의 계약을 맺었다. 비슷한 시기 카카오게임과 전략적 채널링 계약도 했다.
엔젤게임즈는 한국 직접 서비스를 결정했다. 일본에서 유저 반응은 확인됐다. <그랜체이스> 글로벌 서비스를 운영한 경험도 있다. 그 동안 국내 퍼블리셔에게 외면받은 것을 설욕하고 싶었다.
하지만, 집객(유저 모으기)은 고민이었다. 자본력도 없는 작은 지방 개발사가 유저를 모으는 것은 힘든 일이다. 엔젤게임즈 박지훈 대표는 "콘텐츠가 좋더라도 유저가 접하지 못하면 그 재미를 전달할 수가 없다. 더 큰 성과가 목적이 아니었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게이머에게 우리 게임을 전달하고 싶었고, 그 선택이 카카오였다. 카카오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기에 함께 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 마침내 한국 론칭을 앞둔 <로드오브다이스>
<로드오브다이스>는 올해 초부터 사전 예약을 진행 중이다. 퍼블리셔가 없는 탓에 대규모 마케팅은 못했다. 하지만, 19일 현재 사전예약 18만 명을 넘어섰다. 카카오 담당자가 예상한 수치의 2배 이상이다. 대형 게임의 수십 만 사전예약자에는 못 미치지만 엔젤게임즈에게는 매우 의미있는 숫자다.
1월 3일부터 8일까지 진행한 CBT의 반응도 기대 이상이었다. 공식카페(바로가기 링크)에 5,000명 이상 유저가 가입했다. 'CBT 재미있었나요?'라는 댓글 이벤트에는 대부분 호응의 메시지(아래 이미지)로 가득찼다.
박지훈 대표는 "역시 게이머들은 새로운 재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CBT를 통해서 많은 유저 분들이 즐거운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고 응원해주고 계셔서 기쁘다. 우리의 선택이나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에 용기를 가지고 막바지 담금질을 하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게임이어서 불편한 점에 대해 많은 의견을 주셔서 고쳐나가고 있지만, 게임이 재미없다는 의견은 단 한 건도 올라오지 않고 있다는 데 의미를 가지고 초심을 잃지 않고 서비스하겠다"고 밝혔다.
<로드오브다이스>는 1월 24일(화)부터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다. 3년 7개월 전 출발해 거친 험로를 헤쳐나왔던 지방 모바일게임 스타트업의 첫 국내 론칭이다.
※ 이 기사는 큰 이슈 중심의 거시적인 겉 이야기를 주로 다뤘습니다. 그 시간을 버텨온 사람들의 속 이야기는 다루지 못했습니다. 3년 7개월 월급 밀리지 않고, 팀을 지키기 위해 고군부투했던 사람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다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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