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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2025년 게임 업계 전망 ② - 과포화된 서브컬처 시장, BM도 변한다?

캐릭터 뽑기 위주에서 성장 재화와 패키지 위주 BM으로

김승주(사랑해요4) 2025-01-06 19:06:15

2025년 게임 업계 전망을 이야기할 때 '서브컬처 장르 게임'를 빼놓을 수 없다.


요즈음 많은 사람이 '서브컬처 시장'을 떠오르는 신성이자, 게임 업계의 확실한 미래 먹거리로 여긴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실제로 시장을 들여다보면 절대로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도 '레드 오션'이라는 단어로는 부족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2025년부터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각 게임사의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BM에 대해서도 변화의 흐름이 보이고 있다. 간단히 정리하면 '캐릭터 획득 자체'에 대한 BM에서 게임 외적인 부분으로 BM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2025년 서브컬처 게임 시장에서 '예상해 볼 법한 것'을 한 번 정리해 봤다.



# 레드 오션을 넘어 '배틀로얄'로 나아가는 서브컬처 시장

먼저, 서브컬처 게임 시장의 경쟁 심화다.

현재 중국에서는 적잖은 개발비가 투입된 어반 판타지 기반의 대형 오픈월드 게임이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MMORPG에서 벗어나 여러 장르를 시도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개발사가 서브컬처 게임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현재 2025년 출시가 예상되는 대형 게임만 세어 보아도 10개가 넘어가는 상황이다.

경쟁 심화는 '장르의 중복'만 보아도 명백하다. 중국에서 개발돼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마케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 넷이즈게임즈의 <무한대>, 퍼펙트 월드 게임즈의 <이환>, 시열 네트워크의 <망월>은 모두 '현대 배경의 어반 판타지'를 핵심 콘셉트로 삼고 있다. 장르와 콘셉트가 동일한 게임이 시장에서 모두 성공하리란 불가능에 가깝다.


국내에서도 서브컬처 게임에 대한 관심이 비주류에서 주류 콘텐츠와 별다를 바 없는 위상으로 높아지면서 출시를 앞두고 있는 게임이 상당수다. 넷마블의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이나 웹젠의 <테르비스>, 슈퍼크리에이티브의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 빅게임스튜디오의 <브레이커즈> 등이 2025년 출시를 예정하고 있다.


출시를 준비 중인 여러 서브컬처 타이틀
(왼쪽부터) <이환>, <무한대>, <던전앤파이터 아라드>,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


# 하지만, 정말로 '대세'인가?

하지만, 늘어난 관심처럼 시장 규모가 대폭 커진 상황은 아니다. 서브컬처 장르의 매출 규모가 가장 큰 중국만 보아도 알 수 있다. 2024년 중국 게임 산업 연례 회의에 따르면 중국의 서브컬처 게임 시장 매출액은 293억 4,800만 위안(5조 9,106억 원)으로 전년 대비 7.44% 감소했다. 연구진은 이를 제한된 소비자층을 둘러싼 시장 경쟁 심화와 소비 심리 약화로 분석했다. 

국내의 경우 서브컬처 게임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매출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다른 데이터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살펴볼 수는 있다.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여전히 비중이 높은 장르는 퍼즐과 MMORPG다. 2024년 한국 시장 신작 게임 수익 TOP 10을 살피면 서브컬처 게임은 3개다. 여러 게임이 성공했기에 분명 수요와 매출은 늘었겠지만, 2025년부터 늘어날 공급을 감당할 만큼 수요가 증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서브컬처 게임은 글로벌 흥행에 성공했을 때 많은 매출을 끌어모을 수 있다. <승리의 여신: 니케>나 <블루 아카이브>의 글로벌 흥행이 대표적인 예시다. 다만, 이는 시장의 흐름과는 관계가 적은 '개별 타이틀'의 성공임을 감안해야 한다. 시장의 규모가 크게 늘어나서 위의 게임이 성공한 것이 아니다.

참고로 센서타워는 서브컬처 게임을 주로 RPG 장르로 분류하고 있다. 
하향세긴 하지만, RPG 장르에서 가장 인기있는 세부 장르는 여전히 MMORPG다. (출처: 센서타워)

(출처: 센서타워)

따라서 2025년부터는 늘어난 공급에 대한 시장의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가 이루어질 확률이 높다. 뻔한 콘셉트를 답습하거나 소비자의 니즈에 답하지 못하는 게임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신작이 아니라 이미 서비스 중인 게임에도 적용되는 이야기다. 2025년은 "이 서브컬처 게임을 해야 할 이유"를 명확히 제시해야 하는 해다. 


흔히 서브컬처 시장의 소비자들이 '충성도가 높다'고 이야기한다. 뒤집어 말하면 서브컬처 게임 소비자들은 이유를 주지 못했을 때 기존에 하던 것을 버리고 다른 게임으로 잘 이동하지 않는다. 곧 '대체재'로 넘쳐날 시장을 생각하면 더욱 중요한 말이다.


12월 개최된 2024 AGF에서는 여러 국내외 서브컬처 게임이 부스를 선보였다.
행사가 진행된 이래 최대 규모의 게임사 참가였는데, 2025년부터 시작될 경쟁의 전초전이라고 볼 수도 있다.


# '깡돌' 구매와 '픽뚫'에 지쳐가는 소비자들


BM에도 변화의 흐름이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서브컬처 게임에서는 지금까지 '깡돌'과 '반천장' 시스템 위주의 캐릭터 뽑기형 BM이 강세를 보여 왔다. '깡돌'이란 캐릭터를 뽑기 위해 게임 재화를 직접적으로 구매하는 것을 뜻한다. 여러 초기 서브컬처 게임이 유료 재화를 'OO석'이라고 칭했던 것에서 유래했다.

반천장 시스템 BM은 호요버스의 <원신>이 유행시켰다. <원신>은 특정 등급 이상의 캐릭터를 확정적으로 획득할 수 있는 뽑기 시행 횟수를 90회로 정하되, 첫 90회의 뽑기에서는 50%의 확률(현재는 45%)로 픽업 대상이 '아닌'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를 '반천장' 시스템이라고 하며, 픽업 캐릭터가 안 나오는 경우는 '픽뚫'이라는 속어로 불린다. 픽업 대상 캐릭터를 확정적으로 얻기 위해서는 180회의 뽑기를 시도해야 한다. 이를 '천장'이라고 부른다.

그 대신 74회부터는 매 회마다 확률이 크게 상승하기에, 실제로는 80회 언저리의 시행 횟수에서 특정 등급의 캐릭터가 나오는 편이다.

<원신>의 캐릭터 획득 뽑기 규칙 중 일부
참고로 반천장 및 천장 뽑기 도달 횟수는 게임마다 다르다. (대략 80 ~ 90회 선에서 결정된다.)

이 두 가지 시스템이 조합된 게임에서는 '캐릭터를 얻는 것' 자체가 주된 BM이 된다. 게임 콘텐츠를 꾸준히 클리어하면 1달마다 반천장에 도달할 정도의 재화가 모이지만, 만약 운이 없어 반천장에서 픽업 캐릭터 획득에 실패하면 그 이후 뽑기를 위한 재화는 순수하게 돈을 주고 구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캐릭터에게 잘 맞는 '전용 무기'가 항상 같이 출시되는데, 여기에도 반천장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다.


이 시스템은 게임사에게 많은 이익을 안겨 줬지만 소비자에게는 과금에 대한 피로감을 불러일으켰다. 두 번의 반천장에서 픽업 대상 획득에 실패하고 '운이 극도로 없어' 확률 상승의 효과도 누리지 못한 최악을 가정하면, 캐릭터와 전용 무기를 하나씩 획득하는 '명함'에만 359회의 뽑기 시행이 필요한 셈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원신>급의 개발 규모와 퀄리티가 아니라면 성립하기 힘든 BM이라고 볼 수 있다. <원신>은 이런 방식의 BM을 유지하기 위해 6주 단위의 대규모 업데이트와 캐릭터 매력 어필을 위한 여러 고퀄리티의 PV와 애니메이션을 항상 공개해 오고 있다. 여기에 수반되는 여러 SNS 마케팅 및 팬아트 공모전은 덤이다.


그럼에도 서비스가 길어지며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개발사 측에서 이를 완화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원신>과 비슷한 BM를 시도한 게임은 많지만 성공한 게임은 극소수기도 하다.


게임 내 재화를 직접적으로 구매하는 방식을 보통 '깡돌'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가장 비싼 (보통 10만원 이상) 상품은 '트럭'이라고 부른다.

참고로 <원신>은 2024년 8월 반천장에서의 픽뚫 확률을 줄이는 '별빛 포착' 매커니즘을 도입했다.
개발사 측에서 '픽뚫'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BM으로 인한 과금 피로도를 신경쓰고 있는 셈이다.



# 캐릭터 획득 부담 줄이고, 애정과 육성 위주로 변화하는 BM


이에 시장에서 인기리 서비스 중인 주요 타이틀을 살피면 변화의 흐름이 보이고 있다. 일정 시기마다 '효율이 좋은' 패키지를 출시해 소, 중과금 이용자의 캐릭터 획득에 대한 과금 부담을 줄여 주는 것이다.


호요버스부터 최신작 <젠레스 존 제로>에서 달라진 모습을 소폭 보였다. <젠레스 존 제로>는 1.4 업데이트를 진행하며 캐릭터 재화를 조금 더 값싸게 획득할 수 있는 몇몇 패키지를 출시했는데, 이용자들은 "호요버스가 이런 방식을 시도한 것은 처음"이라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냈다. 업데이트 이후 게임 콘텐츠 진행을 통해 획득할 수 있는 무료 재화의 양도 늘어난 편이다.


<젠레스 존 제로>는 1.4 업데이트와 맞춰 여러 패키지 상품을 출시했다.
이용자들은 "호요버스가 이런 적은 처음"이라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냈다.


다른 게임에서도 캐릭터 뽑기의 부담을 완화하고 캐릭터의 스킨과 같은 '성능 외적인 것'을 유료로 판매하거나, 캐릭터 육성을 빠르고 편하게 해 주는 재화를 '선택에 따라' 구매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매출을 증대시키는 방식이 보이고 있다. 시프트업의 <승리의 여신: 니케>나 선본 네트워크의 <소녀전선 2>가 대표적이다.


더불어 이런 게임은 게임 콘텐츠의 원활한 클리어를 위해 '필수 육성'으로 여겨지는 캐릭터를 육성하고 나면, 성능은 떨어지지만 개별 소비자가 선호하는 '애정 캐릭터' 육성을 위한 재료는 부족해지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를 키워 활약시키고 싶으면 돈을 쓰도록 유도하는 셈이다. 육성에 들어가는 시간을 돈 주고 사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여러 게임이 성능과는 관계없는 캐릭터 스킨을 선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명일방주>, <니케>, <소녀전선 2>, <명조>

캐릭터 뽑기 자체는 <원신>과 비슷한 반천장 시스템을 선택했지만, <소녀전선 2>도 위와 비슷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소녀전선 2>에는 '뉴럴 헬릭스'라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베이직 정보 코어'와 같은 희귀한 재료를 소모해 캐릭터를 강화시킬 수 있는데, 베이직 정보 코어는 특정 주기로 진행되는 게임 콘텐츠 클리어를 통해 소량만을 제공한다. 게임플레이 외의 방식으로 아이템을 획득하는 방법은 상점의 유료 패키지 구매가 유일하다. 캐릭터 뽑기에 대한 부담은 여러 주간 콘텐츠에서 제공하는 재화로 완화하고 있다.


이처럼 2025년 서브컬처 게임계에서는 캐릭터 획득에 들어가는 과금량이 완화되고, 그 대신 다른 방식으로 매출을 끌어낼 수 있는 BM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게임이 경쟁을 예고한 만큼 남들보다 앞서가기 위해서는 "우리 게임이 더 쌉니다!"와 같은 마케팅이 유리하다는 점도 있을 것이다.


베이직 정보 코어
그 외에도 <소녀선전 2>는 캐릭터 레벨 상승을 위한 재화 요구량이 상당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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