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일, <리니지 2>의 대규모 업데이트 ‘그레시아 플러스’가 라이브 서버에 적용되었습니다. ‘그레시아’ 업데이트는 지난 1년 동안 중저 레벨, 그리고 하루에 2~3 시간 정도 즐기는 라이트 유저를 위한 편의 시스템과 컨텐츠 추가에 집중해 왔습니다. 반면, 플러스 업데이트는 기존 유저를 위한 컨텐츠 추가가 목적이었죠.
사실 ‘그레시아’는 <리니지 2>의 정기 대규모 업데이트이기도 하지만 또 하나의 의미를 가집니다. 6년째를 맞은 <리니지 2>의 전환점이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그리고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엔씨소프트 한재혁 개발 팀장을 만나 ‘그레시아 플러스’와 ‘리니지 2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그레시아 업데이트, 그 의미와 평가는?
엔씨소프트 <리니지 2> 한재혁 개발 팀장.
TIG> 그레시아 플러스 업데이트가 끝났다. 원래대로라면 그레시아 파트 1, 2 그리고 파이널로 마무리한 게 아니었나?
한재혁: 원래 대규모 업데이트를 끝내고 나면 생각하지 못 한 문제가 발생한다. 또 구현하지 못 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업데이트 이후에는 항상 ‘플러스’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그레시아 플러스’도 이런 관점에서 미리 기획된 업데이트다.
TIG> 그레시아 플러스의 핵심은 직업별 사냥터 최적화인데, 어떤 의미인가.
사실 업데이트 단위로 사냥터를 추가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따라서 이번에는 기존 사냥터를 업그레이드하고 의외성과 이벤트 성향이 있는 사냥터로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
직업별로 나누었다고 기사나 궁수, 법사 같은 직업별로 사냥터를 나누었다는 것이 아니다. 솔로잉 부분을 강화하고 위자드 파티사냥이나 창사냥, 몰이사냥 등 방법에 대해서 최적화된 튜닝을 했다고 이해하면 된다.
서버에 적용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유저들의 반응이 좋다. ‘거인들의 동굴’의 경우 사냥터 공략 방법을 시도할 정도로 인기가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
사냥터가 업그레이드되면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
TIG> 유저들에게 사냥하는 재미를 주는 업데이트로 이해하면 되나?
이전 업데이트인 ‘그레시아 파이널’ 때는 캐릭터를 쉽게 성장시키는 것이 콘셉트였다. 덕분에 78레벨까지는 쉽게 키울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사냥터 부족 현상이 생겼고 유저들은 78 레벨부터 즐길 수 있는 업데이트를 원했다. 이를 받아들여 사냥터를 개편하면서 클레스에 따라 최적화했다.
TIG> 결국 그레시아 파트 1, 2가 초중반 레벨을 위한 업데이트라면 플러스는 고레벨 컨텐츠 업데이트로 볼 수 있겠다.
음… 현재 <리니지 2>의 레벨 분포를 보면 60~70 퍼센트가 70 레벨 이상이다. 고레벨로 볼 수 있지만 레벨 비율로 따진다면 가장 대중적인 업데이트라고 할 수 있다. 고레벨 유저들이 상위 레벨로 갈 수 있도록 준비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TIG> 상위 레벨이라고 해도 레벨 제한을 90으로 올리진 않았던데.
현재 레벨제한은 85 레벨로 이를 달성한 유저는 그리 많지 않다. 만약 지금 레벨 제한을 풀어버리면 절망에 빠질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웃음)
TIG> 레벨링에 대한 이야기 해 보자. <리니지 2>는 오랫동안 레벨업을 해야 하는 게임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최근 게임들의 성향이 빠르게 최고 레벨을 달성하고 이후 컨텐츠를 즐긴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이 부분은 현재 고민 중이다. ‘그레시아’ 업데이트에도 빠르게 성장시키고 이후 컨텐츠를 즐기게 하자는 목적도 있었다.
‘플러스’ 업데이트는 성장시킨 이후의 컨텐츠를 채워 놓은 의미가 강하다. 예를 들어 첫선을 보인 ‘에픽 퀘스트’는 많은 경험치를 주면서 마의 79 레벨을 돌파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되고 있다. 앞으로는 이런 컨텐츠가 계속 채워질 것이다.
파티가 쉬워지고 최적화된 사냥터 제공으로 놀 공간을 만들어 주고 있다.
TIG> 개발 팀장의 입장에서 볼 때 그레시아 업데이트에 대한 유저와 개발팀의 만족도는 어땠나.
공중전 같은 경우 내부적인 평가는 별로 안 좋았다. 좀더 준비했어야 하는데 너무 일찍 선보였다는 의견이 많다. 지금도 공중전을 보완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공중전이나 함대전은 빠르면서 강한 액션을 보여 줘야 하는데, MMORPG에서는 구현이 힘들다. 이런 틀 안에서 재미를 주기 위한 답을 제시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정답을 찾지 못 했다.
물론 지금도 전투만이라면 구현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실현 가능하면서 재미를 줄 수 있는 아이디어가 아직 안 나왔다. 재미가 있으면 기술적인 문제가 있고, 기술적인 문제가 없으면 재미가 없는 식이다. 재미가 없을 바에는 차라리 넣지 않고 다른 컨텐츠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좋다고 본다.
그레시아 업데이트의 콘셉트는 원래 ‘하늘’이라는 배경이었다.
에픽 퀘스트로 다시 등장한 ‘세븐사인’ |
TIG> 이제는 유저, 그리고 개발자들도 잊고 있을 만한 ‘세븐사인’이라는 스토리가 어떻게 적용되는지 궁금해진다.
슬슬 세븐사인 스토리를 마무리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에픽 퀘스트가 바로 ‘세븐사인’의 스토리를 직접 다루는 퀘스트이다. 향후 업데이트마다 본격적인 내용이 시리즈 형태로 전개된다.
다만 스토리상 세븐사인의 마지막 일곱 번째 봉인이 풀리면 세계의 멸망이라는 결과가 되어버린다. 그러면 게임 서비스를 접어야 한다.(웃음) 이런 이유로 멸망이 아닌 다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참고로 지금까지 네 번째 봉인이 풀렸고 이후의 에픽 퀘스트가 준비 중이다.
TIG> 원래 계획대로라면 세븐사인 스토리는 크로니클 업데이트에서 마무리되어야 했다. 그레시아까지 끌고 오게 된 이유가 있나?
처음 세븐사인이 들어갈 때 성혈과 비혈(편집자 주: 황혼과 여명)의 대립관계를 통한 세븐사인 퀘스트(SSQ: Seven Sign Quest)로 이야기를 풀어가도록 기획되었다. 하지만 외부에서 볼 때 성공하지 못 한 구조였다.
그래서 ‘크로니클 3’ 업데이트 이후 세븐사인에 관한 전개를 모두 중지하고 2년 정도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했다. 그 결과물이 지금의 ‘에픽 퀘스트’이다. 앞으로는 에픽 퀘스트를 통해 세븐사인의 이야기를 마무리할 생각이다.
TIG> 에픽 퀘스트에서 굳이 ‘에픽’이라는 말을 쓴 이유는?
SSQ는 실렌을 축으로 전체적인 스토리가 나누어진다. 하지만 일반적인 퀘스트에 비해서 이야기 전달이 부족했다. 에픽 퀘스트를 경험해 보면 <리니지 2>라는 커다란 줄기의 스토리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힘을 기울였다.
영상적인 요소나 성우를 채용해 음성으로 이야기하는 등 사운드 효과까지 일반 퀘스트와 비교할 때 그 규모와 질이 다르다.
TIG> 에픽 퀘스트가 도입되면서 플레이와 스토리가 밀접하게 연관되기 시작했다. 의도한 것인가?
그렇다. 그 동안 게임을 기획하고 개발하면서 스토리 전달력이 약했다고 인지했다. 실제 유저들을 보면 사냥만 하고 스토리는 관심이 없거나 아예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실렌이 <리니지 2>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인데 유저들은 누군지도 몰랐다.
빨간 망토를 휘날리며 늠름한 뒷모습을 보여준 인물이 누군지 알고 있는가?
TIG> 주요 NPC나 스토리도 퀘스트로 다루면, <리니지 2>는 앞으로 퀘스트에 의한 스토리 전달 중심 플레이로 바뀌는 것인가?
그건 아니다. 앞으로도 사냥터 중심의 플레이는 유지하게 된다. 다만 에픽 퀘스트 등으로 스토리를 게임에서 전달해 주는 방법을 쓰겠다는 것이다.
전체적인 스토리 등 상징성 있는 등장 인물과 세력, 클랜 등의 구조는 다음 업데이트로 준비하고 있다. 실렌 등의 주요 스토리를 몰입감과 생동감을 전달하는 요소로 만들고 싶다. 특히 용과 관련된 내용은 별도의 퀘스트로 다룰 예정이다.
TIG> 퀘스트를 전담하는 팀이 별도로 구성됐나? 얼마나 많은 퀘스트를 생각하고 있나.
개발팀에 퀘스트 파트가 따로 있다. 지금까지 700~800여 개 정도의 퀘스트가 <리니지 2>에 적용됐다. 앞으로도 퀘스트 위주의 플레이는 아니기 때문에 급작스럽게 퀘스트 양을 늘리지는 못 한다. 대략 업데이트 때마다 50 개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대신 퀘스트의 퀄리티와 연출을 강조하게 된다.
TIG> 이번 플러스 업데이트의 사냥터와 에픽 퀘스트에 대한 반응은 어떻게 파악하고 있나?
사실은 업데이트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모두 컨텐츠에 굶주린 듯이 즐기고 있다. 그 동안 유저들이 목말라 했던 것을 이번에 채워 주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유저들이 항상 요구하던 것을 모두 구현하지 못 한 점은 아쉽다. 예를 들어 소환사의 경우 이번에 혜택을 주지 못 했다. 다음 업데이트에서는 꼭 혜택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리니지 2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TIG> <리니지 2>도 이제 오래된 게임이다. 현재 유저들은 어떻게 분포되어 있나?
이제 6년차 게임이다. 유저 분포를 보면 우려와 달리 역삼각형은 아니고 위가 볼록한 항아리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사실은 서비스를 오래 지속한 게임들이라면 비슷한 유저 분포를 보이고 또 고민 할 것이다.
TIG> 개발하는 입장에서 기존 유저의 유지와 신규 유저의 유치 중 어느 쪽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나?
개인적으로 보면 <리니지 2>는 아직도 많은 커뮤니티를 가지고 있고 수익도 내고 있는 컨텐츠이다. 이를 외면 하고 새로운 유저를 유치하기 위한 시도는 조금 무모하다고 본다. 기존 유저를 챙기면서 신규 유저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게 될 듯하다.
지금은 완전한 신규 유저보다는 한번이라도 <리니지 2>를 경험해 봤던 사람들이 다시 찾을 수 있도록 개발 방향을 잡고 있다.
TIG> 그래도 신규 유저에 대한 고민을 아예 안 할 수는 없지 않나.
과거 ‘카마엘’ 업데이트의 경우 신규 유저들의 접속이 늘었다. 새로운 직업이 등장하면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카마엘 정도의 임팩트를 줄 수 있도록 무엇을 할 수 있나 고민하고 있다.
신규 유저들을 불러 모은 카마엘 업데이트.
TIG> 새로운 종족이나 직업을 만들어 내면 밸런스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인데….
변화가 필요한 것은 맞다. 계산을 해 보니 지금까지 <리니지 2>에서 종족과 클래스, 서브클래스와 전직까지 합치면 35 개 정도의 직업이 등장했다. 이 중에서 약 10 개의 직업이 파티를 쉽게 이루고, 나머지는 다루기 힘든 직업으로 구분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그레시아 업데이트’에서도 다른 직업의 스킬을 배우는 실험을 했고 이를 통해 직업별 평준화 작업을 했다. 그 결과 오랫동안 육성한 캐릭터의 고유성을 버리게 된다는 거부감이 심했다. 지난 6년 동안 성립된 클래스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은 힘들다는 답이 나온 것이다.
알고 있겠지만 힘든 직업일수록 자부심은 있지만 게임 속에서 유지하기 힘들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고자 모종의 조치를 생각하고 있다. 캐릭터의 고유성과 밸런스 사이에서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TIG> 앞으로 업데이트를 한다면 아이템과 사냥터 중 어느 쪽에 비중을 둘 생각인가?
아마도 아이템의 비중이 더 커질 듯하다. 개발 초기에는 외국과 비교해서 기술적인 면이 부족해 아이템 하나하나를 ‘명품’으로 만들고자 했다. 이펙트 등 대부분의 작업을 장인정신을 가지고 수작업으로 진행했다. 캐릭터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기술에 대한 노하우와 엔진의 성능으로 이를 커버할 수 있다. 따라서 이제는 약간 방향을 바꿀 생각이다. 퀄리티는 기술로 승부하면서 게임성을 가진 컨텐츠로 승부할 때다. 앞으로 제한을 두었던 부분을 깨고 아이템의 다양성을 보여 주는 업데이트가 이루어질 것이다.
TIG> 그레시아 업데이트 전 대규모 설문조사로 받은 피드백을 업데이트에 반영한 것으로 안다. 이제는 데이터가 2년 전 것으로 참고하기에 무리가 있지 않은가?
설문조사로 유저들의 의견을 참고 하는 것은 계속 진행하고 있다. 마케팅이나 사업 팀에서 준비 하고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수집한다. 물론 홈페이지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유저와 소통하고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데 참고하고 있다.
다만 개발팀에서 볼 때 유저들이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는 게 좋은 것은 아니다. 뭐랄까… 말과 행동이 다르다. 실제 업데이트를 준비할 때 설문 조사 등으로 얻은 데이터와 실제 게임 내 행동 패턴을 통해 얻은 데이터의 공통 분모를 찾는 데 힘을 쏟고 있다.
TIG> 이런 업데이트가 계속 된다면 2년 뒤의 <리니지 2>는 어떤 모습이 되어 있겠는가.
많은 유저들이 현실 세계에 경험할 수 없는 만족감을 위해 게임에 접속한다고 본다. 게임에서는 영웅이 될 수도 있고, 영화 속에서 활약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의 <리니지 2>에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2년 뒤 <리니지 2>에 접속하면 누구나 만족감을 찾고 영웅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컨텐츠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그렇게 되기 위한 게임으로 바꿔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