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카르마 온라인>과 <스페셜포스>를 통해 ‘FPS 전문 개발사’로 친숙한 드래곤플라이. 하지만 해외 활동도 국내 못지않게 활발하며, 성과도 좋은 편이다. 실제로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36%에 달할 정도다.(2008년 1분기 실적 기준)
또한, 액티비전, SNK플레이모어 등과 IP 계약을 맺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신작 개발도 진행해외활동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디스이즈게임은 드래곤플라이 해외 사업팀 이명규 팀장을 만나 드래곤플라이의 해외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드래곤플라이 해외사업팀 이명규 팀장.
TIG> 드래곤플라이가 해외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다고 하면 ‘<스페셜포스>가 그렇게 잘 되나?’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이명규 팀장: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지금까지 드래곤플라이의 게임 중 해외에 진출한 것은 <카르마 온라인>과 <스페셜포스> 뿐으로, 극히 적기 때문이다. <카르마 온라인>은 사실상 서비스가 끝난 만큼 지금 상황에서는 “드래곤플라이가 해외에서 잘나간다 = <스페셜포스>가 잘나간다”로 봐도 큰 무리는 없다.
하지만 앞으로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카르마2>부터 <메탈슬러그 온라인>, <퀘이크 워즈 온라인> <스페셜포스2> 등 굉장히 다양한 신작을 들고 해외에 진출할 예정이다. <스페셜포스2>는 예전에 박철우 대표가 인터뷰에서도 밝힌 것처럼 해외시장에 굉장히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TIG> 현재 <스페셜포스>의 해외 진출 상황은 어떻게 되나?
미국과 일본, 중국, 대만, 필리핀, 태국, 베트남까지 총 7개 국가에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니까 보통 ‘메이저 해외 온라인 게임 시장’이라고 부르는 곳은 모두 진출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장기적으로는 앞으로 20여 개의 국가에서의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지금도 유럽을 포함해서 추가로 계약을 진행하고 있는 곳이 있다.
TIG> 진출한 나라에서 모두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나?
그렇다. 현재 <스페셜포스>는 진출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온라인 FPS 게임 순위 1~2위를 다툴 정도로 인기가 높다. 상업적인 면에서 보더라도 해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할 정도로(2008년 1분기 기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TIG> 그 중에서도 가장 잘되는 나라를 꼽는다면?
아무래도 가장 먼저 진출한 태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이다. 특히 태국에서는 거의 국민 게임 대접을 받는 수준인데, 현지에서 e스포츠 대회를 열었을 때 유명가수 콘서트에 비견될 정도로 많은 관중들이 몰리기도 했다.
TIG> <스페셜포스>가 해외에서 그렇게 좋은 성과를 거둔 비결이 궁금하다.
드래곤플라이는 해외에 진출할 때 반드시 지키는 원칙이 있는데, 바로 “진출 초기에 무리하게 매출에 욕심을 내지 않고, 유저들이 안정적으로 즐겁게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해외 진출 초기에 무리하게 매출 욕심을 내고 상용화 같은 관련 업데이트를 진행하면 아직 정착도 못한 상태에서 게임의 본질이 훼손될 위험이 있다. 특히 해외는 온라인 인프라가 한국 처럼 잘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굉장히 크다.
그래서 <스페셜포스>는 해외에 진출할 때 다른 무엇보다도 유저 편의성에 많은 신경을 썼고, “어떻게 하면 게임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지 사정에 맞는 로컬라이징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업데이트로 실행에 옮겼다. 열악한 현지 인프라는 한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었다.
해외 진출 초기에는 정말 매출이라고 할만한 수치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히 해외 현지 퍼블리셔들이 우리의 정책을 이해해주었고,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 결론적으로 이와 같은 전략이 제대로 통해서 <스페셜포스>가 지금의 성공을 거두게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스페셜포스>는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을 시작했다.
TIG> 해외시장에 많은 공을 들이게 된 계기나 이유가 있다면?
국내 시장은 한계가 있다. 특히 온라인 게임은 국내에 경쟁상대도 많고 드래곤플라이의 전문인 FPS 게임의 경우 ‘포화상태’라고 할 정도로 경쟁작이 너무나 많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국내 시장을 소홀히 하겠다는 뜻은 절대로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해외와 국내의 비중이 5:5 정도 된다면 가장 안정적이라고 본다.
TIG> 해외 서비스와 마케팅을 진행할 때 특별히 어려운 점이 있다면?
역시 ‘문화적 차이’가 힘들다. 태국의 경우 유저들이 ‘버그 플레이’나 ‘해킹의 사용’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적극적으로 사용을 권장하는 분위기여서 당황했다. 일본은 자신의 플레이를 남이 지켜보는 것이 싫다고 ‘옵저버 모드’를 삭제해달라는 요구가 많았고, 중국 유저들은 한국에 비해서도 게임에 대한 몰입도가 높았기 때문에 레벨업 속도가 엄청나게 빨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라별 문화와 게이머들의 성향 차이가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TIG>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선택한 방법은?
현지 파트너 회사와 협력해서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과 최대한 현지화에 맞춘 로컬라이징을 실시하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을 것이다.
드래곤플라이는 해외 상황에 맞춰 게임 내용을 수정하고 대응하면서도 끝까지 지킨 것이 있다. 바로 “어떠한 일이 있어도 게임의 기본은 바꾸지 않는다”는 원칙이었다. 현지 게이머들이 아무리 원해도 총기 밸런스나 레벨업 속도, 기본 시스템 등은 절대 바꾸지 않았다.
한국에서 성공을 거둔 만큼 게임의 기본에는 자신이 있었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만, 결론적으로는 우리의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TIG> <스페셜포스>는 지난 2007년에 미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미국은 패키지 FPS 게임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과연 ‘온라인 FPS 게임’이 통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실 미국에 처음 진출했을 때 그런 걱정을 많이 했고, 큰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잠재시장’으로서의 가치를 보고 진출했다고 할까? 그런데 예상외로 반응이 뜨거웠다.
여기서 정확한 매출이나 동시접속자 수치를 밝히긴 힘들지만, 매일 꾸준히 유저 의견이 직접 들어올 정도로 반응이 좋다.
TIG>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미국이라고 해서 모든 게이머가 패키지 게임, 콘솔 게임을 즐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콜 오브 듀티 4> 같은 최신 게임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저사양 PC가 굉장히 많고, 패키지를 구입하거나 게임을 접하기 어려운 환경의 사람들 또한 굉장히 많다.
그렇기 때문에 <스페셜포스> 같은 온라인 FPS 게임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TIG> 미국은 패키지 게임의 본고장인 만큼 대형 회사들도 온라인 게임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을 것이라는 통념이 있다. 실제로 그쪽 사람들과 만나면 어떤 느낌을 받나?
직접 미국이나 유럽의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그들 역시 온라인 게임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패키지게임 처럼 팔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접근성이나 편의성 같은 면에서도 장점이 뚜렷해야 관심을 받는다.
다만 미국은 온라인게임의 기술적인 부분보다 상용화 모델이나 서비스 모델에 관심이 많다. 직접 서비스를 한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의 기술력과 한국 업체가 갖고 있는 온라인게임 서비스 노하우를 잘 융합하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TIG> 최근 주목 받는 해외 시장은 어디인가?
여러 곳이 있지만, 앞으로 특히 주목해 볼만한 시장은 베트남과 인도다.
베트남은 전쟁을 겪은 나라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국민들의 나이가 굉장히 어리다. ‘사장’이라는 사람들이 젊고 20대, 30대도 굉장히 많이 있다. 국민들이 게임을 잘 이해하고 있고, 관심 또한 높다는 뜻이다.
그리고 인도는 인구가 굉장히 많다. 여기에 뉴델리 같은 도시는 한국 못지 않게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시장이 커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TIG> 요즘 해외 온라인 게임시장도 포화상태라는 인식이 많던데.
동남 아시아 시장은 확실히 포화 상태가 맞는 것 같다. 미국이나 유럽 등 개척되지 않은 시장이 많기 때문에 전체 해외 시장이 포화라고 단정짓는 것은 위험하지만, 서서히 위기감을 가져야 할 시기인 것은 분명하다.
요즘은 퀄리티 좋고 퍼블리싱 비용이 저렴한 중국 온라인 게임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 게임의 해외 진출이 더욱 어렵다. 실제로 베트남은 1, 2위 온라인 게임이 모두 중국 게임인데, 중국산 게임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게임의 완성도에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TIG> 끝으로 해외 진출을 노리는 국내 업체에게 조언을 한다면.
조언을 드릴 수 있는 위치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말씀을 드리자면 “한국 게임인 이상, 반드시 1차적인 목표는 한국으로 잡아야 한다”라는 것이다. 국내 유저들의 눈높이를 맞춘 높은 완성도의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게임이 해외에서 성공하는 일은 없다.
물론 “한국 유저들과 해외 유저들의 성향은 다르다”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분명 ‘게이머’로서 성향이 일치하는 부분은 많다. 한국 유저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게임을 만들고, 한국 서비스 경험을 갖고 해외로 진출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다.
해외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온라인 게임’이라고 하면 한국이다. 가장 많이 주목 받는 시장이며, 해외 퍼블리셔도 한국에서 잘 된 게임을 찾는다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