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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자수첩] 미국 배우 노조가 파업하는 이유, "AI로부터 보호해 달라!"

"회사들은 AI로부터의 보호엔 관심이 없고, 노골적인 착취에만 관심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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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준(음주도치) 2024-07-26 14:56:30

긴 시간에 걸친 협상과 여러 차례의 파업 예고가 있었음에도 결국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까지 "AI로부터 성우들을 보호해 달라"는 요청에 묵인해왔던 게임사들도 공존의 길에 대해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미국 배우 노조 'SAG-AFTRA'가 게임 분야에서 일하는 노조원들의 파업을 승인하며, 결국 파업에 돌입한다. 북미 시간을 기준으로 7월 26일 자정부터 파업이 시작된다. 이제 음성 녹음, 모션 캡처, 스크린 연기를 포함한 각종 연기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선, 게임 스튜디오들은 노조가 제시한 신규 협의 사항에 서명해야 한다.


이번 파업의 핵심은 "생성형 AI로부터 연기자들을 보호해 달라"는 것이다. 같은 내용으로 1년 반이 넘는 시간 동안 다수의 게임사들과 협상을 진행해왔으나, 계속 결렬되어 왔다. 그동안 노조는 인섬니악 게임즈, 워너 브라더스 게임즈 등 특정 대형 개발사들을 직접 명시하며, 그들이 AI로부터 연기자들을 보호하는 기본적인 동의에도 응하지 않았다고 밝혀왔다. 


지난 6월에도 SAF-AFTRA 수석 협상가 '던컨 크랩트리 아일랜드'는 "솔직히 말해 이런 보호 조치는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이 아니다. 매우 기본적인(basic) 사항"이라 말했다. 배우 노조는 AI 완전 퇴출을 원하는 게 아니다.

작업물과 초상권 등을 AI에게 학습시킴에 있어, 학습 여부에 대한 기본적인 동의를 배우에게 구하는 것부터, 비윤리적인 창작물이나 정치 및 성인물 등 충분한 설명이 필요한 사용처에 대한 논의, 적절한 보상에 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파업까지 오게 된 경위는, 결국 영향력 있는 게임사들이 배우, 성우들을 생성형 AI로부터 보호하는 조약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임사들을 상대로 미국 배우 노조 SAG-AFTRA가 결국 파업에 돌입했다.

# "그들은 노골적인 착취에만 관심이 있었다"

SAG-AFTRA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협약(IMA) 중 생성형 AI로부터 배우들을 보호해 달라는 내용을 두고 지난 1년 반 동안 꾸준히 협상 자리를 마련해왔다. 2022년 10월부터 테이크 투, 액티비전, EA, 에픽게임즈, 인섬니악, 워너 브라더스 게임즈 등의 게임사들과 해온 논의는 진전 없이 결국 파업이라는 종착지에 도달하고 만 것이다.


그 사이 SAG-AFTRA는 게임업계 파업 승인에 98% 찬성표를 던지거나, 곧 파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전달해왔다. 본지에서도 관련 기사를 지속적으로 다뤄왔다.


2023년 9월 기사: 미국 배우 노조 'SAF-AFTRA', 게임업계 상대로 파업 준비 중

2024년 3월 기사: 미국 배우조합, "게임사 상대 파업 확률 50% 이상"

2024년 6월 기사: "AI로부터 성우들을 지켜달라" 미국 배우 노조 파업 확률 높아져


SAG-AFTRA에서 IMA 협상 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는 '사라 엘마레'(<하이파이 러시> 코르시카, <앤섬> 여주인공, <파이널 판타지 XV>, <포트나이트> 등 다수의 게임에서 연기한 성우)는 이번 파업과 관련해 이런 말을 했다.


"18개월 간의 협상을 통해 우리는, 고용주들이 공정하고 합리적인 AI 보호엔 관심이 없고, 오히려 노골적인 착취에 관심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우리는 이 패러다임을 거부합니다. 구성원을 버리지 않을 것이고, 더 이상 충분한 보호를 기다리기만 하진 않을 것입니다. AI 투명성, 동의 및 보상을 제공하는 임시, 독립 계약에 대해 팀과 협력하고, 준비가 되었을 때 신뢰를 기반으로 협상을 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


미국 배우 노조 SAG-AFTRA.
헷갈릴 수 있어 첨언하자면, 서구권에선 성우(Voice Actor)와 배우(Actor)의 경계가 흐릿한 편이다.

# 배우 노조 파업, 게임에 미칠 영향은...

지난 3월, GDC(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2024에서도 '생성형 AI' 도입에 게임 업계와 성우, 배우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의견을 공유한 라운드 테이블이 진행됐다. 당시, 적잖은 게임사들은 AI가 성우, 배우들의 연기를 학습하면, 게임 내 표현의 자유가 극대화될 것이라 주장했다. 여행자, 방랑자 등의 호칭에서 벗어나, 음성으로도 플레이어의 이름을 직접 불러줄 수 있고, 실시간으로 여러 대사의 음성을 생성하는 것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어쩌면 멀지 않은 미래엔, 생성형 스크립트에 영상, 음성(연기) 생성 기술을 결합해, 정해진 시나리오가 아닌 선택에 따라 게임 환경이 생성되는 콘텐츠가 나올 수도 있다. 아직 기술적으로 불완전한 영역이지만, AI 분야에서 항상 나오는 이야기처럼, 누가 해당 시장을 먼저 선점하느냐 또한 중요하니, 어쩌면 경쟁은 이미 시작됐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배우 성우의 동의를 구하지 않거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지 않는 AI 학습'이다. 이미 지난 몇 년 사이, AI가 급격하게 발전해온 과도기에 초상권, 작업물을 무단 학습시키거나,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업체가 국내외에 많이 있었다. 앞서 피해를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배우와 성우들이 AI 무단 학습 및 악용에 지금까지 크게 반대해온 것이다.


한편, 최근 콘솔 시장에서 시네마틱 컷씬이 많이 들어간 AAA 게임들이 대세라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게임 개발, 제작 비용이 오르고, 게임 판매가도 조금씩 올라가는 추세 속에서 게임사들은 '비용 절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앞서 '표현의 자유'를 강조한 게임사들 중에도, 경제 논리에서 자유로운 회사는 없다. 동의를 구하고 진행된 AI 학습용 녹음, 촬영에서도 일명 "가격 후려치기"가 만연했으니 말이다.


게임사들에게 창작 공간의 유지 및 확장과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한 만큼, 배우, 성우들의 터전 또한 중요하다. 미국 배우 노조가 게임사들을 대상으로 한 파업에 돌입했으니, 당분간 AAA 게임 제작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다. 파업이 장기화된다면 일부 게임들은 출시가 연기 될 수도 있다.


AI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가고 있다. AI 활용 자체는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기에, 이를 사용하는 업계의 문화라도 올바르게 정착해야 한다. 이번 파업을 통해 해외에서부터 확실한 숙의가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사진 출처: 이라스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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