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게임즈(구 넷게임즈)에서 개발하고 넥슨이 글로벌 서비스하는 모바일 게임 <블루 아카이브>는 출시 후 반주년이 넘은 현재까지도 높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게임은 서브컬처 취향의 게이머들이라면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시나리오, 그리고 개성강한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재미 있는 이야기꺼리가 호평을 받고 있죠.
넥슨게임즈 MX 스튜디오의 이정희 시나리오팀 부팀장은, '2D 비주얼 노블' 방식의 이 게임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스토리를 전달할 수 있을까. 어떻게 좋은 시나리오 연출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에 대해 끊임 없이 고민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8일 열린 NDC 2022 강연을 통해 그 비법을 공개했는데요. 지금부터 확인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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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자: 이정희
소속: 넥슨게임즈 MX스튜디오 시나리오팀 부팀장
발표자 소개: 현재 넥슨게임즈에서 MX스튜디오(블루 아카이브)의 시나리오팀 부팀장을 담당하고 있으며, 팀 관리를 포함하여 주로 블루 아카이브의 시나리오 연출 전반에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넥슨게임즈 <오버히트> 설정팀의 일원으로서 당시에도 시나리오 연출 전반 및 시나리오 라이팅으로 참여한 바 있습니다.
※ 이번 강연에는 <블루 아카이브> 메인 시나리오 '대책위원회편' 1~2장, 그리고 '에덴조약편' 1장에 대한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블루 아카이브>는 메인 시나리오 및 학생들 개개인과의 개인 시나리오에서 2D 기반의 소위 '비주얼 노블' 방식의 연출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는 서브컬처 게임 유저들에게 친숙한 형태이며, 아무래도 <블루 아카이브>는 서브컬처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들을 주요 타겟층으로 삼다 보니 그들에게 친숙한 이와 같은 형태의 시나리오 연출 기법을 사용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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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비주얼 노블' 방식의 2D 시나리오 연출은 기본적으로 많은 텍스트를 유저들에게 보여주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말 그대로 '노블'이기 때문에 텍스트로 전달할 수 있는 감성을 유저들에게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 있다. 또한 배경 일러스트와 캐릭터 일러스트, 텍스트만으로 주요 씬을 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이야기 연출에 요구되는 사양이 낮고, 저사양 기기에서도 연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런 2D 시나리오 연출은 한 화면에 표현 가능한 캐릭터의 숫자가 제한일 수 밖에 없다. 그러니까 '다채로운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시나리오 전용 컷씬을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텍스트 중심으로만 감성을 전달하다보니 아무래도 다채로운 카메라 워크를 쓰는 3D 게임에 비해 "연출의 지루함"이 크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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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부팀장은 본래 3D 게임인 <오버히트>를 개발했기 때문에, <블루 아카이브>의 이러한 시나리오 연출의 '지루함'이 더욱 와 닿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다른 무엇보다도 이 '지루함'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가 선택한 2D 시나리오 연출의 개선 첫 번째 방향은 바로 '애니메이션'의 감성을 보여주자는 것이었다. 캐릭터의 스탠딩 일러스트를 단순히 호출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탠딩 일러스트의 '점프 연출', 다양한 캐릭터 표정의 변화, 그리고 이모티콘 및 다양한 연출 이펙트 등을 적극 사용해서 조금이라도 밋밋함을 줄이려고 노력했다. 여기에 상황에 맞는 배경음악과 효과음도 곁들여서 더욱 더 몰입도를 높이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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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그렇게 해서 만족스럽게 나온 결과물로 제시한 것이 바로 <블루 아카이브> 메인 시나리오 '대책 위원회' 편의 소위 '은행강도' 씬이다. 은행강도로 변신한 대책위원회 멤버들이 쳐들어 왔을 때, 이를 보고 당황하는 여러 캐릭터들의 표정, 이모티콘 연출, 그리고 BGM과 효과음 등의 연출이 곁들여져서 이 씬은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블루 아카이브> 시나리오에서 "제일 재미있는 장면"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블루 아카이브>에서 소위 '유니크 셀링 포인트'(USP, 타 게임과 차별화되는 이 게임만의 주요 특징)로 손꼽히는 것이 바로 '메모리얼 로비'다. 특정 캐릭터들과의 인연 수치가 일정량 이상 높아지고, 특별한 이벤트를 거치면 특별한 애니메이션 연출이 나온다. 그리고 학생과 선생님(플레이어)가 1:1로 감성을 교류할 수 있다는 이 콘텐츠는 게임에서 특히 신경을 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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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개발 초기 단계의 '메모리얼 로비'는 연출 면에서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우선 게임의 '대사창'을 통해 학생의 대사를 출력하다보니 아무래도 메모리얼 로비 전체 연출의 밑 부분을 통째로 가리는 문제가 있었다. 여기에 텍스트를 모두 출력하고 이어서 성우 보이스를 이용한 캐릭터의 '음성대사'가 이어지다보니 텍스트를 통해 대사가 모두 스포일러 되는 문제도 발생했다.
그래서 이정희 부팀장이 선택한 방법이 먼저 대사창은 기존의 대사 출력창 형태를 폐기하고, 대신 '캐릭터의 대사'만 나오는 형태로 수정했다. 그리고 다른 연출과 다르게 이 메모리얼 로비만큼은 캐릭터의 대사와 성우 음성 보이스의 싱크를 맞춰서 '한 단락씩' 끊어서 텍스트가 출력이 되게 수정했다. 그 덕분에 실제 메모리얼 로비 연출은 캐릭터가 플레이어에게 '말하는 것 같은' 연출로 완성되어 현재 호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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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블루 아카이브>의 핵심 콘텐츠 중 하나인 '모모톡'은, 메신저처럼 플레이어와 캐릭터들이 '문자를 주고받는다'는 콘셉트의 콘텐츠다. 하지만 이 역시 개발 초기, CBT 단계 때까지만 해도 여러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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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초창기의 모모톡은 선생님이 '답변한다'는 개념이 없었고, 학생들이 여러 줄의 대사를 그냥 출력하는 형태였다. 그래서 '메신저' 임에도 불구하고 단방향 콘텐츠라 그 특유의 감성이 살지 못했다. 또 '먼저 메신저를 확인한 후', '별도의 메뉴를 통해' 학생들을 찾아간다는 콘셉트라 이에 대해 '너무 불편하다'는 지적이 CBT 때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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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모모톡은 학생들의 캐릭터성에 따라 단방향으로 문자를 쏟아내는 씬이라고 해도 텍스트 한 줄 한 줄 출력하는 데 '시차'를 두었으며, 중간중간 선생님이 '답변'을 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로 개발했다. 이를 통해 '선생님과 학생이 대화하는' 감성을 극대화하고, 메신저를 통한 대화가 모두 끝나면 그 즉시 버튼 하나 누르는 것으로 이어서 시나리오를 감상할 수 있게 해서 유저들의 편의성과 몰입도를 모두 잡는 데 성공했다.
이정희 부팀장은 <블루 아카이브> 시나리오 팀에 합류하면서 가장 크게 고민한 것이 2D 시나리오 연출의 지루함이었으며, 이를 해결하고 게이머들이 보다 스토리와 캐릭터의 매력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고민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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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블루 아카이브>가 출시한 이후 게이머들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특히 이정희 부팀장의 아이디어로 개선된 컷신 연출 등에서 많은 게이머들이 "매력적이다" 라고 호평하는 것에 대해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정희 부팀장은 "<블루 아카이브>는 서브컬처를 좋아하는 소위 '덕후'들이 만들었고, '덕후'를 위한 게임으로 오래오래 자리잡고 싶은 게임이다. 이 게임을 즐긴 모든 선생님들(게이머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으며, 앞으로도 많은 사랑을 부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