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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트로'가 성공한 이유, 아무에게도 게임에 대해 말하지 않아서?

1인 개발 게임이 GOTY 본상 후보에 오르기까지...어떻게 만들어진 게임일까

김승준(음주도치) 2024-12-19 13:55:46

포커 로그라이크 게임 <발라트로>는 가히 신화적인 서사를 썼다고 할 수 있다. 1인 개발로 만들어진 게임이, 12월 19일 현재 스팀 리뷰 79,884개 중 98%가 긍정적인 '압도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유지하고 있고, 더 게임 어워드 GOTY 본상 후보에서 <오공>, <아스트로봇>, <메타포 리판타지오> 등의 게임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발라트로>는 결국 TGA에서 최고의 데뷔 인디게임 상, 인디게임 상, 모바일게임 상까지 3관왕을 거머쥐었다.


이번 기사에서는 1인 개발자 로컬썽크가 어떻게 <발라트로>라는 게임을 만들 수 있었는지, 여러 외신 인터뷰 등을 종합해​ 그 개발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포커 족보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기존 포커 및 다른 카드게임과는 완전히 다른 플레이를 보여준 <발라트로>

<발라트로>를 개발한 1인 개발자는 '로컬썽크'라는 닉네임을 사용하고 있는데, 처음 <발라트로>를 개발했을 땐 6명의 구매에서 그치리라 예상했다고 한다. 친구 4명에 부모님까지 합한 6명이 그가 예상한 판매의 전부였던 것이다. 그는 게임이 이 정도의 성공을 거둘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트위터에서 언급했다.  


게임 개발을 꿈꾸던 로컬썽크는 기계공학과 재학 시절에 방학처럼 비는 시간을 활용해, 작은 프로젝트들을 만들었다. 기계공학과를 과감하게 떠나 컴퓨터 과학으로 전향한 그는, 지도 위에서 리스크 관리를 하는 형태의 게임을 2년에 걸쳐 만들었다. 하지만 (앞서 <발라트로>가 6명에게 팔릴 것이라 예상했던 말처럼) 해당 게임을 온라인에 공유하지 않았고, 주변 사람들에게만 보여줬을 뿐이라고 한다.


게임스 레이더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게임을 공유한 것은 플레이 테스트를 ​위한 것이 아닌, 게임을 만들고 사람들의 반응을 직접 보는 것이 즐거워서'라고 말했다. 이후 직장에 들어가 일반적인 개발 업무를 맡은 뒤에도 비슷한 취미를 유지하다가, 2021년 겨울에 새로운 게임의 프로토타입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 게임이 발전해 현재의 <발라트로>가 됐다.


처음에 그는 2명에서 4명까지 함께 플레이할 수 있는 <빅투> 스타일의 온라인 게임을 만들려 했다. 참고로, <빅투>는 포커처럼 페어, 트리플, 플러시 등의 패를 만들어 점수를 얻는 방식의 고전적인 카드게임이다. 이때 팬데믹 시기가 찾아왔고, 동시에 로컬썽크가 덱빌딩 로그라이크 슬롯머신 게임 <집주인이 너무해>에 푹 빠지게 되면서, 개발하던 게임의 방향성이 크게 바뀌게 됐다.


로컬썽크가 주목한 <집주인이 너무해>의 핵심은 '상대'가 없다는 것이었다. 싱글플레이 안에서도 점수의 규모를 키우고, 전략을 다양화하는 방식으로 게임이 재미를 더해가는 점에 집중해 <발라트로>의 방향성을 잡아갔다.


<집주인이 너무해>

<발라트로>의 초기 버전에서는 '포커' 룰에 훨씬 집중한 플레이를 만들었는데, 이런 방식으론 재미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판단에서, 현재의 '조커' 카드(<발라트로>에서 게임의 연산 룰을 바꿔주는 아이템)와 같은 시스템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재밌는 점은 로컬썽크가 <발라트로> 개발 이전에는 덱빌딩 게임을 많이 해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오히려 그게 "다행"이라 말했다. 다른 게임의 메커니즘에 영향을 너무 받으면, 자신의 아이디어가 가려졌을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게임에 재미를 더해줄 요소가 더 필요하다고 느낀 로컬썽크는 '조커'와는 다른 방식으로 룰을 변형해주는 '타로' 카드와 '행성' 카드를 게임에 넣기 시작했다. 기존 52장의 트럼프 카드 외에도 변형된 플레이 카드를 넣는 방식도 추가됐다. 이때부터 <발라트로>의 개발 방향이 크게 확장됐다고 한다.


그는 '조커' 카드들을 만들 때 몇 가지 원칙을 정해두고 기획했다. 그는 조커 카드가 특정 조커 카드하고만 연계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노력했다. 대신, 게임 전반의 시스템에 좁지 않은 범위로 영향을 줄 수 있게 만들어, 어떤 조커 카드를 획득해도 전략의 연계가 유연하게 이어질 수 있게 만들었다.


조커 카드의 설명은 4줄 미만으로만 만들어, 이해하기 쉽고 간결하게 만들었다. (이는 <하스스톤> 전 디렉터이자, <마블 스냅>을 만든 벤 브로드의 카드 디자인 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 다른 조커에 비해 강력한 효과를 가진 조커는 의도적으로 매우 제한적인 조건에서만 발동되게 만들어 밸런스를 조정했다. 가장 결정적으로 그는 '조커'로 게임의 흐름을 바꾸되, 가급적 기본 시스템에 없는 조건을 새롭게 제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발라트로>의 조커 카드들


로컬썽크는 게임 인포머와의 인터뷰에서 <발라트로>를 포함해, 만들었던 프로젝트를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게임을 외부에 전혀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이 생각하는 게임의 재미와 개발 과정에서의 흥미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반대로 게임이 대중에게 공개된 시점이 개발 주기에 있어서 더욱 큰 기점이기도 했다. 로컬썽크의 예상 이상으로 많은 의견과 피드백이 쏟아졌고, 게임의 완성도와 플레이 경험을 개선하는 데 집중했다. 외부의 피드백이 개발자 자신이 생각한 <발라트로>의 핵심 방향과 다를 때는 과감하게 걸러냈다고 한다.


<발라트로>에서는 각각의 도전이 한 번의 '런'으로 구분되고, 이 플레이는 '시드 넘버'로 기록되는데, 이것을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을 로컬썽크는 추가해뒀다. 이를 기반으로, 플레이어들은 다른 유저의 '런'과 경쟁하거나 따라하는 플레이를 하면서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기도 했다. 데모 공개 당시 스트리머들이 <발라트로>의 재미에 주목하면서 입소문을 탄 것도 인기에 불을 붙이는 데 한몫을 했다.


<발라트로>


<발라트로>는 2024년 2월 PC 정식 출시 이후 큰 인기를 얻었고, 몇 달 뒤에는 모바일과 콘솔 버전으로도 포팅되어 기세를 이어갔다. 첫 출시 직후 8시간 만에 100만 달러(약 14억 5,000만 원), 10일 만에 50만 장, 6개월 만에 200만 장, 8개월 만에 350만 장이 팔리는 기록을 달성했다. 


<발라트로>는 서문에 언급한 TGA 외에도 골든 조이스틱 어워드에서도 베스트 인디게임 상을 받는 등 2024년을 뜨겁게 달군 게임 중 하나다. 드라마 <블랙 미러> 시리즈 제작자 '찰리 브루커' 또한 데드라인과의 인터뷰에서 "<발라트로>는 (좋은 의미에서) 아마 역사상 가장 중독성이 강한 작품"이라 극찬하기도 했다.


로컬썽크는 게임스 레이더와의 인터뷰에서, 대단한 아이디어를 가져서 시작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운이 좋았다는 말을 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흔히 하는 3일 만에 알파 아이디어를 구현해 테스트를 해보는 식의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았고, 그저 "재밌을 것 같다고 느껴서" 여러 생각들을 천천히 쌓아왔다고 한다.


게임의 성공 덕에 게임 개발을 업으로 할 수 있게 된 것은 기쁘지만, 자신이 만든 게임이 자신을 정의하게 하는 것을 피하려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로컬썽크'라는 가명을 사용하는 이유 중 하나도, 이런 창작의 독립성을 이어가기 위함이라고 한다.


인기에 힘입어 <발라트로>는 <위쳐3>, <뱀파이어 서바이버즈>, <데이브 더 다이버>, <어몽 어스>, <돈 스타브>, <엔터 더 건전> 등의 게임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해 카드 스킨을 냈고, 2025년에 주요 게임 업데이트를 선보일 계획이다.



▲ 벌써 3번째에 접어든 <발라트로>의 무료 카드 스킨 콜라보레이션. 이번에는 <컬처 오브 더 램>, <엔터 더 건전>, <돈 스타브>, <워프레임> 등 8종의 게임과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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