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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3 2006 뉴스

[E3 후기] 다크지니의 E3 진실게임

이재진(다크지니) 2006-05-15 18:32:03

E3 2007은 내년 5월 16일부터 18일까지 개최됩니다.

 

적지 않은 고민을 했습니다. 개막, 폐막 기사를 위한 숫자와 이슈의 나열. 그것으로 과연 충분할까? 그냥 한국 업체들은 ‘선전’했다고 쓰면 족한 것일까?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사실 아닌데… 그냥 ‘노멀’하게 E3를 마무리 하기엔, 올해로 3년 연속 참가한 제 입장에서 못내 아쉬움이 남습니다.

 

현장에서 툭툭 폐막기사 쳐서 마무리 하지 않은 채 13시간 동안 태평양을 건너오면서 한 고민들을 정리해서 올려봅니다. 개인적인 주관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만, 적어도 더하거나 빼지 않은 담백한 이야기들입니다. : ) /디스이즈게임

 

 

▲ 줄어드는 E3 관람객들, 아~ 왜?!

 

E3의 관람객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작년에 7만여명, 올해는 6만여명의 관람객들이 다녀갔죠. 쇼장을 다니면서 내심 ‘올해 사람이 없다…’란 느낌을 갖고 있었는데 행사가 종료되면서 나온 ESA의 발표는 이미 작년 관람객에서 맨 앞자리가 하나 내려앉은 수치였습니다.

 

올해 관람객 감소는 의외입니다. 조직위원회가 원래 10시부터 시작하던 행사를 올해부터는 9시로 한 시간 앞당겨서 시작했거든요. 게다가 첫째날(10일)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VIP 타임’으로 선정해 혼잡을 최대한 방지하려고 했습니다. 물리적인 시간으로 따져봐도 3일간 1시간씩 더 열었음에도 불구하고 관람객은 감소한 거죠.

 

그나마 첫째날에 비해서 둘째날에는 관람객들이 꽤 많았습니다. 하지만 셋째날에는 다시 한산해졌죠. 매년 사우스홀과 웨스트홀 사이를 하루에도 수십번 왔다갔다하는 입장에서 느끼기에 줄었습니다. 다른 쇼와 비교해 볼까요?

 

독일 라이프치히 게임컨벤션이 13만명, 도쿄 게임쇼가 15만명 선입니다. 사실 이 집객수는 행사의 목적이 컨슈머(게이머) 대상이냐, 순수 비즈니스 대상이냐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E3는 비즈니스 행사이고 독일과 일본은 컨슈머 행사입니다. 하지만 E3는 최고의 이슈와 미공개 신작들이 집중되는, 컨슈머의 아드레날린을 끊어오르게 만드는 중요한 자리입니다.

 

한 시간이 앞당겨진 9시부터 개막된 E3.(출처: e3insider.com)

 

E3도 한때 지금과 같은 개최기간 동안 10만명에 육박하는 관람객을 동원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9만, 7만(2005년), 6만(2006년)으로 떨어지고 있는 거죠. 그러면 왜 이렇게 관람객이 줄어들고 있을까요?

 

일단 인터넷 미디어, 웹진과 커뮤니티의 발달이 한 원인일 것입니다. 미디어와 인터넷 인프라가 발단하면서 MS, 소니, 닌텐도의 컨퍼런스는 고화질로 인터넷에 생중계됩니다. 낮에 잠 좀 자놓고 밤새워 모니터 앞에만 앉아있으면 실시간으로 현장의 사진, 영상들이 척척 올라옵니다. 일반 관람객의 입장에서 수십만원의 입장료를 내고 갈 필요가 없어진 거죠.

 

이것은 E3에서 운영하는 정보사이트 ‘E3 인사이더’의 방문객이 작년의 2배(3일간 150만명 방문)로 늘어난 것을 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정말 이제는 비즈니스를 하려는 사람들과 여건이 되는 사람들만 E3를 찾는다는 느낌이 듭니다.

 

또, 최근 주최측인 ESA의 공식 코멘트에 따르면 "너무 사람이 많아서 제대로 관람과 사업을 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어 의도적으로 감소시킨 것이다"라고 합니다. 정말 '볼 일 있는' 사람들만 들어오라는 의미인데요, 계속 줄여나가겠다는 생각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ESA의 말처럼 비즈니스 행사인데 무슨 관람객이 그렇게 중요하냐고요? 맞습니다. 그러나 E3는 오프라인 행사입니다. 이대로 계속 줄어들어서 좋을 건 없다고 봅니다.

 

매년 사람들 사이에서 오가는 ‘뭔가 부족하다’, ‘은근히 볼 거 없다’는 이야기는 E3 주최측이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문제입니다. 저는 E3를 ‘비즈니스 행사의 탈을 쓴 컨슈머쇼’라고 규정하겠습니다. 그냥 너희들끼리 게임사고 팔아라~ 라고 내버려두기엔 새로운 게임 타이틀의 유혹이 너무나 거세거든요.

 

올해로 벌써 12회째. E3에겐 생기를 불어넣어줄 '무엇인가'가 필요합니다.

 

 

▲ 한국 부스는 정말 선전한 것일까?

 

올해 E3에는 메이저 무대인 사우스홀에 엔씨소프트, 웹젠, 예당 온라인, 한국공동관이 참가했죠. 이외에 비벤디 유니버셜 게임즈 부스에 <프리스타일>, 엔비디아 부스에 <R2> <썬>, 컨벤션센터 복도에 있던 <워록> 등이 선을 보였습니다.

 

여기서는 ‘얼마 수출했다, 몇 명이 왔다갔다’는 숫자놀음 말고, 진짜 관람객들의 반응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혹~ 할만한 상품’을 받으려고 메인 데스크에 줄 섰다가 바로 다른 부스로 가버리는 관람객까지 집객에 넣는 숫자게임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게임에 대한 반응이겠죠. ‘저 부스에 저 게임이 재미있으니 꼭 해보고 싶다’는 게이머, 관계자들의 관심.

 

한국 독립부스나 공동관은 게임으로 그들을 불러모으기엔 조금 힘에 부쳐보였습니다.

 

먼저 엔씨소프트는 사우스홀 정중앙에 위치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위쪽 끝으로 이사를 갔는데요, 작년 자리가 좋았습니다. 게다가 부스의 게임배치도 '1/N'로 균일하게 해 놓아서 어느 것이 메인 타이틀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더도 덜도 아닌 '적당한 흥행'을 기록한 엔씨소프트. 뭔가 아쉬웠다.

 

500만원의 벌금을 물게 한 ‘뮤테이터’의 공연도 집객이 어렵다 보니 작년만큼 호응을 끌어내지 못했습니다. 관람객들을 현혹시킬 상품도 ‘쎈’ 게 없었고요. 뭐랄까, 공격적이라는 느낌보다 방어적인 출전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웹젠은 부스걸과 기념품의 ‘승리’라 부르고 싶습니다. 보드처럼 생긴 웹젠 부스의 대형 매트와 반짝이는 목걸이는 E3 전체 기념품 중 단연 돋보였습니다. 부스걸도 매력적이어서 관람객들이 많이 몰려들었죠. <썬> <위키> <헉슬리>를 플레이해야 기념품을 받을 수 있는 퀘스트 시스템도 적중해서 시연대가 놀 틈이 없었죠. 사우스홀 왼쪽 구석에서 썰렁하게 보냈던 작년에 비하면 완전 성공이었습니다.

 

기념품의 승리 웹젠, 덕분에 게임도 많이 알려졌다.

 

예당온라인은 솔직히 게임을 즐기는 관람객들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우리네와 달리 <프리스톤테일>에 대한 서양인들의 인지도가 거의 없어서겠죠. 상담은 얼마나 오갔는지 모르겠지만 라인업에 대한 관람객들의 반응은 냉담했죠. 그나마 예쁜 부스걸과 몇몇 이벤트로 관객을 끌어 모으는 힘겨운 느낌이었습니다. 또 하나의 한국업체가 넓은 독립부스로 참가한 것은 자랑스럽지만, 그만큼 실속도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공동관은 올해 부스가 작년보다 예쁘게 나왔습니다. 관람객들이 둘러보기도 좋았고요, 다만 등을 맞대고 있는 업체별 공간 사이의 통로가 좁아서 좀 불편해 보였네요. 매년 느끼는 건데 상담실적도 좋지만 하루 종일 좁은 부스 하나를 힘겹게 지키고 있는 업체 담당자들이 쉴 수 있는 공간과 전시자를 위한 지원이 더 필요해 보였습니다.

 

피곤하고 무표정하게 부스에 앉아서 자기 게임을 하고 있는 업체분들을 보면 가서 말 걸기가 무색해집니다. 이래서야 새로운 ‘기회’가 오겠습니까? 신바람 나게 전시하고 웃어야 게임도 더 잘 팔립니다.

 

한국 부스 게임들에 대한 평가는 아직 ‘오픈’ 전이니까 생략하겠습니다. 하지만, 전세계 500만 유료회원을 확보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확장팩 시연대가 미어 터지는 것을 보면서 어금니를 꽉 깨문 건 저만이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들 더 분발해야 합니다. 자화자찬은 ‘마약’ 같은 겁니다.

 

사우스홀의 한국게임공동관. 부스는 더욱 깔끔해졌다.

 

 

▲ PC게임은 정말 시들어가고 있을까?

 

글쎄요, 올해 E3에서도 볼만한, 할만한 PC게임들 많았습니다. 물론 FPS게임과 전략시뮬레이션이 집중돼 상당히 장르편식이 심했고, FPS의 경우엔 차세대 게임기에 플랫폼을 내준 경우가 많아 전체적으로 ‘수세’를 면치 못했지만 양과 질면에서는 정말 열심히 ‘반짝반짝’거렸습니다.

 

먼저 FPS게임쪽은 보면 오래간만에 돌아온 <씬>(SiN)의 후속편, 액티비전 부스의 메인이었던 <에네미 테리토리: 퀘이크 워>와 <콜 오브 듀티 2>, EA부스 최고의 인기코너를 형성한 <배틀필드 2142>와 <크라이시스> 콤비 등이 있습니다.

 

EA 부스에 다정하게 붙어 있었던 <배틀필드 2142>와 <크라이시스>의 시연대.

 

전략시뮬레이션은 EA의 <C&C 3>와 <반지의 제왕: 중간계의 전투 2>, THQ의 메인이었던 <슈프림 커맨더>와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세가의 메인이었던 <미디블 2: 토탈 워>, 2K 게임즈의 <문명 4: 워로드> <시드마이어의 레일로드>, 비벤디의 <시저 4>와 <월드 인 컨플릭트> 등 쟁쟁한 게임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C&C 3>와 <슈프림 커맨더>의 출전은 ‘RTS 르네상스’를 다시 꿈꾸게 만들었죠.

 

이 밖에도 윌 라이트의 ‘악!’ 소리 나는 신작 <스포어>는 PC게임이 왜 지속돼야 하는지 너무나 잘 보여줬습니다. 분명 시장도 야금야금 온라인게임에 잠식당하고 있고 멀티플랫폼 타이틀의 경우 간판 플랫폼을 차세대 게임기에 내주고 있지만, PC게임이 E3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줄어들지 않습니다.

 

THQ 부스에 자리잡은 <슈프림 커맨더> 씨어터.(출저: e3insider)

 

앞으로 PC게임은 ‘이 정도의 수준’에서 계속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콘솔이 세상의 중심으로 떡 하니 버티고 있는 E3에서 온라인이 PC게임보다 앞섰네, 누가 더 강세네 따져봐야 큰 차이는 없습니다. 어차피 플랫폼은 PC로 같기 때문이죠.

 

멀티플랫폼 시대, 크로스플랫폼의 시대입니다. 오리지널 PC게임이 아니어도 좋은 신작들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 압승을 거둔 닌텐도, 침묵하는 소니, 여유만만 MS

 

‘사전 컨퍼런스가 E3의 절반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콘솔 메이커 3인방 소니, MS, 닌텐도의 컨퍼런스를 뜻하는 것인데요, 사실이 그렇습니다. 이들 컨퍼런스에서 ‘대박 이슈’는 다 나오고, E3 현장에서는 관람객들의 반응을 보게 되죠.

 

보통 3대 컨퍼런스가 끝나면 유저와 업계전문가들의 다양한 전망이 팽팽하게 맞서는데요, 올해는 좀 한쪽으로 많이 기울었죠. 바로 ‘가격을 밝힌 PS3’와 ‘가격을 안 밝힌 Wii’의 경쟁이었습니다. 엄청난 가격을 밝혀버린 PS3,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생각했을까요? ‘설마했던 가격’을 속된 말로 ‘질러’버렸습니다.

 

닌텐도는 Wii의 컨트롤러와 새로운 게임방식에 믿음을 심어줄 라인업과 데모시연, 그리고 실제 시연대 전시를 통해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습니다. 적어도 E3 2006에서 꺼낸 카드 대결에선 닌텐도가 압승을 거뒀죠.

 

MS는 윈도 비스타를 이용한 X박스 라이브 통합서비스 계획과 라인업 강화를 밝히면서 성큼성큼 여유 있게 앞으로 걸어나갔습니다. 각종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는 적절하게 PS3 가격을 언급하면서 이슈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상황을 잘 활용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소니 부스 플로어에 개방된 PS3 시연대. 인기게임은 꽤 기다려야 했다.

 

개인적으로 체험한 닌텐도 Wii는 적잖은 충격이었습니다. 닌텐도DS를 처음 접했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 더 강하다고 할까요? 터치스크린은 PDA 등에서 해봤던 거지만 이건 처음이었거든요. 모션센서가 다소 민감하다는 느낌만 빼면 아주 좋았습니다.

 

PS3도 화려한 비주얼로 만족시켜준 몇몇 시연게임들 덕분에 느낌이 좋았습니다. 다만 문제는 역시나 가격이겠죠. 컨퍼런스 이후에 소니 관계자들이 대부분 공식 인터뷰를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을 정도로 가격 발표 이후의 파문은 소니를 침묵하게 만들었습니다.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는 차세대기 전쟁의 반전은 이미 일어난 것일까요? 올해 도쿄게임쇼부터 연말까지의 클라이막스가 기대되네요. 자, 여기까지 정리하겠습니다. 내년에는 더 좋은 소식과 글들로 현장의 이야기들을 전해드릴게요.

 

E3 2007은 내년 5월 16일부터 18일까지 같은 장소인 미국 LA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됩니다. : )

 

웨스트홀 베데스다 소프트웍스에서 발견한 <폴아웃 3>의 포스터. 내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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