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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허접칼럼] 짝퉁, 카피 혹은 산자이 ②

임상훈(시몬) 2009-08-07 12:21:58

짝퉁 게임에 대한 비판은 정당합니다. 감정적인 비난도 속상함을 풀 수 있다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면 안 됩니다. 중국은 미우나 고우나 우리의 거대한 시장이니까요. 중국이 없었다면, 최근 몇 년간의 주가상승과 물가안정은 없었습니다. 갈 길이 멀더라도,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이번에는 산자이 게임을 둘러싼 환경을 둘러 봤습니다. 당연히 게임 이야기보다 잡설이 많습니다. 양해 부탁합니다. 그리고 답답한 국내 업체들의 사정도 적었습니다. 가슴 뻥 뚫리는 해결책이 없다고 포기하거나 저주하기보다는, 원인을 짚어보고, 실현 가능한 대책을 고민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디스이즈게임, 미련한 시몬

 


[허접칼럼] 짝퉁, 카피 혹은 산자이 


 

■ 판호 정책과 산자이 게임의 관계

 

중국 온라인게임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습니다. 한국 다음으로 급성장한 나라가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 2~3년 간 중국 시장은 자국 게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곳은 미국 빼고는 없습니다. 미국도 <WOW>라는 걸출한 물건이 없다면 전혀 다른 이야기일 거고요. 수출 시장은 아직 그 정도는 아닙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조금씩 중국의 성장이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베트남 시장에서 잘 나가는 MMORPG는 중국산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중국 정부의 역할이 컸다고 봅니다. 권위적이고 불투명하다는 비판은 정당합니다. 그래서 국내외 게임업체들에게는 원망의 대상인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중국 정부가 미래산업으로서 게임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영리하게 키워온 것도 인정해야 합니다.

 

중국 정부는 외국 게임이 서비스 되기 위해 필요한 라이선스인 판호라는 특효약을 사용했습니다. 판호는 우리에겐 악명(?)이 높지만, 중국에선 외국 게임의 서비스에 제한을 가하는 수문장이자, 자국 게임 산업을 재편, 정리하는 해결사입니다. 2000년대 초반 샨다의 성공 이후 중국에서도 우후죽순 퍼블리셔들이 늘어났습니다. 자금력이 약한 고만고만한 업체들이 많았고, 여기저기서 사기 사건도 발생했죠.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업체들 관리도 힘들었겠지만, ‘규모의 경제를 통한 게임 산업의 성장도 어려웠습니다.

 

<WOW>의 중국 서비스 재개 여부에 결정적인 역할을 쥔 '판호' 발급. <WOW> 사태는 새삼 중국 정부의 영향력을 확인시켜주었습니다. 

 

중국 정부는 게임업체 중 몇몇을 중심으로 판호를 할당함으로써 짧은 기간 메이저 퍼블리셔를 키워냈습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수많은 중소형 중국업체들끼리 외산 게임을 놓고 아옹다옹 하면서 허송세월 보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판호 정책은 자유경쟁에 위배되는 것으로 비판 받을 소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자국 산업을 키웠던 것은 대부분 자본주의 국가들의 전력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포스코나 현대, 삼성 등도 자신의 노력과 더불어, 각종 정부 혜택 덕분에 지금의 위치에 올라왔습니다.

 

판호 덕분에 업계 영향력이 절대적인 중국 정부는 무엇을 기대할까요? 외국 게임을 퍼블리싱해 돈을 벌게 해줬으니, 이제 번 돈으로 직접 게임을 만들어라, 정도 아닐까요. 자국 시장에서 자국 게임 점유율을 높이는 게 1차 목표고, 2차는 수출이겠죠. 자국 게임 점유율이 높으면 외국(특히 한국)에 부치는 돈이 줄어들 거고, 수출하면 들어올 돈이 많을 거니까요.

 

몇 년 전 만난 중국 업체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퍼블리싱해서 성공한 게임을 우리는 왜 못 만드냐는 압력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정부 관계자가 산자이를 시켰는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하지만, 정부에 무언가 얼른 보여줘야 하는 업체 입장에서(그래야 다음 판호도 빨리, 많이 받을 수 있겠죠.) 가장 빨리 쉽게 게임을 만드는 확실한 방법 한 가지는 짐작이 갑니다. 까만 게임이건 하얀 게임이건, 자국 게임 점유율이 높은 게 중국 정부가 반길 일인 건 의심의 여지가 없을 거고요.

 

 

■ 신중화주의와 산자이

 

최근 중국에는 ‘신중화주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청 왕조 이후 잃어버렸던 세계의 중심이라는 자존심을 다시 찾으려는 움직임이죠. 지난 해에는 국제적으로 중국의 위세를 드높인 베이징 올림픽이 있었습니다. 내년 5월에는 상하이에서 세계박람회(엑스포)가 열리고요. 중국 최대 도시 두 곳에서 연달아 전세계적 이목을 모으는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국가 위상을 높이려는 노력일 겁니다.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중심으로 말이죠.

 

세계의 중심을 되찾으려는 신중화주의는 다른 관점에서 볼 수도 있습니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빈부격차에 따른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티베트나 위구르 등 소수민족 소요사태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고요. 여러 민족으로 구성된 13억 인구를 한데 묶었던 '만민평등'이라는 공산주의 이념의 힘이 점점 약해지는 추세죠. 그런 탓에 이런 갈등들은 체제를 위협할 가능성이 큽니다. 올림픽과 엑스포 같은 대규모 이벤트에서는 내부 불만을 무마하려는 의도도 읽혀집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있었습니다. 12.12 쿠데타(79) 5.18 광주민주화 운동(80) 이후 민심이 뒤숭숭했죠. 군사정권은 이를 무마하기 위해 미스유니버스 대회(80)와 국풍 81(81), 프로야구 개막(82) 같은 이벤트를 연달아 개최했습니다.

 

전두환 정부는 5.18 1주년을 맞아 광주에 쏠릴 관심을 잠재우고, 정권에 반대하는 세력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민족문화의 창달' 을 앞세워 KBS와 함께 '국풍81'을 개최했습니다. 이 행사를 총괄했던 청와대 정무1비서관 허문도는 서울대 후배인 김지하(시인), 김민기(가수, 작곡가), 임진택(판소리꾼) 등을 포섭하려 했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의 불꽃놀이는 장관이었습니다. 하지만 거기에만 시선을 뺏겨서는 안됩니다. 세상 일은 어떤 식으로든 연결돼 있으니까요. (그래서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요!) 중국의 자존심 되찾기는 결코 자국 내의 일만이 아닙니다. 실제로 동북공정같은 경우도 그렇잖아요. 우리의 반발에 대해, 평범한 중국의 보통 사람들도 자국 논리에 역성을 듭니다. 지난해 올림픽 성화 봉송 도중 발생한 티베트 관련 데모 탓에 전국적인 까르푸 불매 운동이 벌어진 것도 그렇고, ‘신중화주의는 정부의 의도대로 꽤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주목할 것은 이 같은 애국주의는 최근 세계 경제 위기 속에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세계 경기 위기에 따른 수출 악화는, 수출에 의존해 성장하던 중국인들에게 내수경기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켰죠. 이는 자국 산업을 옹호하는 태도를 강화시키고 있고요. 당연히 타국 게임의 저작권 운운하며 자국 게임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 색안경을 쓰고 볼 가능성이 커진 거죠. 이런 정서와 더불어 업체와 정부의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 아래 있는 게임 관련 미디어 역시 산자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비판하기 힘들 수 밖에 없고요.

 

 

■ 불법 프리서버와 합법 산자이

 

프리 서버는 명백한 불법입니다. 그런데 중국은 왜 다른 곳보다 프리 서버가 발달했을까요? 여러 각도에서 이유를 댈 수 있을 겁니다. 가령 ‘중국의 해킹 실력은 세계 최고다.’도 설득력 있습니다. 소스가 내부에서 유출된 사례를 주목한다면, 느슨한 준법정신에서 이유를 찾을 수도 있을 겁니다. 또는 공짜를 좋아하는 습성에서 이유를 댈 수도 있겠죠. 그런데 제가 만난 게이머들은 좀 다른 이야기를 하더군요. 국내에서는 전혀 못 듣던 이야기여서 놀랐습니다. “한국 게임은 조금 하고 나면 즐길 컨텐츠가 없고, 업데이트도 느리고, 운영도 잘 못한다. 프리서버가 더 할 게 많다.

 

핑계라고 여길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중국 게이머들의 게임소비 패턴을 보면 이 핑계는 부분적으로나마 사실에 가깝습니다. 산자이에 대한 옹호의 근거도 비슷한 곳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수십 개의 한국 게임을 접해온 중국 와우저는 산자이 게임에 대한 제 물음에 이렇게 되물었습니다. “업데이트가 잘 안 되는 게임, 서비스가 엉망인 게임을 대신해서 제대로 하겠다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본다. 자국 정서에 더 맞는 최적화한 게임을 만드는 것이 왜 잘못됐는가?

 

이 게이머의 말은 부분적으로는 맞습니다. 상당수 한국 게임들이 업데이트, 운영 부실로 비판을 받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상당수 산자이들이 원작 게임이 운영되기 전부터, 혹은 잘 운영되는 중에 만들어지고 있는 현실에는 들어맞지 않습니다.

 

한 가지 흥미 있는 점은 꽤 많은 프리 서버 운영자들이 자국 게임 제작의 열기를 타고 ‘제도권’으로 유입됐다는 사실입니다. 중국 내 일부 프리 서버는 본 게임보다 업데이트가 잘 되고, 컨텐츠도 더 풍부하게 갖췄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게임에 투자가 몰리고, 제작 인력 수급이 급해진 시점에서, 게이머들의 성향을 잘 알고, 이를 게임 속에서 충족시켰던 경험은 꽤 대접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들의 상당수가 업계에 들어갔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이 어느 정도까지 산자이 게임과 관련을 맺고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이들은 비합법적인 프리 서버를 벗어나, 합법적인 산자이 게임을 만들면서 죄책감을 느끼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 답답한 우리 업체들

 

벤치마킹/참조/모방/답습/표절의 경계를 칼로 무 자르듯 정확하게 이야기하기 곤란합니다. 딱 정해진 규정도 없고, 사람마다 관점도 다르니까요. 그래서 기존 작품의 일부 요소와 닮았다는 이유로 성급하게 ‘표절’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위험합니다. 그렇더라도, ‘모방을 위한 모방’을 했으면서도 ‘참조만 했다.’고 발뺌하는 것 역시 용인될 수 없는 일입니다. 무 자르듯 정확하게 구별 못한다고, ‘쌍둥이’와 ‘삼촌-조카’까지 구별 못하는 건 아니니까 말이죠.

 

일부 산자이 게임들은 확실히 문제가 있습니다. 이에 분노한 일부 국내 유저들은 '업체들이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유저의 분노가 아무리 커도, 업체의 분노를 따를 수 있을지. 업체들은 더 열불 납니다. 심리적, 물질적 피해가 막심하니까요. 하지만 참 답답합니다개별 업체 입장에서 소송을 거는 것도 만만치 않으니까요. 역대 국내 업체가 제소한 두 번의 소송이 있었지만, 이긴 사례는 없습니다. 중국 법정에서 얼마나 오래 걸릴지, 얼마나 돈이 들어갈지, 이길 수나 있을지도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오른쪽 이미지: 표절과 관련된 유명한 스크린샷 비교. <미르의전설 2>(왼쪽)와 <전기세계>.)

 

설혹 이기더라도 애국주의 등의 이유로 중국 게이머들에게 ‘밉보이는’ 것이나, 중국 정부에게 ‘찍히는’ 것은 부담스럽습니다. 정부가 판호를 주지 않으면, 그 업체의 중국 수출 계약은 물 건너갔다고 보는 게 맞으니까요. 구글, MS, 닌텐도 등 세계적인 대기업도 중국 내의 지적재산권 난맥상을 해결하지 못하고 손을 들고 있는 상태입니다. 상하이에서 열린 CGDC가 중국 정부의 파워를 보여줬잖아요. 블리자드 CEO가 기조연설을 하고 <WOW> 수석 프로듀서가 강연하는 게임 컨퍼런스를 저는 처음 봤습니다.

 

이럴 때 우리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일인 것도 사실입니다. 행정부가 나서봐야, 표절 여부는 사법부가 판단할 문제라고 하면 할 말이 없잖아요. 이럴 때는 당근이나 채찍이 필요한데, 중국 정부가 우리 정부에게 그다지 아쉬울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반대라면 모를까요. 오히려 이런 압력이 국내 게임업체들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고요. (그래도 중국 관련 저작권 세미나 말고도 무언가 더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이를테면, 올해 베이징에서 2회째 맞는 지적재산권 컨퍼런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든가 하는요. 중국에도 산자이를 염려하는 고위급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아참, 한중 FTA를 체결한다면, 부디 판호 문제 등과 함께 지적재산권에 관한 부분도 우리 측 의견이 적극 반영됐으면 합니다.)

 

 

■ 공격이 여의치 않을 때는 수비라도

 

지금까지 제가 나열한 인식과 환경을 감안하면, 산자이 게임 문제는 하루 아침에 해결되기 힘듭니다. "몇년 동안 고민해봐도 솔루션이 보이지 않는다"는 한 메이저 게임업체 임원의 하소연처럼 답답합니다. 저 역시 갑갑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국 업체들의 상황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중국 게임업체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한국이 게임 사업을 지키려면, 남을 탓하기보다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조언합니다.

 

그는 "중국에서는 상당수의 한국 온라인게임 소스들이 암시장에서 돌고 있다.  이런 소스를 입수한 뒤 산자이 게임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소스코드들은 크게 해킹을 통한 유출과 내부 직원에 의한 유출의 두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국 내에서는 내부 직원이 소스코드를 빼돌린다는 설이 더 많다고 합니다. 빠른 시간에 쉽게 치부할 수 있는 유혹이겠죠. 따라서 중국 업체와 계약 시, 철저히 소스 코드를 지킬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해킹을 막기 위해서는 인터넷과 내부 개발망은 분리해서 사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당수 한국 업체들은 이에 대해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언제 해킹이 들어올 지 모르는 대륙과의 계약에서는 계약금만큼이나 이런 부분에 대한 관심이 절실합니다. 이와 더불어 최근 국내 유저들에게 공분을 산 <뮤X>와 관련해, <뮤>의 상표권을 미리 신청했다면 이런 문제를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공격이 만만치 않다면, 최소한 슈퍼 세이브가 필요합니다.

 

중국통인 한국 업계 관계자는 산자이 게임 문제에 대해 “현실적인 해결은 어렵더라도 꾸준히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우리 억울함에 대해 물밑으로라도 계속 이야기를 해야, 그나마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겁니다. 중국 업체와의 계약 등에서도 이런 위험을 감안해서 더 좋은 조건을 얻어낼 수도 있겠죠. 돈 드는 일도 아니고, 품 많이 드는 일도 아니니, 이런 건 우리 업체들이 서로 도와주었으면 합니다.

 

 

■ 지식의 저주에서 벗어나자

 

지식의 저주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말이 잘 통하지 않는 경우를 설명하는 논리 중 하나죠. 나는 상대방이 당연히 알 것이라 생각하고 이야기를 하는데, 상대방은 모르고 있는 상태여서 이쪽 이야기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에 쓸 수 있습니다. 중국 게이머와 우리 게이머 사이의 감정적 대립은 지식의 저주와도 일부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도 잘 알고 있듯이, 중국 게이머들도 게임 일반이나 지적재산권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1)편에서 살폈듯, 그건 사실과 다릅니다. 그러니 말이 안 통하고, 결국 감정적인 비아냥으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비아냥은 한 순간 시원할지 몰라도 결코 상대를 설득시킬 수 없습니다. '짱개'에 대한 조롱은 '김치'에 대한 조롱으로 튕겨 나올 뿐입니다.

 

우리는 중국 게이머들의 무지 또는 무관심에 대한 불만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같은 잣대로 중국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우리 자신의 무지와 무관심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소 밋밋한 이야기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중국 게이머들의 상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설득력 있는 근거와 논리로 차근차근 우리의 처지를 이해시키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 모범은 정부가 좀….)

 

마지막으로 이번 취재 과정에서 들었던 '따끔한' 이야기 두 토막입니다. 하나는 게이머에게, 다른 하나는 업계 관계자에게 들었습니다. 어쩌면 이 안에 더 기본적인 답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 게임이 서비스를 잘해서 계속 경쟁력을 유지한다면, 산자이가 나와도 흥행할 수 없다. 제대로 운영을 못하기 때문에 산자이가 나오는 것이다. 산자이가 출현은 막기 어렵더라도, 오리지널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다면 산자이는 힘을 못 쓸 것이다.

 

 

“당신은 나에게 중국의 산자이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한국에 산자이 게임이 더 많은 것 같다. 중국 산자이는 겨우 몇 퍼센트의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게임 속은 많이 다르다. 시스템이나 운영은 더 발전했고, 다양하다. 반면 한국 게임은 화려한 겉모습은 달라도, 게임 속은 거의 다 비슷비슷하다. 그게 더 산자이 아닌가. 비판만 하지 말고 자신을 들여다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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