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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자율규제 특집]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1주년, 바뀐 건 없다

안정빈(한낮) 2016-07-04 19:42:28

국내 게임개발사들이 확률형 아이템의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율규제를 택한지 1년이 지났다. 하지만 아쉽게도 자율규제는 생각만큼 효과를 보여주지 못하는 모양새다.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는 여전히 생색내기에만 그치고 있고, 오히려 이를 강제하려는 법안까지 등장했다.

 

디스이즈게임에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1주년을 돌아봤다. 먼저 자율규제가 얼마나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 그 현황부터 살펴보자.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송예원 기자


 

#자율규제 준수율 88%! K-IDEA의 자화자찬

 

K-IDEA의 발표에 따르면 2016년 5월 확률형 아이템의 자율규제 모니터링 결과 자율규제 적용대상 75개 게임 중 88%인 66개 게임이 자율규제를 준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플랫폼별로는 온라인게임이 89%, 모바일게임이 87%로 비슷했다.

 

특히 상위 50위권에 포함된 26개 모바일게임들은 단 1개 게임을 제외하고 모두 자율규제를 준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K-IDEA의 발표만 따르면 마치 자율규제가 굉장한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정말일까?

  

 K-IDEA가 발표한 5월 자율규제 준수 현황

 

 

#개발사에서는 공개해도 정작 보는 사람은 없는 확률공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의 핵심내용은 확률공개다. 그리고 확률공개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이뤄진다. 게임에서 직접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게임 내 공개방식과 공식홈페이지나 공식카페 등을 통해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페이지 공개방식이다.

 

디스이즈게임에서 입수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자료에 따르면 2016년 5월 기준으로 자율규제를 따르는 158개 게임 중 131개 게임이 대표페이지 공개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확률을 보여주는 페이지가 공식카페에 가입한 후 공지사항 등에서 검색해야만 나오는 방식 등을 택하다 보니 유저들이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넷마블은 지난 6월 29일 모바일게임 <스톤에이지>를 출시했다. 그리고 7월 3일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기준으로 <스톤에이지>의 다운로드 숫자는 5만~10만 다운로드. 반면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한 공식카페 게시물의 조회수는 7천을 조금 넘는다. 앱스토어를 통해 다운로드 받은 유저까지 포함하면 전체의 10%에도 못 미치는 숫자다.  

  

다른 게임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1천만 다운로드를 넘긴 <모두의 마블>의 확률공개 게시물 조회수는 2만 5천을 겨우 넘는다. 300만 다운로드를 넘긴 <뮤 오리진>의 확률공개 게시물의 조회수는 1만 5천에 불과하다. 마찬가지로 300만 다운로드를 넘긴 <로스트킹덤>의 확률공개 게시물의 조회수도 9천을 겨우 넘는다.

 

게임을 다운로드 받은 유저 중 많게는 10% 적게는 1%조차 안되는 유저들만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확인하고 있는 셈이다. 

 

  

 

#공지는 꼭꼭 숨겨두고, 찾아도 볼 것 없는 내용뿐

 

그럼 더 이상 유저들이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에 관심이 사라진 것일까? 아쉽지만 이 경우는 그것보다 형식적인 자율규제를 위한 개발사의 '꼼수'에 가까웠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자료에 따르면 158개의 자율규제 시행 게임 중 개별아이템의 확률을 모두 공개한 게임은 5개에 불과하다. 온라인게임으로는 <슬러거>, <라그나로크>, <피파온라인3>, <아바>가 모바일게임으로는 <피파온라인3 M>이 공개하고 있다. 

 

넥스트플로어의 <드래곤플라이트>나 레드사하라의 <불멸의 전사>처럼 조사대상에서 빠진 확률공개 게임까지 포함하면 숫자가 일부 늘어나겠지만, 일단 거의 모든 게임이 소숫점까지 공개하는 개별공개 대신 일정 구간으로 나눠서 확률을 공개하는 구간별공개를 택하고 있다.

 

문제는 각 구간이 너무나 큰폭으로 잡혀있는 탓에 현실적으로 확률공개가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게임에서 1%미만은 매우 낮음으로, 1~5%를 낮음으로, 5~10%를 보통으로 표시하지만 정작 유저가 원하는 아이템은 매우 낮음에만 집중돼있다.  

 

  

예를 들어 <뮤 오리진>에서 매우 낮음 확률에 해당하는 아이템은 68개로 전체 아이템 134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한 마디로 확률을 공개해도 분별력이 없다는 뜻이다.

 

그나마도 대부분의 개발사가 자율규제가 시작된 2015년의 게시물을 그대로 방치한 채 업데이트만 하는 탓에 출시 후 1년 이상 지난 게임은 일일이 공지사항을 찾아보기 전까지는 확률 공개가 언제 됐는지조차 알기 어렵다.

 

참고로 구글플레이스토어 기준 매출순위 20위권 내의 게임 중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공식카페 공지사항 첫 페이지에 고정한 게임은 <모두의 마블>이 유일하다. 소수점까지 확률을 공개한 게임 역시 온라인게임과 연동한 <피파온라인3>와 <히트>뿐이다.

 

그나마 <모두의 마블>(모바일)이 확률 리스트를 공식카페 공지에 고정시켜 놨다. 
 

  

#나아지지 않은 유저의 신뢰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확률형 아이템과 개발사에 대한 유저의 신뢰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자율규제를 시작한 작년 7월부터 12월까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민원은 69건으로 6월까지의 41건보다 50% 이상 증가했다. 

 

올해 1분기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민원 역시 2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9건)보다 늘어났다. 4월 이후의 민원만 15건에 달한다. 그나마의 자율규제조차 시간이 흐를수록 지키지 않는 개발사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확률형 아이템의 자율규제 준수율은 2015년 12월 93%에서 현재 88%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중국산 모바일게임이나 블리자드 등 K-IDEA에 소속되지 않은 해외 개발사의 게임도 늘어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구간별 확률조차 공개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1년 전 자율규제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우려됐던 문제들이다. 결국 확률형 아이템의 자율규제는 1년째 제자리만 헤매며 유저들의 신뢰로부터 차츰 멀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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