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세의 <창천 온라인> 유저 무한지존님이 가족들과 함께 한 사진.
필자 앞으로 한 제보가 도착했다. 내용인즉 주변에서 해외파 유저가 <창천 온라인>을 플레이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해외파 유저가 어디 한두 명이던가? 필자 주변에만도 서너 명의 플레이어가 미국이나 유럽에서 한국의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그 다음 이어지는 내용을 확인한 필자는 잠시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인도네시아? 그곳에서도 한국으로 접속이 가능할까?”
필자는 참을 수 없는 호기심에 이야기의 주인공을 찾아 나섰다. 제보인의 도움 덕분에 목표(?)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흔쾌히 필자와의 인터뷰에 응해주신 바로 그 분, 바로 경국지색 서버의 무한지존이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Nephlite
TIG>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자기 소개를 해 주시겠어요?
무한지존 : 안녕하세요, 인도네시아에서 거주하게 된 지 올해로 30년이 되었고 게임상에서는 경국지색 촉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무한지존입니다. '고구려' 군벌 초기 멤버였고 저번 3시즌에는 촉나라 정책부를 맡았으며 현 4시즌에는 은퇴하고 관직업에만 주력하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인도네시아는 생각보다 훨씬 넓은 나라다.
TIG> 뒤늦게나마 결혼을 축하드립니다. 행복하시겠어요.
무한지존 : 네. 아내도 제가 게임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녁시간에 제가 컴퓨터 앞에 앉아있어도 밥 먹으라고 컴퓨터 옆에 식사를 간단하게 차려주기도 하고, 게임하는 걸 옆에서 한참 보고 있다가 졸기도 하고… 소소한 재미가 있죠. 웬만한 여자들은 난리를 칠 일인데 아내가 참 순수한 면이 있어요.
TIG> 그 연배에 게임을 취미로 삼는 것도 흔하지 않은 일일 텐데요. 보통은 게임은커녕 컴퓨터를 다루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분이 많습니다.
무한지존 : 젊었을 적부터 해외를 다니다 보니 아무래도 보통 사람들보다는 문물에 익숙한 감이 있습니다. 컴퓨터라는 것도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되었던 시기보다도 더 일찍 만져봤으니까요.
그게 79년이니 한국에서 81년 인국동에서 최초로 IBMPC 전시회가 열리기도 전의 일입니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접해봤는데 당시는 업무용으로만 사용하다가 10여 년 전쯤부터 온라인 게임이라는 것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재미를 붙였죠.
이 시절의 컴퓨터를 기억하십니까?
TIG> 그럼 <창천 온라인>을 시작하기 전에도 게임을 즐기셨나요?
무한지존 : 몇 년 전부터 사업이 기반을 잡아서 웬만한 일은 전부 집에서 전화나 이메일로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생겼죠. 사장의 여유랄까, 그 이후 한국에 대한 그리움도 풀 겸 그쪽 사람들과 소통이 가능한 온라인게임을 본격적으로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처음 접한 게임은 <조선협객전>이었고 중간에 <리니지>도 거쳤습니다. 그때만 해도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라 다른 유저를 죽이는 걸 싫어했어요. 그래서 혈맹끼리 분쟁이 일어나도 참석하지 않았을 정도였는데 <창천 온라인>을 해오면서 많이 호전적이 됐네요.
TIG> <창천 온라인>을 시작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라도 있습니까?
무한지존 : 그냥 뭐 평범하죠. 예전에 웹 검색을 하다가 창천온라인 베타가 시작된다는 소식이 있길래 한번 해본 게 처음이었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 초반에 레벨업이 쉬운 편이더라고요. 정신 없이 하다 보니 금세 레벨 15, 20을 찍게 되었죠.
그런데 그 짧은 시간에 캐릭터에 애착이 생긴 거에요. 또 당시 국챗에 분쟁이 자주 나는 편이었는데 그거 참견하다가 정이 들기도 했죠. 지금 한국 정세가 이렇구나, 요새 어린 세대는 이런 부분이 있구나, 이런 느낌 말이죠. 그래서 그 다음에는 아예 눌러 앉아서 천천히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TIG> <창천 온라인>에 접속하시면 주로 어떤 일을 하면서 보내시나요?
무한지존 : 일상 말인가요? 예전 시즌에 정책부에 있을 때에는 일단 접속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국경 상황 점검이었죠. 현 시즌에는 은퇴하긴 했지만 일단 버릇이 되어 놓으니 지금도 그것부터 살펴봅니다.
그리고 ‘남만 후군’ 전장에 사람들이 있나 없나 살펴보고, 없으면 남만에서 포로퀘스트를 하면서 돈을 모으죠. 저는 외국에 거주하다 보니 송금 문제로 캐시 충전이 힘들어서, 쟁을 준비하려면 냥벌이로 물약 값을 모아야 하거든요.
한국에 있는 동생들을 통해 캐시 충전을 하는 방법도 있지만 매번 그러기도 번거롭고 해서 직접 뛰는 일이 더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게임접속시간이 엄청나요. 보통 한번 플레이를 시작하면 전장포인트를 4000~6000정도까지 모으니 하루 열시간 정도는 쏟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 살고 있는 이들에겐 편리한 수단이지만 해외에서는 어렵다고.
TIG> 과거 정책부를 맡으셨었다니 현재 서버 정세에 대해 한마디 하신다면?
무한지존 : 3시즌이 참 길었어요. 촉나라 인구가 적다보니 3시즌에서는 내내 오와 동맹, 위와 동맹을 번갈아가면서 낮은 자세를 취해야 했죠. 하지만 4시즌에서는 좀 달라졌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독립적으로 움직이면서 촉의 색을 찾았으면 합니다.
전통적으로 우리 서버에서는 규모가 큰 위나라와 오나라가 앙숙이고 작은 촉이 중간에서 조율하는 형세인데 지금까지는 그 관계에서 이익을 챙긴다기보다는 미묘하게 손해를 봐 왔습니다. 저는 이게 한쪽으로 기울어져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보거든요. 너무 끌려 다닌다는 거죠.
이럴 게 아니라 어느 쪽에 먼저 손을 내밀지 말고 철저히 독립적으로 움직인다면 좀더 나은 상황이 오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위나라와 오나라 두 국가 모두 두 곳에서 전쟁을 치를 여력이 있기 때문에 승산이 많다곤 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꼭 이기지 못하더라도 사람들이 전쟁을 겪어봐야 노하우가 쌓이는 것 아니겠습니까?
TIG> 각 직업군간의 밸런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무한지존 : 미묘한 차이가 있지만 딱히 밸런스 논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무사가 컨트롤이 좀 어려운 면이 있긴 한데 유저 소관이죠. 각 캐릭터마다 특성이 다 다르니 어느 캐릭터가 세다 약하다 하는 차이보다는 특징을 잘 잡아내는 플레이와 서로간의 조화가 더 중요하다고 봐요.
중요한건 특징과 조화.
TIG> 정성스런 답변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제 슬슬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은데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무한지존 : 최근 여러 일이 있었습니다. 저는 저 자신뿐만 아니라 저를 대신해 게임 안에서 움직이는 제 분신에도 인격이 깃들어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이들의 분신도 마찬가지겠죠. 사이버 익명성에 기대어서 남의 감정은 무시하고 자신의 이득이나 기분만 챙기는 몰상식한 행동은 사라졌으면 합니다. 서로 존중하면서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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