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에서 신작을 서비스하는 게임사들은 고민이 많다. ‘비용 대비 효과’가 걱정인 홍보/마케팅부터 회원수/동시접속자수 유지까지, 신경 쓰이는 게 한둘이 아니다. 자리잡는 게 만만하지 않고, ‘흥행의 첫 관문’인 동시접속자수 1만 명도 쉽사리 손에 잡히지 않는다.
CJ인터넷이 <심선>을 선보일 때 고민은 더 많았다. ‘2% 부족할 것 같은’ 중국 게임에 대한 선입견까지 극복해야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더 고민하고, 더 뛰는 정공법. 그 결과 프리-오픈 때 동시접속자수 1만 명을 넘겼고, 정식 오픈 첫날 2만 명에 육박했다.
CJ인터넷은 무엇을 고민했고, 어떤 노력을 했을까. 3개월째 주말도 없이 <심선>과 함께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는 CJ인터넷 팽민영 과장을 만났다. /디스이즈게임 이재진 기자
■ “확신을 갖고 잡았고, 소신 있게 밀었다”
중국 픽셀소프트가 개발한 <심선>은 차이나조이 등을 통해 공개된 후 “기존의 중국 게임 같지 않다”는 호평을 많이 받았다. <심선>을 개발 초기부터 지켜본 팽민영 PM은 “참신한 게임성과 시스템을 눈여겨봤다”고 말했다. 확신이 선 CJ인터넷은 <심선>을 잡았고 ‘어떻게 알리고, 띄울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CJ인터넷 사업부 입장에서 <심선>의 국내 서비스 일정은 ‘살인적’이었다. 6월 4일~7일 1차 테스트, 한 주 쉬고 6월 18일~21일 프론티어 테스트, 6월 25일~29일 프리 오픈, 7월 2일 오픈 베타. 한 달 동안 세 번의 테스트를 거쳤고 바로 오픈까지 달렸다. “3개월 동안 주말도 없었다”는 팽 과장의 말이 이해가 갔다.
그는 “게임을 유저에게 선보이는 것이 가장 좋은 마케팅 툴이라고 생각했다”며 소신을 밝혔다. 6월 둘째 주만 빼고 매주 테스트하는 건 생각 만큼 쉽지 않았다. 주말까지 테스트하고, 주초에 새로운 빌드를 받아서 바로 또 테스트. 중국에 개발사가 있기에 더욱 까다로운 과정이었다.
탑승물을 타고 자동이동 네비게이션을 이용하면 쾌적하게 즐길 수 있다.
■ 기존에 없었던 소재, ‘애니메이션 RPG’로 홍보
<심선>은 중국의 유명 설화를 소재로 개발되었다. 여기에 다양한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판타지도, 무협도 아닌 독특한 색채를 갖게 되었다. 참신한 요소가 많은 건 장점이지만, 반대로 ‘자리잡기’가 애매할 수 있었다. 고민 끝에 내놓은 답은 ‘애니메이션 RPG’.
“게임이긴 하지만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는 느낌으로 즐길 수 있다. 애니메이션 영화를 즐겨 보던 유저층도 끌어들이고 싶어서 애니메이션 RPG라고 소개했다.” 팽 과장의 말처럼 <심선>은 홍보영상도 영화 트레일러 느낌으로 구성되었다.
홍보와 마케팅도 ‘웃음’과 ‘친근함’을 콘셉트를 잡고 밀어붙였다. 첫 테스트부터 오픈까지 한 달 동안 보도자료를 10건 이상 배포하면서 <심선>의 특색을 알렸다. 변태 할아버지, 괴력 꼬마 등 코믹한 캐릭터와 몬스터를 잡아먹는 엽기 펫, 20인승 탑승펫 등 참신한 요소를 강조하며 ‘좋은 선입견’이 형성되도록 노력했다.
캐릭터의 기분(표정)을 자유롭게 정해 놓고 즐길 수 있는 것이 <심선>의 매력.
■ 한 달 만에 회원 40만, 동접 1만 달성
홍보/마케팅/사업이 악착같이 달라붙어 띄운 <심선>은 정말로 떴다. 지난 5월 말 1만 명에 불과했던 회원수는 6월을 지나면서 40만 명으로 불어났다. 프리 오픈 베타에서는 동접도 1만 명 수준으로 올라왔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24세~29세 중심으로 형성된 핵심 유저층이었다. 여성 유저도 <심선>을 많이 찾았다.
“프론티어 테스트(6월 18일~21일)를 기준으로 여성 유저의 비율이 30%에 달했다. 24세~29세 유저층은 전체의 30% 이상이다. 걱정했던 것보다 연령대가 높아서 좋았다.” 팽 과장은 평균 플레이 타임도 3 시간이 넘게 나왔다며 한시름 덜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난 2일 오픈 베타에 들어가면서 타깃을 PC방으로 넓혔다. 경험치와 게임머니 20% 추가, 10 레벨 단위의 격려 아이템 자동지급, PC방 전용 비행서예붓 등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보통 PC방 혜택으로 제공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하다. “RPG는 PC방 시장이 중요하다”는 팽 과장의 설명을 듣고 중국 픽셀소프트가 아낌 없이 지원해 주었다고 한다.
PC방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비행서예붓에 탄 모습.
■ 오픈 마인드로 힘을 실어 준 중국 개발사
<심선>을 만든 중국 픽셀소프트는 한국 서비스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한국 버전을 위한 수정사항을 열린 자세로 받아들여 작업했다. 파격적인 PC방 혜택과 전용 아이템이 대표적인 예. 팽 과장은 CJ인터넷의 첫 중국 게임 <완미세계>의 PC방 데이터를 뽑아 들고 픽셀소프트를 찾아갔다. PC방 시장의 중요성을 전해 들은 픽셀소프트는 적극적인 지원을 해 주었다.
팽 과장은 “개발사에 어떤 것이든 요청하면 모두 기회비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모든 것을 할 수 없으니 우선순위를 정해서 잘 요청해야 한다는 것.
앞으로는 <심선>에 한국을 위한 오리지널 아이템과 컨텐츠를 넣을 계획이다. 팽 과장은 “픽셀소프트에서 한국형 펫이나 탑승물을 만들겠다고 했다.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선>은 웃음 코드가 강해서 기발한 탑승물도 생각하고 있다. ‘횡성한우’ 같은 한국형 탑승물도 나올 수 있는 분위기다.
팽 과장은 “장기적으로는 한국적인 마을이나 한국 캐릭터를 넣을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픽셀소프트가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심선>의 특색 중 하나인 탑승물. 플레이 동기부여를 확실하게 해 준다.
■ 첫 주말 ‘동접 3만’을 목표로 뛴다
<심선>은 MMORPG 초보자나 여성이 하기에 좋은 ‘접근성’을 갖고 있다. 퀘스트 목적지까지 자동으로 안내해 주는 ‘자동이동 네비게이션’과 솔로 플레이를 도와주는 NPC가 편안함을 주고, 기상천외한 펫과 탑승물이 호기심을 유발한다.
자신감이 붙은 CJ인터넷은 오픈 첫 주말에 3억 원 규모의 넷마블 캐쉬를 투입한다. 아예 7월 4일을 ‘심선 데이’로 지정하고 하루에 캐쉬 3억 원을 아낌 없이 제공할 예정. 초반 기세를 확실히 붙잡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팽 과장은 첫 주말 목표를 “동접 3만 명”이라고 밝혔다. 기반을 다지면 유지하는 건 자신 있다는 표정이다. <심선>은 중국에서 이미 상용화한 게임이기 때문에 컨텐츠도 확보되어 있다.
오픈 시점에서 이미 60 레벨까지 컨텐츠가 열려 있고, 다음 버전 한글화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중국에선 확장팩 개념의 대형 업데이트도 준비되고 있다.
“현재 최소 두 달 분량의 컨텐츠가 있다고 본다. 중반 이후에는 정통 MMORPG 스타일의 인스턴스 던전이나 생산직업의 재미가 커서 즐길거리가 많다.” 팽 과장은 유저들이 <심선>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끝인사를 전했다.
“요즘 다들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힘든데, 게임까지 힘들게 해야 하나 생각한다. <심선>은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유저들에게 다가갔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