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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발표

“게임 싫다”는 부모님과 ‘게임의 행복’ 나누는 방법

중장년층도 ‘알고’ 플레이하면 웰빙, 사회적 만족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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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언(톤톤) 2021-03-30 14:24:04

‘게임이 정신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은 낯선 듯 낯설지 않다. 특히 게이머라면 자주 듣고, 아무래도 적극적으로 긍정하고 싶어지는 명제다. 물론 도무지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에도 자주 부딪히게 된다.

 

특히 게임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 세대의 인식은 ‘게이밍 세대’와는 괴리가 있다. 심할 경우 사회를 좀먹는 ‘유해물’로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중장년층도 게임에서 사회·정서적 혜택을 얻을 수 있다면 어떨까?

 

최근 카이스트 도영임 교수 연구팀(이세연 박사과정생, 시정곤 교수, 도영임 교수)은 기존의 보편적 인식과 조금 다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중장년 세대에서도 게임을 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큰 ‘사회적 만족’, 혹은 ‘웰빙’을 누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장년 게이머가 ‘게임의 가치’를 잘 이해할수록 게임으로부터 이러한 효용을 얻을 가능성이 커진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더 나아가 중장년 게이머가 미래 게임시장의 새로운 소비층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도 있다.

 

이를 실현하려면 게임의 효용에 대한 게이머 개인의 인식 개선, 개발 과정에서의 업계 변화, 사회 시스템 차원의 지원 체계 마련이 요구된다. 연구팀과의 대화를 통해 연구를 한 걸음 더 깊이 살펴봤다.

 

(왼쪽부터) 도영임 초빙교수, 이세연 박사과정

 

 


 

 

# 연구 목적과 방법

 

기존에도 게임이 중장년 인구에 주는 긍정적 영향을 살펴본 연구는 있다. 그러나 대부분 게임의 사회·정서적 효과보다 인지·신체적 효능에 집중돼있다. 또한 북미·유럽 등지에서 실시된 연구가 많아 국내 실정에는 꼭 들어맞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 연구의 경우 한국 중장년(50~69세) 인구의 게임생활과 이들의 ‘사회·정서적 상태’ 사이의 상호 관계를 밝히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연구를 위해 교수팀은 온라인 설문 사이트 패널로 등록된 성인 19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먼저 설문 참가자를 세 분류로 나눴다. 각각 ▲다른 사람과 함께 게임하는 그룹 ▲혼자 게임하는 그룹 ▲게임을 하지 않는 그룹으로 구분했다. 그다음에 연구팀은 이들 그룹의 웰빙 지수, 사회적 지지 만족도, 게임에 대한 인식 등의 차이를 알아봤다.

 

여기서 연구팀은 ‘게임을 함께 플레이하는 행동’을 어떻게 정의할지 고심했다. 이세연 박사과정생은 “싱글플레이 게임을 하더라도 옆에 있는 가족 등 주변 사람과 얼마든지 사회적 교류를 할 수 있다. 반면, 멀티플레이 게임을 즐기더라도 타인과의 사회적인 온·오프라인 교류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사례도 충분히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고려해 연구팀은 설문 응답자들에게 멀티/싱글 게임 플레이 여부를 묻던 기존 접근법을 버렸다. 대신 ‘누구와 게임을 플레이했는지’ 묻고, 주변인 혹은 온라인 친구와 같이 플레이한 경우 ‘함께’ 플레이한 것으로 봤다. 반대로 랜덤 매칭 상대와 플레이를 했거나 정말 혼자서만 게임을 했을 경우 ‘혼자’ 플레이한 경우로 보았다.

 

 

한편 연구팀은 플레이한 게임의 종류도 조사했다. 선호하는 게임의 종류에 따라서 게이머의 인식이나 경험의 차이가 있는지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세연 박사과정생은 “그런데 대부분 <애니팡> 부류의 퍼즐이나 고스톱 등의 디지털 보드게임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다양한 게임 장르에 따른 플레이어 간 유의미한 차이를 도출해낼 수는 없었다”고 전했다.

 

이러한 경향이 드러난 이유에 대해서는, “시니어 세대가 즐길 수 있는 상용 게임들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 다양한 게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 등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 설문 내용과 결과

 

설문에서 연구팀은 ▲게임에 대한 긍정·부정적 인식 ▲사회적 지지 만족도 ▲긍정적 정서 및 웰빙 등을 자가 점검할 수 있는 질문을 제시하고, 여기에 ‘전혀 그렇지 않다’에서 ‘매우 그렇다’ 까지의 5점 만점 척도로 답하게 했다.

 

‘사회적 지지 만족도’를 알아보기 위한 질문으로는 ▲나는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람이 있다 ▲나는 내가 기분이 안 좋을 때 이야기 나눌 사람이 있다 등의 문항을 제시했다. ‘웰빙지수’를 알아보기 제시한 질문은 ▲나는 잘살고 있다고 생각한다(웰빙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 삶은 목적이 있다 등이다.

 

 

설문 내용을 종합한 결과, ‘함께 플레이하는’ 그룹의 경우 ‘혼자 플레이하는’ 그룹이나 ‘플레이하지 않는’ 그룹보다 웰빙지수 및 사회적 지지 만족도가 모두 높았다. 더 나아가 ‘혼자 플레이하는’ 그룹 역시 ‘플레이하지 않는’ 그룹과 비교했을 때 사회적 지지 만족도가 더 높았다.

 

이는 ‘인과관계’를 밝힌 연구는 아니다. 즉, 게임을 했기 때문에 긍정적 효과가 나타난 것인지, 아니면 거꾸로 ‘사회적 지지 만족도’ 및 ‘웰빙지수’가 높은 사람일수록 게임을 즐길 가능성이 높은 것인지 아직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그동안 게임 문화에서 주목하지 않았던 중장년 게이머들이 게임을 통해 긍정적인 경험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조망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 또 다른 중요한 사실

 

한편 연구팀은 중장년 게이머들이 게임을 자주 한다고 해서 무조건 사회정서적 효용(유대감, 정서적 지지, 긍정적 정서, 웰빙)을 얻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밝혔다.

 

이는 ‘게임 이용 빈도’와 ‘게임에 대한 가치 인식’, 그리고 ‘게임을 통해 얻는 사회정서적 효용’의 관계를 관찰한 결과다. 게임을 자주 하면서, 게임에 대해 '긍정적 가치 인식'을 하는 경우에는 사회정서적 효용을 얻었다. 그러나 게임을 자주 하지만 게임에 대해 '부정적 가치 인식'을 가진 경우에는 효용을 얻지 못했다.

 

연구팀은 “‘게임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게임 플레이 빈도’와 ‘긍정적 효과’ 사이를 매개한다”고 말했다. 즉, 중장년 게이머들은 게임을 자주 할수록 ‘게임에 대한 긍정적 인식’ 수준이 높았고, ‘게임에 대한 긍정적 인식’ 수준이 높을수록 ‘긍정적 효과’를 얻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는 ‘게임을 많이 하면 긍정적 효과가 높아진다’고 볼 것이 아니라, 그사이의 매개 변인인 ‘게임에 대한 긍정적 인식’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도영임 교수는 “게임이라는 행위 자체보다 그 행위를 바라보는 시각이 긍정적인지 아닌지가 중요하다”고 정리했다.

 

그림: (A) 게임 플레이 빈도와 사회적 지지 만족도 관계에서 게임에 대한 긍정적 인식의 매개효과 (B) 게임 플레이 빈도와 웰빙지수 관계에서 게임에 대한 긍정적 인식의 매개효과

 

달리 말하면 중장년 게이머가 게임을 통해 사회·정서적 혜택을 제대로 얻기 위해서는 이들 게이머의 ‘게임 리터러시’(게임 이해력)를 키워줄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도 교수는 “대중매체가 조명해온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 외에, 중장년층이 직접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직접 경험했을 때 그 장점을 더 명확히 알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실제 현장에서 관찰한 바에 따르면 중장년층은 게임을 처음 플레이할 때 ‘복잡하고 어렵다’라고 느낀다. 그러나 주변의 도움을 받으며 천천히 직접 플레이하고, 설명을 통해 게임의 가치, 효용, 사회적 의미 등을 이해하면 ‘게임 경험’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제언

 

도 교수는 “전체 게임 생태계의 관점에서 볼 때, 중장년 게이머 증가는 새로운 시장 수요의 발굴, 전체 게임 소비자층 확장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특히 중장년 게이머가 게임을 통해 얻고자 하는 다양한 경험, 사회문화적 혜택, 게임 소비 방식은 기존 젊은 게이머의 행동 특성과 구분해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더 많은 중장년층이 게임을 통해 사회정서적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도우려면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 연구팀은 기존 연구들과 이번 설문 결과를 종합하여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1. 게임의 사회정서적 혜택에 대한 중장년층의 이해를 높인다

 

기존 연구에서도 중장년층은 새로운 미디어를 사용할 때 자신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을 면밀히 따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게임이 줄 수 있는 효용 가치와 혜택을 구체적으로 전달하고, 직접 플레이로 경험할 수 있게 도우면서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높일 필요가 있다.

 

2. 중장년층 게임 이용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는다

 

이번 설문에서 중장년 게이머들은 게임을 할 때 신체 피로를 느끼는 한편, 게임을 복잡하고 어렵게 느낀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현재 대다수 게임의 접근성이 젊은 세대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중장년의 게임 이용 어려움을 줄이고 게임 이용 만족감을 높이려면 중장년 게이머 피드백을 게임 디자인 단계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게임에 가지는 구체적 욕구와 의견을 듣고, 중장년 게이머의 다양성, 개인차를 반영하기 위한 섬세한 노력이 필요하다.

 

3.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을 지원하는 게임을 권한다

 

‘소셜형’ 캐주얼 게임들의 플레이도 권장된다. 예를 들어 소셜 네트워크 게임(SNG)을 플레이하면 ▲동시 플레이 ▲다른 플레이어 화면을 보며 코멘트하기 ▲점수 경쟁 ▲협동 ▲가상 선물 보내기 등, 게임 속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즐길 수 있다. 이들 게이머가 과거 즐겼던 고스톱, 바둑 등의 유희가 사회적 기능을 수행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소셜 게임들 역시 중장년층의 가족 및 인간관계 강화에 도움을 줄 가능성이 있다. 

 

논문 마지막에서 연구팀은 이번 연구의 한계로 ▲단일 설문이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충분히 밝히기 어렵다는 점 ▲70세 이상 노령인구는 포함하지 않았다는 점 ▲온라인 설문에 응할 수 있는 응답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이기 때문에 결과의 일반화에 주의가 요구된다는 점 등을 꼽았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시작으로 국내에도 중장년 게이머의 게임 경험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확산하고, 의미 있는 후속 연구로 이어지길 바란다. 그래서 게임 플레이와 성공적인 노화의 관계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 및 이론 체계화에 작은 기여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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