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넥슨이 주관하는 개발자 콘퍼런스 NDC가 문을 열었다. 넥슨 신규개발본부 김대훤 부사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 게임의 정의 - 전통의 게임을 넘어 새로운 게임을 향해"를 주제로 키노트 스피치를 했다.
김 부사장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콘퍼런스 자체를 온라인으로 열게 된 점을 지목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많은 부분이 디지털화되었고, 언택트 생활권이 확산하고 있다. 점점 빠르게 진행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게임의 정의가 어떻게 바뀌는지, 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를 물었다.
# 발전하는 게임 플레이, 점점 경계를 허문다
김대훤 부사장은 게임의 플레이 형태가 오락실 게임에서 게임기, 온라인게임에서 PC방과 e-스포츠, 그리고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변화했다고 지적했다.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형태의 게임의 시대가 도래했고, 이제 누구나 손 안에 컴퓨터(스마트폰)을 하나씩 들고 다니면서 원하는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김 부사장은 오늘날 다섯 가지 트렌드에 주목했다.
모바일게임 시대에 새로 등장한 트렌드 중 하나는 방치형 게임이다. 새로운 형태로 게임을 켜놓고 보는 형태의 플레이가 이전과 많이 다르다.
또 사이클 소프트웨어 결합 상품 <즈위프트>와 같이 운동 기기와 소프트웨어가 결합하면서 사실상의 게임이 된 사례도 존재한다. 다른 영역에서 시작된 두 콘텐츠가 융합하고 발전하면서 경계선을 허물었다고 볼 수 있다. <즈위프트> 이전에는 닌텐도의 Wii가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더 많은 상호작용을 찾게 됐다. 화상 채팅은 단순한 업무 목적을 위해 쓰이는 것이 아니라, 놀거나 '랜선 회식'을 할 때 쓰이고 있다. 부사장은 본인이 개발에 참여했던 넥슨의 <퀴즈퀴즈>에서 사람들과 아바타 채팅을 하며 놀던 감성과 비슷하다고 이야기했다. 김 부사장은 "이것 역시 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걸까 고민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행동의 점수화, 업적화 역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바이트댄스의 <틱톡>에는 수많은 챌린지 콘텐츠가 있고, 그것을 따라하면서 좋아요를 받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 "영상을 가지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 김 부사장의 관점. 자동차 네비게이션 앱 <티맵> 또한 운전자의 주행 기록을 점수화하고, 누적된 액션을 앱 내 업적으로 만들었다. 게임에서 즐겨 쓰이던 동기부여 방식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놀이, 취미, 그리고 일상 생활의 영역까지 게임인지 아닌지 고민하게 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허물어지는 경계에서 새로운 역할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 김 부사장의 진단이다.
# 이제 모든 엔터와 경쟁할 시점... 무기는 '상호작용'
그러므로 김대훤 부사장은 "이제는 모든 엔터 업체와 경쟁을 해야 할 때"라고 주문했다. 게임끼리 경쟁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모든 여가시간의 놀이 거리와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과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게임은 컴퓨터나 전자기기에 익숙한 사람들이 깊게 빠져드는 취미 생활이었는데, 이제는 대중이 쉽게 즐기는 취미 중 하나가 됐다.
AR과 IP의 절묘한 조합으로 기존에 게임을 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끌어들였던 <포켓몬고>와 기존 타겟이 아니었던 연령층에게 장난감을 디지털화해 제공하면서 막대한 성공을 거둔 <로블록스>를 그 예시로 들 수 있다.
김 부사장은 "당연히 게임이라고 부르던 영역을 잘하는 것은 중요"하다면서 "우리에게 닥친 또다른 숙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대중의 여가시간, 취미와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게임만이 가진 장점을 고민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가 봤을 때, 게임의 강점은 상호작용성에 있다. 이는 사람이 가진 기본욕구를 충족시키는 것과 연관된다. 인간에게는 자신의 행동과 생각을 평가받고 싶어하는 근본 속성이 있다. 게임은 상호작용을 통해 이러한 욕구를 가장 잘 풀어주고 있다. 상호작용에 따라 내용이 입체적으로 변화하며, 다른 이들과 경쟁/협력을 하며, 다양한 인터페이스와 기술적 지원을 통해 극대화되어 몰입감을 더한다.
# 상호작용 끌어올리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가?
김대훤 부사장은 상호작용을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술이 발전하고 있고, 이 기술들과 적극적으로 조응함으로써 상호작용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각종 기술의 발전은 상상으로만 존재하던 상호작용을 현실로 만들어줄 수 있다. 이를 통한 강렬한 몰입과 체험은 게임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VR/AR을 통해 직접 현실처럼 행동을 통해 상호작용할 수 있는 방식이 여러 가능성을 열어 주고 있다. 클라우드/스트리밍 기술을 통해 게임플레이 영상을 보던 중 플레이버튼을 누르면 설치과정도 없이 보고 있던 시점부터 플레이가 가능한 방식의 게임도 생각해볼 수 있다.
AI가 마이크나 카메라로 플레이어를 관찰하면서 그 사람의 기호를 판단하면서 스토리 전개를 만들어내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며, 비전 인식 관련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서 얼굴 표정이 나의 감정표현이자 또 하나의 컨트롤러로 작동할 수도 있다.
김대훤 부사장에 따르면, 넥슨 신규개발본부는 감정표현 기능을 넘어 상호작용을 강화한 프로젝트 <FACEPLAY>와 창작자와 소비자의 영역을 허물어 누구나 상상을 실현할 수 있는 플랫폼 <MOD>를 통해 그 미래에 다가가려 한다.
# 새로운 디지털 놀이의 등장, 이제는 '게임' 대체할 새로운 단어 나와야
김대훤 부사장은 강연을 통해 새로운 디지털 놀이의 등장을 살펴봤다. 이에 "새로운 경쟁 시대에 있어서 기존에 잘하던 영역에서 좋은 게임 내기 위해 최선의 노력 다함과 동시에, 게임 회사들이 가진 강점을 강화하는 여러 시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게임의 형태는 계속 바뀌고 있기 때문에, 개발자들 역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김 부사장은 "더이상 기존의 '게임을 만든다'라는 마인드로는 경쟁할 수 없다"라고 평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디지털화 및 가상현실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산업의 경계는 계속해서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김 부사장은 "더이상 게임회사, 게임산업이라는 말을 쓰지 말자" 제안했다. 게임을 대체할 새로운 디지털 놀이 문화를 지칭하는 개념어가 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