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6일, 신도림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에서 제 4회 NTP 행사가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선 지난 행사와 마찬가지로 넷마블의 지난해 성적과 올해 계획은 물론, 넷마블 방준혁 의장의 비전 발표가 있었다.
인상적인 파트는 최근 화제가 되는 암호화폐, 블록체인 등에 대한 방 의장의 비전, 그리고 이들이 게임 업계를 어떻게 변화시킬까에 대한 그의 생각이었다. 4회 NTP 질의응답 시간에 오간 방 의장 등 넷마블 경영진과 기자들의 Q&A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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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마블의 주 타깃은 국내가 아니라 해외 시장
디스이즈게임: 국내 시장을 보면 엔씨, 넥슨 등 경쟁사의 약진이 무섭다. 이에 대한 향후 경쟁 전략이 궁금하다.
방준혁: 이런 말은 조금 건방질지 모르겠지만, 내 관심은 모두 해외에 있다. 국내 시장에 관심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근데 한 회사가 한 시장에서 점유율을 30% 이상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람직한 것도 아니고, 이를 지키는 것도 쉬운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 역량의 70% 가량은 글로벌에 투입돼 있다.
그렇다고 국내 사업이 부진한 것도 아니다. 10위 내에 우리 게임이 4~5개에 존재한다. 여기서 더 열심히 해 7~8개를 채워야 하나? (웃음) 다른 회사에 대응한다기 보단, 우리 길을 가고 있다고 봐달라. 그게 기존엔 한국 시장이었고, 지금은 한국을 넘어 글로벌이 된 것이고. 우리는 우리 전략에 따라 우선 순위를 해외 빅 마켓이 두고 있다고 이해해 달라.
참고로 <BTS 월드> 관련해서 국내용 아니냐는 말 있는데, 이건 해외까지 노린 타이틀이다.
글로벌 퍼블리셔 3위를 기록했다. 글로벌에서 어떤 회사를 경쟁사로 생각하고, 가능하면 올해 글로벌 목표치도 궁금하다.
방준혁: 해당 시장의 메이저 회사가 모두 우리 경쟁사다. 빅마켓 별로 모두 경쟁사가 있다.
과거 내부 행사에서 연 매출 5조 원이면 글로벌 게임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5조원이라는 기준은 아직도 유효한가?
방준혁: 내부에서 말한 건데 밖에도 알려져 있을 줄은 몰랐다. 그때 말한 5조 원은 꿈이었다. 좋은 꿈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면 그 꿈이 언젠가 현실로 내려오지 않은가? 그리고 어차피 꿈을 꿀 거면 크게 꾸는 것이 좋고. 마침 대략 계산했을 때 5조 원 정도면 우리가 글로벌 TOP 5 안에 들어갈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5조원을 얘기했던 거고.
결론부터 말하면 이 꿈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리고 꿈을 쫓다는다는 면에서 순조롭다. 우리는 올해 여전히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고, 앞으로 3년 정도 노력하면 처음엔 꿈같았던 목표가 현실화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이건 매출 5조 원을 위해 노력한다는 위미는 아니다. 5조 원은 상징적인 숫자다. 숫자보다, 우리가 그 정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달라.
벌써 2월이다. 중국 판호 관련해 현지 분위기 달라진 것 있는가?
권영식: 우리도 굉장히 간절하다. (웃음) 최근까지도 체크하고 있지만, 현재까진 아직 변화된 것 없다.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참고로 이와 별개로 중국 개발사나 중국 퍼블리셔에 대한 투자도 항상 열려 있다. 우리와 좋은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회사라면 어디든 열려 있다.
# 스위치용 게임 개발, 닌텐도가 먼저 요청했다
온라인게임 시장에 여전만 못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반해, 최근 넥슨 등의 회사가 조금씩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넷마블은 현재 온라인게임 시장을 어떻게 보는가?
방준혁: 어느 날 한 후배가 내게 와서 물었다. 이제라도 모바일게임에 뛰어 들어도 되겠냐고. 난 간단히 말했다. 이제 온라인을 해야지, 왜 이제 와서 모바일에 가려 하냐고. 이젠 온라인게임을 만드는 사람이 적으니 이쪽이 더 기회가 많다고.
우리가 모바일을 염두에 뒀던 것이 11년 말이었고,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던 것이 12년이었다. 그때 시장은 온라인게임 중심으로 고착화 되어 있었고, 넷마블은 존폐 위기에 처해 있었다. 당시 넷마블이 개발한, 가져온 온라인 게임은 전부 실패했다. 우린 이 때 아직 열리지 않은 스마트폰게임 시장이 앞으로 크게 클 것이다라는 확신하며 이곳에 뛰어 들었다. 그 결과 우린 살아났고 좋은 성과도 거뒀다,
하지만 지금은 반대다. 모바일은 하루에도 수천 개씩 홍수처럼 쏟아진다. 이제 유저들에게 새로운 모바일게임은 예전 같은 관심 대상이 아니다. 반대로 온라인게임은 워낙 타이틀이 없다 보니 하나 하나 많은 관심을 받는다. 이제는 온라인게임이 좋은 시기다.
우리도 이에 맞춰 모바일로 계속 가는 것이 아니라, 콘솔이나 스팀(정확히 말하면 스팀을 통한 온라인게임 해외 진출)에 신경쓰기 시작했다. 아직 개발 중인 것은 없지만, 앞으로 본격적으로 개발,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세븐나이츠>가 스위치용으로 개발된다. 국내 콘솔 시장의 메인 스트림은 PS4인데, 혹시 스위치 이외에 다른 플랫폼 계획은 없는가?
백영훈: 스위치로 게임을 낸다고 해서 이게 스위치 독점이란 의미는 아니다. 우리는 모든 플랫폼을 고려하고 있다. 스위치를 보여준 것은 이게 1차적인 개발 플랫폼이라 그럴 뿐이다. PS 등도 준비 중이다.
방준혁: 여담이지만, 닌텐도 측에서 먼저 적극적으로 넷마블의 게임을 스위치 타이틀로 내줬으면 좋겠다고 연락했다. 우리도 마침 콘솔로 시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던 시기여서 수월하게 개발을 결정할 수 있었다.
일하는 문화 개선이 시행되며 출시 라인업이 줄었다. 실제로 앞서 발표 때 넷마블의 약점으로 스피디한 개발이 힘들다를 꼽았는데, 이를 어떻게 보완할 계획인가?
방준혁: 일하는 문화가 항상 같을 순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바일 초창기, 회사 전체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너무 바쁘게 일했다. 하지만 이제 시장을 선도하는 위치가 됨에 따라 구성원 개인의 삶도 신경쓰고, 업계에도 좋은 신호를 보내야 하는 때가 됐다. 이것은 변화일 뿐,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미국이나 독일 같은 선진국의 제품이 노동 시간 적다고 못 나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전략적인, 선재화된 게임 개발이다. 이제 시간을 통해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하는 시기는 끝났다. 이제는 좋은 전략과 기획으로 트렌드를 선도해야 할 때가 된 것뿐이다
또 노동 시간이 줄었다고 일하는 시간이 줄어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초창기 게임 회사는 일과 개인의 삶이 혼재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예전엔 주변에 자취하는 직원이 주말에 회사 나와 자기 자리서 자기 볼일 보는 일도 있었다. 업무 시간에 자기 일 하는 경우도 있었고. 이런 것만 잘 제어해도 물리적인 근무 시간을 줄지라도, 실제로 일하는 시간이나 업무의 효율성은 크게 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관련해 프로세스 개선도 진행 중이고.
권영식: 일하는 문화 개선 작업이 시행되며, 생산량 리스크를 보완할 방법을 2개 마련했다. 하나는 인력 충원이다, 넷마블은 지난해 넷마블 계열사 전체적으로 1,300명의 신규 채용을 진행했다. 그리고 올해도 이 정도 규모로 채용을 할 계획이다.
다른 하나는 스케줄 관리다. 매니저들이 프로젝트의 계획을 어떻게 세우고 어떻게 지키느냐에 따라 업무 효율도 크게 달라진다. 특히나 게임 같이 부서 간 협업이 잦은 상품은 더더욱 그렇다. 때문에 현재 관리자 교육을 계속 하며, 이 부분에 대해 낭비나 불안정성이 없도록 신경쓰고 있다.
최근 국제 기구에서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방준혁: 이는 우리뿐만 아니라 게임 업계 종사자 모두의 고민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회사 하나하나보단, 주요 게임사가 협회에 가입돼 있으니 협회 중심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필요하면 언제든 여기에 동참할 의사가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나서냐, 나서지 않냐 보단, 이 상황을 현실적으로 어떻게 대응하느냐일 것 같다. 특정 회사보단 협회나 게임 관련 유관 단체가 머리를 모아 좋은 안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여기에 적극적인 관심과 행보로 동참하겠다.
# 방준혁이 말하는 암호화폐, 블록체인, AI
지난 해 상장을 하며 약 5조 원을 투자에 사용한다고 말했다. 올해는 투자 규모가 어떻게 될까?
권영식: 정확히 말하면 투자할 곳이 있다면 최대 5조 원까지 가능하다는 얘기였다. (웃음) 올해 계획 관련해선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 말곤 말할 수 있는게 없다. 상장사가 투자 규모를 말하는 것 자체가 리스크가 있다 보니….
오늘 발표한 것을 보니 만약 투자를 한다면 콘솔을 위해 북미쪽 개발사, BTS같은 프로젝트를 위해 엔터테인먼트 관련 회사, 지능형 게임을 위해 AI 관련 회사가 아니라 하는데. 이게 맞을까?
방준혁: 기존에는 모바일에만 집중했다면, 올해부턴 보다 넓은 시야로 검토하려 한다. 예를 들어 콘솔 게임 관련해선 확실히 서구쪽 개발사를 관심있게 볼 것 같다. 이쪽은 계속 보고 있었다
엔터테인먼트 관련해선 확답이 힘들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게임 회사기 때문에 단순히 ‘우리도 이참에 기획사나 차려볼까’ 하며 접근하진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우리가 어떤 시너지를 얻느냐다.
AI 관련해선 인수나 투자보단 기본적으로 인재 영입에 신경 쓰고 있다. 흔히 AI 관련해선 업체 자체를 사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데, 나는 생각이 다르다. 지금까지 인수 사례 보면 첫 번째가 인재 영입이었고, 업체 인수는 그 인재를 가져오지 못할 경우 울며 겨자먹기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반대로 말하면 핵심 인재만 영입할 수 있다면, 회사 인수는 필수가 아니란 얘기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이 화제다. 이게 게임 시장에 영향을 줄 것 같은가? 만약 그렇다면 어떤 영향을 줄 것 같은가?
방준혁: 나는 개인적으로 이 둘에 큰 비전을 가지고 있다. 다만 지금 문제시되고 있는 투기와 관련된 비전은 아니다. 나는 이 부분은 인터넷 초창기 ‘버블’같은 산업 초기 문제점이라 생각하고, 인터넷이 그랬든 이런 투기 문제는 규제나 시스템 등을 통해 사그라 들고 점차 순기능만 남을 것이라 생각한다.
조금 다른 이유에서 암호화폐의 시작점인 ‘정부 통제에서 벗어나는 것’도 암호화폐의 미래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암호화폐 자체는 정부에게 독립될 수 있을지라도, 이를 기반으로 한 산업은 결국 시스템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보는 암호화폐, 블록체인 기술의 비전은 ‘무형자산’에 대한 투자 가능성 확대다. 지금처럼 실체가 없는 코인 발행에 투자자가 몰리는 모델이 아니라, 기존에 거래하기 힘들었던 무형 자산과 암호 화폐가 연결되는 모델이다. 그게 무형 자산 자체에 대한 거래일수도 있고, 무형 자산의 권리나 이익을 공유하는 방식일수도 있다. 뭐가 되든 게임 같은 콘텐츠 산업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 생각한다. 암호화폐가 아니라
암호화폐가 아니라 블록체인이라는 기술로 보면, 이를 통해 보안이 강화돼 더 다양한 거래가 일어날 수 있는 좋은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암호 화폐 진출한다는 보도 많았는데 구체적인 상황이 궁금하다.
방준혁: 우리는 신사업, 특히 신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미래 사업에 대해 언제나 관심 있고 또 언제나 배우고 있다. 이는 우리뿐만 아니라 IT 회사라면 어디든 그럴 것이다.
그래서 시장에서 궁금한 것 하냐, 안 하냐 일 것 같다. 이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진행된 것은 없다가 다다. 특정 회사뿐만 아니라 많은 회사 만나고 있다. 블록체인 관련된 회사도. 어디는 제휴나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것도 있다. 다만 어디까지나 아직 진행이다.
발표를 하며 지능형 모바일게임이라는 용어를 썼다. 이게 구체적으로 어떤 개념인가?
방준혁: AI 게임이라고 말하면 사람들이 알파고라고 오해할까봐 이렇게 말했다. 알파고는 게임이 아니라, AI가 강화학습을 통해 세계 수준의 프로 기사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쇼 아니었는가. 그런데 AI 게임이라고 말하면 사람들이 알파고를 떠올리며 AI가 사람을 이기는 것을 생각하더라.
지능형 게임은 AI가 사람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놀아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초등학교 2학년생과 축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자. 여러분이 가능 체력과 기술로 축구하는 것이 어렵겠는가, 초등학생 수준에 맞춰 축구하는게 어렵겠는가? 지능형 게임은 이 중 후자가 목표다. 어른이 아이와 놀아주듯, AI가 유저 수준에 맞춰 아슬아슬하게 져 주거나 어려운 지점에선 어떻게 해야할 지 조언해주는 역할. 이게 내가 생각하는 지능형 게임이다.
<BTS 월드>도 그렇고, 게임과 다른 엔터테인먼트를 적극적으로 연결하려 하고 있다. 혹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방준혁: 간단하다. 장르의 다변화 때문이다. 장르의 고착화는 유저들에게 비슷한 게임이 계속 나온다는 인식을 준다. 이는 단기적으론 신작에 대한 관심 저하를 만들고, 장기적으론 게임 자체에 대해 관심이 떨어진다.
이와 관련해선 오래 전부터 업계에서 인지해왔다. 엔터테인먼트와 게임을 융합하는 것이 우리가 처음도 아니다. 다만 기존에는 기술적인 한계, 그리고 시대적인 한계 때문에 의미 있는 성과가 없었을 뿐이다. 대표적인 것이 교육용 게임이다. 우리가 이걸로 회사를 시작해 잘 아는데, 초창기 교육용 게임은 부모가 좋아하면 아이가 싫어했고, 아이가 좋아하면 부모가 싫어했다. 교육과 재미를 같이 잡지 못한 셈이다. 둘 사이의 교집합도 없거나 적었고.
하지만 지금은 한 사람이 즐기는 콘텐츠가 놀라울 정도로 늘어났다. 예전 PC 온라인 시대엔 게이머와 아이돌 팬이 따로 있었다. 하지만 모바일 시대가 되고, 어디서든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되며 달라졌다. 이젠 모바일 게이머와 아이돌 팬이 별개가 아니다. 예전에 비해 콘텐츠 간의 교집합이 놀라울 정도로 늘었다.
그리고 이젠 기술적으로도 상이한 콘텐츠를 하나로 엮는 것이 어렵지 않은 시대가 됐다. 게임과 다른 엔터테인먼트를 융합하는 것은 이제 이런 환경이 됐기 때문이다.
아마 <BTS 월드>는 우리에게 굉장히 실험적인 사업이 될 것이다. 우린 이를 통해 얻은 경험과 노하우로 앞으로도 이런 사업을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