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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리뷰] 둠: 더 다크 에이지스 - 패링 마스터가 되어버린 둠가이

과거에 안주하지 않는 둠,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재미있어

김승주(사랑해요4) 2025-05-12 18:25:52

과거에 안주하지 않는 <둠>.

게임 산업, 특히 FPS 장르에서 <둠>(1993)이 차지하는 위치는 게임 역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상징적이다. FPS라는 장르를 사실상 정립한 이 작품은, 넓고 복잡한 맵을 탐험하며 지옥의 악마들과 정면으로 화끈하게 맞서 싸우는 콘셉트로 당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2016년 출시된 <둠>(리부트)는 이런 고전 FPS의 틀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완벽하게 재해석한 게임이었다. 고전 FPS 특유의 속도감과 전투 감각을 현대적인 시스템으로 완벽히 재해석하며, 당시 게임의 한계로 인해 부족했던 스토리를 역으로 주인공 '둠 슬레이어'의 마초적인 콘셉트로 풀어내 크나큰 호평을 받았다. "(악마를) 찢고 죽인다"(Rip and tear)라는 단순명쾌한 표현이 주인공과 게임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낸다고 보아도 좋을 정도.

하지만 2016년의 이 역사적인 부활이 마냥 긍정적인 결과만 가져온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빠르고 통쾌하게 악마를 처치하는 고전 하이퍼 FPS의 매력을 현대적으로 구현했다고 해도, 전투 중심의 단순한 구성이 반복된다면 금세 지루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이를 의식한 듯, 2020년 출시된 <둠 이터널>은 전작의 전투를 발전시키는 한편, '머로더'와 같은 기믹형 적을 도입했다. 하지만 '공격을 유도하고, 타이밍에 맞춰 반격하라'는 머로더의 전투 메커니즘은 플레이어마다 호불호가 갈리는 결과를 낳았다.

그런고로, 리부트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둠: 더 다크 에이지스>의 과제는 기본적인 <둠>의 스타일에 어떻게 새로운 전투의 재미를 더해 줄 것이냐가 관건이었다. 개발진이 선택한 것은 최근 액션 게임의 트렌드인 '패링'을 위시한 전투였다. 과연 이 조화가 <둠: 더 다크 에이지스>를 재미있게 만들었을까? 지금부터 리뷰해 보고자 한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 <둠: 더 다크 에이지스>의 새로운 전투 양상

<둠: 더 다크 에이지스> 리뷰를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은 새롭게 바뀐 전투 양상이다. 전작 <둠>(2016)과 <둠 이터널>(2020)을 플레이한 기억이 가물가물해 잘못됐을 수 있지만 이 두 작품의 핵심 전투 매커니즘은 대시로 이곳저곳을 오가고, 여러 무기를 빠르게 바꾸며 공격하는 '스왑 플레이'에 있었다. 꼭 게임 클리어를 위해 해야 할 행위는 아니지만, 상위 난이도 클리어 그리고 이런 성취감 있는 전투를 추구하는 플레이어가 컨트롤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이 스왑에 있었다.


스왑 플레이의 예시 (출처: 유튜브 Zero Master)


<둠: 더 다크 에이지스>는 스왑 플레이를 추구하지 않는다. 단적인 예로 '무기 스왑의 속도가 느려졌다.​ 그리고 후술할 ​방패를 사용한 전투​가 핵심인 게임인데, 무기를 스왑하는 도중에는 방패를 전개할 수 없어 플레이어가 무방비해진다. 그러니까, 생각 없이 악마 무리 사이에서 무기를 스왑하다간 둠 슬레이어가 일점사를 받고 자리에 누워 버릴 수 있다.


그렇다고 <둠> 시리즈 특유의 '빠른 템포 속에서 끊임없이 판단하며 싸우는 전투 스타일'이 훼손됐냐고 하면 그것은 아니다. <둠: 더 다크 에이지스>의 핵심은 기본 일러스트부터 둠가이가 들고 다니는 이 '톱날 방패'에 있다. 이 방패를 항상 들고 다니기 때문에, 둠 슬레이어는 이제 대부분의 무기를 한손으로 들고 쏜다.


톱날 방패는 오른쪽 마우스 버튼을 통해 전개할 수 있으며, 활성화되면 적의 투사체를 방어하는 기능을 한다. 특히 일부 적의 공격은 ‘초록색’ 이펙트로 표시되는데(이 색은 옵션에서 변경 가능하다), 적이 초록색 투사체를 발사하거나, 손에 초록빛 효과를 두르고 공격해올 때 정확한 타이밍에 방패를 전개하면 '패링'이 발동된다. 성공 시 강렬한 효과음과 함께 시원한 타격감이 더해져 전투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몇몇 적은 패링을 위해 패턴을 조금 생각할 필요가 있다.


패링은 <둠: 더 다크 에이지스> 전투의 핵심이다. 특히 중후반부 접어들어 둠 슬레이어가 어느 정도 성장한 시점부터는 패링 성공 시 얻게 되는 리턴이 상당히 크다. 예를 들어 투사체를 패링하면 단순히 적의 공격을 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지 분쇄 효과를 일으키거나, 등에서 자동 포탑이 소환되어 지원 사격을 하거나, 빛의 검이 정면에 나타나 적을 공격하는 등 다채로운 효과가 발동한다. 가끔은 일부러 초록색 공격을 향해 달려들어 강제로 패링을 시도해도 될 정도로 좋다.


패링이 가능한 근접 공격은 보통 체력이 많은 강력한 적이 사용한다. 이런 패링은 성공하면 특정 패턴의 경우 적이 잠시 경직에 빠지며 몇몇 무기가 강화된다. 가령 충전 후 발사하면 강력한 대미지를 주는 리버 체인샷(사슬에 철구를 달아 사출하는 무기)은 재화를 모아 강화하면 패링을 할 때마다 무기가 최대치로 충전된다. 전통의 무기 '로켓 런처'는 패링에 성공하면 잠시 '스플래시 대미지'가 플레이어의 체력을 회복시키는 방식으로 바뀌어 근접에서도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게임 후반부까지 다다르면 적이 최대 3~4 연속으로 공격을 해 오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에는 보통 위에서 언급한 무기로 대응하게 된다. 적의 공격을 막고, 강화된 공격을 하고, 다시 막고, 강화된 공격을 하는 방식을 통해상대의 연속적인 패턴을 역으로 공격 수단으로 바꿔낼 수 있다. 근접 공격은 단순히 패링한다고 해서 이득을 얻는 것은 아니기에 이런 무기로 제때 반격하는 것이 중요하다. (꼭 위의 무기를 사용할 필요 없이, 슈퍼 샷건을 사용해도 된다. 이번 게임에서는 근접 무기가 특히나 강하다.)


몇몇 무기는 패링하면 강해진다.

또한, 톱날 방패의 다른 핵심 중 하나는 대쉬의 자리를 대체한 '방패 돌진'이다. 방패를 든 상태에서 적을 조준하고 좌클릭을 누르면 둠가이가 악마에게 돌진함과 동시에 광역 대미지를 준다. 조무래기 악마들은 이 공격으로 즉사하기 때문에 체력이 낮을 경우 악마를 처치했을 때 체력을 회복시켜 주는 <둠> 시리즈의 시스템 활용하는 데 있어 유용하다. 싸우다가 체력이 부족해지면 그 즉시 저 멀리 있는 조무래기 악마에게 방패 돌진을 사용해 후퇴하며 동시에 회복할 수 있다. 공, 수 양면으로 유용한 셈이다.


​여기에 '방어' 기믹이 조금 더 고도화됐다. 적은 종종 방어구를 두르고 나오는데 두 가지로 나뉜다. 기자가 임의로 명명한 것이지만 플라즈마 공격을 해야 파괴되는 '방어막'과 강력한 탄환 공격을 퍼부어 '빨갛게' 만든 후 톱날 방패를 던져 파괴해야 하는 '철제 방어구'가 있다. 


특히, 방패를 들고 나오는 적은 아무리 공격해 봐야 탄환을 전부 튕겨내기 때문에, 반드시 총을 쏴 방패를 빨갛게 달구어낸 후 톱날 방패를 던져 파괴해야 한다. 그 대신 방패를 든 적을 톱날 방패로 처치하면 주위에 스플래시 대미지를 주며 플레이어의 방어구를 회복시켜 준다.


전작을 해 봤다면 눈치챘겠지만 <둠 이터널>에서 비판을 받았던 귀찮은 요소가 빠지고, 그 자리를 톱날 방패와 패링을 위시한 컴뱃 퍼즐이 자리한 셈이다. 후술하겠지만 이번 작품은 맵의 고저차가 거의 사라지고 좌우로 넓은 수평적인 맵에서 적과 정신없이 전투를 벌이는 방식으로 변화했는데, 많은 맵이 전투를 시작하기 전 넓은 곳에서 떨어지면서 시작하기도 한다. 마치 떨어지면서 전투를 어떻게 풀어나갈 지 생각하라는 것처럼. 



게임의 시스템을 응용해 전투를 풀어나갈 수도 있다. 가령 이번 게임에서 '맨큐버스'는 3가지 공격 패턴을 가지고 있다. 플레이어가 멀 경우 화기를 사용해 다양한 공격을 하고, 애매한 거리에 있으면 화염 방사기를 쏜다. 최대로 근접하면 곧바로 내려찍기 공격을 사용하는데, 이 내려찍기 공격은 패링이 가능한 판정이다.


즉, 방패를 들고 맨큐버스에 돌진한 후 슈퍼 샷건을 한 번 쏘고 곧바로 방패를 들면, 맨큐버스가 자동으로 사용하는 내려찍기 공격이 패링된다. 그 틈에 슈퍼 삿건을 한방 더 쏘는 식으로 맨큐버스를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 이런 공략 방식은 적의 종류에 따라 다양하며, 플레이어가 정해 놓은 공략 방식에 따라 톱날 방패를 들고 이리저리 돌진하며 불도저처럼 호쾌한 근접전 위주의 컴뱃 퍼즐을 풀어나가는 것이 <둠: 더 다크 에이지스>의 핵심이다.


좌우로 크게 넓어진 맵만 봐도 <둠: 더 다크 에이지스>가 추구하는 전투가 전작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몇몇 적은 반드시 근접해야 공략할 수 있다. 근접하면? 당연히 패링해야 하는 연타 공격을 사용해 온다.


리스크도 존재한다. 패링이 실패해 적의 공격을 막기만 하면 방패가 파괴되어 잠시 동안 사용할 수 없다. 이 틈새에 적의 연속 패턴이 들어오면 대응할 수단이 없기에 곧바로 큰 피해를 입게 된다. 맵이 수평적으로 넓어지고 근접전 위주가 된 만큼 적의 원거리 공격 빈도도 크게 늘어났다. 무기를 든 조무래기 악마마저 방치하면 좌우로 넓게 퍼진 투사체를 발사해 뛰어넘거나 막지 않으면 대미지를 입게 된다. 몇몇 적은 붙는 순간 곧바로 회피하기 어려운 할퀴기 공격을 사용하기에, 생각 없이 적 무리 사이로 돌진하면 붙으면 영 좋지 않은 꼴을 보게 된다.


그리고 컴뱃 퍼즐이라고 표현했다고 해서, 본능에 몸을 맡기고 정신 없이 벌이는 전투에서 머리를 엄청나게 써야 하는 전투로 완전하게 변한 것은 아니다. 적을 몇 번 처치하다 보면 금방 대응법이 몸에 익혀질 정도로 기믹이 어렵지는 않기에 게임을 하면서 어떻게 전투를 풀어나가야 할 지 몰라 골치 아픈 경우는 없었다.


패링이 필수적이더라도 갑자기 나오는 몇몇 돌진 공격이나 짜증나는 투명 임프의 근접 공격 외에는 "저 공격할게요!"라며 확실하게 공격 타이밍을 알려 주기 때문에, 박치인 기자도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연속으로 공격하는 적의 경우도 패링을 할 때마다 슬로우 모션이 발동하기에 대응이 쉬운 편에 속한다. 전작의 '레버넌트'가 받았던 비판을 확실히 의식한 느낌이다.


연속으로 패턴을 파훼해야 하는 경우도 있따. 그래도 3~4번을 넘지는 않으며, 사이사이에 공격을 우겨넣을 수 있다.


특히, 이번 게임에서는 이전보다 세부적인 난이도 설정이 가능하다. 게임의 속도, 패링의 난이도, 플레이어가 받는 대미지, 플레이어가 주는 대미지, 패링 공격의 색깔을 하나하나 설정 가능하다. 패링의 경우 난이도를 가장 많이 완화할 경우, 공격을 맞고도 패링이 발동할 만큼 타이밍 판정이 넉넉해진다. 


고난이도를 원하지만 패링이 귀찮다면 플레이어가 받는 대미지를 200%으로 설정하되 패링 타이밍 판정은 넉넉하게 설정하면 된다. 게임은 즐기라고 만든 것이 아니던가. 자신이 본능에 몸을 맡기고 신나게 전투할 수 있는 난이도가 가장 적절한 난이도다.


세부적인 난이도 설정이 가능하다.



# 변화한 무기의 종류


시대상이 과거인 만큼 무기군에는 조금 투박한 디자인의 것들이 자리하고 있다. 조준경이 달린 헤비 어설트 라이플이나 가우스 캐논 같은 무기는 이번 게임에는 없다. 빠르게 탄환을 발사하는 체인건의 자리는 적의 해골을 파쇄해 공격하는 두 종류의 '파쇄기'로 대체됐다. 파쇄기 중 하나는 공격 범위가 넓어 다수의 조무래기를 상대할 때 유용하며, 하나는 공격 범위는 좁지만 공격할 수록 속도가 빨라져 공격을 집중하는 데 유용하다.


아무래도 위에서 근접전 위주로 게임이 변화했다고 언급한 만큼 장거리 무기들이 많이 사라졌다. 특히 이번 게임에서는 근접 무기가 많이 좋다. 특히 슈퍼 샷건 같은 경우에는 대미지 면에서 확실히 컴뱃 샷건보다 강력하다.


진짜로 이번 작품은 슈퍼 샷건이 강하다. 강화할 수록 대미지가 무시무시하다.


패링을 하느라 바쁜 만큼 대미지가 약한 연타형 무기는 아무래도 쓰기 어렵다. 악마의 해골을 실시간으로 분쇄해 발사한다는 콘셉트로 눈길을 끈 파쇄기는 영 좋지 않은 대미지 덕분에 게임 내내 특정 상황 말고는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연사형 무기중 유용한 것은 계속해서 발사할 시 대미지가 기하급수적으로 강해지는 플라즈마 라이플 정도였다.


탄 수급은 더 쉬워졌다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시대상이 과거인 만큼 <둠>을 상징하는 전기톱은 이번 게임에 없다. 대신 주먹, 철퇴, 메이스 세 가지 무기 중 하나를 원하는 대로 골라 사용할 수 있다. 근접 공격은 충전해 사용할 수 있는데, 주먹은 단일 개체에게 연속적인 대미지를 주기 좋고, 철퇴는 범위 공격이 강하다. 후반부 해금되는 메이스는 충전마다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는 대신, 곧바로 무기의 탄약을 다량 제공해 상당히 유용하다.


조금 아쉬운 점도 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전기톱'의 위치를 '근접 공격'이 대체한 만큼 글로리 킬의 비중이 대폭 줄었다. 적을 정면에서 공격하면 그냥 근접 공격 모션이 나오고 끝이며, 하단 혹은 상단에서 공격하면 톱날 방패를 이용해 목을 자르거나, 적을 두 쪽으로 잘라내는 정도다.


독특한 콘셉트로 흥미를 자아냈던 파쇄기 무기군


# 수평적으로 넓어진 맵 그리고 탐험

<둠>과 <둠 이터널>의 전투가 점프 패드를 타고 수직적으로 복잡하게 이루어진 맵을 이리저기 오가며 싸우는 방식이었다면, <둠: 더 다크 에이지스>는 하나의 거대한 맵에서 이리저리 오가며 싸우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맵 탐사 면에서도 그렇다. 거의 세미 오픈 필드라고 부를 만큼 거대한 맵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퀘스트를 완료하는 맵이 자주 나오며, 그만큼 숨겨진 장소도 많다. 특히, <둠: 더 다크 에이지스>는 3가지 재화를 모아야 무기와 프레데터 전투복을 강화할 수 있기에 여러 숨겨진 장소를 찾는 것이 거의 필수적이다.


문제는, 아무래도 이전보다 숨겨진 장소를 적극적으로 찾아야 하는 만큼 게임의 흐름을 끊어먹는다는 느낌이 더욱 강해진 편이다. 게임 내내 수시로 맵 창을 열어 놓친 것이 없는지 찾아야 한다. 게다가 몇몇 숨겨진 장소는 체크포인트를 넘어가면 방문이 불가능해진다.


몇몇 챕터의 맵은 정말 크다. 그만큼 숨겨진 것들도 많다.


반대로, 후반부에는 숨겨진 장소의 아이템을 벽 틈새로 처음부터 보여줘 놓고, 진행을 한참 한 후에야 키를 찾아 돌아와서 진입할 수 있는 구간이 있다. 맵 곳곳에 숨겨진 석상을 모두 파괴해야 보상을 주는 기믹도 존재한다. 시크릿 레벨이 많이 숨겨진 것이 <둠> 시리즈의 전통이라곤 하지만, 그저 전투만을 원하는 사람에겐 아무래도 귀찮을 수 있겠다고 느껴진다.


그래도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이 있는데 몇몇 숨겨진 장소는 기믹이 흥미롭게 구성되어 있다. 퍼즐을 풀어야 하는 곳이 있으며, 마치 미로 같은 곳을 해메다 갑자기 좁은 곳에서 한꺼번에 헬 나이트가 쏟아져 나오는 장소가 있다. 이런 기믹이 존재하는 숨겨진 장소는 단순한 전투 위주로만 진행되는 게임에서 환기를 시켜 주는 느낌이라 공략하는 재미가 있었다.


무기를 강화하고 싶다면 정말 열심히 찾아야 한다.

맵 곳곳에 숨겨진 동상을 모두 파괴해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경우도. 솔직히 찾기 귀찮다...

그래도 종종 재미있는 기믹이 나와 준다.



# 컷신이 늘어난 스토리, 하지만 스킵...

<둠: 더 다크 에이지스>의 특징 중 하나는 컷신 시네마틱의 비중이 대폭 늘어났다는 것이다. 스토리에도 더 많은 비중을 줄 것이라는 의미로 보인데, 리뷰어로써 올바르지 못한 태도라 할 수 있지만 그다지 흥미가 느껴지지 않아 대부분 스킵했다. 솔직히 말해 컷신을 감상할 만큼 스토리가 흥미를 유발하고 있지는 않다는 느낌이다. "게임의 스토리는 포르노의 그것과 같다"는 말도 이 시리즈에서 나온 것이 아니던가.


그래도 <둠: 더 다크 에이지스>의 좋은 점이라면 팬들 모두가 생각하는 '둠 슬레이어'의 호쾌한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둠 슬레이어가 고생할 정도로 강력한 악마를 만난다면? 보통 게임이라면 강력한 무기를 찾거나, 동료와 협동하거나, 주인공이 수련 끝에 깨달음을 얻어 강해질 것이다. 


우리의 둠 슬레이어에겐 그런 것 없다. 항상 화나 있는 둠 슬레이어가 더욱 화가 날 뿐이고, 이죽대던 악마는 곧바로 분노를 담은 주먹 몇 방에 정신 못 차리고 당황하며 얻어맞기 시작한다. 타협 따위 없다. 둠 슬레이어는 목숨을 구걸하는 나쁜 놈들이 잔머리를 굴릴 틈도 주지 않고 시원하게 숨통을 끊는다. <둠 이터널>에서는 고전 <둠> 시리즈의 스토리를 훌륭하게 이어 팬들의 극찬을 받았는데, 이번에도 느슨하지만 전작의 '둠가이'를 생각나게 하는 연출이 있기도 하다.


협력하는 집단 '밤의 감시자'들도 "그가 하고 싶은 대로 둬라"고 할 만큼 둠 슬레이어는 이번 게임에서도 강대하며, 악마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존재다. 게임의 막바지에는 마치 공포 영화 같은 컷신이 나오기도 하는데, 문제는 악마가 피해자고 가해자가 인간이란 것이다. 악마가 바들바들 떠는 모습이 마치 노린 것 같아 한참 웃었다.


네 심장 쩔더라

악마 : 살려주세요! 정신 나간 인간이 절 죽이려고 해요!


# 드래곤과 로봇 파트는 그다지 재미 없다.


공개된 사전 트레일러에서 이목을 끌었던 부분은 신규 콘텐츠인 탑승 전투 파트다. 게임 중간중간 둠 슬레이어는 사이버드래곤을 타고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며 공중전을 펼치거나, 거대한 이족보행 로봇 '아틀란'을 타고 악마들과 화끈한 근접 전투를 펼칠 수 있다.


아쉽게도 이 신규 콘텐츠 2종은 이미 다수의 리뷰에서 지적됐듯이 그다지 좋지는 않다. 왜냐하면 이 두 개의 콘텐츠는 타이밍에 맞춰 적의 공격을 피하는 '저스트 회피' 위주의 콘텐츠기 때문이다. 가령 둠 슬레이어는 드래곤을 타고 함선을 공격하게 되는데, 함선은 메인 포탑을 파괴하고 코어를 공격해 추락시키는 방식으로 공략이 이루어진다.


이 메인 포탑에는 방어막이 둘러져 있는데, 방어막을 파괴하는 충전 공격은 적 타워가 발사하는 '초록색 공격'을 타이밍에 맞춰 피해 발동시킬 수 있다. 그 전까지는 공격의 모양에 맞춰 상하좌우로 적의 공격을 피하는 단순 미니 게임이 반복된다. 



사이버드래곤을 타고 이곳저곳 착륙해 전투를 벌이기도 하는데, 착륙할 때마다 항상 슬로우모션을 위시한 연출이 나와 귀찮은 감도 있다. 때로는 적 전투기의 꽁무니를 쫓으며 격추시켜야 하는데(사실상 플레이어에게 진행 경로를 알려 주는 장치다), 공격 수단이 개틀링 건 하나뿐인데다 잘 맞지도 않는다.


아틀란을 타고 진행하는 전투 콘텐츠는 드래곤보다 더 단순하다. 일자로 이루어진 맵 속에서 적과 전투하는 방식인데, 적을 많이 때리고 느릿하게 날아오는 공격을 회피해 충전 게이지를 모아 강력한 공격을 사용해 한 방에 쓰러트리는 단순한 전투의 반복이다. 정말 이게 다라서 더 설명할 것이 없다. 참고로 적의 공격을 못 피하면 충전 게이지가 모두 사라진다.

드래곤을 타고 진행하는 공중전까지 저스트 회피 타이밍 맞추기 미니게임을 굳이 넣어야 했나 싶기도



틀란 탑승 전투는 때리고, 회피하고, 퍼니셔 게이지를 채워 적을 일격으로 터트리기의 반복이다.


# 정리 - 과거에 안주하지 않는 <둠>, 비단 긍정적이지는 않지만 칭찬할 만하다.


<둠: 더 다크 에이지스>의 긍정적인 면모는 과거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액션 게임의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려고 시도했다는 것이다. 무기 스왑을 위시한 전투는 패링과 방패 돌진을 위시한 방식으로 바뀌었고, 적을 공략해야 하는 특정한 매커니즘은 존재하지만 '머로더'의 경우처럼 불쾌하지는 않도록 '재미 없고 귀찮은 특정 기믹'을 수행해야 강력한 적을 처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도록 해 놓았다.

<둠 이터널>의 피드백을 반영하려 여러모로 고민한 느낌이 엿보인다. 물론, 게임의 진행을 위해서 패링을 사용해야 하는 타이밍이 반드시 오지만, 근접전 위주의 타 액션 게임처럼 패링의 횟수를 많이 요구하지는 않고 타이밍이 상당히 널널한 편이다. 패링의 난이도를 옵션에서 조정할 수도 있어 타이밍을 잘 못 맞추는 사람도 박자와 패턴만 '조금' 익힌다면 곧잘 활용할 수 있다.


악마와 싸우기 위해 패링까지 마스터해버린 둠 슬레이어


물론, <둠: 더 다크 에이지스>에 도입된 신규 콘텐츠와 기믹이 반드시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탈 것 전투는 솔직히 말해서 재미 없다. 여러 연출과 패링 시 항상 발동하는 슬로우 모션 때문에 스피디한 액션 게임이 '슬로우 모션 연출로 범벅'돼 흐름을 끊는다는 느낌도 있으며, 전투는 후반부로 갈수록 반복적인 느낌이 강해진다.

플레이어의 성장을 위해 찾아야 하는 여러 숨겨진 공간들은 게임 진행의 템포를 끊는 느낌이다. 퍼즐의 난이도는 어렵지 않지만 누군가에게는 늘어난 퍼즐의 비중이 귀찮게만 느껴질 가능성도 있다. 패링이 필수적이진 않다곤 했지만 몇몇 적은 공격 패턴을 패링하는 방식을 외우지 않으면 상당히 까다로워진다.

그러나 이런 단점을 감안하더라도, <둠: 더 다크 에이지스>는 긍정적인 평가를 줄 수 있는 게임이다. 단순히 과거의 영광을 답습하지 않고 최신 액션 게임의 트렌드를 적극 수용하며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개발진의 열의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전작의 전투가 잘 만들어졌다고 한 들, 변화 없이 똑같은 것만을 추구하면 결국 항상 비슷하기만 한 구태의연한 게임이 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가.

스팀에 여러 명작 하이퍼 FPS가 많이 나오고 있다지만, 많은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개발의 어려움으로 인해 'AAA급 비용이 투입된 하이퍼 FPS'는 거의 없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이런 대형 자본이 투입된 AAA급 웰메이드 하이퍼 FPS를 만드는 곳은 솔직히 말해 이드 소프트웨어가 거의 유일하다. 

그러니, 5월 16일 <둠: 더 다크 에이지스>를 통해 다시 한 번 악마를 찢고 죽일 준비를 하길 바란다. 모든 악마가 끝장날 때까지.

둠: 더 다크 에이지스
8.2  /10
- 한줄평
패링 마스터가 되어버린 둠가이

- 장점
- 새로운 시스템의 추가에도 정체성을 잃지 않은 전투 
- 괜찮게 게임에 녹아든 패링 시스템 
- 넓은 맵을 이리저리 이동하며 전투하는 재미 
- 둠 슬레이어라는 캐릭터

- 단점
- 패링을 위시한 전투는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음 
- 후반부로 갈수록 반복적인 느낌이 강해지는 전투 
- 귀찮은 숨겨진 장소 찾기 
- 탈것 파트는 재미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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