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 게임이 개막했다. 이번 아시안 게임에 e스포츠가 시범 종목으로 시행되기로 결정된 가운데, 지상파 방송에 e스포츠 경기가 생중계될지 주목된다. 아시안 게임 e스포츠의 첫 경기는 8월 26일. 경기까지 6일밖에 남지 않은 현재 지상파 3사의 편성표에 e스포츠 중계 일정은 아직 나와 있지 않다.
2000년대 초반 e스포츠가
처음 시작된 이래 아직 단 한 번도 지상파에서 e스포츠 경기를 생중계한 적이 없다. 2000년 게임 중계를 시작한 'iTV(경인방송)'는 지역 민영 방송사였고, 2000년과 2001년 e스포츠 중계를 시작한 '온게임넷'과 'MBC 게임'은 케이블 방송이었다.
KBS·MBC·SBS 지상파 3사는 OCA(Olympic Council of Asia, 올림픽 아시아위원회)와 주최 측 중계 대행사에 아시안 게임의 전체 중계권을 구매했다. 전체 중계권에는 시범 종목인 e스포츠도 포함돼 지상파 역사 최초로 e스포츠를 중계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지상파 3사는 e스포츠 방송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하지만 지상파 역사 최초로 e스포츠를 생중계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지상파의 아시안 게임 e스포츠 중계에 어떤 난관이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디스이즈게임에서 입장을 들어봤다.
# e스포츠는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방송 송출…지상파 방송에 버퍼링 우려
해외에서 진행 중인 국제 스포츠 대회의 경기를 한국에서 생중계하려면 현지 주관방송사 측에서 국제신호(International Signal,
IS*)를 제작해야 한다. 지난 14일
한국방송협회가 공개한 '국제신호 미제작 종목(중계 불가 종목)'에는 e스포츠가 빠져있다.
이는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e스포츠 경기의 국제 송출을 위한 신호
제작에 착수했다는 것을 뜻한다. 방송 3사와 OCA 간의 아시안 게임 중계권 협상은 7월 말 끝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국제신호 문제가 해결된 현재 e스포츠의 지상파 중계를 위한 기본적인 여건은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제작되는 국제신호는 대개 대회 조직위원회나 유관 단체가 아니라 국제신호 제작사가 따로 맡아
진행된다. 일례로 '2002년 한˙일 월드컵'은 국영방송 KBS가 아니라 국제신호 제작 대행사 'HBS(Host Broadcast Services)'가 국제신호를 제작했다.
이번 아시안 게임은, 일본의 대형 광고대행사 덴츠(dentsu)가
국제신호를 제작하고 있다.
그런데 덴츠는 아시안 게임 e스포츠 경기 국제 신호를 보통의 방법인 자카르타
소재 국제 방송 센터(International
Broadcast Center, IBC*)로 직접 송출하지 않고,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제공한다. 대회가 목전에 다가온 지금, 국제신호도 받기로 한 상황에서 지상파 3사가 명쾌한 방송 일정을
내놓고 있지 않는 주된 이유가 바로 여기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제신호: 생중계 방송을 국제적으로 시청할 수 있게 송출하는 신호
국제 방송 센터: 주요 스포츠 대회 기간 동안 방송 중계를 위해 만드는 임시 장소
전문 방송망이 아닌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영상을 주고받으면 버퍼링, 영상 깨짐, 화질 저하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방송 품질을 중요시하는 지상파에서 스트리밍 방식은 위험 부담이 크다. 3사는 아시안 게임의 흥행성, e스포츠의 시장성, 방송사별 중계 배분과 기존 프로그램 편성에 방송 품질까지 검토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아이뉴스24에 따르면, 지상파 3사는 한국의 e스포츠 중계 기술 사용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에 대한 협상 결과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아이뉴스24가 취재한 지상파 관계자는 "첫 조별리그 경기를 보고 품질을 판단한 다음, 품질이 괜찮으면 방송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품질 확인에 시간이 소요돼 결승전 등 주요 경기 위주로 방영할 가능성이 크다. 디스이즈게임과 통화한 한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시청자의 시청권 보장을 위해 <리그오브레전드>, <스타크래프트 2> 등 한국인 선수들이 출전하는 종목을 중심으로 방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지상파에 중계·해설 노하우 없어… 전문성 확보 고심
지상파 방송사가 e스포츠를 중계한 노하우가 적다는 점도 난관으로 꼽을 수 있다. SBS와 KBS는 그간 e스포츠를 중계한 역사가 없고, MBC만 케이블 채널 MBC 게임을 운영한 적 있지만 MBC 게임은 2012년 문을 닫았다.
지난 8일, SBS 아나운서가 자사 라디오 방송에서 “<리그오브레전드> 중계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e스포츠 팬들은 해설의 전문성에 우려를 표했다. e스포츠 중계 경험이 전무한 지상파 중계진이 빠르게 진행되는 e스포츠 경기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느냐는 것. 한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아시안 게임에 e스포츠를 중계한다면 전직 선수나 해설가를 초빙해 중계진을 꾸릴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4월, SBS는 인터넷 미디어 플랫폼 아프리카TV와 e스포츠 공동사업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협약식에서 양사는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향후 e스포츠 콘텐츠 제작, 방송, 사업 등에 상호 협력하며 국내외 e스포츠 산업 활성화를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프리카TV 2분기 컨퍼런스 콜에 따르면 합작법인의 투자 심의는 끝났고 행정 절차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와 비슷한 시기 아프리카TV는 2018 아시안 게임 중계를 확정 지었고, 아프리카TV는 SBS와 아시안게임 관련 e스포츠 방송 제작을 논의 중이다. 아프리카TV는 앞선 6월 MBC와 손잡고 김병지, 감스트 등 인기 BJ를 앞세워 '러시아 월드컵'을 중계, 약 90만 명의 동접자수를 기록하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아프리카TV는 인터넷 방송이기 때문에 버퍼링, 화질 문제에서 지상파보다 비교적 자유로운 데다 평창 동계올림픽, 러시아 월드컵에서 인터넷 생중계를 진행한 노하우가 있다. 아프리카TV와 SBS가 인터넷 스트리밍 방식으로 송출되는 e스포츠 경기와 관련해 교류가 있느냐는 질문에 아프리카TV는 “양사가 만나 서로 무엇을 함께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한국은 아시안 게임 e스포츠 본선에 <리그오브레전드>와 <스타크래프트 2>가 진출했다. <스타크래프트 2>의 조성주(마루)는 지역 예선에서 전승을 거두며 자신의 기량을 뽐냈고, 이상혁(페이커), 고동빈(스코어) 등으로 구성된 <리그오브레전드> 국가대표팀은 숙적 중국과 한 조로 편성됐다. 두 종목 모두 한국인 선수의 기량이 출중한 데다 많은 시청자를 보유한 e스포츠다.
e스포츠 국가대표는 내일(21일) 상암동 S-plex 센터에서 'e스포츠 국가대표 출정식'을 가진 뒤 인도네시아로 출국, 27일 <리그오브레전드>를 시작으로 금메달 사냥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