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출신의 세계적인 뉴에이지 음악가 양방언 씨.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엔씨소프트의 신작 <아이온>의 배경음악을 맡은 이가 바로 양방언 씨다. 양방언 씨는 자신의 음악이 <아이온>의 인터페이스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게임과 유저를 이어주는 단단한 연결고리가 되기를 희망한다. <아이온>과 양방언 씨의 조우는 어찌 보면 재일교포 음악가와 한국 신세대들의 첫 만남이다. 온라인게임을 통해 자신의 음악을 들려줄 수 있어 너무 기쁘다는 그를 디스이즈게임에서 만났다. /디스이즈게임
다양한 음악장르를 접하고 풍부한 현장경험을 쌓은 그는 1986년 하마다 쇼고와 그룹활동을 시작하게 되고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프로듀서의 길을 걷는다. 그의 섬세하고 성숙한 음악은 일본과 한국 뿐 아니라 중화권까지 매료시키면서 ‘스타TV’의 간판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는 <정무문>의 음악을 담당하게 된다. 이 일을 계기로 성룡이 주연한 영화 <썬더볼트>의 음악감독을 맡기도 한다. 1999년은 그에게 의미있는 한해였다. 솔로 아티스트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그가 동양적인 색채의 음악을 본격적으로 선보이기 시작한 것. 아버지의 나라인 한국을 처음 방문한 그는 이후 내몽골, 영국을 여행하면서 느낀 감동을 클래식한 선율과 로맨틱한 곡으로 풀어내면서 국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다. 이 때 처음으로 연 한국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매스컴으로부터 집중적인 조명을 받게 되고 그 해 최고의 뉴에이지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한다. 이후 2001년 네 번째 앨범인 [Pan-O-Rama]를 발매하고 다음해인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공식음악을 맡게 된다. 한국적인 색채를 잘 표현한 그의 음악적인 색깔은 국내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게 되는 계기가 되고 MBC가 개국 40주년 기념작품으로 만든 드라마 <상도>의 메인테마를 만들면서 일반인들에게도 ‘양방언’이라는 이름을 알린다. 지난 2004년에는 KBS 다큐멘터리 ‘도자기’의 음악을 맡아 KBS 다큐멘터리 사상 최초로 OST 음반을 별도로 발매할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된다. 그 해 5월 [Echoes]라는 이름의 5집을 국내에 발표하고 3년만에 한국 공연을 성공적으로 치르면서 한국에서의 정기공연을 결심하게 된다. 올해에는 ‘에볼루션 2006’이라는 타이틀로 서울, 전주, 울산, 광주 등에서 라이브 투어를 진행중이며 오는 12월 22일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계획하고 있다. * 현재 양방언 씨의 국적은 한국입니다. 남한 국적의 아버지와 북한 국적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양 씨는 조총련계 학교를 다니며 북한 국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1999년 국적을 한국으로 바꾸었습니다.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음악가의 길로 들어선 입지전적인 인물일 뿐만 아니라 고국에 대한 동경을 우리의 전통음악으로 표현한 한국인입니다.
양방언 씨는 제주도가 고향인 아버지와 북한 신의주가 고향인 어머니 사이에서
"온라인게임 음악작업 계속 하고 싶다." |
양방언 씨는 그다지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찌보면 게임천국 일본에서 태어나고 살았지만 게임을 접할 기회가 없었다. 5살 때 피아노를 접한 이후 오로지 ‘음악’ 하나만을 생각하면서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온라인게임 음악을 맡게 됐다. 중국 넷이즈의 <천하2>에 이어 우리나라 엔씨소프트의 신작 <아이온>의 음악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게임을 좋아하지 않지만 게임의 환상적인 세계를 좋아합니다.” 양방언 씨는 간접경험을 무척 즐긴다.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를 좋아하는 것도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새로운 형태의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 세계를 좋아하면서 자연스레 ‘판타지세계’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그가 <아이온> 음악 작업을 하면서 만든 ‘크랄 테마곡’도 평소에 관심있던 판타지의 느낌을 음악으로 풀어낸 곡이다.
“현실에 없는 가상세계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작업은 언제나 즐거워요. <아이온> 음악작업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엔씨소프트에게서 건내받은 자료, 영상을 보면서 느낀 점들을 곡에 그대로 담았어요.”
여담이지만 엔씨소프트는 양방언 씨와 음악작업을 하면서 고충(?)이 많았다. 기본컨셉만 보여주면 음악이 줄줄 만들어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양방언 씨가 너무 많은 양의 자료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게임음악을 만드는 것은 솔로앨범 작업할 때와는 아주 달라요. <원작>을 제쳐두고 제 맘대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게임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게임을 많이 공부할 수밖에 없어요. 제가 엔씨소프트에 <아이온> 관련 자료를 많이 요구한 것도 <아이온>에 어울리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죠.”
양방언 씨는 뭐든 대충하는 법이 없다. 지난 6월에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정기공연에서는 자신이 직접 편집한 <아이온> 동영상을 보여주며 배경음악을 연주하기도 했다. 다른 사람에게 맡겨도 될 일이지만 자신의 음악에 맞게 영상을 편집해야 조화롭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그는 엔씨소프트와 손잡고 <아이온> 음악을 만들면서 무척 즐거웠다.
“제대로 된 게임음악을 만들려면 게임개발과 맞물려 같이 호흡하면서 작업해야 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영화나 애니메이션도 마찬가지죠.
양방언 씨는 <아이온> 이후에도 게임과 관련된 음악작업을 계속 할 생각이다. 특히 온라인게임 음악에는 욕심이 많다. 요즘 세대들에게 자신이 만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이고 싶은 욕심에서다.
양방언 씨는 자신의 게임음악을 ‘인터페이스’라고 말한다. “저는 <아이온> 음악을 만들면서 ‘인터페이스’가 되고 싶어요. 게임과 유저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와 같은 역할이죠. 게임의 이미지를 더욱 확장해서 전달할 수 있는 음악이 진정한 게임음악이라고 생각해요.”
■ 양방언이 만든 <아이온> 배경음악 (플레이버튼(▶)을 누르면 음악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rpg/The Tower of Enternity.mp3#]] * The Tower of Eternity: 영원의 탑으로부터 시작되는 신화와 같은 웅대한 이야기가 총 3악장에 걸쳐서 펼쳐진다. 영국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화려한 연주로 시작해, 러시아의 보컬리스트 'Origa'의 아름다운 목소리로 감동의 끝을 맺는 메인 테마곡. [[#rpg/Flight of the Dragon.mp3#]] * Flight of the Dragon: 하늘로 치솟는 용의 이미지를 그려냈다. 중국 최고의 호금(Er-fu) 연주자 'Jia Peng Fang'의 연주를 멜로디로 사용했다. 용의 이미지를 동양적인 느낌으로 그려내, <아이온>의 독자적인 음악 색채를 표현했다. [[#rpg/step to the next world.mp3#]] * Step to the next world: 아름다운 초원이 펼쳐지는 세계에 첫 발걸음을 내딪는 <아이온>의 필드 배경음악. 켈트풍의 민속적인 분위기는 마치 '날개'를 가진 <아이온> 플레이어들이 드넓은 세계를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게임과 유저를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싶다."
TIG> 최근에는 무슨 일을 하고 있나?
TIG> 게임음악은 이번이 처음인가?
<아이온>을 맡기 전에 중국 넷이즈의 온라인게임 <천하2>의 음악작업을 했다. 북경 오케스트라와 작업을 함께 했는데 색다른 경험을 해서 좋았다. <아이온>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작업을 했다. 이미 완성한 음악소스를 엔씨소프트에 넘긴 상태다.
TIG> <아이온> 음악작업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엔씨소프트에서 음악을 맡아달라고 찾아왔다. 기존 온라인게임 음악을 서양 사람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한데, <아이온>과는 어울리지 않아서 고민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엔씨소프트에서 데모 무비를 보여줬는데 많은 느낌을 받았다. 스케일이 큰 온라인게임이라고 생각했다. 아버지의 나라이기 때문에 꼭 한번 한국 기업과 같이 일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좋은 기회를 잡은 것 같다.
TIG> 어려운 점은 없었나?
엔씨소프트에서 <아이온> 개발이 한창 진행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개발과 함께 게임음악을 만들 수 있어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게임의 컨셉을 뽑아내기가 어려웠는데 엔씨소프트에서 게임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를 제공해줘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다. 작년 11월에 런던 심포니 75명과 함께 작업할 때에는 무척 즐거웠다.
TIG> 얼마나 많은 곡을 만들었나?
총 22곡이다. 적은 곡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많지도 않다. 곡이 많아지면 작품성이 떨어진다. 최소 2분 30초 이상이 되어야 음악의 선율을 느낄 수 있다. <아이온>의 천계의 이미지, 마계의 이미지를 풍부하게 느낄 수 있도록 여러 각도에서 작품을 만들었으니 기대해달라.
TIG> 게임을 즐기지 않는다고 들었다.
게임을 즐기지 않지만 게임의 세계는 좋아한다. 특히 판타지세계가 좋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판타지세계관을 많이 접했다. 현실에 없는 가상세계이기 때문에 매력적이다. 이와 같은 세계관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작업도 무척 재미있다.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온> 음악을 만들 때도 그랬다. 오케스트라 연주에 락을 넣을 수도 있고 재즈를 넣을 수도 있다. 이런 자유로움이 좋다.
TIG> 온라인게임 뿐 아니라 비디오게임이나 PC게임 음악을 할 생각도 있는가?
시디(DVD)로 발매되는 게임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CD나 DVD 매체에는 제대로 된 음악을 넣을 수 없었다. 결코 비디오게임이나 PC게임 음악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 자라면서 훌륭한 게임음악을 많이 들어왔다.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음악도 무척 좋아한다. 앞에서 말한 것은 개인적인 성향으로 알아줬으면 좋겠다.
TIG> <아이온> 음악은 어떤 식으로 영감을 얻으면서 만들었나?
<아이온> 음악을 만들 때에는 게임에 대한 감이 아닌 음악에 대한 감을 느끼면서 만들었다. 게임과 그 이미지를 떠올리고 그 다음 음악을 작곡한다. <아이온>을 처음 봤을 때에는 광활하고 동양적인 느낌이 강한 세계를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시간적인 깊이와 흐름이 있는 게임이라고 느꼈다. 나중에 들어보시면 알겠지만 풀과 사막을 가르며 달려가는 느낌의 음악, 뜨겁고 정렬적인 느낌의 음악 등 요소요소를 구체적으로 표현한 곡들이 많다.
TIG> 게임음악은 게임에서 어떤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나?
게임음악은 ‘인터페이스’다. 게임과 유저를 이어주는 단단한 연결고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가 아닌 게임의 이미지를 한 단계 더 확장시켜서 전달하는 것이 게임음악의 역할인 것 같다.
TIG> 오는 11월 9일에 열리는 게임전시회 ‘지스타’에서 <아이온>이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혹시 행사장에 방문할 계획이 있나?
엔씨소프트에서 불러준다면 가보고 싶다. 엔씨소프트에서 향후 진행할 프로모션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TIG> <아이온> 음반이 별도로 나오나?
내년에 <아이온> OST 음반을 발매할 계획이다.
TIG>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일정은 어떻게 되나?
한국에서 다큐멘터리와 TV드라마, 애니메이션 음악작업과 관련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물론 정기공연은 계속 해나갈 생각이다. 올 겨울에는 크리스마스 콘서트도 연다. 새로운 작품을 고르면서 중요한 것은 서로의 마음이다. 서로 마음에 드는 사람, 마음에 드는 작품을 만나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