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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오브 레전드 새 테마 '영혼의 꽃', 이렇게 만들었다

[인터뷰] 라이엇게임즈 아트 디렉터 존 뷰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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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우티) 2020-08-31 13:41:56

'DrPh8' 존 뷰런(Jon Buran)​ 라이엇게임즈 아트 디렉터는 <리그 오브 레전드>에 들어가는 각종 스킨과 테마를 작업한다.​ 새 테마 '영혼의 꽃' 프로젝트를 이끈 그는 이눈, 데마시아 강력반, 오디세이, 전투사관학교 등에 참여한 베테랑 아티스트다.

 

코로나19로 집에서 일하고 있는 그와 새 테마의 기획 의도와 작업 철학을 이야기했다. 자신들이 만든 스킨을 착용하는 것은 물론 팬 아트, 코스튬 플레이 등 2차 창작을 보면서도 큰 힘을 얻는다는 그는 라이엇게임즈의 철저한 피드백 문화를 강조했다.

 

존 뷰런 (출처: 트위터)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라이엇게임즈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 스킨과 테마 개발 아트 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존 뷰런이라고 한다.

 

 

그간 라이엇게임즈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맡아왔는지?

 

아주 많은 스킨과 스킨 라인들을 개발해왔다. 영혼의 꽃, 하이눈, 데마시아 강력반, 오디세이, 전투사관학교에 참여했고, 그 외에도 많은 프로젝트에 함께했다.

 

 

그중 가장 애착이 가는 프로젝트는?

 

가장 애착이 가는 프로젝트는 데마시아 강력반이다. 라이엇게임즈 내부 게임 잼(jam) 행사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실제로 미니 게임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80년대와 9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으로서, 우리 챔피언들을 영화계 최고 영웅들로 새롭게 상상해볼 수 있었다. 또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 장르 중 하나인 신디웨이브(Synthwave)에 경의를 표할 수 있어서 정말 즐거웠다.

 

그가 가장 애착을 갖는 '데마시아 강력반'. 가렌의 모습에서 '신디웨이브'가 느껴진다.

 

 

# 새로 태어난 아이오니아, 동/서양 조화 담은 '영혼의 꽃'

 

이번 ‘영혼의 꽃’은 그 어떤 테마보다도 눈에 띤다. 개인적으로는 ‘별 수호자’ 시리즈보다 더욱 애니메이션에 가깝다고 생각하는데, 특별히 이러한 스타일과 콘셉트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개발팀의 많은 사람들이 애니메이션과 만화, 그리고 그와 관련된 대중문화를 즐기며 성장했기에 그 영향이 작업에 많이 반영됐다. 그 중 많은 부분은 저희 스킨 라인 몇몇의 비주얼 스타일에서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이외에도 무드와 테마에서 역시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반영하고자 했다. 

 

크리에이티브 관점에서도, 비주얼 스타일링 그 이상으로 깊게 접근하고 싶었다. 삶의 전반에 걸쳐 우리의 상상력에 영향을 미쳤던 그 작품들이 주는 진실한 경험을 이런 비주얼과 연결시킬 수 있는 내러티브를 찾고자 했던 것이다. 얕은 오마주나 단순한 참고사항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매우 신경쓰면서 말이다.

 

 

영혼의 꽃을 관통하는 콘셉트는 무엇인가? 


영혼의 꽃의 목표는 룬테라와 평행한 세계, 화려하고 신비한 ‘영혼의 세계’를 배경으로 가족, 후회, 화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스킨 테마를 작업하기 시작했을 때 아이오니아의 전설만으로는 그리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부 팀의 많은 사람들과 아이디어 회의를 통해 비주얼 콘셉트를 알릴 수 있는 새로운 배경 설화를 공들여 만들어 나갔다. 

 

프로젝트 초기부터 저희는 영혼의 세계 속 모든 것을 아름답고 매력적으로 만들기로 정했고, 아트 작업에서부터 경험에 대한 내러티브에 이르기까지 이 기준을 견지해 나갔다.

 

영혼의 꽃 아리

 

영혼의 꽃 아리

 

일각에서는 ‘오타쿠’ 문화를 노리고 나왔다는 의견도 있다. 참고한 레퍼런스가 따로 있는지?

 

영혼의 꽃을 통해 표현하고자 한 중심 문화는 바로 아이오니아다. 옷의 질감, 헤어스타일, 사용되는 색깔, 무기들은 대중문화, 애니메이션, 만화로부터 확실히 거리가 멀다. 오히려 아이오니아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영혼의 꽃 프로젝트에 있어서 도전은, 저희가 지금까지 만들어 온 아이오니아의 유산을 고수하면서도 저희가 영향 받은 것들을 참고하고 또 연결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영혼의 꽃 테마에 등장하는 챔피언들은 어떻게 정해지게 되었나? AD인 당신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 건지, 아니면 게임 플레이 팀과의 조율을 통해 결정 된 건지 궁금하다. 선정 최종 단계에서 제외된 챔피언이 있다면?

 

저희는 예술 팀과 제작팀 간의 긴 논의을 통해 영혼의 꽃에 어떤 챔피언이 포함될지를 결정했다. 저희는 이야기를 창작할 때 의도적으로라도 그 내러티브를 가능한 모든 챔피언에게 열어 두려 한다. 아쉽게도 저희가 어떤 챔피언을 넣고 뺄 것인지 고민한 내용은 공개할 수 없지만, 정말 많은 챔피언들을 고려했다는 것만은 알아주면 좋겠다. 또 앞으로도 기회가 있을 경우, 영혼의 영역을 가로지르는 놀라운 콘셉트들이 등장할 것이다

 

 

아리에게 입힌 의상이 어디에서 영감을 받은 건지 궁금하다. 한국 캐릭터인 만큼, 한복에서 영감을 받은 건가?

 

이 스킨 시리즈의 모든 의상들과 마찬가지로 아리의 의상에는 아이오니아의 전설에 녹아 든 다양한 요소들이 반영돼 있다. 스킨을 만들 때는 어떤 특정한 영감이나 영향, 문화 등의 단일 소스만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 의상들이 서로 다른 문화, 시대, 트렌드를 반영해 어떻게 디자인되고 창조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점을 강조하고 싶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동, 서양을 가리지 않고 사랑받는 게임이다. 작업 과정에 있어서 동/서양의 스타일을 혼합 하고자 한 것인지?

 

물론!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볼 수 있는 많은 스타일은 서양의 게임 및 코믹 아트계를 휩쓸었던 동양적 스타일의 직계 후손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비주얼 스타일은 서양적 구조 및 형태의 언어를 바탕으로 키네틱하면서도 호소력 짙은 동양적 감수성의 렌즈를 통해 만들어 진다고 할 수 있다.

 


 


 

# 캡콤 <스파> 따라그리던 소년, 라이엇의 예술가로

아트워크와 관련된 업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당신을 이 바닥으로 끌어들인 트리거는 무엇이었을까?

 

내게 예술은 언제나 믿음직한 친구처럼 항상 함께해 온 존재다. 자라는 동안 가족이 이사를 많이 다녔기 때문에 새로운 곳에 정착하고 다시 떠나는 과정에서 친구를 사귈 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주로 그림을 그리거나 만화책을 읽거나 비디오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잡지에서 <스트리트 파이터> 아트를 발견할 때마다 잘라서 방에 있는 커다란 보드 판에 붙이고 열심히 따라 그리곤 했다. 

 

그림은 형편없을 때가 많았지만 뱅거스(Bengus)나 아키마(Akima)와 같은 캡콤 아티스트들을 통해 저는 정말 양식화된 예술(Stylized Art)에 대한 이해를 일찌감치 형성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 역량을 기르는 노력을 계속해 나갔다. 처음에 만화를 그리고 싶었지만 경력이 쌓이는 과정에서 게임을 위한 아트를 하고 싶다는 쪽으로 마음이 계속 기울었다.

 

 

AD로써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이것만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와 같은 나만의 룰이 있다면?

 

라이엇 게임즈에는 강력한 피드백 문화가 있다. 이 문화를 전적으로 지지한다. 스스로 작업한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을 구하기도 하고, 또한 주변 동료들에게도 끊임없이 건설적인 피드백을 줌으로써 그들이 더 발전할 수 있게 독려한다. 이러한 피드백에 대해 강조하고 싶은 점은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만 집중하기 보다는 사람들이 진짜 잘하고 있는 부분 역시 알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예술에서의 성공이란 아이디어와 창작의 조화가 확고해지는 순간들일 텐데, 이는 축하 받아야 할 일이다. 만약 결점에 집중해서 이러한 성취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크리에이터나 개발자는 잘하는 것(The good stuff)을 계속해 나가기 보다는 결국 어둠 속에서 날아다니는 것과 같은 막막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결과물에 대한 반응을 확인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건 어떤 부분인가?

 

개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팀원끼리 주고 받는 피드백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또 팀 전체의 목표와 기대치에 비해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었는지도 살핀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피드백을 구할 때 역시 똑같이 하려 한다. 하지만 때로는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작품이 멋있게 잘 나왔는지에만 신경 쓸 때도 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텐데,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집에서 일하고 있다. 우리 팀은 약간의 적응기간을 거친 이후로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다. 뛰어난 개발진들이 플레이어들을 위해 온 마음과 힘을 다해 노력하고 있어서 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비록 주변의 세상이 흔들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플레이어들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를 뛰어넘는다고 느끼면서 해나가는 이러한 끊임없이 노력한다. 이로써 우리는 변화무쌍한 환경에 대처할 수 있게 됐으며, 이런 상황이 오히려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플레이어들을 위해 매일 최선의 노력을 계속해 나갈 수 있다는 점이 영광스럽기도 하고 또 한편 겸손한 마음도 든다.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우리 아트 팀은 플레이어 여러분께 거의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사로잡혀 있다. 여러분이 게임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뭔가를 창작하고 또 꿈꿀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것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그러니 앞으로도 계속 여러분이 가장 좋아하는 스킨을 착용해주시고, 굉장히 멋진 팬 아트를 그려 주시고, 놀라운 코스튬 플레이를 즐겨달라! 수백 명의 팀이 당신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다. 즐겜!

 

영혼의 꽃 카시오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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