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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해봤더니] "누구든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넷이즈 신작 '연운십육성'

'종합선물세트' 같은 구성의 도전적인 MMORPG

한지훈(퀴온) 2025-05-22 09:20:48

뻔한 이야기지만, 사람마다 잘하고 좋아하는 게임이 다르고 게임을 플레이한 경험도 천차만별입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취향과 경험을 가진 이들이 하나의 게임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즐길 수 있다면 어떨까요? 


넷이즈의 오픈 월드 액션 RPG <연운십육성>이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간의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앞서 지난해 12월 중국 서비스를 개시한 <연운십육성>은 이번 테스트로 얻은 경험을 기반으로 연내 글로벌 전역으로 서비스 영역을 넓힐 계획입니다. 


앞에서 ‘오픈 월드 액션 RPG’로 소개하긴 했지만, 이번 테스트로 만나본 <연운십육성>은 하나의 장르로 정의하기 힘든 작품입니다. 무협 게임이지만 무협을 전혀 몰라도 즐길 수 있고, 유저의 실력과 기호에 맞춰 게임의 구성을 완전히 바꿀 수도 있습니다. 말하자면 유저가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든 관계없이 원하는 방식으로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게임인 것이죠.




# 누구든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연운십육성>에선 단순히 조작법과 난이도 설정 외에도 게임 내 전투 방식과 퍼즐 요소에 대한 가이드 등 게임 콘텐츠와 진행 방식까지 자유롭게 조정이 가능합니다. 

전투를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연운십육성>의 전투는 기본적으로 <세키로>의 그것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공방의 템포는 굉장히 빠른 편이고, 상대의 공격을 정확한 타이밍에 회피하거나 패링해야하죠. 일종의 스태미나인 ‘진기’를 소진하게 만들어 그로기 상태를 만든 뒤 강력한 일격을 가하는 게 중요합니다.

당연히 모든 사람이 이런 스타일의 전투에 능숙하진 않을 것입니다. 아래에서 더 설명하겠지만 보통 난이도의 전투도 결코 쉽지 않은데요. 스토리와 탐험에 최적화된 낮은 난이도에서는 불릿 타임과 자동 반격 같은 보조 기능이 제공되어 조금 더 쉽게 전투를 즐길 수 있습니다. 반대로 높은 난이도에선 적들이 훨씬 강력해지는 대신 도전 성공 시 특별한 표시가 붙게 되죠. 확실한 건 어떤 난이도에서든 나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픈 월드 곳곳에 숨겨져 있는 퍼즐 요소에 대한 가이드도 이와 유사합니다. 평소에 어드벤처 게임을 자주 즐기는 유저라면 이러한 요소들에 대한 표시를 최소화해 직접 발로 뛰어 이들을 찾는 탐험의 재미를 추구할 수 있을 것이고, 그 반대 역시 선택이 가능합니다. 

위쪽은 퍼즐 요소 가이드를 최대화했을 때 보이는 UI, 아래쪽은 가이드를 최소화했을 때 보이는 UI입니다.
이런 부분도 유저가 원하는대로 자유롭게 설정이 가능하죠.

이렇게 보면 <연운십육성>은 유저가 자유롭게 게임의 난이도를 조정할 수 있는 싱글 플레이 게임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이 게임에선 싱글 플레이 모드와 멀티 플레이 모드도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싱글 플레이 모드에선 다른 유저가 게임 내에 거의 등장하지 않지만, 멀티 플레이 모드에선 다른 유저들과 협력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싱글 플레이 모드가 액션 RPG에 가깝다면, 멀티 플레이 모드는 MMORPG에 더 가까운 셈이죠.

싱글 플레이와 멀티 플레이 모드를 선택 가능한 'MMORPG'라니, 어느 쪽 경험도 해치지 않으려는 개발진의 고민이 돋보입니다.


이렇듯 유저가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인 것은 확인했으니, 이제는 게임 콘텐츠의 퀄리티를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콘텐츠가 훌륭하지 않으면 앞서 설명한 장점도 모두 무색해질테니 말이죠. 전투부터 스토리, 서브 콘텐츠까지 낱낱이 살펴보겠습니다.



# 자동 반격 기능으로 완전히 달라지는 전투 경험

앞서 설명했듯 <연운십육성>의 전투는 빠른 호흡으로 진행됩니다. 숨 가쁘게 휘몰아치는 연격을 받아내기 위해서는 상대의 공격 타이밍을 빠르게 파악하는 게 중요하죠. 

그런데 이 게임에선 공격 타이밍을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소위 ‘엇박’이라고 불리는 변칙적인 타이밍의 공격이 많기 때문인데요. 거기다 움직임에 약간의 관성이 붙어서 조작도 쉽지 않습니다. 앞에서 전투가 어렵다고 말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죠.

여기서 자동 반격 기능이 게임 진행에 도움을 줍니다. 쉬운 난이도와 보통 난이도에서 활성화 가능한 자동 반격 기능은 별도의 게이지를 소모하며, 완충 시 최대 2회까지 연속 사용이 가능합니다. 상대가 공격하면 시간 내에 방어 버튼을 누르는 QTE 방식으로 발동되고 발동에 성공하면 이어지는 모든 연격을 자동으로 회피합니다.

<연운십육성>의 기본 전투는 공방의 템포가 굉장히 빠르고, 공격에 '엇박'이 많습니다.
참고로 이거, 게임 초반부에 진행되는 이벤트 매치입니다…


자동 반격 기능을 활성화하면 방어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면서 더욱 적극적인 공격이 가능해집니다. 방어는 버튼 하나 딸깍 누르는 것으로 넘겨버리고 약공격과 강공격, 각종 스킬들을 활용한 콤보 공격으로 화려한 무협 액션을 즐길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순간부터 게임의 장르가 스타일리쉬 액션 장르로 바뀌었다는 느낌까지 받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스타일로 전투를 진행할지 유저가 실시간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죠.

혹자는 이 자동 반격 기능 때문에 전투의 난이도가 너무 쉬워진다고 우려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앞서 말했듯 자동 반격은 게이지를 소모하고, 게이지가 모두 떨어지면 그대로 공격에 노출되기 때문에 중간중간에 적절하게 회피나 패링도 직접 활용해야 합니다. 완전 무적으로 만들어주는 기능은 아니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자동 반격 기능을 활성화한다고 전투가 너무 재미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액션 연출이나 패턴, 기믹 등이 잘 짜여있어서 공략하는 맛이 쏠쏠하니까요.



# MMORPG의 요소도 충실히

전투 이야기가 나온 김에 MMORPG에선 빠질 수 없는 롤플레잉 관련 콘텐츠도 살펴보겠습니다. <연운십육성>에선 어떤 ‘무학’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캐릭터의 역할이 달라집니다. 베타에서 등장한 무학의 종류는 종 12종으로, 같은 무기라도 무학에 따라 사용 가능한 기술과 성능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맥도(검처럼 긴 날이 달린 창)를 사용하는 ‘단혼맥도’는 방어에 특화되어 있고, 우산을 사용하는 ‘춘풍우화’는 원거리 공격에 특화, 부채를 사용하는 ‘명천약선’은 치유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한 번에 최대 2개의 무학을 조합하여 사용할 수 있고, 게임 내 가이드에서 역할별 추천 조합과 스킬 연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MMORPG답게 방어 전담의 무학 조합과


치유 전담의 무학 조합도 등장합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무학을 조합해 활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무학은 탐험을 통해 해금됩니다. 다만 그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 흠이죠. 무학을 해금하기 위해선 해당 무학을 활용하는 특정 문파에 가입하거나, 월드에 숨겨진 수련장에 들어가서 수련생들의 동작을 보고 이를 훔쳐 배워야 합니다. 

기자는 수련장에서 훔쳐배우기로 무학을 해금했는데요. 문제는 이 수련장에 입장하기 위해 필요한 열쇠의 획득처가 제한적이고, 어찌저찌 열쇠를 구해 수련장에 입장해도 곧장 해금되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무학을 해금하기 위해선 특정 위치까지 수련생들의 눈을 피해 잠입해야 하는데, 동굴 안이라 내부가 엄청 어둡고 길도 복잡하게 꼬여 있습니다. 여기에 특유의 뻣뻣한 조작감까지 겹치면서 무학 해금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무학 해금 횟수의 제한이 없어서 최종 단계에 이르러선 모든 무학을 해금할 수 있게 되겠지만, 그 과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무학이 제한되는 점은 다소 아쉬웠습니다. 유저가 무학들을 직접 체험해보고, 자신에게 맞는 역할을 찾을 수 있도록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네요.


관성 때문에 뻣뻣한 조작감에 어두운 공간, 복잡하게 꼬인 길까지…
훔쳐배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 ‘살아숨쉬는’ 오픈 월드, 방대한 서브 콘텐츠

끝으로 다룰 것은 게임의 메인 콘텐츠인 스토리와 오픈 월드 콘텐츠입니다. 감히 말씀드리건대, <연운십육성>의 방대한 오픈 월드는 “살아 숨쉰다”는 표현이 무리가 아닐 정도로 정교하고 풍성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게임은 메인 퀘스트인 ‘주장’을 중심으로 진행되며, 월드 곳곳에서 다양한 여러 종류의 서브 퀘스트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스토리를 보충해주는 ‘낙장’부터 시작해 지역 주민들의 소문으로부터 시작되는 ‘기우’, 특정 위치에서 발견 가능한 ‘탐방’ 등을 통해 셰계관 속 숨겨진 이야기들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이러한 퀘스트 하나하나의 볼륨이 상당히 큰 편입니다.

지역 곳곳에 있는 NPC들은 단순한 장식이 아닙니다. 거의 모든 NPC가 AI를 탑재해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하고, 각자 플레이어에 대한 호감도 수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화나 선물을 통해 호감도를 높이면 선물을 얻을 수가 있죠. 심지어는 맘에 들지 않는 NPC를 공격해 죽이는 것도 가능합니다. 

한번은 실수로 NPC를 공격했다가 싸움이 붙어 NPC를 죽인 적이 있는데, 이후 시간이 한참 지나도 그가 돌아온 것을 보진 못했습니다. 만약 실제로 죽은 것이라면, 다시는 그와 상호작용할 기회를 영영 잃게 된 것이겠죠.

뿐만 아니라 월드 전역에는 각종 콘텐츠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상자와 수집 요소 외에도 무공으로 근처에 있는 적을 날려 바위벽을 무너뜨린다거나, 바람을 일으켜 낙엽 아래 숨겨진 비밀을 확인한다거나, 모자 쓴 고양이 주변에 있는 퍼즐을 찾아 풀 수도 있죠. 중국 서비스에서 공개된 게임의 첫 지역인 청하 지역에 숨겨진 콘텐츠만 해도 이 정도입니다. 

지도 위에 빽빽하게 찍힌 표시들 하나하나가 모두 보물 상자나 미니 게임 같은 숨겨진 콘텐츠들입니다.

숨겨진 요소 하면 던전이 빠질 수 없죠. 이 게임에도 던전이 여러 지역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게임의 던전 구성이 대단히 <다크소울> 스럽습니다. 아무런 예고 없이 불화살이 날아오는 함정이 배치되어 있고, 화살을 피해 몸을 숨긴 공간에는 적들이 숨어 있으며, 무턱대고 연 상자에선 엄청나게 강력한 적이 등장해 플레이어를 괴롭힙니다. 이런 함정들을 경고해주는 유저들이 남긴 메시지 역시 <다크소울>의 그것과 동일합니다.

"이 앞, 보스 있다"
친절한 한국 유저의 조언을 듣고 마음의 준비를 한 뒤 열었는데…

어라?


대협!! 살려주시오 대협!!

이 외에도 장기(이상하게도 이번 베타에선 ‘바둑’으로 번역되었습니다), 마작, 악기 연주 같은 수많은 미니 게임도 게임 내에서 즐길 수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이 모든 콘텐츠를 통해 각종 수집 요소와 치장 아이템 구매에 필요한 재화, 캐릭터를 성장에 필요한 자원을 얻을 수 있으니 내실을 위한 콘텐츠가 이만큼 방대하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리듬 게임 방식으로 진행되는 악기 연주와


마작도 미니 게임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작혼>으로 단련된 마작 실력을 뽐내려 작탁에 앉았지만 한자를 몰라 리치를 못 했습니다.



# 다 좋았는데…아쉬운 로컬라이징

그렇다면 스토리는 어떨까요? 아쉽지만 이번 베타에서의 경험은 썩 좋지 못했습니다. 

이번 베타 테스트에선 메인 스토리 1장을 체험했습니다.  약 10시간 분량으로, 결코 적은 분량은 아니었습니다. 스토리 부분에서 좋았던 것은 훌륭한 그래픽으로 그려낸 무협 세계의 풍경과 강렬한 연출이었습니다. 특히 <용과 같이> 시리즈의 오랜 팬으로서, 이번 작품의 스토리 컷신 연출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맛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용과 같이> 스럽다고 느낀 시네마틱 컷신입니다.

그래픽부터 장면 연출 하나하나가 <용과 같이 7>에서 본 거 같은 기시감이 느껴집니다.


문제는 번역입니다. 이게 한국어가 맞는지 의심될 정도로 허술한 번역이 스토리 이해를 완전히 방해합니다. 등장인물들이 반말과 존댓말을 이리저리 오가는 것은 예삿일입니다.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단서가 제대로 번역되지 않아 맥락을 완전히 놓치기도 했고, 등장인물들의 이름 번역이 통일되지 않아서 누굴 말하는 건지 한참을 헤맨 적도 있습니다.

이 번역 문제 때문일까요? 기자는 결국 메인 스토리 1장의 이야기를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인게임 컷신을 통해 인물 사이의 관계는 어떤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대충 이해했지만 이야기의 당위성을 이해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주인공이 강호로 떠나는 여정을 시작하게 되는 중요한 서사가 담긴 1장이 이렇게 맥없이 지나간 점이 대단히 아쉽습니다. 정식 서비스 버전에선 반드시 개선되길 기대해봐야겠습니다.

저기 적힌 단서를 바탕으로 보물의 위치를 찾아야 하는 서브 퀘스트인데, 중요한 단서의 내용이 잘렸습니다.
이 외에도 오역과 잘못된 로컬라이징의 사례는 저어어어엉말 많습니다…

<연운십육성>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종합선물세트 같은 MMORPG”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외견상으로 보면 MMORPG이지만, 그 안의 내용물을 하나하나 꺼내어 맛보면 액션 RPG, 오픈 월드 어드벤처 등 여러 장르의 게임에서 경험한 익숙한 맛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최근 <검은 신화: 오공>을 시작으로 <팬텀 블레이드 제로>와 <명말: 공허의 깃털> 등 중국을 배경으로 한 게임들이 연이어 등장해 이에 대한 글로벌 유저들의 관심을 키우고 있죠. 마침 무협 배경의 MMORPG도 공백 상태입니다. 빠른 시일 내에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한다면 무협 게임 팬들의 갈증을 씻은 듯이 해결해줄 좋은 작품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무협 요소를 떼놓고 봐도 <연운십육성>은 독특한 매력을 가진 작품입니다. 유저가 어떤 취향과 경험을 가지고 있든 온전히 게임의 모든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이 게임만의 분명한 강점이니까요. 더불어 한 게임에서 이토록 다채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작품이 갈수록 비슷해지는 MMORPG 장르에 새로운 활로를 열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걸어 봅니다.


한때 아름다웠던 신선도의 풍경을 마지막으로 내려다 본 주인공은


가면을 쓰고 강호를 향한 여정을 시작합니다.
그가 왜 가면을 쓰게 되었는지는 게임에서 직접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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