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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G룩백] 누구도 가지 않은 길...왜 임팩트 게임인가

더브릭스게임즈 포스트모템 ① "왜 소셜 임팩트 게임을 만들어요?"

더브릭스(더브릭스) 2025-03-24 12:22:26

급변하는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파악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TIG 룩백' 코너에서는 업계 전체에 도움이 될 만한 경험과 인사이트를 가진 개발사들의 발자국을 톺아보며, 그들의 등 뒤에 남겨진 살아있는 이야기들을 전해드리려 합니다.

“검색해도 안 나오는 게임일지도 몰라요.”


2020년 겨울, 게임 <30일>이 정식 타이틀로 결정된 50번째 온라인 회의 날, 팀원들은 입을 모아 걱정했다. ‘30일’이라는 단어는 너무도 흔한 일반 명사였다. ‘30일 챌린지’, ‘내달 30일’ 등 기사나 콘텐츠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다 보니, 그 틈바구니에서 우리 게임을 찾기란 어려워 보였다. 


실제로 앱스토어 검색 상위에는 ‘30일 운동 루틴’ 같은 헬스 앱이 자리하고 있었고, 고작 1,000명 다운로드를 목표로 한 우리로선 이들과의 경쟁이 벅차 보였다. 그럼에도 ‘30일’만큼 이 게임을 잘 설명해주는 제목도 없었기에, 우리는 결국 모험을 택했다.


놀랍게도 2021년 여름 출시 이후, 2년 동안 주요 포털에서 ‘30일’을 검색하면 우리의 게임이 1면을 도배했다. 모바일 스토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2023년 가을, 동명의 영화가 개봉하기 전까지의 이야기다…)


2021년 모바일, 2022년 스토브에 확장판 <30일 어나더>를 출시했다. 
이래저래 밀렸지만 올해엔 꼭 글로벌 무대와 스팀 플랫폼에도 선보일 예정이다.

<30일>은 자살 예방을 다룬 스토리 어드벤처 게임이다. 고시원에서 30일 뒤 자살을 결심한 공시생 ‘최설아’의 죽음을, 고시원 총무 ‘박유나’의 입장에서 막아내는 것이 목표인 임팩트 게임이다.


다시 이런 일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30일>은 정말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고, 덕분에 여러 매체에 개발기를 소개할 기회도 얻었다. TIG에서도 두 차례나 인터뷰를 실어 주셨다. 이번 룩백 연재에서는 긴 지면이 주어진 만큼, 이전에 다루지 못했던 이야기들, 특히 '왜 임팩트 게임을 만들게 되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풀어보려 한다. /기고=더브릭스게임즈 이혜린 대표, 편집=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설아'의 자살을 막는 과정을 중심에 두고 여러 갈등이 등장하며, 살얼음 위를 걷는 듯한 아슬아슬한 전개가 펼쳐진다.

'유나'가 고시원 사람들과 점차 가까워지면서, 이야기가 더 깊어진다.


# "왜 소셜 임팩트 게임을 만들어요?"

더브릭스게임즈 창업 이후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단연 이것이다. "왜 소셜 임팩트 게임을 만들어요?"


먼저, ‘소셜임팩트’란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활동을 말한다. 영리 기업이 이 목표를 추구하면 ‘소셜임팩트 기업’이라 부른다. 더브릭스게임즈는 이를 게임이라는 매체로 실현하고자 한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만드는 게임을 ‘소셜임팩트 게임’, 줄여서 이번 글에선 ‘임팩트 게임’이라 부르려 한다. 비슷한 말로 ‘시리어스 게임’, ‘기능성 게임’이라는 용어도 있지만, 우리는 게임이 유저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가능성 자체에 더 주목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임팩트 게임인가?


그럴듯한 사연이 있을 것 같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재미있어서’다. 누군가는 액션 게임을 좋아하고, 또 누군가는 스토리 게임을 좋아하듯, 나는 임팩트 게임을 즐기고 만드는 게 재밌다. 문제는, 내가 즐길 수 있는 임팩트 게임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동시에 새로운 걸 시도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 덕에 ‘이건 블루오션일지도 몰라’ 생각했지만, 참고할 사례가 적다는 건 개발 난이도가 높다는 뜻이란 걸 그땐 몰랐다.


그래서 2019년부터 2025년인 지금까지 6년이 넘는 시간 동안 무모하게 도전하고, 부딪히고, 깨닫고, 일어서고, 또 도전하는 과정을 반복해오고 있다 그래서 이번 연재의 주제를 이렇게 정했다.


“누구도 가지 않은 길.”


이번 편에서는 내가 왜 이 길을 선택하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하려 한다.


2024년 9월에는 넷마블게임콘서트에서 '소셜 임팩트 게임'을 주제로 강연을 하기도 했다.
(사진출처: 넷마블게임재단, 넷마블 TV)

나는 더브릭스게임즈의 대표이자 기획자, 디렉터, 그리고 <30일>의 프로그래머다. 학부에선 게임공학을 전공했고, 다양한 게임들을 만들며 치열하게 공부했다. 졸업만 하면 취직은 보장된다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동기들은 모두 게임 회사에 입사했다. 그런데 4학년 2학기, 나는 프로그래머가 되는 길에 바로 들어서기보단 다시 진로를 고민하고 있었다. 이유는 단 하나, 내가 게임의 다른 가능성에 눈을 떴기 때문이다.


계기는 2016년, 소미 개발자의 <레플리카>였다. 이 게임의 메시지보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에 더욱 충격을 받았다. 게임 내 스마트폰은 현실의 그것과 거의 동일하게 구현돼 있었다.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억압적 정치 현실이 우리의 일상 속으로 침투할 수 있음을 전달하기 위한 장치였다. 현실에 가장 밀접한 장치를 가장 사실적으로 구현함으로써, 게임 속 세계를 곧 우리의 현실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그때 생각했다. “이런 감정은 오직 게임만이 줄 수 있는 거야.”


게임은 유저와의 상호작용을 전제로 한 매체다. 사용자의 행동에 따라 결과가 바뀌고, 경험이 달라진다. 그래서 메시지의 ‘전달’이 아니라, ‘체험’이 가능하다. 이 힘을 활용하고 싶다고 느꼈다.


사진은 소미 개발자의 <레플리카>


이듬해인 2017년, BIC(Busan Indie Connect Festival)에 방문한 나는 인디 개발자들의 반짝이는 모습을 마주했다. 특히 네팔 대지진 이후를 다룬 임팩트 게임 <애프터 데이즈>는 큰 인상을 남겼다. 그때 나는 ‘임팩트 게임’이라는 장르의 존재 자체에 충격을 받았다. <레플리카>에서 느꼈던 게임 매체의 힘이 이 장르에 고스란히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게임은 유저의 선택과 행동을 통해 경험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매체다. 게임을 통해 세계와 인간의 상호작용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그렇기에 행동을 통해 세계를 바꾸는 것이 목표인 임팩트 게임은, 어쩌면 가장 ‘게임다운 게임’ 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 전제는, 게임으로서의 완성도가 담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상은 게이머다. 임팩트가 빠져도 재미있어야 한다. 그런 게임을 나도 생에 한 번쯤 꼭 만들고 싶었다.


네팔 대지진의 참상을 다룬 <애프터 데이즈>는 국내 개발사 겜브릿지가 만든 소셜 임팩트 게임이다.


# 게임으로 안타까운 죽음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졸업을 앞둔 나는, 대학연합게임제작동아리 ‘브릿지’에 들어갔다. 목표는 하나, 임팩트 게임을 출시하는 것.


함께할 팀원이 필요했다. 사실 임팩트 게임을 만들고 싶었을 뿐, 구체적인 소재는 없었다. 제안서 마감을 앞두고 머리를 쥐어뜯던 어느 날, 구글에 ‘대한민국 사회문제’를 검색했다. 상단 기사에는 ‘하루 평균 36명 자살’이라는 문장이 있었다. 전율이 일었다. 유명인의 자살 소식이 잊힐 만하면 터졌던 2019년, 정작 ‘40분에 1명’이 스스로 삶을 포기한다는 사실은 나조차 몰랐다. 그리고 문득 생각했다.


“그의 죽음 직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자살을 막을 수 있었을까?”


공대생인 나에게 자살 예방에 대한 전문 지식은 없었다. 하지만 충격과 의문은 강력한 동력이 되었고, 곧바로 하나의 가설을 세웠다. 주변인으로서 죽음을 신호를 미리 알아채고 관심을 기울인다면 자살 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


이유 모를 확신이 있었다. 이후 게임 기획 과정에서 관련 자료를 찾아보며 알게 된 사실은, 실제로 많은 국가가 주변인의 역할을 자살 예방 정책의 핵심 축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 사실은 내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에 확신을 더해주었고, 그만큼 더 진지하게 기획에 몰입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하여 서툴게 제안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날 밤, ‘이 날이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이상한 확신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사진은 2019년 2월 22일 <30일> 프로젝트를
만들기 위해 제안서를 작성했던 때의 기록이다.

다행히 동아리 내 발표 이후, 나를 포함해 8명이 선택하며 무사히 팀 빌딩이 되었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한 팀원을 통해 알게 된 ‘이 팀에 합류한 이유’는 (발표를 잘 하지는 못 했지만) 이 팀장(필자)은 정말 진심이구나 싶었다고 한다.


첫 미팅 이후 부담을 느껴 2명이 떠났고, 나머지 6명의 초기 멤버는 게임 완성까지 1년이면 충분하다는 팀장의 말을 믿었다. 하지만 실제 개발은 2년 넘게 걸렸지만 고맙게도 모두들 최선을 다해주었다.

이번 편에서는 임팩트 게임을 만들게 된 동기와 과정에 집중했다. 다음 편에서는 <30일>의 기획 방향, 협업 방식, 그리고 정식 출시까지의 여정을 다뤄볼 예정이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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