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을 마우스로 직접 그리는 뱀서류 게임"
좋은 기획이 무엇인가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주제가, 한 줄로 설명해도 이해할 수 있는 콘셉트여야 한다는 것이다. PC 콘솔 게임에 도전하는 개발사가 많아지면서, 플레이엑스포 인디게임 부스가 모인 공간도 전에 비해 장르가 훨씬 다양해졌음을 크게 체감한다. 다만, 부연 설명이 몇 줄 더 있어야만 게임의 특색이 완성되는 출품작도 많았다. 게임쇼 현장에서도 스토어 페이지에서도 직관적인 어필이 어려울 것 같아 괜한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단 한 줄이면 바로 이해도 되고, 플레이 자체도 기존 게임들과 확실한 차별점을 가진 타이틀이 현장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다. 그 중에서도 매번 대기줄이 있던 인기 부스가 있었는데 바로 바이 위치라이트 팀의 <더 매거스 서클>이었다.
주문을 직접 그린다. (기자의 연식이 드러나서 속상하지만) 과거 <슬레이어즈> 애니메이션에서 '리나'가 긴 영창을 외친 후에야 주문을 썼던 모습이 많은 사람들에게 '로망'으로 자리 잡은 이후, 많은 게임들이 시도했던 플레이 방식이다. 특히 스마트폰 게임 중에 이런 조작을 시도한 게임들이 꽤 있었다. 그러나 스마트폰에서 '주문이나 스킬을 그리는' 조작을 했던 게임들이 마주했던 벽은 '화면을 가리는 손가락'의 존재였다.
그런 의미에서 바이 위치라이트 팀은 PC게임에서 마우스로 주문을 그리는 방식을 택했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할 질문들이 몇 가지 자연스레 따라온다. 빠른 템포와 반응을 요구하는 뱀서류에서 이 조작이 어울리나? 잘 그려지고 그린 도형이나 모양이 잘 인식되나? 결정적으로 그래서 편하고 재밌나? 이에 대한 답변을 아래에서 이어가려 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골격 자체는 매우 좋았다. 다만 기자가 조금 우려스러웠던 것은 '시선의 분산'이었다. 마나를 확인하려면 왼쪽 인터페이스를 봐야 하고, 스킬을 새로 습득하고 얼마 안 된 시점에는 그려야 할 스킬 모양을 보기 위해 우측 인터페이스도 봐야 한다. 뱀파이어 서바이벌류 특성상 적을 피하며 이동하고, 바닥에 떨어진 경험치도 획득하며 다녀야 하니까 플레이어블 캐릭터 주변도 꾸준히 봐야 한다.
그리기 어려운 도형도 몇몇 있었다. 기자에게는 위쪽 방향으로 향하는 화살표를 그려 화면에서 돌며 몇 초 동안 지속 공격을 해주는 얼음창 스킬이 그랬다. 이를 위한 대비책도 있었다. 최대 다섯 개까지 습득할 수 있는 스킬은 1~5번까지의 숫자 키로도 발동할 수 있다. 다만 키보드 숫자 키로 발동한 스킬은 자동으로 그림을 그려주지만, 직접 그리는 것보다는 조금 느리게 그려지며 발동되게 설정되어 밸런스를 맞춘 것이 눈에 띄었다.
현장에서 <더 매거스 서클>을 플레이한 유저들은 생각보다 이런 장벽을 쉽게 뛰어넘었다. 금세 적응해 꽤 난도가 높은 보스를 클리어한 유저도 적지 않게 있었다. 어떤 측면에서는 의도된 긴장감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왼쪽에서 오른쪽 순으로 마나, 플레이어블 캐릭터와 적, 마법 그리기, 스킬 구성 등을 동시에 보면서 하는 플레이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긴장감이 이 게임 고유의 경험이라고 느껴지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