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워게이밍 작품이라고?”
지난 TGA 2024에서 깜짝 공개된 워게이밍의 신작 <스틸 헌터>의 트레일러 영상은 가히 파격적이었다. 육해공 전역을 아우르며 현대 전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이에 대한 철저한 고증을 선보였던 이들이 돌연 미래 배경의 거대 로봇 게임을 공개했다는 사실에 놀란 이들이 적지 않았다.
기자도 그렇게 놀란 이들 중 한 명이었다. 현대전에 누구보다 진심인 이들이 만드는 로봇 게임은 대체 어떤 모습일까? 기대를 품고 있던 찰나, 마침 지난 18일부터 23일까지 <스틸 헌터>의 첫 번째 클로즈 베타 테스트가 진행됐다. 설레는 마음으로 참여한 이번 테스트의 솔직한 후기를 여러분께 전한다.
게임명: 스틸 헌터 (Steel Hunters)
장르: 3인칭 슈팅, 배틀로얄
플랫폼: PC(Steam)
개발사 / 배급사: 워게이밍
한국어 지원 여부: 정식 한국어화
이번 클로즈베타에서 등장한 헌터는 총 7종이다. 각 헌터는 고유의 콘셉트와 이에 맞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테면 미국 해병대를 모티브로 한 ‘레이저사이드’는 실드를 즉시 회복할 수 있는 스킬과 범위 내 적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는 파편 수류탄 스킬을 가지고 있다. 늑대를 모티브로 한 ‘펜리스’의 경우 ‘추격자’라는 이명에 걸맞게 점멸 스킬을 활용해 적의 배후로 이동하거나 엄폐물 뒤에 숨은 적을 공격하는 것이 가능하다.
미국 해병대를 모티브로 한 헌터 '레이저사이드'. 군모에 그려진 '에이스 오브 스페이드'가 인상적이다.
재미있는 점은 <스틸 헌터>가 이 같은 로봇의 무게감과 단단함이 피부로 실감될 정도로 느리고 긴 호흡의 전투감을 살렸다는 것이다. 플레이어가 체감하는 이동 속도는 매우 느린 편이고, 다른 게임처럼 점프나 대시로 적의 공격을 회피하는 것도 제약이 있어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모든 무기의 장탄 수가 적게 설정되어 있어 적을 처치하는 데 긴 시간이 소요된다.
여기에 더해 가시 범위가 넓어 적의 위치와 이동 경로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점, 각 로봇마다 서로 다른 약점을 가지고 있으며(정조준 시 적의 약점 부위가 붉게 표시된다) 이 약점을 가리기 위해 엄폐물을 사이에 놓고 교전을 펼친다는 점 등에서 <월드 오브 탱크>의 기시감이 느껴진다. 이는 기존 많은 로봇 소재의 3인칭 슈팅 게임과는 다른 차별점이라 할 수 있다.
로봇 디자인 측면에서는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멀리서 봐도 상기한 로봇들의 콘셉트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특징을 잘 구현했다.
서부 시대 건슬링어를 콘셉트로 한 '하트브레이커'의 상의 부분과 손목 부분을 잘 보면
이렇게 레이스 장식이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설정상 아이슬란드 출신 파일럿이 조종하는 '우르수스'의 등에선 바이킹 검 장식을 찾을 수 있다.
잠깐 일반적인 배틀로얄 장르의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장치들을 한 번 떠올려보자. 적게는 60명, 많게는 100명에 달하는 많은 수의 플레이어, 시작 지점을 선택할 수 있는 착륙 시스템, 그리고 서서히 맵을 좁혀오는 자기장 같은 것들이 있을 것이다.
<스틸 헌터>는 이런 배틀로얄 장르의 문법 같은 요소들을 모두 덜어냈다. 최후까지 살아남은 1팀이 우승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규칙만 유지한 채, 모든 부분을 입맛에 맞게 재정립했다. 예를 들면 <스틸 헌터>에서는 2명의 플레이어로 이뤄진 6팀, 12명의 플레이어가 게임에 참여한다. 낙하지점 선택 없이 시작 지점은 6개 지점 중 무작위로 선택되며, 맵을 좁혀오는 자기장도 없다.
시작 지점을 선택하는 다른 배틀로얄 게임과 달리, <스틸 헌터>는 시작 지점이 6개 지점 중 무작위로 선택된다.
맵도 보기와는 다르게 굉장히 작은 편이다.
이제 여기에 익스트랙션 슈터 장르의 PvPvE 요소와 MOBA의 성장 시스템을 더하면 <스틸 헌터>가 된다. 필드 곳곳에는 드론이 배회하고 있으며, 이를 처치하면 경험치에 해당하는 에너지 전지와 장비에 해당하는 코어를 얻을 수 있다. 에너지 전지를 모아 최대 5레벨까지 성장이 가능하고, 레벨이 상승하면 헌터의 스킬이 해금되고 전체적인 스탯이 상승하는 이점을 얻는다.
무작위로 생성되는 스타폴 타워를 점령하면 강력한 버프 효과와 유용한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탁 트인 개활지에서 적을 조우하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전면전을 펼치거나, 36계 줄행랑을 치거나.
물론 기자는 전면전을 택했다.
암벽 사이에 몸을 숨기고 상대를 기습하는 장면.
스타폴 타워를 지키는 보초 드론이 상당히 강력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특정 헌터로 게임에 참여하면 해당 헌터에 경험치가 축적되며,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헌터 레벨이 상승한다. 레벨업 시 획득하는 스킬 포인트로 기본 공격, 탄약 충전, 고유 스킬 2종을 포함한 총 4가지 스킬을 강화할 수 있다. 더 빠른 성장을 원한다면 게임 플레이로 획득한 '스타폴 코인'을 투자해 헌터 레벨을 신속하게 올릴 수도 있다.
게임 시작 전에는 개조를 통해 스킬의 효과를 변경할 수 있다. 각 스킬마다 2가지 개조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며, 선택에 따라 스킬의 성능이 크게 달라진다. 예를 들어, 거미형 로봇 위버의 '에너지 배리어'는 전방에 적의 공격과 접근을 차단하는 방어막을 설치하는 스킬이다. 이러한 개조를 통해 방어막 뒤에 있는 아군의 공격력을 높이거나, 설치 시간이 길어지는 대신 더 견고한 방어막을 생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자신의 플레이스타일이나 팀원과의 조합을 고려한 스킬 조정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스킬 포인트를 투자해 헌터의 스킬을 강화시킬 수도 있고,
개조를 통해 동일한 스킬에 다른 효과를 부여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예시가 상술한 익스트랙션 존이다. 플레이어 레벨을 20까지 올리는 동안 탈출로 승리한 게임은 단 하나밖에 없는데, 이는 대부분의 게임이 익스트랙션 존 활성화 이전에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설령 익스트랙션 존이 활성화돼도 탈출에는 3분의 점령 시간이 필요하니 보통은 그 전에 승패가 갈리게 된다.
게임의 규모나 구성면에서 봤을 때, 승리 플랜 중 하나인 탈출이 무려 3분의 점령 시간을 요구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배틀로얄 모드는 배틀로얄로 두고, 익스트랙션 슈터 모드를 따로 만드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상기했듯 모든 게임이 스타폴 타워 점령을 중심으로 흘러가게 되는데, 이것 말고는 다른 플레이어의 성장 정도를 따라갈 방법이 없어서 결국은 스타폴 타워를 많이 점령한 쪽이 게임에서 승리하게 된다. 전세를 역전할 강력한 로봇 ‘콜로서스’로 변신하는 아이템이 있긴 하지만, 게임의 후반부에야 겨우 모습을 드러내니 드라마틱한 역전 같은 그림은 기대할 수가 없다.
긍정적으로 보면 쉬운 게임이지만, 부정적으로 보면 너무 단조롭다고도 할 수 있는 지점이었다. 다만 아직 베타 테스트 단계이고, 출시일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임을 고려하면 추후 부족했던 요소들이 알차게 채워질 것이라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현재 마련된 탈출 요소와 아웃 게임의 성장 시스템을 잘 활용해 익스트랙션 슈터 스타일의 새로운 PvPvE 모드가 추가되기를 바라고 있다.
긍정적으로 보면 쉬운 게임이지만, 부정적으로 보면 너무 단조롭다고도 할 수 있는 지점이었다. 다만 아직 베타 테스트 단계이고, 출시일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임을 고려하면 추후 부족했던 요소들이 알차게 채워질 것이라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현재 마련된 탈출 요소와 아웃 게임의 성장 시스템을 잘 활용해 익스트랙션 슈터 스타일의 새로운 PvPvE 모드가 추가되기를 바라고 있다.
압도적인 크기의 콜로서스로 변신하면 사람도 곰을 찢을 수 있다.
이처럼 게임의 흐름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는 변수가 더욱 다양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