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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과 법사의 나라, 'K-무속' 붐은 게임에도 올까?

다가오는 을사년엔 '이런 게임'이? 기자의 영적인 에너지로...

김재석(우티) 2024-12-26 17:28:45
지난 6월, 로이터통신은 젊은 무당을 취재하면서 한국의 샤머니즘 문화를 소개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현대적이고 하이테크 경제권에" 속한 한국에는 절반 이상의 인구가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고, 그 빈자리에 샤머니즘이 끼어든 한국 사회의 모습을 제법 길게 소개했습니다. NHK 재팬도 지난 10월 젊은 무당이 유튜브 등을 통해서 인기를 끄는 모습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무속 코드는 우리 곁에 꽤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지금 유튜브에 신점, 사주풀이, 타로 등의 검색어를 넣어보면 대단히 많은 신당, 법사, 무당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적잖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고, 유명인들의 모습 또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능인) 선녀보살과 동자가 상담을 해주는 콘셉트의 예능은 5년째 방영 중이고, 연예인 일상 관찰 프로그램에서도 신점이나 사주풀이를 받으러 가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2024년을 뜨겁게 달군 여러 사건에도 무속인의 존재가 언급됐습니다. 하이브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공방에서도 민 대표가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모 법당을 운영"하는 무속인과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누었다는 사실이 공개됐습니다. 공개된 대화에 따르면, 민 대표는 해당 무속인과 주식 매도 시점과 주변인의 채용 등에 대해서 여러 차례 논의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기업이 아니라 국가의 운영 과정에도 스승, 법사, 그리고 지팡이를 짚은 사업가가 도참(圖讖) 같은 예언을 했다는 증언이 쏟아집니다. 무속 코드는 우리 사회의 의사 결정권자 곁에도 꽤 가까이 다가온 듯합니다.

로이터통신, NHK 등 주요 외신은 올해 한국에서 무속 신앙이 인기를 끄는 현상에 대해서 꽤 길게 소개했습니다. (출처: NHK WORLD)

# 천만 영화 <파묘>, 점술가 '연프'까지 등장한 2024년... 게임은?

이런 영향에서인지 올해는 유독 무속을 소재로 한 'K-콘텐츠'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지난 2월 개봉한 <파묘>는 수상한 묘지에 둘러싼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오컬트 영화로 풍수사와 장의사, 그리고 무속인이 굿을 통해서 "험한 것"을 파헤치는 장면이 자세히 묘사됩니다. <파묘>는 올해 1200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며 <씨네21>이 선정한 '올해의 한국영화' 2위에 올랐습니다.

이런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점술가들의 촉과 감으로 연인을 찾는 콘셉트의 '연프'(연애 프로그램)가 이미 세상에 나왔고, 그 시즌 2가 내년 중 공개됩니다. 이우혁 작가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는 <퇴마록> 장편 애니메이션이 2025년 2월 개봉합니다. 오늘(26일) 출시하는 초대형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2>에도 무당 캐릭터 '선녀'가 출연합니다. 'K-무속' 붐은 이미 왔습니다.

올해 화제 속에서 방영된 데 이어 내년 시즌 2 제작이 확정된 <신들린 연애> (출처: SBS)

'K-무속'을 소재로 한 게임은 어떨까요? 과거에도 한국의 무속 신앙을 소재로 한 <아라하: 이은도의 저주>(2020)이나 한국신화를 소재로 한 <사망여각>(2021)이 나온 적 있지만, 둘 다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습니다.

'수일배' 진승호 디렉터가 라인게임즈에서 무당을 소재로 한 '프로젝트 하우스홀드'를 개발했지만, 라르고 스튜디오가 분해되고, 개발자들이 네오위즈 라운드8 스튜디오로 둥지를 옮기면서 미완의 게임이 되었습니다. 엔씨소프트가 만들던 동양 판타지 풍의 '프로젝트 E'도 베이퍼웨어가 되었습니다.

2021년 라인게임즈가 공개한 '프로젝트 하우스홀드'
무속 설정을 내걸었지만, 결국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엔씨소프트가 공개했던 '프로젝트 E'는 동양 판타지 풍의 프로젝트로 트레일러 내내 굿을 하는 듯한 모습이 계속 등장했지만, 개발은 취소됐습니다.

# 출격 준비 중인 'K-무속' 게임 3선

소재가 가지는 매력에도 게이머들에게 소구되는 세계관을 만들기 쉽지 않기 때문인지, 'K-무속'게임은 여타 다른 콘텐츠에 비해 잘 만들어지지 않는 인상입니다. 그럼에도 업계 일각에서는 무속을 소재로 한 게임을 여럿 개발 중입니다.

EVR스튜디오는 석정현 작가의 웹툰 '무당' IP 기반의 액션 어드벤처 게임 '프로젝트 TH'를 개발 중입니다. 정체불명의 두통을 겪다가 귀신을 보는 특수부대 요원을 그린 3인칭 액션 어드벤처로 허성태, 이홍내 등의 배우들이 출연하고, <범죄도시>, <카지노>의 강윤석 감독이 스토리를 연출한다고 합니다. EVR스튜디오는 유튜브를 통해 '프로젝트 TH'의 개발 현황을 계속 공유하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까지 공개된 영상은 밀리터리 TPS로 '무속' 코드와의 연관은 낮아 보입니다.

'프로젝트 TH'에는 허성태 배우가 출연합니다

스토브인디에서 데모가 공개된 <전국퇴마사협회>는 퇴마사가 되어 악귀가 되어 현실 세계를 떠도는 귀신들의 한을 풀어주는 콘셉트의 추리게임입니다. 공개된 데모에는 여고생 강혜성이 악귀에 대한 증거를 찾아 학교를 돌아다니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스토브 페이지에 개발팀은 "악귀가 반드시 사라져야만 하는 존재일까"라며 게임 속에 "선과 악에 대한 고민"을 담아내려 한다고 밝혔습니다.

인디게임 <전국퇴마사협회>.

<악선>은 지난 BIC와 지스타에 출품했던 액션RPG로 '동양풍 하데스'가 떠오르는 게임입니다. '드레드'라는 캐릭터를 조작해 악귀들을 무찌르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무구를 모은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 문화를 서양의 게이머들에게 잘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인 게임으로 동양풍 소재를 가지고 있지만, 서구적으로 느껴지는 그래픽을 차용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이 게임은 2025년 4분기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입니다.

<하데스>가 떠오르는 액션RPG <악선>.

# 을사년, K-무속 게임이 올까?

솔직히 기자는 '우리 사회가 무속을 곁에 두는 것'이 긍정적인 현상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T가 F보다 높게 나와서 그런가 봅니다. 도덕적 지향이 높고 의무와 책임감이 남다른 처녀자리여서 그럴 수도 있을 테고, 자존심이 강하며 말과 행동이 거친 무술일주여서 그럴 수도 있겠지요. (농담입니다. 기자는 농담을 좋아하는 자미두수를 가지고 있습니다.)

올해 <검은 신화: 오공>을 플레이하며 이랑진군, 홍해아 같은 중국 도교 전설의 인물들이 나오는 모습을 보며 감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나인 솔즈>에서도 신농이나 헌원 같은 신화적 인물이 여럿 등장합니다. 앞으로 나올 한국게임도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다가오는 '푸른 뱀의 해' 을사년, 'K-무속'이 게임 생태계에 주목할 만한 흐름을 만들 수 있을지 함께 지켜보시죠.

갑자기 생각나서 올려본 짤방입니다. 무속인이 된 전직 장군이 햄버거를 먹으며 계엄을 획책한 세상에서 게임 매체가 주목을 끌기 너무 어렵습니다. 앞으로도 무슨 기사를 써야 할지 고민입니다. [email protected]으로 어떤 기사가 읽고 싶은지 보내주시면 꼼꼼하게 읽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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