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외 웹진과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데스티니 2>의 흥행 부진에 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7년 미국 개발사인 번지가 출시한 <데스티니 2>는 서비스 이후 스팀 동시접속자 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하며 '루트 슈터' 장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해왔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번지는 소니로부터 4조 원이 넘는 금액에 인수되기도 했다.
최근 <데스티니 2>는 스팀에서 일일 최대 동시접속자 1만 9천 명을 기록하며 출시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콘솔 플랫폼 이용자를 감안하면 실제 플레이어 수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되나, 게임에 대한 관심도가 하락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공식적인 판매량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다수의 외신은 이전 확장팩 <빛의 추락>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최후의 형체>의 흥행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개발사 번지는 <최후의 형체> 출시 후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흥행 부진이 가속화된 또 다른 요인은 <최후의 형체> 이후의 불명확한 로드맵이다. 개발진은 기존의 1~2년 단위 대형 확장팩 출시 방식을 버리고, 6개월 단위로 중간 규모의 업데이트를 진행하는 '프론티어' 프로젝트를 예고했다.
<데스티니>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다뤄온 해외 매체 '포브스'의 폴 타시는 "내부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눠본 결과, 어느 누구도 <데스티니 3>를 비밀리에 개발하고 있다는 징후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현재 <데스티니> IP를 활용한 신작으로는 넷이즈가 파트너십을 통해 개발 중인 모바일게임 <데스티니 라이징>이 유일하다.
<데스티니> 시리즈의 향후 행보는 불확실하나, 현재의 하락세가 지속된다면 이로 인한 공백을 채우기 위해 다양한 루트 슈터 게임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스팀에서 <데스티니>와 경쟁 관계에 있던 동종 장르의 <워프레임>은 최근 진행한 <워프레임 1999> 업데이트를 통해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워프레임>은 12월 업데이트 이후 최대 동시접속자 7만 8천 명을 기록했다. 이는 2021년 달성한 19만 명이라는 최고 기록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게임의 안정적인 서비스를 유지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다.
<데스티니 2> 역시 출시 초기에는 부정적인 평가로 인해 유저 이탈이 심했으나, 1년 후 공개된 <포세이큰> 확장팩을 통해 전성기를 맞이했다. 따라서 <데스티니 2>가 시장 경쟁력을 잃더라도 그 자리를 대체할 만한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루트 슈터 장르에서 지속적으로 성공하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고려해야 한다. 텐센트나 바이오웨어와 같은 유수의 개발사들도 이 장르에 도전했지만 실패를 맛보았다. 대표적인 예로 유비소프트는 <더 디비전> 시리즈로 루트 슈터 시장에 진출했으나, 첫 작품의 높은 판매고에도 불구하고 장기 서비스를 통한 IP 확립에는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