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게임즈에서 개발 중인 <프라시아 전기>는 "모두가 좋아할 만한 전쟁 MMORPG"를 모토로 해, 종국에는 "공성전의 대중화"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전쟁 MMORPG에 익숙하지 않은 라이트 유저도 게임에 빠져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프라시아 전기>는 어떻게 라이트 유저가 게임에 빠져들도록 할 계획일까? 조현식 콘텐츠 기획자의 강연을 통해 살펴보자.
강연자 : 조현식
소속 : 넥슨코리아 신규개발본부
발표자 소개
현재 넥슨코리아 신규개발본부 ER콘텐츠기획유닛에서 콘텐츠기획자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LAW>, <이카루스>, <페리아 연대기> 등 여러 프로젝트에서 MMO 콘텐츠 기획으로만 12년 경력을 쌓았습니다.
# 미션 : 모두가 좋아할 전쟁 MMORPG 만들기
<프라시아 전기>는 조현식 기획자가 참여한 네 번째 MMORPG 프로젝트다. 게임을 개발하며 디렉터에게 받은 주문은 "모두가 만족할 만한 전쟁 MMO"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었다.
전쟁 MMO는 대세 장르 중 하나지만, 전쟁과 PvP라는 강한 특색 때문에 많은 유저들이 즐기기 쉽지 않은 장르다. 쉽게 생각하면 모두가 좋아할 만한 다양한 시스템을 넣으면 되지만, 전쟁의 포화 아래서 판타지 라이프를 이어가기란 어려운 이야기다. 전쟁과 PK가 핵심인 게임에 아무 시스템을 넣기는 어렵다.
모두가 만족한다는 의미는 바꿔 말하면 "많은 유저가 오래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일단 범위를 좁혀 전쟁 MMO의 라이트 유저를 "상위권 전투력이 아니고, PvP보단 Pve를 선호하며, 파밍 위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로 설정했다. 이런 라이트 유저가 오래 즐길 수 있으면서 그러면서도 전쟁 MMO라는 핵심에 스며들게 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MMORPG 사용자 유형 분류를 통한 이탈 예측 모델 생성 및 평가' 논문을 참고해 보자. 파티플레이 중심 유저는 이탈률이 극히 적지만, 사냥만 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는 유저는 이탈률이 대단히 높다. 그렇기에 <프라시아 전기>는 공성전, 결사, 거점 운영 같은 유저 커뮤니케이션을 중심에 놓았다.
또한, 논문에서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면 이탈률이 떨어진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전쟁을 못하는 유저도 즐길 콘텐츠가 필요하다.
# 라이트 유저의 타입 분석
게임 유저 타입에 대한 분석 논문은 상당히 많다.
<프라시아 전기>에서는 마크체프스키의 HEXAD 플레이유형을 통해 유저를 분석했다. 해당 유형에서는 보상 위주의 '플레이어', 인맥 위주의 '사교가, 도전 위주의 '달성가', 방해 위주의 '교란자' 그리고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다섯 가지 타입이 존재한다.
또한, 전쟁 MMO에서는 보상을 위해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 타입이 보편적인데, 이에 대한 자세한 분석이 추가로 존재한다. 보상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과시를 하거나 도움을 주는 '이기주의자', 보상을 위해 시스템 허점을 극한으로 이용하는 '착취자', 보상을 위해 시스템이 제공하는 것을 소모하는 '소비자', 보상을 위해 유저와 적극 교류하는 '인맥가'가 있다.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한 전쟁 MMO란 목표는 이 유저 타입에 따라, 조금 더 본질적인 내적 동기를 가지고 게임을 플레이하도록 하는 것으로 구체화됐다. 전쟁 MMO로 동기 달성이 어려운 자유로운 영혼이나 교란자는 제외됐다. 달성가와 사교가 타입으로 유저를 움직이는 것이 목표다.
전쟁 MMO에서 코어 유저는 강한 수준의 소비자 타입이면서, 통제나 보스 타임 등 허점을 이용해 보상을 극대화하는 착취자 타입의 모습을 띄다가, 이후에는 랭커와 최초 성 점령 등의 영예를 위해 게임에 자리 잡는 달성가 타입의 내적 동기를 다지며 게임에 안착한다. 그리고 전쟁을 위해 모인 길드원과의 유대감이 증가하며 사교가와 인맥가 같은 내적 동기를 다진다.
코어 유저의 타입
반면 라이트 유저는 시스템에서 본인이 소비 가능한 것을 성실히 플레이하는 '소비자'의 타입을 가지지만, 그 이상으로 플레이를 할 수 없어 상위 타입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보상을 노리는 플레이어 타입 또한 전부 가지지 못한다. 즉, 코어 유저는 가지고 있지만 라이트 유저는 가질 수 없는 특성이나 타입을 케어해야 한다.
# 유저타입 전략 : 보상 이상의 가치 부여
때문에 두 가지 전략이 계획됐다.
첫 번째는 플레이에서 단순한 보상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는 방법이다. 유저 타입의 진화는 결국 내재적 욕구로의 발전이다 플레이어 타입이 단순 사냥과 거래소를 이용한 아이템 보상에서 벗어나, 내적인 동기가 생길 만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다.
라이트 유저에게는 결국 실제 필드에서 내가 주인공이 되는 플레이가 필요하다. 라이트 유저도 실제 세계에 영향을 줄 수 있음으로써 이를 더 많이 주고 싶다는 달성가 특성을 부여하고, 이 과정에서 그저 사냥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교류하면서 사교가 특성 또한 부여하려 했다.
따라서 목표 수립을 위해 내적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이후에 보상을 묶는 식으로 기획이 진행됐다.
먼저, '침식'이라는 몬스터 웨이브 콘텐츠다. 타 게임과 다르게 <프라시아 전기>는 유저가 직접 위치와 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다른 유저와 교류가 필요해지고, 더 강한 침식이 세계에 영향을 미치며 확장된다. 소비자 타입을 만족시키면서도 보상을 위해 인맥가 특성을 요구해, 사교가 타입으로 최종 이관시키는 것이 목표다.
우호도와 평판 시스템을 도입하면서도 단순히 보상을 획득하는 게 아니라 명예적인 측면을 자극하도록 파벌 우호도 콘텐츠를 구성했다. <프라시아 전기>에는 16개의 NPC 파벌이 존재하는데, 우호도에 따라 보상을 제공함과 동시에 랭킹 요소가 적용되어 있어 명예욕을 자극받을 수 있다. 랭킹 요소는 NPC의 반응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남들이 보는 앞에서 NPC의 존경을 받을 수도 있다.
<프라시아 전기>에는 NPC 동료 시스템도 있다. 플레이어 대신 건물을 짓거나 자원을 채취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NPC는 심리스 필드를 돌아다니고, 심지어 타 유저와 인터랙션까지 가능하다. 이에 NPC를 처음에는 보상을 위해 성장시키다, 나중에는 나를 따르는 NPC를 더욱 성장시키고 싶은 달성가적인 욕구를 가질 수 있다.
라이트 유저가 실제 필드에서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많은 유저의 행동에 따라 필드 가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콘텐츠도 있다. 가령 필드 보스는 유저 행위의 합으로도 등장할 수 있다. 단순히 사냥을 하는 행위가 자신도 모르게 필드 보스의 출현에 영향을 끼치는 셈이다.
이런 필드 변화와 연결해 세계 변화를 잘 볼 수 있도록 다른 사람이 하는 전쟁을 관람하거나, 세계의 변화를 볼 수 있는 콘텐츠를 인 게임 내에서 제공함으로써 이러한 변화를 사람들끼리 이야기하는 장도 마련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사교가 타입 이행을 노린다.
# 유저타입 전략 : 방해하지 않고 콘텐츠 전달하기
라이트 유저가 보상을 얻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만족감을 느낀다면?
이런 경우에는 보상에 대한 열망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플레이어 타입 자체로 충분히 만족감을 느끼는 유저도 많다. 사냥 위주로 플레이하는 이유는 보상을 가장 확실하게 받을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보상만 잘 주어지면 되는 것은 아니다. 양질의 콘텐츠가 필요하다.
따라서 플레이어의 행동 패턴에 맞춰 목표 보상을 세팅하고, 이를 양질의 콘텐츠로 감싸는 전략을 수립했다. 앞선 전략이 플레이어의 변화를 노린다면, 이번 전략은 플레이어의 만족에 집중하는 것이다.
과거에 라이트 유저를 잡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퀘스트'였다. 가장 효율적으로 콘텐츠와 내러티브를 전달할 수 있는 요소다. 그렇기에 <프라시아 전기>는 초반부 허들을 없애고 메인 스토리 라인에 집중해 퀄리티와 분량을 확보하려 했다.
초반부 이후에는 플레이어의 행동을 방해하지 않으며, 세계관과 스토리를 얽는 작업에 집중했다. 선형적인 플레이를 지향하고, 넓은 심리스 월드의 특성을 살려 원하는 보상을 선택하면 새로운 지역에서 매력적인 인물을 만나고 이야기를 즐길 수 있도록 지역별로 퀘스트 구성을 규격화했다.
이를 위해서는 인물 위주의 콘텐츠 구성이 필요하다. 앞에서 언급했던 16개의 파벌과 9개의 엘프 가문의 군상극에서 플레이어가 영향력을 발휘하는 구성으로 콘텐츠를 구성하고 있다. 핵심은 전략 MMO 유저의 플레이와 <프라시아 전기>의 심리스 월드의 콘셉트 맞추어 콘텐츠와 내러티브의 질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여기에 더해 '낯설게 하기' 기법을 적용했다. 용어가 익숙하면 외형이 낯설게, 용어가 낯설면 외형이 익숙하도록 하는 식이다. 칸트의 정언명령이나 융의 집단무의식같은 철학 용어까지 사용했다.
끊임없는 콘텐츠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고 있다. 오픈 시점에서 라이브 1년 이상 서비스한 경쟁작에 준하거나 더 많은 분량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며, 단순 아이템을 제공하는 이벤트만 하는 게 아니라 내러티브가 있는 콘텐츠가 이벤트 형식으로 이어지는 것이 목표다.
# 최종 목표 : 프라시아의 일원으로 만들기
다만, 이는 다른 게임에서 사용되고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콘텐츠를 늘리기 위해선 결국 '전투력' 위주로 성장 체감을 쪼개게 되고, 성장 피드백이 적게 느껴지면 유저는 결국 게임을 이탈한다. 소위 말하면 "할 게 없네"상태다.
그렇기에 <프라시아 전기>는 최종 목표를 "(유저를) 프라시아의 일원으로 만들기"로 정했다. 앞선 살핀 논문에서 파티플레이 중심 유저가 이탈률이 가장 낮은 것을 응용한 것이다.
이를 위해 <프라시아 전기>의 길드 시스템인 '결사'를 여러 사람이 공동의 목적을 이룰 수 있는 단체로 설정했다. 단체로 행동해야 성취할 수 있는 목적을 위해 결사를 조직해 움직이고, 그렇다 보면 더욱 높은 목표를 향하게 된다. 종국에는 심리스 세계에 자신들의 땅을 얻고 싶어하게 되는데, "어 충분히 시도해볼 만 한데?"라고 결사에 속한 유저들이 생각하게 되는 순간 "공성전의 대중화"가 실현된다는 개념이다.
정리하면 <프라시아 전기>가 의도한 라이트 유저가 '전쟁 MMO' 장르에 정착하는 방법은, 단순한 보상을 받기 위해 움직이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능동적으로 게임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법을 깨우쳐, 종국에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코어 유저로 발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