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파 온라인>은 2006년 한국 런칭 후 16년 동안 서비스 중인 장수 게임이다. 서비스 기간 내내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꾸준히 성장한 타이틀이기도 하다.
<피파 온라인> 개발팀은 1편부터 현재의 4편까지를 거치면서 어떤 변화를 겪었고, 지금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NDC22 마지막 날 강연에서 EA 코리아 박종민 프로듀서(PD)와 명제원 디벨롭먼트 디렉터(DD)는 EA 코리아 스튜디오의 과거와 현재를 자세히 설명했다.
강연자 : 박종민, 명제원
소속 : 일렉트로닉아츠 코리아 프로듀서 / 일렉트로닉아츠 코리아 개발 디렉터
EA 코리아 스튜디오 역시 기획자, 개발자, 아트팀, PD, 등등 직군 상에서 다른 스튜디오와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2022년 들어 조직 구성상으로 몇 가지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원래는 EA 코리아 역시 기획팀, 개발팀, 아트팀 등으로 나뉜 직군별 조직이었다. 하지만 모든 직군이 모여 하나의 팀을 구성해 일하는 직능적 조직으로 변경을 시도했다.
직군별 조직에도 장점이 있지만, 직군 팀이 각자의 이익을 앞세우게 되어있고, 본인 조직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커뮤니케이션 코스트가 늘어나 의사결정 속도가 저하된다. 결국 전체 실행 속도가 느려지는 결과를 낳는다.
이런 단점 극복을 위해 공통 목표를 지닌 하나의 팀을 구성, 그 안에서 모든 직군이 함께 모여 일하는 형태로 조직 변경. 이에 맞춰 리포팅 라인(보고 체계)도 함께 변경했다.
리포팅 라인은 어떻게 변했을까? 많은 시니어 직원들이 매니저 롤을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다. 본인의 스킬셋 향상에는 도움을 주지 않으면서 시간을 빼앗는다는 문제 때문이다. EA 코리아는 매니저 롤을 분리, 특정 직군이 매니저 롤 업무를 담당하도록 했다.
대신 시니어들은 본인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닷(dot) 리포트 역할을 맡겼다. 이런 리포팅 라인 구분을 통해, 직원 평가에서도 업무의 효율·양·적시성 등은 매니저, 그리고 업무 퀄리티·업무 완성도는 직군 시니어가 평가해 투트랙의 객관적 시스템을 구축했다.
프로덕션은 코어(CORE)와 메타(META)라는 두 개 팀으로 구성했다. 각 팀의 라인 프로듀셔(Line Producer)를 중심으로 모든 직군이 같이 모여 일하도록 했다.
여기에 외주 개발을 담당하는 CODEV(공동 개발) 조직을 별도로 분리했고, 게임엔진, e스포츠, DB, 내부 툴 개선 등, 매일은 아니지만 자주 발생하는 업무들을 모아 담당할 별도의 팀 DET(Domain Expert Team)를 구성했다. 마지막으로 유료 아이템 아트 애셋과 3D 아트를 제작할 아티스트 팀 역시 별도 조직으로 구성했다.
여기에 유료화를 전담 조직이 있고, 서비스별 6개 지역 담당자들로 구성된 리전 PD(Region PD) 팀이 있다. 조직도상으로 보면 가장 상단에 박종민 프로듀서가 겸임하는 헤드 오브 프로덕트(Head of Product)가 있고, 아래 각 팀이 있는 구조다. 각 팀은 PD를 중심으로 움직이며, 각 담당자는 팀의 DD에게 리포팅한다.
이 조직 안에서 시니어들은 권한 없이 책임만을 지닌다. 매니저 역할을 하지 않고, 요청이 있을 경우에 한해 동일 직군 주니어들의 커리어 개발 및 퀄리티 향상에 도움을 주는 의무가 있다. 이렇게 PD 중심의 기능적 조직으로 변환하고 시니어들의 매니저 부담을 덜어내자 팀의 의사결정이 빨라지고 생산성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었다.
프로덕션 팀을 코어 팀과 메타 팀으로 나눈 것은 일정 수준 개발 역량을 확보하면서 빠르고 안정적으로 라이브서비스를 하기 위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라이브 서비스 게임들 전반적으로 실시간 대응은 고민이 따르는 문제다. 빠른 대응을 하다 보면 개발 흐름이 끊어지기도 하고, 개인 차원에선 업무 효율이 떨어지기도 한다.
라이브 전담팀을 두는 방법도 있지만, 이 경우 구성원은 엔지니어가 될 텐데, 보통 엔지니어들은 라이브 업무보다는 콘텐츠 제작에 더 관심이 있고, 이런 이유로 실제 구성해보면 자연스럽게 노령화되는 경향이 있다.
3개월 혹은 6개월 단위 업데이트 주기를 지키는 방법도 시도했었다. 그러나 신속 대응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이슈가 발생해도 최소 3개월 후에나 대응이 가능했다. 이것은 비즈니스적 문제도 발생시켰다. 3개월보다는 매달 게임 속 인플레이션을 반영해 새 상품을 출시하고 기존 상품을 효율적으로 변경하는 것이 이상적이었다.
결국 개발팀을 크게 두 개로 구분해서 두 달 단위 순환 체계를 만들었다. 각 팀은 본인 담당 기간 콘텐츠 업데이트 및 라이브 서비스를 담당한다. 이 동안 다른 한 팀은 온전히 개발에 집중한다.
두 팀은 각자 생산한 콘텐츠가 다를 뿐 역할이 동일했던 셈인데, 이런 구조를 통해서 얻은 또 다른 이점은 매달 패치를 진행함으로써 최소한 두 달에 한 번 콘텐츠 업데이트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또한 팀 중심의 의사결정이 많이 이뤄지면서 팀 주도성이 높아졌다.
DET: 서비스 중에는 여러 변수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 중 어떤 이슈는 빈도와 중요도가 높고, 또 어떤 업무는 상시 투자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투입비용 대비 효과가 즉각적인 업무들은 아니어서 별도 담당자를 배치하기는 애매했다. 그래서 상황 발생 시 그때그때 대응했었다.
하지만 이것은 개발 연속성을 떨어뜨리고 해당 업무 전문성도 떨어지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그래서 자주 발생하는 변수를 변수가 아닌 상수로 보고, 해당 업무들을 모아 별도 팀인 DET를 만들었다.
<피파 온라인 4>에서 이렇게 상시 발생하는 이슈로는 e스포츠, 유저 경험, 엔진, DB 등에 관련된 문제들이 있다. DET는 이슈를 쫓아가는 데 그치지 않고 미리 대응하기 위한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있다.
ART 콘텐츠: 프로덕션 팀이 만드는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소속 아티스트들이 제작한다. 하지만 매출에서 가장 중요 부분을 차지하는 유료화 상품, 그리고 3D 아트 작업물은 아트 콘텐츠 팀이 관리하고 있다. 해당 팀은 외주 아트 작업의 퀄리티 관리도 겸한다. 이를 통해 기본 아트 업무와 구분되는 아트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을 가지면서 전체 아트 퀄리티가 올라가게 됐다.
CODEV: 두 개 프로덕션 팀만으로는 유저들의 다양한 요구를 채우거나 개발진 스스로 만들고 싶은 모든 콘텐츠를 만들 수 없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일부 콘텐츠는 외주 제작을 하는 중이다. 하지만 외주 제작 대신 CODEV(co-development: 공동개발)라는 표현을 내부적으로 쓰고 있다. 이것은 계약 관계가 아니라 파트너, 협력 관계로 일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CODEV에는 효율을 높이기 위해 PD, DD, SE 등이 구성되어 있다.
MTX: 유료 콘텐츠 설계, 유료 아이템 전반에 대해 고민을 하고 아웃풋을 만들어내는 팀이다. 이런 전문 인력을 통해 높은 매출을 기록 중이다.
명제원 DD는 <피파 온라인 4> 개발 사이클의 하이레벨 워크플로를 설명했다. 이는 하이레벨 로드맵, 프리플래닝(Pre-planning), 플래닝, 개발, 디버깅, 하드닝, 릴리즈 및 라이브 지원의 일곱 단계로 나뉜다.
하이레벨 로드맵을 보면, PD가 개발 항목을 결정하고 GD 팀은 피처의 디자인 목표와 플레이어 동기를 설명한 크리에이티브 브리프(creative brief) 문서를 만든 뒤 이에 따른 디자인 문서 토대를 마련한다.
다음으로 프리플래닝 단계다. GD와 아트팀이 대부분의 작업을 수행한다. 약 3개월 동안 피쳐의 핵심 특징을 정의하고 관련 아이디에이션 정리 문서인 IDD부터 작성한다. 그런 뒤 피처의 구조, 플로, 주요 기능에 대한 기술과 이에 따른 플레이어 경험을 정의한 문서인 PDD(Preliminart design document)를 작성한다. 마지막으로 더 자세한 디자인을 담은 최종 기획 디자인 문서 FDD(Final design document)를 만든다.
해당 문서들은 GD, 아티스트, 소프트 엔지니어, QA 등 여러 기능의 기술 설계 기반이 되는 만큼, 타 기능 팀원들이 면밀히 조사하고 명확한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과정을 거쳐 더 세분화한다.
FDD 검토가 완료되면 플래닝이 시작되고 소프트엔지니어, QA, 3DI 팀이 개발에 필요한 기술적 문서인 TDB, TB 및 TM을 작성한다. 그리고 QA 팀 테스트를 위한 테스트 브리프(Test Brief) 문서, 게임 내 로그에 대한 텔레메트리(Telemetry) 설계 문서 등 추가 문서를 만들게 된다.
기능을 개발할 소프트 엔지니어들은 IDD, PDD, FDD 등 설계 문서를 통해 상당한 컨텍스트를 얻게 되고, 요구 사항을 실행할 수 있는 개발 항목으로 안정적으로 분류할 수 있게 된다. 세 가지 문서의 작성 및 검토가 끝나고 최종 조정 및 수정이 완료되면 개발을 위한 준비는 완료된 상태다. 팀은 해당 빌드에 대한 플랜락(Plan-Lock)을 발표한 뒤 개발을 시작한다.
프로덕션이 시작되면 팀은 유저 스토리를 기반으로 필요 항목을 개발하고 진행 상황을 매일 모니터링한다. 빌드 품질 보장을 위해 디버깅 전 사전 테스트, 프리 테스트를 실행해 주요 문제를 미리 해결한다. 개발단계 후 빌드는 EA 코리아 QA가 테스트 브리프 문서를 기반으로 내부 QA 테스트를 실행하는 디버깅 단계로 들어간다.
디버깅이 완료되고 빌드가 준비되면 EA 코리아 및 퍼블리셔가 퍼블리셔 시스템 및 모바일 플랫폼에 대한 규정 준수 테스트와 함께 빌드 유효성 검사 테스트를 실행하는 하드닝 단계에 들어간다. 이때 EA 코리아는 퍼블리셔가 빌드를 라이브 릴리스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라이브 릴리스 빌드는 퍼블리셔가 전달받은 최종 하드닝 빌드다.
라이브 릴리스 당일 퍼블리셔와 EA 코리아는 원활한 릴리스를 위해 점검과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협력한다. 패치가 라이브 되면 EA 코리아와 퍼블리셔는 이를 모니터링하고 이후 발생하는 문제를 식별한다.
릴리스 이후 문제는 리전 PD나 리전 DD가 분류하고 버그 수정 ETA를 맞추기 전 검토 및 우선순위를 지정한다. 심각도에 따라 핫픽스로 해결하거나 다음 빌드와 함께 릴리스할 수 있다.
<피파 온라인> 팀은 2022년에 시리즈를 완성하겠다는 꿈을 품고 있다. 올해 서비스 16년 차에 접어든 시리즈로서 현시점에 완성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그간의 경험상 만족스럽지 못했던 부분까지 총체적으로 완성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가겠다는 취지다. 조직 문화, 업무 프로세스, 비즈니스 성과 등 모든 측면을 완성하겠다는 더 큰 포부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박종민 프로듀서는 마지막으로 <피파 온라인>을 향한 세간의 ‘오해’를 해명하면서 발표를 마쳤다. 그는 “많은 분이 EA 본사에서 <피파 온라인>을 만들어 준다고 생각하신다. 그런데 한국에도 150명 정도의 개발팀이 있고 직접 서비스하고 있다. 앞으로 양질의 게임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