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를 둘러싼 법적인 논쟁은 끊이지 않는다. 표절 논란으로 소송이 오가는 일은 빈번하고, 때로는 예상하지도 못한 특허권을 위반해 손해배상을 물어주기도 한다. 이벤트 한번 잘못했다가 벌금을 내는 경우도 있다. 모두 법을 몰라서 당하는 일들이다.
넥슨 법무실 이홍우 실장과 김관중 IP팀 팀장, 이원 연구원은 NDC 15에서 게임 개발사가 꼭 알아야 할 게임 관련 법령을 소개하고, 주의 사항을 소개했다. /디스이즈게임 송예원 기자
■ 1. 저작권법: 표현은 보호받지만 아이디어는 보호받을 수 없다!
지난해 9월, <팜히어로 사가>의 킹닷컴이 <포레스트 매니아 for Kakao>의 아보카도에 저작권 침해로 소를 제기해 업계가 들썩였다. 모바일게임에서 우리나라의 첫 표절 관련 소송으로, 킹닷컴은 아보카도에게 손해배상청구 1억 원을 청구했다.
사실 과거 사례를 돌이켜 보면, 이런 표절 시비에서 저작권 침해가 인정된 적은 거의 없다. <BnB>를 상대로한 <봄버맨>에서도 결국 <봄버맨>은 패소했다. 소스코드는 표절의 대상이 될 수 없었으며, <BnB>는 네트워크 게임으로서 고유의 새로운 재미를 인정을 받았다. 무엇보다 화면에 구현된 구체적인 표현 자체가 상이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즉, 게임에 있어서 구체적인 표현에서 다르면 유사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후 게임의 대부분 표절 소송에서는 거의 일관된 판례가 이어졌다. 한눈에 봐도 유사한 게임이 저작권 침해가 인정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 ‘표현’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저작물’이란 창작성을 전제로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이 표현된 것을 의미한다. 흔히 표절이라고 판단하는 기준은 ‘아이디어’에 속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표현’을 논하는 저작권 침해의 범위와 같다고 보기 어렵다.
표현의 유사성이 인정된 경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2012년 뉴저지 법원은 <테트리스>vs<미노>의 싸움에서 <테트리스>의 손을 들어줬다. 쓰리게줄 표시라든지, 놀이공간의 크기, 조작이 떨어질 장소를 강조하는 그림자 등 <테트리스>의 창작성 표현을 인정한 것이다. <팩맨>vs<먼치킨>의 분쟁에서도 몬스터의 모습이라든지 돌아다니는 방식, 죽은 뒤 소생하는 방식이 유사하다는 것을 인정 받아 <팩맨>이 승소했다.
<도탑전기>와 <히어로스 차지>는 조금 예외다. <도탑전기>는 특정한 조건에서만 개발사 명이 담긴 팝업창이 등장하는 비밀코드를 심어 뒀는데, <히어로스 차지>에서 그대로 발동하는 모습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이는 잘못된 부분까지 베꼈을 때 원본을 그대로 베꼈다는 것을 입증하는 ‘공통의 오류’ 이론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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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닷컴과 아보카도의 사례로 돌아가면, 킹닷컴은 <BnB>vs<봄버맨>의 판례를 반대로 해석해 공격에 나섰다. 판례는 저작권을 보호받기 위해서는 선택과 배열 그 자체가 무한히 많은 표현 형태중에서 자작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것은 표현으로 볼 수 있어야 하는 경우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를 증거로 내세운 것이다.
킹닷컴은 아이디어에 속하는 3매칭 게임 플레이 방식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았다 대신 각종 상단안내바의 구성 및 순서, 하단 안내바의 구성, 게임의 여러가지 모드, 레벨 맵의 전체적인 모양 및 현재 노드의 배치, 쿨타임 표시 방법 등 무한히 많은 표현형태가 있을 수 있는 UI/스테이지 구성/레벨 디자인에서 <포레스트 매니아>가 <팜히어로 사가>와 매우 유사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아보카도는 이러한 게임의 전개방식은 표현이 아닌 아이디어라고 주장했다. 비록 표현에 해당하는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대부분은 과거 다른 게임들에서 많이 이용된 ‘사실성 표준 및 필수 장면’이라는 게 아보카도의 입장이다.
이렇듯 저작권 은 침해를 입증하는 것도, 침해가 인정되는 것도 쉽지 않다. 이홍우 실장은 지나친 표현 유사성에 대한 시비는 건전한 아이디어의 표현을 위축시킬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게임을 그대로 베끼는 것 역시 시장을 문란하게 만들 수 있기에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2. 특허법: 특허괴물 경보! 아이디어 보호를 위해서는 특허권을 확보하라
과거 판례를 보며 개발자들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표현만이 법의 보호대상이며, 아이디어는 보호받을 수 없는 것일까? 게임 디자인에서 권리를 보호받고 싶다면 현재의 법 체계에서는 특허 쪽을 고려하는 게 현실적이다. 특허는 법률이 보호하는 지적재산권의 일부로, 특허법 2조에 따르면 실제로 구현된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에도 특허권을 보장하도록 돼 있다.
주의할 점은 이른바 ‘특허괴물’(Patent TroLL)의 등장이다. 특허괴물이란 대량의 특허권을 확보해 보유 특허 기술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사용료를 요구하거나 수입/판매 금지 소송을 제기하는 회사를 지칭하는 말이다.
특허괴물은 게임 업계에도 존재한다. 미국의 월즈 닷컴은 엔씨소프트와 블리자드를 특허 침해로 고소했다. 엔씨소프트가 ‘3차원 공간 다수 이용자의 그래픽 인터랙티브 가상 월드 시스템’ 기술을 침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아바타를 활용한 채팅 시스템이 문제였다. 블리자드가 침해한 것도 유사한 시스템으로, 모든 게임이 사용하는 기술 특허를 확보해 대형 개발사를 대상으로 돈놀음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홍우 실장은 특허괴물에 방어차원에서라도 특허권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특허괴물은 온라인게임과 같이 성숙기에 접어든 산업에 자주 출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3. 경품 규제: 과도한 경품은 NO! 법률 자문을 받아라
저작권도 문제없고, 특허권도 문제 없는 재미있는 게임이 탄생했다. 이제 성패는 마케팅/사업 담당자 손에 달렸다. 수많은 마케팅이 있지만, 흔하게 내놓는 것 중 하나가 ‘경품’이다.
<건파이어걸스>는 슈퍼카를 내놨고, <코어 온라인>은 외제차를 내놨다. 심지어 <룬즈 오브 매직>은 시세 1억 5,000만 원에 달하는 아파트까지 내놨다. 그런데 해당 아파트 경품 이벤트는 결국 취소됐다. 국가에서 브레이크를 걸었기 때문이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국내법에서 ‘경품’이란 거래에 부수하여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경제상의 이익을 의미한다. 꼭 돈이나 상품으로 환산되는 것 외에도 게임머니나 게임아이템도 포함된다.
그동안 국가가 문제 삼았던 경품의 종류는 3인데 그 중 공개현상 경품류나 소비자 경품류는 규제가 폐지됐다. 지금까지도 논란이 이어지는 것은 사업자가 추첨 등 현상을 통한 당첨자에게만 제공하는 ‘소비자 현상경품류’다. 행사 자체가 과열이 되거나, 조작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첨자가 해당 업체 직원이었다든지, 존재하지 않는 ID가 당첨되는 사례가 있다. 심지어 당첨자에게 공지한 경품을 지급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으며, 제세공과금 납부 능력이 없어서 당첨이 취소되는 일도 발생했다.
따라서 업체는 아래와 같은 조건에 부합하는 경품만 제공할 수 있다.
고가의 경품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일부 게임사들은 번쩍이는 아이디어로 다양한 경품을 내걸었다. 하지만 경품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햄버거를 사면 아이템을 주는 <컴투스 홈런왕>은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특별법에 위배된다. 강아지, 앵무새 등 반려동물을 걸었던 <환상유희>는 위법은 아니지만 동물보호협회 등 관련 보호단체에 항의를 받아야 했다. 이 밖에도 <오디션>의 성형수술이나 <불멸 온라인>의 술과 같은 경품은 의료법 위반 및 청소년 보호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홍우 실장은 경품 마케팅을 시행하기에 앞서 법률 자문을 받을 것을 권했다. 경품고시는 비교적 자주 개정되니 새로운 내용을 살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