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분기, 메타버스 트렌드를 이끌었던 메타의 리얼리티 랩이 약 5조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전에 비해 적자 폭은 다소 증가했으나, 적자 자체가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오히려 리얼리티 랩은 2020년 신설된 이후 내리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메타버스 개발 사업부로서 미래를 위한 '투자'를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조사 기관에 따라 수치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다수의 자료를 종합하면 2023년 2분기 기준 메타는 VR/AR(가상/증강현실) 헤드셋 시장의 약 50%를 점유한 시장 선도자다. 2위로 꼽히는 것은 PS VR을 판매 중인 소니다. 현재 메타 리얼리티 랩의 가장 큰 경쟁 상대는 VR 게임기인 셈이다. 메타 또한 구독형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내년에는 이 시장에 애플도 참전한다.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 목적으로 신설되었던 메타 리얼리티 랩.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뤄지고 있는 메타의 투자는 무엇에 대한 투자일까? 메타는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디스이즈게임 안규현 기자
리얼리티 랩은 2023년 3분기 37억 4천만 달러(약 4조 9천억 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에 기록했던 26억 3천만 달러(약 3조 7천만 원)의 영업손실과 비교하면 30% 이상 증가한 규모다.
리얼리티 랩의 매출액은 2억 천만 달러(약 2,8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9% 감소했다. 메타는 리얼리티 랩의 매출 감소 원인으로 후속작인 메타 퀘스트 3 발표로 인한 메타 퀘스트 2의 판매량 감소를 지목했다.
한편, 리얼리티 랩에 대한 투자는 다시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메타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수잔 리(Susan Li)는 25일(현지 시각) 진행된 2023년 3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올해 초 진행한 해고는 다른 직원을 고용할 수 있도록 특정 기술(skillsets)을 가진 팀을 교체하는 과정이 포함됐다. 그 결과 현재 우리는 상당한 규모의 채용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2024년까지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메타는 2022년 11월 11,000명 규모의 인력을 해고한 데 이어 올해 3월 10,000명의 직원을 추가로 해고한 바 있다. 당시 진행 중이었던 5,000명 규모의 채용 공고도 마감했다. 그 결과 메타는 2023년 9월 기준 약 66,100명의 직원 수로 3분기를 마쳤다. 전년 대비 7% 감소한 수다.
한편 메타가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리얼리티 랩의 부진과 달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 소셜 미디어 부문은 온라인 커머스의 성장에 힘입어 호실적을 기록했다. 2023년 3분기 메타의 소셜 미디어 부문 매출은 339억 달러(약 42조 8천억 원), 영업이익은 174억 달러(약 23조 5천억 원)이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 87% 증가한 규모다.
결과적으로 2023년 3분기 메타는 전년 동기 대비 23% 늘어난 341억 달러(약 46조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2021년 3분기 이후 2년 만에 연간 최대 분기 성장률을 보였다. 여러 기관에서 내놓은 예측치를 크게 상회한 결과다. 하지만 주가는 호실적에도 불구 발표 후 이틀에 걸쳐 최대 7%까지 하락했다. 이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리얼리티 랩의 실적 부진 탓으로 여겨진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는 2023년 2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내년도 메타버스에 관한 비용 지출이 크게 증가할 것이며, 상당한 운영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혁신을 주도하고 생태계를 더욱 확장하기 위해 향후 몇 년 동안 VR/AR 제품에 대한 비용을 늘릴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이러한 결정에 대해 "매우 장기적인 베팅"이고, "내가 옳을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2021년 사명 변경 당시 "메타버스는 공상과학소설처럼 들린다."면서도 "(메타버스는) 스마트폰이 가져온 모바일 인터넷의 계승자이며 미래에는 모바일 기기가 더 이상 초점의 대상이 아닐 것"이라고 공언했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태도다.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을 목적으로 사명을 바꾸고 리얼리티 랩을 신설했던 메타는 이제 '생성형 AI'를 가장 주요한 소구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 9월 진행된 메타 연례 컨퍼런스 '커넥트 2023'에선 신제품 메타 퀘스트 3와 더불어 다수의 새로운 AI 기능이 소개됐다.
우선 사람처럼 대화할 수 있는 AI 비서 '메타 AI'의 베타 버전이 공개됐다. 왓츠앱, 메신저, 인스타그램에서 사용 가능한 AI로, 마이크로소프트 빙(Bing)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실시간 정보를 바탕으로 답변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명령어를 입력해 고품질의 이미지를 만들 수도 있다. 성격과 의견, 관심사를 갖고 있어 마치 가상의 인물과 대화를 나누는 듯한 경험을 선사하는 28종의 '메타 AI'도 선보였다. 이를 위해 메타는 스눕독, 미스터 비스트 등 유명 인물들과 협업했으며, 추후 더 많은 AI가 공개될 예정이다.
선글라스 제조사 레이밴과 협업해 만든 스마트 글래스 '레이밴 메타 스마트 안경'의 차세대 제품도 공개됐다. 12MP의 고화소 카메라와 내장 스피커, 5개의 마이크가 탑재돼 안경을 착용하는 것만으로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스트리밍을 진행할 수 있다. 전작의 경우 30초 길이의 영상을 촬영해 SNS에 업로드할 수 있었다.
AI 비서 '메타 AI'
매력적인 제품과 기능이지만, AI 비서와 스마트 안경이 메타버스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 해답은 메타버스의 정의에 있다. 저커버그는 여전히 메타버스를 강조했는데, 그가 이야기하는 메타버스의 정의는 사뭇 달라졌다.
2021년 저커버그는 <호라이즌 월드>로 대표되는, 3D 그래픽으로 구성된 인터넷 세상을 메타버스라고 이야기했다. 반면 커넥트 2023 행사에서 저커버그는 '물리적 세계'와 아직 구축 중인 '디지털 세계'를 결합하고 있으며, 이 모든 것이 "우리가 메타버스라고 부르는 개념"을 구성한다고 강조했다.
저커버그가 내세웠던, 상호작용이 이뤄지는 가상현실 '메타버스'는 어느새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의 결합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장됐다. 이대로라면 메타버스를 그저 주가 상승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했을 뿐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메타의 메타버스 플랫폼 <호라이즌 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