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아침에 LPL에서 나이키가 사라졌다.
2021년 3월 25일 LPL(중국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 리그) 정규 시즌 경기는 평소와 같았다. 딱 하나만 빼고.
나이키가 사라졌다. 유니폼에 있던 나이키 로고는 전부 지워졌다. 나이키 로고가 있어야 할 자리를 덮은 테이프가 더 도드라져 보였다.
나이키만 사라진 것은 아니다. 텐센트는 영국 명품 브랜드 ‘버버리’ 흔적을 지웠다. 모바일게임 <왕자영요>에서 ‘버버리’와 협업해 판매했던 스킨을 전부 제외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최근 시작된 중국 내 외국기업 불매 운동 영향이다.
수년 전부터 신장 지역 인권문제는 논란이 돼왔었다. 2021년 2월 3일 BBC가 이를 보도했고, 중국은 BBC 월드뉴스 국내 방송을 금지했다. 이에 유럽연합(EU)은 3월 22일 신장 지역 인권 탄압을 이유로 대중국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다음 날, 중국 공산주의청년단이 바로 대응에 나섰다.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중국에서 돈을 벌려고 하는가”라고 발끈하며 신장 지역 인권문제를 언급하며 이 지역으로부터 원자재를 수입하지 않겠다고 한 업체를 비판했다. 불매 운동이 불붙었다.
‘H&M’과 ‘나이키’가 첫 타깃이 됐다. 두 기업 모두 신장 지역 인권문제를 비판하며 해당 지역에서 원자재를 조달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중국 유명 온라인 쇼핑몰에서 H&M 상품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중국 톱스타들도 줄줄이 두 기업을 비판하며 협력 중단을 선언했다. 몇몇 중국인은 나이키 제품을 불태우기까지 했다.
나이키는 2019년 LPL과 5년간 1억 4,400만 달러(약 1,623억 원)의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 LPL이 아직 공식적으로 계약 종료를 선언한 것은 아니지만, 중국 정서 상 당분간 LPL에서 나이키 로고를 찾아보기 힘들 것으로 추정된다.
불매운동은 쉽게 잠잠해지지 않을 전망이다. 3월 25일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인은 그들의 견해나 감정을 표현할 권리가 있다. 신장 지역 강제 노동에 대한 주장은 반중국 세력이 악의적으로 날조한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가오펑(高峰) 중국 상무부 대변인도 그날 오후 주례 브리핑에서 같은 입장을 밝혔다.
“개별 기업이 거짓 정보를 바탕으로 상업적 결정을 내린 것에 중국 소비자들이 실제 행동으로 대응하고 있다. 해당 기업이 잘못을 바로잡고 상업 문제를 정치화하지 않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