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지난 17일, ‘글로벌24 이슈’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에 드리운 게임 중독의 그늘’이라는 내용의 뉴스를 보도했다. KBS는 호주 ABC 뉴스와 영국 가디언의 기사를 인용하며 관련 소식을 소개했다. (바로가기)
해당 뉴스는 게임 과몰입에 대한 국제 사회의 우려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인용 과정에서 방송 취지와 다른 관점에서 설명한 내용을 삭제하는 등 의도적 편집을 해 논란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뉴스는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에서 득점한 프랑스의 앙투안 그리즈만이 세리머니로 에픽게임즈 <포트나이트>의 ‘Take the L’ 춤을 추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브리핑을 맡은 기자는 축구선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도 인터넷 개인 방송에서 <포트나이트>를 플레이했다며 <포트나이트>가 전 세계에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호주 ABC 기사를 인용한 부분이다. KBS는 호주 ABC의 보도를 인용, <포트나이트>를 하는 두 소년들의 모습을 소개하며 게임의 인기가 거세자 서구권 국가들이 언론을 통해 게임 중독의 심각성을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년들은 <포트나이트>를 접하고 방에서 게임만 하는가 하면, 학교로 가는 차 안에서 태블릿 PC로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터넷 중독 치료 시설 원장은 "<포트나이트>를 통해 치료를 받으러 오는 아이들이 60~70% 정도 된다"고 답했다.
KBS는 인용을 통해 <포트나이트>를 과도하게 이용해 이들의 게임 과몰입이 심각하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하지만, 호주 ABC의 보도는 위 내용이 끝이 아니었다. 호주 ABC는 이러한 현상을 놓고 전문가에게 찾아가 증상에 대한 원인을 물었고, 전문가는 "게임을 하는 시간이 많다고 그것을 곧 게임 중독이라고 부를 수 없다"고 답했다. 즉, KBS는 소년들이 과몰입 하는 모습만 인용했을 뿐, 위 현상에 대한 전문가의 판단을 삭제한 것.
KBS가 삭제한 내용에 따르면, 호주 ABC는 <포트나이트>를 과도하게 이용한 아이들을 보여준 뒤 모나시 대학교(Monash University) 심리학 교수 무랏 유셀(Murat Yucel)을 찾아갔다. 유셀 교수는 모나시 대학교에서 인간의 중독에 관한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호주 ABC 기자는 교수에게 게임 이용 시간과 게임 중독 사이의 상관관계를 물었다. 유셀 교수는 "사람들은 즐기는 것 자체에 열정적이고, 게임도 그 분야 중에 하나"라고 대답했다. 또, "게임 중독을 판단하는 문제는 게임에 소비하는 시간이 얼마나 많은가보다는 사용자가 게임에 얼마나 의존하느냐는 심리적 차원의 문제"라고 답했다.
그밖에, KBS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달 게임 과몰입을 질병으로 하는 '국제질병분류 제11차 개정판(ICD-11)'을 등재한 것을 보도하며 게임 과몰입에 대해 국제 사회가 관련 대응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